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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13화 (13/205)

<013화 훈육이 가지는 의미5>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하굣길이 시작되었다. 종혁이와 경수는 조용히 앞서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 대화가 나에게 닫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대화에 신경을 분산할 여력이 없었다.

‘아버지 사건이 미제사건이라고?’

내가 상담실에서 봤던 장면을 생각하면 내 아버지의 사건이 미제사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허 순경이 경찰이 되라고 내 등을 떠민 게 되는 거다. 팀을 만들어서 그래서 수사하려고 하는 게 있는 거겠지? 팀이름이 미제사건팀?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신 걸로 아는데···거기다가 합의금까지 받았는데?’

“야, 엄마가 너한테 거짓말을 한다면 어떨 것 같아?”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종혁이와 경수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갑작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이내 내 질문에 대답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떤 거짓말이냐에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

“우리 엄마는 항상 적당히 음식 했다고 하지만 보고 나면 항상 엄청난 양이거든. 엄마가 생각할 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리고는 항상 어른의 사정이라고 말하지.”

“우리 엄마도 항상 일찍 들어온다고 거짓말하지만, 엄마 마음은 일찍 들어오고 싶으실 거야. 그렇지만 일하다 보면 늦게 들어와서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곤 하지. 이해는 하지만 가끔 서운할 때도 있어.”

“너, 아직도 라면으로 저녁 때워? 우리 집에서 먹고 가.”

“이사 가고 나서는 너무 멀어서 좀 그렇지. 그래도 가끔 너희 어머니가 주시는 반찬 덕에 연명하고 있다 고맙다고 전해줘.”

“거짓말인지 모르고 할 수도 있다고?”

“그렇지 그냥 배려라나 아니면 익숙한 자기 기준에서 생각해서 상대의 입장에서 거짓말로 느껴지는 걸 모르는 거지.”

“왜? 형사들이 와서 뭐라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엄마 거짓말이 왜 나와? 그 아줌마가 거짓말했데?”

“아니···그건 아니고.”

“사건 관련해서 온 거 아니야?”

“그건 맞는데···아···내가 지금 생각이 딴 데 가 있어서. 사건 이야기하려고 온 건 맞아. 그런데 마지막에 아빠 사건이 미제 사건이라고 해서. 난 엄마가 합의금까지 받은 걸 알고 있는데 미제 사건일 수 있어?”

“그건 케이스마다 틀릴 거야.? 합의금을 꼭 피의자한테 받으라는 법은 없으니깐. 그리고 사고로 돌아가신 거라고 하지 않았어? 그럼 사고장소를 제공한 사람이 법적 책임이 있으면 그쪽에서 보상금을 제시할 수도 있으니깐 그건 자세한 내용을 모르면······.”

“그리고 보니깐 난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것밖에 몰라.”

“아무래도 친아버진데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워서 얼버무린 게 아닐까?”

“친자식이면 더 자세히 알아야 하는 것 아니야?”

“경수야, 우리 가끔 나이를 잊을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중학생이거든? 최소한 우리 엄마라면 극단적인 소식은 간결하게 아니면 이야기 안 하거나 할 거야. 난 친척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중에 친척 형한테 들었는걸?”

“뭐?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다고?”

“나도 자세한 건 몰라. 그 형도 말하다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얼버무리더라. 아마 너희 어머니도 같은 심정 아닐까? 이야기 안 한 게 아니라 나중에 좀 더 커서 말한다든지. 아니면 말 꺼내기가 너무···슬퍼서 말하기 힘들다든지?”

“그런가···.”

“그것 때문에 사건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집중을 못 하고 있었구나?”

“아무래도 미제사건이면 범인은 아직 안 잡혔다는 거잖아? 아빠 목숨을 뺏어놓고.”

“어떤 미제사건인지는 모르는 거지? 교통사고이면 뺑소니일 확률이 높을 것 같은데···.”

“그리고 보면 난 어떤 사고인지 물어볼 생각도 못 했어···그리고 어머니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회귀 전에···한 번도 말씀하지 않았어. 내가 믿을만한 자식이 아니었다는 걸까? 아니면···.’

“이럴 때는 쉬운 방법이 있지···물어봐 직접.”

“뭐?”

“난 엄마한테 물어봐 궁금하면 친척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직접 물어봤는 걸 언급은 친척 형이 했지만···.”

“그럼 엄마가 대답해주냐? 어린애들은 몰라도 된다 할걸?”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 아직 네가 듣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깐. 좀 더 크고 난 다음에 설명해 줄게···라고 하더라고.”

“그걸 듣고 이해가 돼?”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 그냥···머리로 이해가 안 가는데 심정적으로는 그냥···.”

“그냥 뭐?”

“그냥 이해하는 척하고 기다리는 거지. 가족이잖아? 그리고 아직 내가 미성년자인 건 사실이고 그리고 지켜주고 싶다고 할 때 지킴 받는 게 난 나쁠 것 없는 것 같은데? 어른 되면 그렇게 하기 싫어도 강제로 알아야 하는 거잖아? 놀 수 있을 때 열심히 놀아야 하는 것처럼 지켜준다고 할 때 지킴 받아야지. 안 그래?”

“그래서 네가 그 좋은 머리를 가지고 공부를 안 하는구나?”

투닥거리는 종혁과 경수를 뒤로하고 걸어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머리로 이해할 수 없어도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기다린다는 건가? 그럼 회귀 전 어머니도 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어른이 되기만 기다리신 걸까?’

답답해져 오는 가슴이 묵직해져 오자 내 등에 매달리듯 붙은 경수가 놀라는 소리에 나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야, 저번에 축구 할 때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내가 매달렸는데도 터미네이터처럼 걸어가는 거 봤어?”

재미있어하는 경수를 매치듯 떼어놓고 이야기했다.

“오늘 경찰들이 온건 그 아줌마가 어제 운전하던 차량을 목격해서 온 거야.”

경찰 그것도 사복을 입은 경찰이 찾아와서 상담했다는 걸 알게 된 종혁이와 경수는 궁금했지만 내 기분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줬다. 몇 개 받지 않은 질문이었지만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주인이가 의심하는 것처럼 경찰들도 아줌마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네. 동기가 아직 안 밝혀져서 동선 확인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닐까?”

“때리고 맞았으면 그게 동기 아냐?”

“단순하긴. 그렇게 따지면 우리 동네 양아치들은 전부 살해당해야 하게?”

“난 그 아줌마도 안타깝다고 생각해. 경찰이 조금만 빨리 진상에 도달했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거짓말하는데 어떻게 알겠어.”

“공포 때문에 그런 걸 거야.”

“응?”

“나를 죽일 듯이 때리는 남편과 한집에 살잖아. 그런데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아이도 있는데?”

“그런데 그 아줌마가 죽인 게 맞으면 그 아줌마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아마 잡혀가겠지.”

“그럼 은영 누나는 풀려나려나?”

그 의문은 바로 해결할 수 있었다.

“주신아?”

“어···형, 이쪽은 은수 얼굴은 알지?”

“너랑 은수는 왜···.”

“은수가 은영이 누나 기다린다고 해서 같이 있었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제 보았던 검은색 세단이 학교 앞 정문에 섰다. 차 문이 열리고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렸다.

그건.

“은영 누나?”

“안녕···저번에는 신세 졌어. 괜찮으면 태워줄까?”

경수를 먼저 내려주고 우리는 붉은 벽돌집 앞에 도착했다.

“저기···집에 들어가도 괜찮아요?”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렇지만 마땅히 갈 때가 없어. 그 일 있고서 팔리지도 않고.”

“은수는 괜찮데요?”

“말이 더 없어졌지. 거기다가 나랑 낯을 가리니깐.”

“네?”

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은영 누나였지만 은수와 주신이를 보더니 더는 말하지 않고 잘 들어가라고 인사를 했다. 나와 종혁이는 붉은 벽돌 집을 한차례 본 후 무거워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은영 누나하고 은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글세···뭐든 잘 해결되면 좋겠다.”

씁쓸함이 입가를 감돌았지만 억지로 밝게 종혁이와 인사하고 집에 들어와 저녁준비를 했다.

“형, 형이 만든 김치찌개가 최고야. 엄마한테는 비밀.”

“그래도 엄마 김치찌개가 더 좋아.”

“왜? 형께 더 맛있는데.”

“내가 만드는 건 종혁이가 준 햄이 들어가서 그런거고 엄마가 만드는 건 우리를 생각해서 건강식으로 만들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깐 엄마 김치찌개가 더 좋은 거지.”

“뭐, 그렇다고 해둘게. 엄마 빨리 오면 좋겠다.”

“그래···.”

‘이 소소한 행복이 망가질 걸 감수하고 어머니한테 아버지 사고의 진실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어머니가 나와 주신이를 보면서 풀리는 웃음에 나는 더 이상 의문을 가질 수 없었다.

저벅저벅.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시겠다는 어머니를 붙잡고 쓰레기봉투를 뺏다시피 들고나온 골목길. 낮의 모습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둡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꼭 귀신 나올 것처럼.’

그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흐윽. 흐흐흐읍.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팔뚝에 돋아나는 소름을 무시하면서 로봇처럼 정면만 보고 골목길 끝까지 걸어갔다.

‘저기까지만 가면 돼. 도로까지 가서 쓰레기봉투만 놓고 집으로 달려가면 돼.’

스스로 세뇌에 가까운 생각을 하면서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를 무시하고 달리기 위해서 준비하는 순간.

“어?”

“흐으···흡···주인이?”

“은영 누나? 이게 무슨···괜찮아요? 아니 왜 집 앞에서 울고 있어요. 전 진짜 귀신 나온 줄 알았다고요.”

“아···놀라게 했으면 미안···집에 은수가 있어서 도저히···다른데 갈 때도 없고···.”

“그럼 차 안에라도 있지.”

“아···생각도 못 했어. 너무···.”

“무슨 일 있어요?”

“나···솔직히 새엄마 원망하고 있었거든.”

“네?”

“우리 엄마 죽자마자 재혼하겠다고 달려든 미련한 여자. 그리고 우리 엄마 자리를 뺏어간 나쁜 여자라고. 말로는 안 했지만 내 행동에서 느꼈을 거야. 그래서 은수도 나를 어려워하는 거겠지. 물론 잠깐 보고 내가 바로 가출해서 익숙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누나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아주 나약하고 정말···바보 같은 사람이었어.”

“엄마한테 너무 박한 거 아네요?”

“그렇지···난 나쁜 아이니깐.”

“네? 누나가 나쁘다고요?”

“나 엄마 버리고 도망갔어. 그걸 보면 은수가 나보다 나은 거지.”

“그게 무슨···.”

“너한테 할 소리가 아닌데 못 들은 걸로 해.”

“사실 누나 엄마가 이 집 아저씨한테 폭행으로 사망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걸 어떻게···.”

“은수 엄마도 계속 이 집 아저씨한테 폭행당한 거죠? 그러다 은수가 막아서다 같이 맞은 거고. 사건이 커진 거라고···.”

“너 어디까지 아는 거야?”

“그냥 추측이에요. 그저 좀 더 빨리 경찰이 알아채서 그 아저씨 체포했으면 이렇게 되지는···그래서 자꾸 곱씹어서 생각하다 보니깐.”

“나···나는···어리다는 이유로 도망쳤어.”

“그건 당연히 도망칠 수 있는 거죠.”

“아니야. 너희는 아니, 은수는 엄마를 지켜줬는걸.”

“나도 엄마가 그 괴물한테 죽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난 이미 가출한 상태여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 그저 그게 사실이 아니기만 바라고 바랬어.”

“누나···.”

“나도 사실 알고 있었던 거야. 엄마가 그 괴물한테 죽었을 거라고. 그래서 미련하게 이 붉은 벽돌집 주위를 맴돌았지. 괜찮아. 괜찮아. 저 아줌마 새엄마는 괜찮잖아? 내가 잘못 생각한 걸 거야. 엄마는 그저 몸이 안 좋아서 돌아가신 걸 거야. 그런 자기 위안을 가지고 그렇게 버텼어.”

“누나도 사실 그 아저씨 아니 괴물한테 대항하다 맞았을 거예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나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데!!”

‘그건 제가 누나의 암담했던 기억을 직접 봤으니깐요.’

“아마, 너무 큰 충격에 트라우마로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억나지 않은 걸 거에요.”

“뭐?”

“그렇지 않다면 그 괴물만 보면 두려움과 공포로 온몸이 굳어버리는 일이 있을 리 없잖아요?”

“정말 그럴까?”

“아마 은영 누나 엄마는 끝까지 누나를 지키다가 도망가라고 했을 거예요. 누나는 엄마를 그리고 누나 엄마도 누나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을 테니깐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 괴물이 범행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죠.”

“뭐?”

“그 괴물은 어린아이 그것도 여자아이만 힘들게 키우고 있는 여성을 노렸어요.”

“뭐···?”

“그것도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가 친밀할수록 그 범행대상이 된 거죠. 그 괴물은 정말 추악하게도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그것도 약점이 확실한 상대만을 노린 거예요. 그러니깐 죄책감···가지지 말아요.”

“정말일까? 너까지···그러면 정말 그렇게 믿어도 될까?”

“네?”

“형사님이 그랬거든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리고 너랑···이 편지.”

“편지요?”

“아줌마 아니 새엄마가 나한테 남긴 편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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