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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님의 딸이 되었습니다 (81)화 (81/167)

81.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포포를 찾고 있었다.

“뽀뽀, 어딨어!”

이 작은 여우 녀석이, 어디로 가버린 거야, 대체?

쪼그매서 그런지, 찾으려고 하면 더 안 보인단 말이야…….

“여노, 뽀뽀 못 봤어?”

지나가는 여노를 붙들고 포포의 행방을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여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아리 님이 서쪽 땅으로 가신 후로부터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

얘가 대체 어딜 간 걸까…….

갑자기 안 보이는 포포가 불안해서 그런 걸까, 갑자기 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여우, 아리 님이 없으면 어딘가 불편한지 자꾸 약을 먹었습니다요.”

영아가 준 약을 먹었다라……. 그건 저번처럼 기운이 흐트러진 탓인 걸까,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인 걸까.

일단 그에 대한 답은 포포를 찾아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포포를 찾아다녔다.

“뽀뽀야아!”

궁 안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포포의 기운은 워낙 미약하고 미비한지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지…….

아, 혹시……!

궁에서 발걸음을 돌려, 청화관으로 향했다.

청화관에 있을지도 몰라!

“어어, 아리 님! 어디 가세요!”

“뽀뽀 데리러!”

나를 막아서는 자하를 무시한 채로 청화관을 향해 달렸다.

“아, 아리 님!”

자하가 황급히 나를 뒤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얼른 포포를 만나러 가야 했다.

급하게 달려온 청화관 앞에는, 나의 예상대로 파란 여우가 멍하니 서 있었다.

저런 요망한 여우 녀석! 찾아다니게 만들다니!

“뽀뽀!”

그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나의 외침에 포포가 뒤를 돌아 내 모습을 보았다.

“어? 언제 왔어, 아리야?”

포포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그의 표정은 반가움이 서려 있었지만, 어딘가 오묘했다.

“찾아다녔잖아, 바보야!”

그의 앞에 당도하자마자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에 포포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모, 몰랐어.”

“흥!”

포포에게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흐음…….”

그런 나를 보던 포포가 잠시간 고민에 빠진 듯했다.

……왜 어울리지도 않는 고민을 하고 앉아 있대?

간사한 여우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의아했다.

저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는 포포를 본 건, 나래가 닭이 아닌 봉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뿐이었던 것 같은데…….

“왜 그래?”

그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의 표정이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듯했다. 곧이어, 포포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어, 어? 이 요망한 여우가 지금 뭐 하는 거래?

포포가 나를 잡아끌고 청화관 안으로 향했다.

“어, 어디 가는 거야, 뽀뽀!”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이 작은 녀석이 힘은 또 더럽게 세다.

청화관 안으로 들어온 포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얘 대체 왜 이래, 내가 아는 뽀뽀가 맞는 건가? 더위라도 먹은 거 아니야?

“왜 그래, 뽀뽀.”

이쯤 되니 진심으로 포포가 걱정되었다. 자꾸 어울리지도 않는 고민을 하질 않나, 청화관 앞에 멍하니 서 있질 않나.

“……너 연애라도 해? 여자 여우한테 차였어?”

답은 이것뿐이다. 나 없는 틈에 지나가는 여자 여우와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이라도 당한 것. 그 실연의 슬픔을 견디지 못해, 미쳐버린 것인가.

그렇게 나 혼자 포포의 애처로운 사랑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 포포의 귀가 바짝 솟았다.

“아니야아!”

포포가 인상을 찌푸리고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아,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저렇게 부정한대?

“그럼 왜 그러는 건데?”

팔짱을 끼고 볼을 부풀렸다. 이러는 포포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으니, 답답함이 일었다.

“이상해.”

“뭐가?”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포포보다 더 이상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너 말이야.”

“나?”

……나 지극히 정상인데? 이상한 건 네가 더 이상해, 인마!

“네가 더 이상해, 뽀뽀!”

지나가는 자하를 붙잡고 물어도 이건 확신할 수 있다.

나의 외침에도 포포의 표정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평소라면 헤헤, 하며 헤실거렸을 녀석이,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아니, 진짜 이상하다고, 너.”

“우씨, 뽀뽀, 네가 백배는 더 이상하거든?”

되지도 않는 똥폼이야, 왜!

나는 나름 포포가 걱정돼서 그를 찾고, 또 고민했는데, 정작 나를 이상하다고 하니, 속이 상했다.

씨이, 작은 거 찾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젠 나도 모르겠다, 이 요망한 여우 녀석.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여전히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뽀뽀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어디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거야?

이유나 들어보자.

“전부.”

……이 여우가 뭘 잘못 먹은 건가?

“널 만난 것부터, 전부 다 이상해, 아리야.”

포포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포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이다.

재빨리 그의 꼬리를 낚아챘다.

“아, 아악! 아리야!”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것 같은 포포가 자신의 꼬리를 보호하기 위해 애썼지만, 그의 복슬복슬하고도 탐스러운 꼬리는 내게 잡힌 후였다.

“뽀뽀, 너 미워!”

“아, 아리야, 놓고, 놓고 말해…….”

어림도 없어, 이 녀석.

“아리야, 말로 하자. 왜 이래…….”

너야말로 대체 왜 이러냔 말이다, 이 바보 여우야!

한동안 나는 포포의 꼬리를 잡고 그와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 포포의 항복 선언을 듣고,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꼬리를 놓아주었다.

“히잉, 내 꼬리털…….”

꼬리를 매만지며 훌쩍이는 포포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꼬리털 아직 많구만, 뭘.

애초에 뽑힌 것도 없었다. 괜히 엄살은.

***

서쪽 땅으로 돌아온 후 며칠이 지났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인물이 백령의 궁을 찾았다.

“그래서, 그동안 좀 고안해봤어?”

고고하게 앉아 있던 그녀가 턱을 괴며 물었다.

백령의 집무실 안. 아무런 소식도 없이 찾아온 미호로 인해 궁 안의 모든 신수가 당황했다.

“왜 대답이 없어?”

미호가 백령을 보며 고개를 까딱했다. 그녀의 거침없는 물음에도 백령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상황을 알지 못하는 자하와 여노는 그저 두 신수를 보며 눈만 깜빡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리를 내가 데려가도 상관없다는 거지?”

미호의 물음에, 백령이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또한 자하와 여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미호를 바라보았다.

“미, 미호 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 아리 님을 갑자기 왜 미호 님이…….”

자하의 물음에 미호가 도도하게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약속했으니까.”

……내가 아는 약속과는 의미가 다른 거 같은데.

약속보다는 협박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상호합의가 아닌, 일방적인 요구였으니까.

그 당시 미호는 막무가내로 날 데려가려 했었지…….

“무슨 약속이요?”

“있어, 그런 게.”

미호는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 대충 대답하고는 자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백령. 그래서 대답은?”

미호가 백령을 응시하며 물었다.

“미, 미호!”

그녀를 부른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그녀가 백령에게 두었던 시선을 내게로 옮겼다.

“아리야, 왜?”

방금까지 한기 어리던 눈망울은 온데간데없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저, 저…….”

막상 미호를 부르니, 바로 유창히 말할 수가 없었다. 미호는 우물쭈물하는 나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더니, 나의 말을 천천히 기다렸다.

“있잖아, 미호오…….”

일부러 느릿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나의 목소리에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기분이 아까와는 달리 굉장히 좋아진 것 같았다.

“응, 아리야.”

백령이나 자하한테 말하던 말투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고고하고 도도하던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응, 응.”

그녀는 뒤에 어떤 말이 이어지든 다 들어줄 것만 같았다.

그녀의 고민은 나래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

내가 생각해낸 방법을 그녀가 채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던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정말 미호라면 날 데려가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은월에게 교육을 받는 것처럼, 주인이 될 이랑도 교육을 받는 건 어때?”

“교육을?”

“응, 이랑 말고도 모두가 받는 거야.”

미호가 잠시간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눈을 감았다.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그랬다. 땅의 주인, 지도자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것.

나래는 재능이 없었고, 그릇이 작았다. 그렇기에 남쪽 땅의 신수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실제로도 무능한 신수였다.

전에 듣기로는 나래가 교육을 받는 것도, 노군처럼 현명한 자의 바른 소리를 듣는 것조차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월이 하는 교육과 바른 소리는 아무리 막무가내인 나래라도 들으려 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모든 이가 필수로 거쳐야 할 교육이 있었다면 나래 또한,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것.

그러니, 모든 이에게 균등한 교육, 필요한 교육을 한다면 적어도 나래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음…….”

그녀는 한동안 나의 말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보는 것 같았다.

“교육이라……. 좋은 생각이야, 아리야.”

그녀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교육을 담당할 신수가 마땅히 없어.”

어……? 그러고 보니 거기까진 아직 생각을 못 했었다.

미호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데에만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그런 세세한 부분은 생각지 못했기에, 미호의 말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땅의 주인이 되고 나서 해야 할 업무들을 잘 알면서도, 교육할 여력이 있는 신수.”

신수 몇이 떠올랐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하나같이 바쁜 신수들이기에.

은월은 물론이요, 천강, 영아와 수하 등등……. 제각기 자신들의 일이 정해져 있는 신수들이었다.

“네 땅의 주인인 자들이 제격이긴 한데……. 다들 각기 땅의 업무들을 수행하느라 너무 바쁘니까.”

미호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잠깐만, 그 말은 인정 못 해, 미호.

“미호 님, 유일하게 놀고먹는 신수가 한 명 있지 않습니까?”

“맞아, 맞아.”

자하의 말에 극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걘 뭐, 그냥 언급도 말자.”

미호의 말이 ‘바랑에 대해서 말한들 뭐가 나오겠니……?’라고 들리는 건,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암암, 그렇고말고.

바랑은 그렇게 미호에게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미호의 현명한 대답에 자하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를 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

“아무튼 아리의 의견은 좋긴 하지만,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땅한 신수가 없…….”

“미호.”

미호의 말을 백령이 끊었다. 백령의 부름에 미호가 그를 바라보았다. 백령의 푸른 눈이 미호를 향해 있었다.

“뭐야, 백령?”

“있는 것 같군.”

“뭐가?”

알 수 없는 백령의 말에 미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육을 도맡아 할 수 있는 신수.”

“그게 누군데?”

백령은 잠시간 입을 다물었다. 말하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는 듯했다. 이후 천천히 그의 입이 열렸다.

“하원.”

백령의 단호한 말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그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 하원……? 그게 누군데?

“백령, 지금 장난하는 거지? 하원은 그날 이후로…….”

미호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나를 돌아봤다. 그녀의 자색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 왜?

왜 그렇게 불길하게 나를 보는 거야!

“……어쩌면 가능할지도.”

가능해? 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했지만, 내 의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불안한 눈빛으로 미호를 보았지만, 미호는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겨있을 뿐이었다.

“그래, 하원이라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미호가 백령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야, 너라면 할 수 있어.”

……뭐를?

왠지 불길하다……. 지나치게 불길하다…….

뭔가가 잘못되어도 굉장히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착각일 거야, 그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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