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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7화 (7/205)

<007화 믿을만한 사람?>

종혁이 집에서 잠든 주신이를 등에 업고 집으로 향하는 길 일을 끝내고 막 들어오신 듯 차가운 어머니 손이 내 손을 꼭 잡더니 나를 향해 웃어주는 모습에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 않구나 하는 믿음이 생겨났다.

잠든 주신이를 이불에 눕히고 잘 준비를 하고 있자. 어머니가 부엌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고민이 있으신 건가?’

“엄마, 무슨 일 있어요?”

“그게···아니다. 일찍 자야지 내일도 학교 가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순간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몇 번 경험했던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듣기 위해 아찔한 정신을 붙잡았다. 흐릿한 오래된 사진과 멀리서 외치는 듯한 듣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듯한 이상한 느낌과 함께 사진이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을 하면서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모습과 어머니와 같은 연배로 보이는 눈꼬리가 매서워서 좋은 말로 표현해도 인상이 좋다고 할 수 없는 아주머니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청소용품만 있는 걸로 봤을 때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으로 불러낸 것으로 보였다. 곤란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대화가 지나가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왜?’

나는 잘 자라고 포근하게 웃는 어머니의 표정과 당혹스럽다는 듯 눈빛이 흔들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겹치면서 이전처럼 당혹감에 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주먹을 꽉 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주인이 어머니 진짜 매정하다.’

‘무슨 헛소리야? 어머니가 매정하다니?’

나는 인상이 좋지 않은 아주머니의 매도에 가까운 말에 기분이 나빠져 몇 차례 대화를 놓쳤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대화를 듣기 시작하자.

‘그건 주인이하고 주신이······.’

‘사람이 돕고 살아야지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들면 그러겠어? 주인이 엄마가 정말 이런 사람인 줄 처음 알았네···주신이 등하교 시킨다고 꼭 사람 많을 때 일 미루고 나가고 말이야.’

‘휴게시간 가진 만큼 늦게까지 잔업하고 가는데···.’

‘그건 당연한 거고 다들 이렇게 사정 봐주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주인이 엄마 사정 봐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사람이 인정이 있어야지. 그럼 돼? 이번 주까지 돈 빌려줄지 확답 안 하면 나 점장한테 주인이 엄마 휴게시간을 왜 빼주는지 이의 제기할 거니깐 그렇게 알아요.’

인상이 나쁜 아줌마는 어머니한테 돈을 맡긴 사람처럼 화를 내더니 창고로 보이던 방에서 빠져나갔다. 어머니의 숨죽여 흐느끼는 목소리가 더 이어지지 않고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것처럼 들리더니 정신을 차리고 본 모습은 들어가서 자라고 말씀하는 어머니 모습이었다.

‘이건 어떻게든 설득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해. 안 그럼···.’

아버지 죽음에 대한 합의금 내가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가족을 위한 일에 천금인들 아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금을 받게 되면 생각만으로 많은 계획을 세우고는 했다.

‘이번에 분양하는 아파트를 살까? 아니면 오를 게 분명한 주식? 그것도 아니면······.’

미래의 정보를 아는 나에게 종잣돈이 생긴다면 하고 싶었던 많은 투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변수가 생길 줄 상상도 못 했다.

“무슨 일이신데요. 이야기 안 해주면 저도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사실 꿈에서 계속 아버지가 나와서 어머니를 말리라고 해서 무슨 일인지 듣고 싶어요.”

나는 괜한 말을 꺼냈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앞에서 계속 설득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아버지를 꿈에서 뵈었다는 하얀 거짓말까지 해야 했다.

아버지 이야기를 한 후에나 간신히 듣게 된 진실은 좋은 사람을 이용해 먹는 사람이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이번에 합의금 받게 되는데···너희 아버지 목숨값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자꾸 돈 빌려달라고···내가 돈 욕심 부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합의금 나왔어요?”

“응 어제 입금되었는데 민재엄마가 자꾸 빌려달라고 하는데···.”

그 인상 나쁜 아줌마가 민재엄마?

민재엄마라는 사람은 사실 아이도 없는 아줌마였다. 그걸 모르고 그 나이대 아이가 있는 엄마와 같은 사람들을 노리고 계를 유도해서 곗돈을 들고 도망가는 사기꾼이었다. 인심 좋았던 동네 사람들은 곗돈을 들고 도망간 민재 엄마 일을 계기로 인심도 각박해지고 서로 믿지 못하게 되었다.

“엄마, 아버지 합의금으로 받은 돈 땅 사요.”

“뭐? 갑자기 땅이라니···.”

“사실 아버지가 간밤에 꿈에 나타나서 땅을 사라고 하더라고요. 왜 그런 꿈을 꿨나 싶었더니 합의금이 나와서 그랬나 봐요.”

“아니···? 정말??”

정말 말도 안 되는 설득이었지만 사람 좋고 귀가 얇은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는 아버지의 꿈만큼 좋은 게 없었다. 분명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서 모으신 돈을 쓰지 않는다. 나와 주신이를 위해서 써야지 지갑을 열 텐데 그렇게 고생해서 모은 곗돈을 사기 친 여자가 어머니의 마음 약한 부분을 노려서 뺏긴다면 어머니는 돈을 잃는 것보다 자신의 선택으로 우리에게 무언갈 해줄 수 없다는 부분에서 죄책감을 가지실게 틀림없다.

분명 지금 땅을 사는 것보다는 단기 투자로 종잣돈을 불려서 더 큰 자금을 만드는 게 효율적이지만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미성년자의 벽에 막혔다. 어머니가 아무리 사람이 좋다지만 내 말만 듣고 큰돈을 투자하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큰 기업의 회장이나 투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어린아이의 말이라도 흘려듣지 않고 투자하겠지만 어머니같이 한푼 두푼 모아서 적금하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투자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린아이의 말을 듣고 투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휘광을 등에 업고 최소한 어머니가 혹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했다.

“아버지가 꿈에서 나와서 살 땅까지 짚어줬어요. 거기가 진짜로 매물로 나와있다면 그건 정말 사야 하는 거죠.”

“사야 할 땅 위치까지 정확하게 말해줬다고? 너희 아버지가?”

“네 오늘은 늦었으니깐 내일 가봐요. 아니면 이번 주말에 다 같이 가봐요. 아버지가 그곳의 땅을 사면 터가 좋아서 우리 가족이 하는 일이 다 잘 풀릴 거라고 했어요.”

“그럼···.”

“부동산 사무실 연락처도 알려주셨어요. 제가 적어드릴게요.”

내가 머뭇거리지 않고 부동산 연락처까지 메모지에 적어주자 어머니는 아버지가 꿈에 나와서 나에게 말해준 거라고 굳게 믿고는 나에게 말했다.

“괜찮을까?”

‘당연히 괜찮죠.’

아버지 합의금이 나오면 어떻게 어머니를 설득할지 생각하면서 매물로 나와 있는 집을 알아보기 위해서 전화했었다.

직접 보러 다니고 싶었지만 어른도 없이 아이만 나타나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화로 문의만 남겼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와 있는 집은 오랫동안 개발계획이 안 잡힌 곳의 매물만 나와 있었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큰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구도심의 매물 가격이 떨어 진다.

‘주식에 투자하면 좋겠는데 주식계좌를 나 혼자 만들 수도 없고···.’

그렇게 발품 팔 듯 부동산 연락처를 알게 되는 곳은 전부 전화를 했다. 그중 땅을 전문으로 한다는 부동산에 연락했다가 유레카를 외쳐야 했다.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땅 가운데 땅이 맹지라는 이유로 값싸게 나와 있었다.

“괜찮을 거예요. 어머니가 연락만 하면 바로 계약될 정도로요.”

“급매로 나온 거면 안 좋은 거 아니야?”

“글쎄요. 그냥 아버지의 꿈이 땅을 크게 가지시는 거였잖아요. 그래서 제 꿈에도 나온 게 아닐까요? 그럼 아버지 보상금이라면 그 땅을 사는 게 옳은 것 같아요.”

“그런가···그럼 민재 엄마는···.”

“민재 엄마는 이번에 곗돈 탈 차례 아니에요?”

“그럴 때가 된 것 같기는 한데.”

“급하면 곗돈 먼저 타는 건 안 되는 거예요? 계주가 누군데요?”

“계주가 민재 엄마야 그럼 그렇게 말해야겠다. 아무래도 합의금은 너희를 위해서 써야지. 그런데 이번에 받은 보상금으로 ‘이사 갈까?’하고 고민했는데···반지하라···아쉽지 않겠어?”

어머니도 아버지 합의금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어떻게 사용해야 나와 주신이에게 좋을 건지 고민을 해보신 것 같았다.

‘그리고 계주가 곗돈을 먼저 탄다고 했는데도 수중에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도 조심할 거야. 좀 더 알아볼 거고.’

“종혁이네랑 떨어지면 아쉽지 않겠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그리고 아버지가 꿈에서 말한 땅을 사면 빨라도 3년 안에 이사 갈 집도 생긴데요.”

“그럼 좋겠지만···.”

“3년 정도는 괜찮아요. 그리고 정말 힘들어지면 땅을 다시 팔아도 되죠. 급하게 내놓은 매물이라서 시가보다 낮게 나왔다고 하니깐 다시 팔아도 손해는 안 볼 거에요.”

“꿈에서 급매라고 싸다고까지 설명한 거야?”

“그게요. 아버지가 꿈에서 맘이 급해서 그런지 정보만 엄청나게 나열하고 가시고 마지막에 보상금은 우리 가족을 위해서 꼭 써달라고 했어요. 민재 엄마 말고 이번에는 아버지가 꿈에서 나타날 정도로 강조하는데 우리 가족을 위해서 써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땅을 사도 바로 현금으로 보상이 들어오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보상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약한 어머니는 이번에 민재 엄마가 아니더라도 돈은 쓰게 된다. 내가 아직 미성년자여서 제대로 투자를 하지 못한다면 안전자산인 땅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할 것이다.

‘거기다.’

내가 사려고 하는 땅은 아파트가 들어설 땅이다. 보상금은 턱없이 약하겠지만 우리 가족은 우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 테고 그 아파트는 투자한 땅값보다 최소한 두 배의 수익은 벌 수 있을 것이다.

‘살집이니깐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의미는 없지만, 나중에 그 돈을 주고 사라고 하면 사기 힘들지.’

나는 몇 번이나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나왔던 꿈을 강조하고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잤다. 이제는 익숙한 종혁이와 함께하는 등굣길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몸을 휘돌아서 멈추고 말았다.

“괜찮아? 갑자기 뭔데?”

종혁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이전처럼 머릿속이 어지럽거나 사진처럼 보이는 영상이나 음성이 들리는 게 아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아랫배를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나 기다린 거냐? 매번 등굣길 한가운데서 서 있는 건데?”

어느새 경수가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내 등에 매달리듯 보디 어택을 했다. 나는 그 힘을 그대로 버티는 대신에 자연스럽게 앞으로 몇 걸음 걸으면서 충격을 완화 시켰다.

‘경수 몸무게가 얼마지? 이렇게 버티기 쉽다고?’

경수가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점심시간마다 축구를 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인 걸 생각하면 평소와 다르게 버티는 게 쉽게 느껴졌다.

“저 자식 왜 저래?”

“학교 정문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나 봐?”

종혁이와 경수가 내 앞 담을 까는 사이에 교실에 도착했다. 내 몸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힘에 대해서 고찰할 사이도 없이 수업이 시작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첫 수업이 체육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의 놀라운 표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운동신경이 좋았다고?’

아버지를 닮아서 키가 크고 덩치가 컸기 때문에 학창시절에 친구들 사이에서 만만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나를 키우시게 되면서 나는 점차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 되었다. 그래서 덩칫값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운동신경은 없었는데···.

“주인이 혼자 만화영화 찍는 거 아니냐?”

“오늘 점심에 반 대항 축구는 죽어도 주신이 데려간다.”

“죽으면 어떻게 데려가냐? 어쨌든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축구를 안 했지? 저건 반칙 아니냐?”

“무슨 반칙?”

“운동신경이 무슨···반칙이지 저게 가능해?”

운동장에 공 하나만 던져 놓고 축구시합 한다고 하면 반 아이들끼리 몰려들어 그 하나의 공을 가지겠다고 몸싸움이 벌어지고는 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전부 피해서 골대로 돌진하는 나를 막아서는 녀석이 한 명도 없었다.

‘아니···없어진 건가?’

다들 내 뒤에서 기진맥진한 포즈로 무릎을 잡고 운동장 여기저기에 넘어져 있었다.

“기본적인 룰은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은데?”

“그게 뭐가 중요해 골만 잘 넣으면 되지.”

수업이 끝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경수가 외쳤다.

“오늘 점심 축구는 주인이 데려간다.”

반 아이들의 환호 섞인 야유를 듣고 수돗가로 뛰어가자니 가슴이 뜨겁고 심장이 크게 뛰었다.

‘내 운동신경이 이렇게 좋았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운동신경이 이렇게 좋아진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설마 회귀하면서 운동신경이 좋아진 건가?’

회귀하면서 좋아졌다면 당연히 돌아온 날부터 그래야 하는데···

고민하면서 집에 오자 주신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자 평소와 다르게 집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어머니가 이 시간에?’

의아한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가자 식사준비를 하는지 분주한 어머니의 뒷모습이 나와 주신이를 반겼다.

주신이가 바로 엄마 품에 달려가 매달렸다.

주신이를 보듬어준 어머니가 나를 살짝 보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한 번도 본적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어제 이야기했던 부동산에 갔더니 내가 딱 주인이라면서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싸게 해준다면서 바로 계약하라는 거야. 어떨걸에 바로 계약하고 말았지 뭐야. 그런데 계약하고 나니깐 가게로 가는데 민재엄마가 저번에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다면서 사과하지 뭐니? 잔업은 오늘 자기가 해준다면서 먼저 들어가라고. 주인이 말처럼 그 땅이 뭔가 좋은 기운이 있나 봐.”

그건 그 아줌마가 기세 등등하게 말해놓고 괜한 소리를 어머니가 주변에 해서 곗돈 사기에 영향을 미칠까 봐 며칠 수그러든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머니가 기분이 좋은데 다른 소리 하기 싫어서 좋다고만 했다.

‘정말 기운이 좋은 땅인가? 나도 아침부터 갑자기 기운이 나면서 없던 운동신경도 좋아지고···.’

나는 아버지를 꿈에서 봤다는 소리를 해서 어머니에게 땅을 사게 했지만 정작 사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당황스러울 정도의 효과였다.

‘사람들이 이해 못 할 소리를 해서 괜히 정신병원에 다닐 수는 없어. 그렇지만 내가 가진 신비한 힘이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지는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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