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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4화 (4/205)

<004화 종혁이 부모님 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종혁이 부모님이 당하는 사고를 막아야 해.’

정확한 사고내용을 종혁이에게 듣지 못했다. 마음이 아픈 사고 내용을 쉽게 말하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었고, 좋게 말하면 동창생이지만 나쁘게 보면 그저 얼굴만 아는 사람인 나에게 종혁이가 이야기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혁이 부모님이 종혁이가 고등학교 올라가기 직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만 알지 정확한 시기와 어떤 내용으로 사고를 당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지금 차량을 소유한 사람이 얼마 없는데 비해서 종혁이 아버지가 출퇴근용으로 자가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차량 사고면, 자차 사고가 크게 난 걸까? 종혁이 아버님이 속도를 많이 내시거나 하실 분은 아닌데.’

우선 부모님이 그 자리에서 즉사할 정도의 큰 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종혁이가 다치지 않은 걸 보면 종혁이를 데려가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건데. 종혁이 아버지는 몰라고 어머니는 종혁이를 혼자 두고 다니시지는 않을 텐데 이유가 뭘까?

나는 매점에서 교실로 돌아온 이후에도 종혁이 부모님 사고에 대해서 골몰하느라 종혁이가 나를 툭툭 치면서 점심시간이라고 말을 걸어왔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와 종혁이 그리고 경수가 책상을 붙이고 도시락을 꺼내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고단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챙겨준 도시락을 열었다. 그러자 차갑게 식은 밥과 한쪽이 모여있는 김치와 장아찌가 나를 반겨주었다.

이맘때의 나는 왜 그렇게 마음이 여렸는지 김치와 장아찌만이 담겨있는 차가운 찬합을 부끄러워하면서 어머니를 원망하고는 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더 좋은 반찬을 담아주지 못해 아쉬워하면서 나와 동생에게 고봉밥을 주시고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 남아 있는 누룽지를 물을 넣어 다시 끓여 고픈 배를 달래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경수의 도시락도 나와 비슷해서 왠지 동지의식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런 경수와 나의 도시락 사이로 종혁이 보온 도시락에서 따뜻한 김이 나는 밥과 찌개 그리고 반찬 통을 꺼냈다. 그 반찬 통 중 하나는 책상 가운데로 밀며 말했다.

“엄마가 손이 커서 같이 먹자.”

경수가 익숙하다는 듯 종혁의 반찬을 집으며 말했다.

“뭐해? 안 먹어? 점심시간 많이 지났어. 너 때문에 뭔 잠을 그렇게 자냐?”

“어···그래. 어제 좀 피곤해서 잠을 설쳐서 그래.”

“피곤할 만하지 어제 그 난리를 생각하면.”

“난리? 무슨?”

종혁은 나의 눈치를 보더니 자신이 말할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듯 밥이나 먹으라고 경수를 타박했다.

종혁이와 경수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랐지만 이미 난 이들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었다.

“아버지 발인 날 변호사 사무장이 와서 합의하라고 난리 쳤거든.”

“어···. 어?”

경수도 내가 며칠 학교에 나오지 못한 이유는 몰랐었는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종혁이도 내가 담담하게 밥 먹다가 그저 평상시 일처럼 이야기할지는 몰랐는지 밥 먹다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종혁이 아버지 덕분에 잘 끝났어. 그리고 종혁아···고맙다. 이말 꼭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경수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병의 물을 마시더니 말했다.

“그래···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건 알겠다. 밥 먹다가 목 막혀 뒈질 뻔.”

경수의 말에 나와 종혁이도 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깨끗이 날아갈 듯한 웃음이었다.

“나 닭살 올라온 거 보이냐? 이제 고등학교 갈 새끼들이 서로 고맙다고 하니깐 순간 닭 될 뻔했잖아.”

“크크큭.”

“하하핫.”

이내 순식간에 도시락을 동낸 우리는 학교 운동장에 나가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야, 너 땜에 축구 오늘은 못 했네.”

“개발바닥이면서 허세는.”

“너 없어서 이기는 거 아냐?”

나와 종혁이 옆에서 한목소리로 경수를 갈구자 나를 째려보더니 이내 과장된 동작으로 한숨을 쉬듯 하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종혁이랑 오늘부터 1일 한다고 하더니 어째 옆구리가 시리구먼.”

종혁이가 얼굴이 벌게져서 경수에게 헤드록을 걸더니 알아듣기도 힘들 외계어를 외치기 시작했다.

‘욕이 아주 맛깔나네. 크큭.’

아주 잠깐이었지만, 어린 시절 마음에 담긴 한 없이 즐겁게 그리고 유쾌하게 웃음으로 무언가 내 안이 바뀌어 가는 느낌이었다.

해가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수는 이사를 가서 우리와 같은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문에서 헤어지고 나와 종혁이 골목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종혁이 부모님 사고에 대해서 힌트라도 얻을 방법이 있을지 쉼 없이 질문을 던졌지만 일상적인 대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 부모님은 거의 집에 계시는 거야?”

“응, 근데 왜 부모님에 대해서 자꾸 물어보는 거야?”

“아, 부모님 집에 안 계신다고 하면 너네 집에 놀려가려고 했지.”

“뭐? 어차피 한집이나 다름 없구만 뭘 또?”

“그래도 처음 사귄 친구니깐.”

“넌 닭살 돋는 말을 참 잘하는 것 같아.”

“나? 못해. 그런데 평생 못하고 죽으니깐. 후회되더라고.”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

“크크큭 그런 게 있어. 어린 너는 모른다.”

“야, 내가 너보다 생일 빠르거든?”

투닥거리면서 걷는 골목길은 평소와 같은 거리일 텐데도 내가 과거 걸어가던 길보다 훨씬 짧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집에 거의 다 와 간다고 생각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우리 눈에 보였다.

“저거 너희 아버지 아니야?”

“아, 오늘 용돈 잘 주는 삼촌이 왔나 보네.”

“삼촌? 너 삼촌이 있어?”

“나? 삼촌 없어. 저기 용돈 잘 주는 삼촌이 우리 아빠 불알친구거든. 사업하는데 처음 시작할 때 아빠가 투자를 좀 했나 봐. 투자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저 삼촌이 올 때마다 나한테 용돈을 많이 줘.”

“너희 아버지가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한 거야?”

“아니, 아빠는 내가 그렇게 부르는 거 싫어하더라고.”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부르는데?”

“용돈을 잘 주거든. 너 용돈으로 만 원짜리 받아봤냐?”

“만원을 용돈으로 준다고?”

“나도 용돈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삼촌이 올 때마다 삼촌이라고 부르기만 해도 용돈을 이렇게 많이 줘.”

종혁이의 지갑에는 평범한 중학생이 가지고 있기에는 큰 돈이 현금으로 들어있었다.

“야, 이거 누구한테 보여 주지마 괜히 안 좋은 일에 휘말려. 은행에 저금을 해라 차라리.”

“미성년자라서 계좌 만들려면 부모님 모시고 가야 하는데 귀찮잖아.”

“위험해. 금액이 좀 커 보이는데.”

큰 돈을 가지고 다녀서 좋을 것 없다는 일반론 적인 나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던 종혁은 이내 피식 웃더니 내 어깨에 어깨동무를 했다. 물론 키 차이가 나서 웃겨 보이겠지만 종혁가 처음으로 먼저 다가온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불편해도 웃어버리곤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종혁이 삼촌에 대해서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 보이는 종혁이에게 더 캐묻듯이 질문하는 게 역효과일 것 같아서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반

지하 집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종혁이 삼촌이 몰고 온 차량은 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외제차였다.

‘지금은 외제차 구하기가 진짜 힘들 텐데 사업이 잘 되는 건가?’

나는 자주 볼 수 없는 외제차에 흥미가 생겨서 보고 있었는데 종혁이네 대문이 열리더니 종혁이 아버지와 감색의 양복을 차려입은 배가 많이 나온 남자가 서로 악수하면서 나왔다.

나는 집으로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서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감색 양복의 남자가 나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면서 작게 욕지거리를 했다. 물론 비싼 차 옆에 어린아이가 있다면 불안할 수는 있지만, 대뜸 욕부터 하니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종혁이 아버지와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못 들은 척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어두운 공간에서 순간 얼어붙을 것 같은 냉소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종혁이의 삼촌이라는 사람이 비웃음을 입가에 달고 차량 사고를 당한 듯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기쁘다는 듯 웃고 있었다.

나는 너무 어둡고 음습한 감정을 직격당해 한동안 제자리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누구지? 종혁이 아버지가 친하게 지낼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다음날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학교가 일찍 끝나고 집에 바로 돌아왔다. 종혁이와 경수는 도서관에 간다고 했는데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동생이 걱정되어서 먼저 간다고 말하고 온 것이다.

동생은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반지하 집에서 거의 TV만 보면서 지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오래된 TV가 자주 먹통이 돼서 화면서 흐릿했는데 그런 TV를 보고 자란 동생은 가족 중에 아무도 안경을 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시력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그 일에도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에 학교에서 바로 집에 오면 방에만 있는 동생을 골목으로 데리고 나와서 둘이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동생도 좋아했기 때문에 시간은 금방 지나고는 했다. 어둑해지는 골목 사이로 딱지치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동생을 보면서 개구지게 웃고 있었다.

동생은 아버지를 닮아서 큰 덩치를 가진 나와 달리 어려서 잘 먹지 못해서 그런지 체구가 작았다. 그래도 아버지를 닮은 점이 있다는 걸 그 오랜 시간 모르다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끈기를 닮았다는 걸 말이다.

“형, 한번 만 더해.”

“이걸로 벌써 오늘만 59판째 나한테 지고 있는데?”

“한번 만 더~”

“알았어. 대신에 이번 판 끝나면 집에 가서 씻고 저녁 준비하는 거야?”

“저녁 준비?”

“어머니가 고생해서 일하고 오는데 우리가 저녁 준비해 놓으면 좋잖아?”

“나 라면 끓일 줄 알아.”

“하하. 라면 말고 다른 거 형이 해줄게. 김치 있으니깐? 김치찌개?”

어스름하게 해가 기운 골목길 사이로 저벅저벅 사람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길게 기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낯선 사람인가 해서 동생의 앞을 막아서고 있자. 보이는 사람.

“종혁이?”

“오늘 도서관같이 못 간다더니 동생이랑 놀아주고 있는 거야?”

“동생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은 형이네. 오다 보니 들은 건데 오늘 저녁은 김치찌개 할 거야?”

“그러려고.”

“안녕하세요.”

쭈뼛쭈뼛하고 있던 동생이 배꼽 인사를 하자 종혁이는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동생이 너 안 닮아서 다행이다.”

“무슨 뜻이냐?”

“모르면 말고 어제 삼촌이 선물세트 여러 개 가져왔거든. 거기에 참치랑 통조림이 너무 많아서 엄마가 처치 곤란이라던데 몇 개 가지고 올 테니깐, 저녁 하는데 재료로 써.”

괜찮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참치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고 있는 동생의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동생 먼저 들여보내고 종혁이 집에 처음으로 들어간 나는 현관 한쪽에 과도하게 쌓여있는 선물상자에 부담이 덜어졌다. 부모님은 아직 집에 없는 듯 휑한 거실 사이로 종혁이가 봉투 한가득 통조림을 집어넣더니 나에게 밀어줬다.

“오늘 너희 부모님 집에 안 계시는 거야?”

“아니? 이제 오실걸? 오늘 좀 늦긴 하시네.”

‘종혁이 부모님 사고가 설마 오늘은 아니겠지?’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어제 외제차 타고 온 삼촌이라는 사람 말이야.”

“문 삼촌 말이야?”

“어? 너희 아버지 성씨랑 같은 거야?”

“그렇다고 하던데 동본은 아니고 동성만?”

“아···.”

“그런데 삼촌이 왜?”

어제 대뜸 나한테 욕부터 날리는 거 보니깐 인성이 나빠 보인다 조심해라 이럴 수도 없고···.

“어제 외제차가 신기해서 보는데 좀 수리가 필요해 보여서.”

“차 수리?”

“응, 외제차는 부품이 비싸서 제때 수리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걱정돼서 너희 부모님도 차량 수리 맞긴지 오래된 거 아니야?”

“아니 그건 왜?”

왜 이런 대화까지 나누고 있어야 하는지 꺼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나는 이 이상 간섭은 이상하게 보일 거라는 걸 알았지만, 종혁이에게 이상한 놈이라고 찍힌다고 해도 종혁이네 부모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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