<018화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2>
“은영 누나?”
“주인이니? 이 시간에···?”
책가방을 짊어지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은영 누나의 당혹스러운 표정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누나는 무슨 고민 있어요?”
“그건···.”
곤란한 표정을 짓던 은영 누나가 말을 시작하자 순간 머리가 아찔한 느낌이 나면서 누나가 할 말이 사진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사진과 듣기라니 아직도 익숙하지 않는 고밀도 감각에 혹사된 몸이 어지러움을 호소했지만 나는 하나의 장면과 대화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주먹을 꽉 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은영 누나의 익숙한 뒷모습과 비릿한 표정을 짓는 3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카페로 보이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누나의 자리에는 물 한잔이 놓여있고 맞은편 웃음기 가득한 아저씨 앞에는 따뜻한 커피가 김을 피우며 자리하고 있었다.
“은영이···나도 몰랐는데 어디서 그렇게 유명하게 활동을 했데?”
양손을 꽉 잡고 부들거리는 손에 곧 힘을 빼더니 힘이 빠진 목소리의 은영 누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삼촌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그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 그 밑에서 고생한 나하고 은수한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해요?”
“삼촌이라니. 명인 씨~라고 불러봐. 어차피 너랑 나랑 혈연도 아니고 이번에 호적 보니깐···. 형님 앞으로 올라가 있지도 않던데. 이렇게 길바닥에 나앉는 것보다 나하고 잘해보는 게 더 좋지 않겠어?”
“어떻게···그런 말을···.”
“가출이나 해대면서 다른 놈들 옆구리 따뜻하게 하는 건 되고 나는 뭐가? 그래도 은수 생각하면 네가 좀 참으면···.”
“너 같은 개새끼한테 은수 근처에도 못 오게 할 거야.”
은영 누나는 눈앞의 괴물 앞에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하고 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듯 외치고 뒤돌아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은영 누나의 뒤에서 저주를 내리듯 말하는 남자의 말에 나는 속에서 토약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너···후회할 텐데? 너랑 은수 형님 재산에서 숟가락 하나 못 가져갈 줄 알아.”
‘뭐 이런 막장 형제가 있지? 그런데 왜 은영 누나하고 은수가 재산을 못 받는다는 거야?’
나는 바닥난 체력에 더해 어지러움에 은영 누나 앞에 주저앉듯 자리했다.
“너 괜찮아?”
“괜찮아요. 누나는 어때요? 갈 때 있어요?”
“뭐?”
“이집 괴물이 살던 곳이잖아요. 다른 데로 안 가요?”
“······.”
나는 등 뒤에 매고 있던 배낭을 누나 앞에 내려놓고 말했다.
“누나는 꿈이 뭐에요?”
“나? 물장사.”
나는 깜짝 놀라서 순간 벌떡 일어나 누나를 내려다봤다.
누나는 순간 그 나이대로 보이는 표정을 짓더니 꺄르르 웃기 시작했다. 해맑게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놀랐어? 장사···카페 사장님이 꿈이었어.”
“카페요?”
“응 지금은 잘 모르지만, 앞으로는 카페가 좋은 사업이 될 거야. 내가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안다고.”
“그 말은···.”
“신문에 텐프로라고 나긴 했지만···거기까진 나도 용기가 안 나더라고···.”
“그럼?”
“거기 강남 텐프로 언니가 은퇴해서 차린 카페에서 일하면서 먹고 자고 했어. 그 언니가 나만 보면 너는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그러다가 엄마 걱정되면 집에 잠깐 들리고···그렇게···카페에서 커피 내리면서 혼자 있는 그 시간이 너무 따뜻하고 향기롭고 좋았어. 집에만 오면 비명 소리에 온갖 것들이 날아다니니깐. 그런데 하나 아쉬운 건 학교를 못간 게 아쉬워···.”
“그럼 신문사에 항의해야 하지 않아요?”
“사실적시래.”
“네?”
“제목만 강남 텐프로 출신!이라고 적어놓고 작은 상세 기사에는 강남 텐프로 출신 사장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다고 작게 적어 놓은 거지.”
“그런···.”
“뭐, 명예훼손도 있기는 한데 소송도 돈이고 다 돈이지 뭐···그냥 그렇다고 내가 무슨소리를···.”
“그럼 누나 꿈은 카페 운영하는 거예요?”
“그래···.”
“거기로 다시 가서 아르바이트 계속 안 해도 되는 거예요?”
“그 사장님 입장도 있으니깐. 나같이 가출한 여자애들 이상한 곳으로 빠지기 전에 거기서 일하라고 자리 주는 거거든. 이제 난 성인이니깐 더는 일하지 못해. 자리가 부족해서 그런 규칙이 있거든.”
“그럼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거네요?”
“그거야···너는 무슨···너 내일 학교 안 가?”
“내일···아니 오늘 일요일이에요.”
나는 은영 누나의 말에 대답하면서 책가방을 열어서 돈다발을 누나의 손에 쥐여주었다.
손에 든 게 돈다발이라는 걸 뒤늦게 인식한 누나가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나는 손으로 누나의 입을 막았다.
“지금 시간에 비명 지르면 동네 사람들이 다 깰 거에요. 진정되면 풀게요. 대화할 수 있겠어요? 그럼 고개를 끄덕여요.”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팔로 풀라고 내 손을 툭툭치자. 나는 천천히 누나한테서 멀어지면서 손을 풀었다.
“이게···무슨···.”
“불법적인 돈은 아니에요.”
“그런데···이런 현금을 네가 가지고 있다고?”
“사실 저 복권 당첨됐어요.”
“뭐?”
‘복권에 당첨된 건 사실이니깐.’
“그럼 이거 어머니한테 갖다 드려야지.”
“어머니한테 드릴 건 빼놨어요.”
나는 점퍼 안쪽을 툭툭 두드렸다.
“그런데 이걸 왜···나한테 보여 주는 거야?”
“누나 이제 성인이죠?”
“응 내년이면 성인이지.”
“그러니깐 투자하는 거예요. 동업하자고요.”
“뭐? 너도 카페에 관심 있어?”
“제가 관심 있는 건 좀 다른 거지만 누나가 카페 하는 것도 투자할 수 있어요. 단지···.”
“단지···?”
“법인 하나 만들고 싶어서요. 대표는 누나가 하고 주주는 제가 100%···.”
“나한테 바지사장 하라는 거야?”
“바지사장이라뇨···불법적인 건 안 할 거예요. 단지 제가 미성년자라 그런 거예요.”
“나 이런 거 카나한테서 들어서 알아.”
“카나?”
“지금 현역인데. 사장님 그러니깐 은퇴한 텐프로 언니한테 하소연하는 걸 들었거든.”
“···?”
“강남 텐프로들이 돈을 엄청 벌지만, 버는 만큼 업소에 뺏기는 게 더 많아 잘못하면 빚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사장님처럼 사업체 하나 만들어서 은퇴하는 게 최고고 아니면 스폰서 만나서 법인 대표 되는 게 두 번째로 은퇴 잘하는 거라고 이번에 한번 괜찮은 사람이 있는데 잘 안 되서 힘들다고 방법 없냐면서 사장님한테 자꾸 찾아와서 기억나.”
“그···위험한 일 시키려는 건 아닌데요.”
“어쨌든 내가 법인사업체 사장···그러니깐 대표가 된다는 거잖아?”
“그렇죠. 그 대신에 주주는 제가···.”
“월급은 얼마 줄 건데?”
“쓰고 싶은 만큼 비용으로 사용해도 되요. 하지만 자본금 탕진하면 둘 다 망하는 건 알죠?”
“뭐? 나도 잘해서 성공하고 싶다고.”
“그럼 월 300은 어때요?”
그러면서 나는 가방에서 백만원 짜리 묶음 2개를 더 꺼내서 누나의 손에 쥐여주었다.
지금은 월 300이면 대기업에 다니는 사원이나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두 손에 돈뭉치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은영 누나를 보면서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 돈을 왜 네가 직접 안 쓰고 나를 통해서 쓰려는 거야?”
“아직 학생이다 보니깐 뭔가 해보려면 걸리는 게 많거든요. 어머니 걱정시키고 싶지도 않고요.”
“그럼···.”
“법인 명의로 이것저것 투자할 거예요. 손해는 안 볼 거니깐 나중에 누나 카페 차리는데 문제없을 거예요.”
“당장은 안돼?”
“당장은 안돼요. 한동안 집도 월세로 구하세요.”
“뭐?”
많은 돈이 눈앞에 있는데 실망한 듯한 반응이었지만 바로 화를 내거나 반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할 여유가 있었다.
“앞으로 경기가 힘들어질 거예요. 그러니깐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가 제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지금이 투자할 시기라는 게 느껴질 테니깐요.”
“알겠어.”
“이유는 궁금하지 않아요?”
“카나가 말했거든. 법인 만들겠다고 대표해보겠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이유는 궁금해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하라고.”
“무슨 일을 시킬 줄 알고요?”
“최소한 지금보다 더 바닥일 게 뭐가 있냐고? 그러던데? 자기가 그런 제안을 받았는데 순간 호기심을 참지 못해서 한번 물어봤다가 그 자리에서 끝났다고 하더라···그래서 사장님한테 상의한 건데. 사장님이 그랬어. 그렇게 한번 파투나면 다시는 안 된다고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라고.”
“너무 무모한데요?”
“그렇지만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못할 게 없거든. 카나도 그렇고···나도 뭐 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개새끼한테 져주느니 차라리 텐프로 생활 시작해볼까 고민하고 있었거든. 사장님이 미성년자까지는 카페에서 일 시키지만, 성년이 되면 텐프로 자리도 알아봐 주거든.”
“마냥 선한 사람은 아니군요.”
“뭐, 사장님도 사정이 있는 거겠지.”
“그럼 법인 만드는 건···.”
“내가 알아서 할 게 전문가들 있으니깐.”
“네?”
“강남 텐프로 출신은 아니지만, 같이 일했잖아. 이런 쪽은 빠삭하다고. 회계사나 법무사를 끼고 일 하는 걸? 여러 군데 나눠서 이용하면서 흔적이 남아도 정보가 각자 나눠있어서 따로 조사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부분을 알 수도 없고. 물론 수수료는 더 나올 거야.”
“수수료가 더 나와도 그게 좋겠네요.”
“그럼 법인 만들면서 대기 하라는 거지?”
“네”
“나는 괜찮은데 은수가 걱정이야.”
“은영 누나하고 은수 이름도 바꾸고 이사해요.”
“뭐?”
“법인 만들고 신변 정리하는데 시간 쓰다 보면 제가 말한 타이밍을 저절로 알게 될 거에요. 현금은 이왕이면 외화로 바꿔두면 더 좋고요.”
“너 정말···.”
“저도 이득 보는 게 있으니깐 투자 하는 거예요. 같이 잘 해봐요. 대표님.”
나는 누나와 악수를 하는 대신 가지고 있는 가방을 누나에게 넘겼다.
이 돈을 들도 은영 누나가 법인을 만들지 않고 어디로 멀리 간다고 해도 괜찮았다. 그렇다면 새로운 특이점이 생기는 것을 테니깐. 지금 있는 돈은 바로 사용할 수 없는 음지의 돈이다.
특이점으로 받게 되는 보상이 전부 복권처럼 양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돈을 사용하기 좋게 움직일 수 있는 사업체가 있는 게 앞일을 생각하면 좋았다.
나는 팔다리는 무겁지만, 마음은 가벼운 상태로 골목길을 통해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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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로 보이는 자리에 신문을 펼쳐 들고 읽고 있던 남자는 문진명이 호텔로 들어서자 아는 척을 하면서 일어났다.
문진명과 남자는 호텔 카폐로 향하면서 가벼운 안부를 묻더니 이내 자리에 앉아 주문된 커피가 나오자 두 명 다 이제까지 화기애애하게 대화 나눴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침묵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나와도 괜찮은 건가?”
“차라리 사람 많은 곳이 안전하지.”
“나라 곳간을 쥐새끼들이 파먹는 걸 알고 있었나?”
“몰랐다고 하면 믿어줄 건가?”
“자네가 몰랐다고 하면 나라가 이미 중국 손에 넘어간 거겠지.”
“외화 보유량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걸 알고 있었네. 그래서 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한 거지. 더 이상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쉽게 빼가지 못하게 말이야.”
“늦은 건가?”
“정권 넘기기 전부터 준비한 것 같아. 5공화국 사람들이 남아서 눈을 가리고 있었던 거지.”
“그래도 4공화국까지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한다고 생각했네만···.”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나라가 발전할 수도 없지. 일은 4공화국에서 하고 욕도 4공화국이 먹었지. 배신자인 5공화국 사람들 배만 불린 거야. 단지 배신자들의 배만 불린 거라면 모르지만 그런 이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부르짖는 정의가 더 무섭네.”
“무슨···.”
“그래서 손 놓고 있었지. 차라리 미국의 자본주의가 강제로 흘러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네. 그러자. 이번에는 지방자치를 말하더군.”
“독재로 밀어붙일 때는 3S 정책을 하더니. 이제 정권이 넘어갈 게 걱정되니 지방자치를 말하는 건가?”
“그래···그게 시행된다면 나라가 100년 거꾸로 갈 거라고 보네.”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관련 법률은 지금 만들었지만, 배신자들이 바라는 정도의 영향은 아마도···월드컵?”
“뭐? 외환보유량이 바닥인 걸 보면 분명 사달이 날 텐데 월드컵이라고?”
“눈을 돌려야 하니깐. 분명 그때 몰아칠 거야. 지방자치를 해서 5공화국 장학생들을 뿌리내리게 하겠지.”
“다음 대통령은 역시···.”
“그분이 될 걸 예상하고 지방에 뿌리내리는 작업하고 있는 거라고 판단한 걸세. 안될 걸 아니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지.”
“지방자치를 한다고 5공화국 놈들이 전부 숨어들 수 있을까?”
“각하께서 만드신 고속도로 덕분에 우리나라는 하루 생활권이네. 그런 나라를 쪼개 놓는다는 건 자기들 이권과 자리를 늘리려는 속셈이야. 그에 더해서 행정력을 약화 시키고 국민의 눈을 덮을걸세.”
“최소한 각 안전기구의 힘이 약해지겠군.”
“큰 산불이나. 커다란 재난이 닥치면 바로 알게 되겠지. 중앙 권한으로 일괄적으로 문제를 처리했던 때와 지방으로 쪼개진 권한에 서로 자기 지역 책임 아니라고 할 모습이 선하군.”
“소방기구만큼은 손대지 않으면 좋겠는데···.”
“소방이나 국방 쪽 물자 예산이 큰 만큼 분명 지방분권화 되면서 쪼개질 거야. 앞으로 산불은 각 지방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되는데 사실상 무책임한 거지.”
“또 다른 폐해는 없나?”
“지방마다 도로를 깔 때 제대로 연결되지 않을 거야.”
“무슨···지역마다 기반시설 설치에 협조를 안 한다는 건가?”
“서로 원하는 이득의 방향이 다를 테니깐 중앙에서 국민 전체의 이득을 생각한 계획이 아닌 지역 민심에 따른 이득을 원할 테니 조율이 안 될 테지.”
“그럼 도로나 항만 등 필수 시설이 단순히 그 지역 민심에 따라서 혈세가 낭비될 수 있겠군.”
“그렇지 도로야 지금도 많이 깔려있지만 아마 항만이나 공항이 문제가 될 수 있을걸세.”
“막을 방법은 없나?”
“대학교도 이미 거대 양 파벌 사람들로 채워졌네.”
“그 의미는 이미 곡학아세하는 자들만 남았다는 건가?”
“뭐, 다양한 생각이 형성된다면 분명 나쁠 게 없지만, 지금처럼 양 파벌로 나뉘어서 학문적 중심이 아닌 상대의 의견에 반대하기 위해서 하는 학문이 얼마나 효과적인 이론일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반대로 정부가 중앙집권으로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면 작은 나라가 큰 힘을 발하는 힘이라고 난 생각하네.”
“미국 같은 서방국에서도 지방정부의 권한을 줄이고 행정력을 집중하는 중앙집권화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반대로 정책을 한다는 건가?”
“그렇지. 그 이유도 정치인들의 자리를 늘리려는 이유 단 하나뿐이야. 그걸 알려고 또는 알리려는 지식인조차 없지.”
“지방분권으로 가게 되면 세출이 늘어나겠군.”
“그렇지 국정을 운영하는 국회의원과 각 지방의 시의회 군의회 그런 의원들의 월급과 의전비 그리고 해외 연수비를 생각하면 국민의 삶이 앞으로 얼마나 암담한지 답답할 따름이네.”
“그래도 대책은 생각해 본 거겠지?”
“아마도 외환위기는 어르신들이 움직여 주실 거야. 그렇지만 연세도 있으니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말할 수밖에···앞으로는 어르신들의 도움 없이 어떻게 될지.”
“내가 주의 깊게 보는 친구가 한 명 있네.”
“뭐?”
“아직 관찰하는 단계지만···.”
“자네 눈이라면 믿을 수 있지.”
“그 친구가 처음 내 눈을 보고 말한 건 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네.”
“그럼 앞일을 생각하면 외화를 확보해야겠군. 국내 외화는 씨가 말랐을 거야. 외국에서 구해보게. 나도 알아보지.”
“의심조차 안 하는 건가?”
“지금 단계에서는 최소한의 국내 내수를 위한 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확보하려고 생각했네. 그런데 아무런 정보도 없다는 자네가 지켜본다는 인물이 그런 요청을 한다? 도우면 돕지 막을 이유가 없지 않겠나?”
“자네는 아직도 인물 중심인가?”
“우리나라 같은 작은 나라가 크게 크기 위해서는 인물이 필요하다. 아직 그 생각에 변함은 없네. 그리고 각하를 모셨던 기간 동안 크게 후회해 본 적도 없고. 역사에서 나를 어떤 사람으로 평가할지 모르지만 나는 각하가 한 모든 일이 우리나라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믿는다네.”
“하긴···조선 시대부터 우리는 인물에 의존해서 모든 역경을 이겨냈으니깐.”
“충무공이 아니었다면 이미 임진왜란 때 망했을걸세···하하핫.”
“해방 이후는 각하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할 사람이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그렇게 믿는다네.”
“그런가?”
“자네는 인물 중심에 둔···내 사고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래서 자네가 나에게 처음 연락했을 때 정말 놀랐네.”
“생각이 바뀐 건 아닐세···각하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보니깐···그렇지만 그런 사람의 한계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지금 후보로 올라오신 분을 말한 건가? 그분이야 두말할 것 없지만 당대 대통령이 되는 건 몰라도 연세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네.”
“후···뭐 두고 보면 알겠지···.”
“왠지 기대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