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화 종혁이 부모님 사고2
외제차를 보고 힌트를 얻은 건 종혁이 외삼촌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욕을 했을 때였다. 동창회에서 간간이 보던 성격 좋던 종혁이가 외제차를 타고 자랑하러 온 동창에게 욕을 하던 모습에 다른 친구들이 사고 충격으로 외제차를 싫어한다고 했던 게 기억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종혁은 술에 취해서 외제차를 자랑하고 있던 동창생에게 욕을 했지만, 종혁이 삼촌이라고 한 남자의 욕을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었다. 학창시절 샌님이라고 불릴 만큼 다른 반 아이들과 달리 욕은커녕 거친 말조차 입 밖에 내본 적도 없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예의 발랐던 종혁이었던 만큼 동창회에서 꽤 화제가 되었었던 일이었다.
당시에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종혁이와 일면식 정도만 있었기 때문에 궁금증이 일어도 질문하지 않은 게 이렇게 후회가 될 줄 몰랐다.
그리고 잠깐 마주친 종혁이 삼촌의 그 어두운 악의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에 최소한 어떤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심이 들었다.
‘사고와 관련해서 외제차를 싫어하게 된거 라면, 아무래도 외제차가 흔한 게 아닌 만큼 종혁이 삼촌의 차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거기에 어제 그 도저히 모든 장면을 볼 수 없게 만들 정도의 격렬한 악의를 생각하면···.’
차 사고로 돌아가셨으니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꿈에서 너희 부모님 사고 나는 걸 봤다고 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
“어제 왔다는 삼촌이라는 분 차가 좋아 보이더라? 어디 자동차인 거야?”
“어, 수입해온 차일 거야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그 저번에 뉴스에서 외제차 부품 구하기 어려워서 수리를 못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하더라고 어제 차가 서 있던 자리가 얼룩덜룩하길래 걱정돼서 뭐 내가 잘 아는 건 아니니깐 괜한 소리 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그래? 나는 잘 모르겠던데···차도 바꾼지 얼마 안 돼서···삼촌이 시승식 하자고 어제도 온 건데 아빠가 거절했어 난 타보고 싶었는데···.”
“거절하셨다고?”
“왜?”
“아니 나 같으면 그런 멋진 차 보면 바로 타보고 싶다고 할 것 같아서 역시 너희 아버지는 대단하시다.”
‘종혁이 아버지가 시승식을 거절했다고 하면 어떤 이유로 사고가 나는 거지? 삼촌이란 사람이 가지고 온 외제차와 관련 없는 건가? 하지만 외제차가 회귀 전 과거처럼 많이 돌아다니는 시기가 아닌데···.’
나는 종혁이와 좀 더 차량과 관련해서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떨떠름한 표정의 종혁을 보니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장난스럽게 종혁이 어깨를 툭 치며 화제를 전환하고 동생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후 지금의 상황도 좋게 생각해야지. 지금 할 수 있는걸 하자.’
“와···형이 이렇게 요리를 잘했어?”
‘30년 넘게 혼자 살다 보면 다 늘어나게 되는 법이지.’
쓴 고소를 베어 문 나는 웃으면서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이제 엄마 오실 시간 돼 가니깐 상부터 차리자. 배고프면 먼저 먹을래?”
“아니, 기다렸다가 엄마랑 같이 먹을래.”
“엄마가 일이 있어서 늦어지는 것 같아 그러니깐 먼저 먹자.”
저녁을 다 먹고도 아직 어머니가 오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오는 게 걱정되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보이는 건 예상외의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종혁이가 같이 있었다.
‘무슨 일로···?’
궁금증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종혁이의 커다란 울음소리에 나는 머리가 하얗게 탈색하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아니겠지?’
종혁이를 더 다그쳐서 삼촌의 외제차를 조심하라고 이야기했어야 했나?
나는 미래의 일을 알고 있으니 과거에 잘못된 사건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이건.
“주인아? 집에서 기다리지. 어떻게 알고 나왔어?”
“엄마가 늦길래 걱정돼서 잠깐 나온 거예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종혁이가 정신없이 골목에서 뛰어오길래 걱정돼서 잡은 거야. 종혁아, 괜찮아? 좀 진정이 된 거야?”
“흑···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다고 전화를 받아서 걱정되는데 어디 계신지 전달해주지도 않아서 흐읍···.”
“종혁아, 괜찮을 거야. 진정하고 병원이 어디니? 나랑 같이 가자.”
“흐윽···어떻게···어떻게요.”
“안남시에 종합병원은 안남병원 밖에 없잖아요. 거기 아닐까요?”
“그래, 종혁아 같이 가보자. 아니면 혹시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깐 집에서 기다릴래?”
“저···저는 병원에 갈게요. 집에 도저히 혼자 있을 수가 없어요.”
“저도 같이 가요.”
“동생 혼자 둘 수가 없잖아. 그리고 혹시 연락이 올지도 모르니깐 종혁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여기 저녁은 이걸로 간단하게 사 먹고.”
“저녁 준비는 해놨어요. 저녁 먹고 있던 참이에요.”
“어? 종혁이 네가?”
“이제 고등학생 되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 그런데 저도 가면 안 될까요? 전화는 주신이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어머니였지만 종혁이의 상태가 걱정되었는지 우리를 데리고 바로 택시를 타고 안남병원으로 향했다. 평소에 버스비도 아까워서 5 정거장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오시던 어머니지만, 종혁이의 마음을 생각해서 택시를 타신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니 어수선한 분위기에 다들 뛰어다니기 바빴다. 그런 의료진의 모습에 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종혁이었다. 나는 뛰어다니는 의료진 중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을 한 명 잡아서 부탁했다. 입원 된 환자 중 문진명, 백지희 환자가 있냐고 그러자 서럽게 울고 있는 종혁이의 얼굴을 보더니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바로 환자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바빠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가족을 걱정하는 어린 학생의 표정에 시간을 쪼개서 확인해 주었다.
“503호실에 입원했어요. 그런데 지금 면회시간이 지나서 만나기는 힘드실 거예요.”
“어떻게 안 될까요? 제 친구 부모님이 오늘 갑자기 입원했는데 연락도 안 돼서 친구가 힘들어하거든요.”
“그게···.”
내가 매달리듯이 부탁하자 난감해하는 간호사를 살짝 데리고 우리와 멀리 떨어지신 어머니가 간호사와 조용히 이야기하더니 우리를 데리고 곧장 입원실로 향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다.
간호사를 우리를 못 본척하며 바쁘게 일하던 모습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갑자기···.’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 종혁이네 부모님 상태가 걱정되었기 때문에 입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죄책감에 종혁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상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내가 미래에서 왔고 너희 부모님이 사고당할 수 있다고 직접 말을 했어야 하는 건가?’
믿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말을 안 한 게 아니라 이상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싫어서 외면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만이 계속 머릿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입원실은 4인실이었는데 한쪽이 전신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 환자를 본 순간. 나와 어머니는 말을 잃었다.
“종혁아 뼈는 부러지고 나면 더 잘 붙는데···너무 걱정 하지마.”
애써 깁스에서 시선을 돌리며 옆 침대로 향하자 이번에는 화상 상처로 보이는 짓무른 상처를 거즈로 덮고 있는 모습이었다. 흉터를 치유하는 씁쓸한 연고 향이 더 마음을 쓰게 만들었다.
“그···화상 치료가 요즘 좋아져서 금방 나아질 거야.”
어머니와 내가 당혹감을 감추며 괜찮아진다를 연신 말하고 있을 때 종혁이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빠, 엄마.”
종혁이가 뛰어드는 소리와 종혁이 부모님 목소리에 어머니와 나는 화들짝 고개를 뒤로 돌렸다. 종혁이 아버지가 깁스를 한 팔을 들어 종혁이를 안고 있는 종혁이 어머니의 등을 살짝 감싼 형태였다.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자 나는 어머니 손을 강하게 잡아주었다.
종혁이 어머니가 종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타박하듯 말했다.
“종혁아, 어떻게 온 거야? 집에서 기다리라니깐.”
“어떻게 기다려요. 사고 났다고 한마디 하고 끊으면···.”
“어머? 당신 그렇게 말했어요?”
종혁이 아버지는 자신은 할 말만 하고 끊었다는 태도였지만 종혁이 어머니 눈빛 공격에 고개를 모로 돌리면서 말했다.
“크흠. 그럼 더 할 말이 있나?”
“당신도 참 종혁이가 이렇게 뛰어올만하네요. 그런데 병실은 어떻게 들어온 거야? 면회시간 지났을 텐데.”
“저도 잘···주인이네 어머니랑 같이 왔어요.”
종혁이의 말에 그제야 어머니와 내가 병실 앞에서 방황하며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한 종혁이 어머니였다.
“주인이 어머니가?”
그리고서야 나와 어머니가 서 있는 모습을 봤는지 멋쩍다는 듯 손을 풀고 어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주인이 어머니 종혁이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요. 나는 애가 혼자 온다고 할까 봐 병원이랑 병실도 이야기 안 했는데.”
“아니에요. 저희도 항상 도움받는걸요. 그리고 사고가 났는데 안 와보면 걱정돼서 오히려 일하는데 신경 쓰였을 거예요.”
“늦은 시간에 쉬지도 못하고···여기 과일이라도 좀 드세요. 제가 깎을게요.”
“어머 생각해보니 문병 오는데 선물도 하나 안 사 왔네요.”
“아니에요. 문병선물은 종혁이 얼굴 보는 게 선물이죠. 저희도 걱정되기는 하는데 병원에서 면회도 막고 그래서 일부러 안 부르기는 했는데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데리고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다행히 사고가 크지 않았나 봐요.”
“호호, 오늘따라 종혁이가 아빠한테 전화해서 천천히 운전하면서 오라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사고 순간에 쉽게 대처할 수 있었어요. 저는 처음에 이렇게 운전할 거면 난 차라리 걸어가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종혁이가 천천히 오랬다고 아주 천천히 운전하는 남편을 보니깐 웃음이 나오더라니깐요?”
“종혁이가요?”
“사실 삼촌 차 시승식하고 있을까 걱정돼서 아빠한테 휴대폰으로 전화했어요.”
“주인이 아버지 휴대폰도 있나 봐요?”
“대학교에서 교수일 한다고 하나씩 업무용으로 지원해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휴대폰은···.”
“에휴···사람은 멀쩡한데 휴대폰과 차랑은 아주 못 쓰게 돼서···.”
“그래도 사람이 안 다쳐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종혁이는 어떻게 그런 걸 전화할 생각을 했니. 부모님 걱정한 거야? 기특하다.”
“그거···주인이가 말해준 거예요. 삼촌 차 고장 난 것 같다고.”
“뭐?”
“주인아 사실이니?”
“아···그럴지도 몰라서 걱정된다고 한 거예요.”
“우리 가족을 살렸구나···고맙다.”
종혁이 아버지의 말씀에 그제야 과거와 다르게 인명사고가 아닌 대물사고로 사건이 바뀌게 된 걸 인정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부모님과 함께 있는 종혁이의 모습에 부러움이 느껴졌다.
“아니에요. 그건 종혁이가 연락해서···종혁이가 대단한 거죠.”
“그런데 넌 어떻게 삼촌 차가 고장 난 걸 안 거야?”
“그게 뉴스에서 외제차는 부품이 비싸서 고장 나도 수리 안 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 어제 왔을 때 바닥에 오일 같은 게 잔뜩 남아 있어서 좀 걱정됐거든. 사건 사고에서 그러잖아. 브레이크 오일이 새면 바닥에 검게. 얼룩이 남는다고.”
“주인이는 아직 어린데도 뉴스를 챙겨보고 어른스럽네요. 주인이 어머니가 든든하시겠어요.”
“저도 처음 알았어요.”
“사실 자동차 정비 쪽으로 진로를 정할까 고민도 하고 그래서 공부를 좀 했어요. 그래서 그날 외제차는 처음 보기도 해서 더 신기해서 오래 봤는데 그···종혁이 삼촌이 그걸 보고 오해했는지 저한테 욕을 하더라고요.”
“뭐? 삼촌이 너한테 욕했다고?”
“진조가?”
종혁이 삼촌이 나에게 욕을 했을 때는 기분이 나빠도 참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굳이 참고 넘어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오해한 거겠죠. 아마 좋은 차다 보니깐.”
“아무리 차가 중요해도 아이한테 그런 소리를 하다니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어머니가 내가 욕을 먹었다는 사실에 분에 찬 듯 종혁이 부모님 앞에서 종혁이 삼촌이라는 비난했다.
종혁이 아버지는 할 말이 막힌 듯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런 기분 좋은 부산 거림에 난감하다는 듯 간호사가 나타났다.
“저기 면회시간 지나서요. 이러시면 다른 환자분들에게 피해를 주시는 거예요.”
“아, 죄송합니다. 저희는 금방 갈게요.”
어머니가 간호사의 난감한 얼굴에 공감한 듯 나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종혁이 쪽을 바라봤다.
“종혁아, 어떻게 부모님하고 병원에서 자고 갈래? 아니면 주인이랑 같이 집으로 갈래?”
종혁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종혁이 어머니가 말했다.
“병원이 뭐 좋은 곳이라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엄마는 내일 퇴원해서 집에 갈 테니깐.”
“아니 그럼 나는?”
“당신 팔은 금만 조금 간 거잖아요. 오른팔도 아니고.”
상당히 서럽다는 종혁이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종혁이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왠지 중년의 서러움을 실시간 보는 것 같아 나는 시선을 회피하고 종혁이에게 인사하고 빨리 나왔다.
“종혁아 어머니 내일 퇴원하신다니깐 같이 있다가 집으로 와.”
“집에서 기다리지.”
“아네요. 주인이 말대로 집에서 혼자 기다리면 더 걱정될 거 같아요. 그리고 내일 일요일이라 학교도 안 가니깐요.”
“그래 그럼.”
자신의 말을 안 듣고 부모님과 같이 있겠다고 한 결정이었지만 종혁이 부모님의 표정은 더 좋아 보였다. 나는 어머니 손을 잡고 병실 나서면서 말했다.
“내가 더 잘할게요.”
“주인이는 지금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는데?”
과거에 후회했던 시기와 다르게 밝고 활기차게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가슴에 큰 응어리가 하나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종혁이 집에 초대받았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음식에 눈을 동그랗게 뜬 나와 동생을 봤는지 종혁이가 식탁 앞에 앉으며 말했다.
“우리 엄마 손 크다니깐.”
“상상도 못 할 양인데?”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너희 어머니랑 우리 엄마는 어디 계시는 거야?”
“엄마가 괜히 너희 어머니한테 바람 넣지 말아야 하는데.”
“무슨 소리야?”
“이렇게 고생한 주부는 쉬어야 한다고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수다 떨고 있을 거야”
“두 분은 먼저 드신 거야?”
“음식 하면서 배부르게 먹었다고 오히려 조금 쉰다고 커피 타임이래.”
“어쨌든 음식 식겠다 잘 먹을게.”
“뭐, 내가 한 건 아니지만 맛있게 먹어.”
“그런데 너희 어머니 이렇게 일찍 퇴원해도 되는 거야?”
“원래 엄마는 입원할 생각도 없었는데 삼촌이 입원시켰다고 하더라고.”
“삼촌이? 왜?”
“그러니깐 나는 잘 모르겠는데 무슨 일이 있긴 한 거 같아. 오늘 아침에 아빠 표정이 싸늘하더라고.”
“너희 아버지가?”
“아저씨 항상 웃고 다니시는데 아저씨가요?”
동생은 종혁이 아버지가 표정이 싸늘했다는 말을 믿기 어려운지 열심히 먹던 갈비조차 내려놓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나는 동생에게 먹으라고 등을 두드려주고 어른은 중요한 일전에 표정이 싸늘해질 때도 있다고 말해줬다. 이내 관심을 갈비로 돌린 동생은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잘 먹고 상을 정리한 다음 거실에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잠든 동생을 소파에 눕힌 나에게 종혁이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사업체 관련해서 좀 다툰 거 같았어.”
“뭐? 삼촌한테 투자했다는 회사가 힘든 거야?”
“아니, 오히려 너무 잘나가서 문제인 거 같아. 삼촌이 욕심이 내는 것 같아.”
“견물생심이네”
“견물생심?”
“눈앞에 큰돈이 잡힐 듯 보이니깐 욕심낸다는 거야. 너희 부모님은 돈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으시잖아. 그러니깐 친구라는 삼촌한테도 크게 투자한 거겠지. 그런데 잘되니깐 회사를 혼자 먹고 싶은데 투자금 때문에 안되니깐 욕심낸다는 거잖아?”
“삼촌이 그럴 줄 몰랐어.”
“나는 잘 모르겠지만 사업? 회사? 어쨌든 삼촌한테 맡기는 건 아닌 거 같아.”
“너는 맡길 사람 알아?”
“한사람 알기는 하지?”
나는 가볍게 말한 말이 이렇게 돌아올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