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약점만 공격하면 돼. (2)
카아아악!
우두머리 아울베어도 더욱더 광폭한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왔다.
아울베어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지셀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드드드드득!
관성 때문에 지셀의 발이 땅에 긴 선을 남기며, 미끄러지듯이 아울베어에게 다가갔다.
카아아아악!
아울베어는 다가오는 지셀을 향해 높이 발톱을 들어 내리찍으려 했다.
“흐읍!”
하지만 지셀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아울베어와 지셀의 몸이 부딪치기도 전에, 그의 대검이 큰 원을 그렸다.
서걱!
달려오던 몬스터의 머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는 잠시 흔들거리더니 땅에 쓰러졌다.
쿠웅!
아울베어가 쓰러지자 지셀은 뒤를 돌아보며 해맑게 웃었다.
“봤지? 머리를 날려 버리면 그냥 다 죽는 거야. 가죽도 깨끗하게 얻을 수 있고 말이지. 대부분의 몬스터는 머리가 없으면 죽는다. 숫자는 서로 비슷하니 한 사람이 하나씩 맡아라.”
“…….”
기사들은 할 말이 없었다.
머리가 없으면 죽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니, 대부분의 생물체가 그럴 것이다.
저게 약점이라면 드래곤도 약점을 내놓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반박하고 싶은데 반박을 할 시간이 없었다. 뒤이어 아울베어들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지셀은 뒤로 휙 빠지며 말했다.
“자, 모두 공격! 약점을 노려라!”
“쳇! 가자! 나도 저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카오르가 호기롭게 외치며 달려 나갔다. 싸움에 있어서는 누구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기사들도 카오르의 뒤를 따라 대검을 들고 달렸다.
이들은 모두 지셀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무기술을 수련했다. 창과 검이 주력 무기지만 대검도 수련했기 때문에 몬스터와 싸우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카오르는 달려오는 아울베어를 향해 잔뜩 마나를 모은 대검을 휘둘렀다.
카가각!
조금 거칠지만 어쨌든 단번에 목을 날렸다. 두껍고 단단한 아울베어의 목을 한 번에 날린 것만으로도 대단한 실력이라 할 수 있었다.
“오오!”
“저 사람도 대단하잖아?”
“정말 다 잡겠는데?”
도망가던 짐꾼들은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벌써 두 사람이나 아울베어의 목을 단칼에 날려 버렸으니, 다른 50여 명의 기사들도 그럴 거라 기대한 것이다.
“으아악!”
하지만 아울베어의 목을 향해 대검을 날렸던 기사는 결국 목을 날리지 못하고 한 대 얻어맞고 날아갔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목을 절반만 벤 기사도 있었고 날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안 잘리잖아!”
“어, 어! 잠깐만!”
“무슨 몬스터가 이렇게 단단해!”
그냥 공격하는 거라면 모를까, 초급 기사인 이들로서는 움직이는 덩치 큰 몬스터의 목을 단번에 자르기는 힘들었다.
케에에엑!
당연히 고통으로 더 분노한 아울베어의 공격에 한 대씩 얻어맞고 구르기 일쑤였다.
“도망가자! 우리가 착각했어!”
“어서 마차에 올라타! 저놈들은 글렀어!”
힘을 숨긴 마부와 짐꾼이 다시 선동을 시작했고 일행들은 허겁지겁 마차에 올라탔다.
그때 지셀이 다시 난입해 아울베어의 목을 마구 날리며 말했다.
“쯧쯧, 이럴 줄 알았다. 이래서 죽어라 수련을 해야 한다니까? 빨리 일어나라. 돌아가는 대로 특별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나지막한 목소리에 기사들은 혼비백산해서 일어났다.
다들 갑옷을 입고 블러드 퓌톤의 내피를 입고 있어 크게 다치진 않았다. 다소 충격이 있긴 했지만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흐아아압!”
“제발 잘려라!”
“죽어! 죽어!”
영주의 특별 훈련은 무섭다. 기사들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아울베어를 마구 공격했다.
여기에 끌려온 기사들은 실력이 가장 떨어지고 나태했던 자들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마나도 다루지 못했다.
마나를 폭발시켜도 제대로 공격을 맞추지 못하니 아울베어의 목 주변은 엉망으로 찢어지기 시작했다.
카아아악!
아울베어들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 댔다. 어설픈 실력으로 목을 계속 공격당하니 죽지도 않고 아프기만 했기 때문이다.
환장할 정도의 난리에 지셀과 카오르가 계속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사들도 대충 싸운 건 아니었다. 아울베어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으면 자칫 큰 상처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지셀은 위험한 상황에 빠진 기사들을 도우며 연신 소리쳤다.
“자세를 똑바로 해라! 검을 제대로 들어!”
“다리에 힘이 빠졌잖아! 알려 줬는데도 왜 그 모양이냐!”
“야이! 도대체 지금까지 뭘 수련한 거야!”
요새 일이 바빠서 신경을 덜 썼을 뿐이지, 지셀도 용병 출신답게 굴려야 할 때는 확실히 굴린다.
그는 아울베어의 목을 날리면서 기사들도 동시에 쥐어 팼다.
“어억! 영주님! 지금 전투 중…… 케엑!”
“끝나고 패면 안 됩니까!”
“우리부터 공격하면 어떻게 합니까! 으악!”
기사들의 외침에도 지셀은 멈추지 않았다.
“너희들은 말로 해서 안 되니까 데리고 온 거야. 실전이 곧 수련이다.”
기사들은 아울베어보다 지셀에게 수련을 빙자한 공격을 당하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그 모습을 본 카오르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휴, 나는 혼자 죽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보고 있는데 맞으면 곤란하다. 자신은 언제나 멋져 보여야 했다.
쿠웅! 쿠웅! 쿠웅!
지셀이 동분서주하며 도운 덕분에 아울베어들은 모두 쓰러졌다. 그리고 지셀에게 얻어맞은 기사들도 모두 쓰러졌다.
“으으으…….”
“진짜 수련하다 죽게 생겼어…….”
“내가 미쳤지……. 진작 도망갔어야 했는데.”
기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지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영주가 하는 꼴을 보니 진짜로 몬스터 10만 마리를 잡아야 집에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구경한 짐꾼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람 뭐야? 너무 강하잖아?”
“수십의 몬스터와 기사들을 혼자서 쓰러뜨리다니…….”
“지금까지 본 헌터들 중에서 제일 강한 거 같아.”
다들 감탄할 때 지셀은 아울베어의 시체들을 보며 희희낙락했다.
“이야, 시작부터 운이 좋군. 아울베어의 가죽을 이렇게 많이 구하다니.”
아울베어의 몸통은 곰과 비슷하다. 한 마디로 곰 가죽을 잔뜩 얻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덩치들이 너무 커서, 이걸 다 들고 산에 들어가는 건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짓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산에 들어가기 전이기에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지셀은 마부들에게 말했다.
“어이, 이거 대충 해체할 테니 요새로 들고 가서 맡아 둬. 대신 추가금을 주도록 하지.”
“맡겨만 주시죠! 저희도 해체 작업 정도는 할 줄 압니다.”
마부들은 신이 나서 단번에 수락했다. 이런 공돈을 거절하면 바보다.
100명이 넘는 짐꾼과 마부들이 달라붙으니 시체는 금방 해체되었다. 정교한 작업은 요새에 가서 해야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모두 수레에 실어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마부들이 아울베어의 부산물들을 잔뜩 싣고 돌아갔다.
지셀은 남은 짐꾼들과 기사들을 이끌고 산으로 들어갔다.
“자, 사냥과 수련을 다시 시작한다.”
그 말과 동시에 무지막지한 몬스터 사냥이 시작됐다.
카아악!
께에에엑!
쿠오오오!
몬스터들의 천국답게 산속에서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고블린은 물론이고 머리가 하이에나와 비슷한 놀, 큰 덩치와 흉측한 얼굴이 특징인 버그베어까지 그 종류는 다양했다.
하지만 모두 결과는 같았다. 철저하게 약점(?)만 공격하는 지셀의 검을 피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지셀은 몬스터들을 잡으면서도 기사들을 지도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뭐 해! 약점을 공격하라고! 약점을!”
“어디가 머리인데요!”
이름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동그란 공 모양의 그것은 곳곳에 다리가 달려 어디가 약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콰직!
지셀은 그냥 그대로 반으로 갈라 버린 뒤 말했다.
“이건 스커치라는 몬스터다. 죽여도 얻을 게 전혀 없는 놈이지. 앞으로 어디가 머리인지 모르는 몬스터가 나오면 그냥 반으로 쪼개 버려.”
“…….”
말이 쉽지, 그런 걸 아무나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기사들은 계속 지셀에게 얻어맞으면서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고 싶다…….’
‘평소에 열심히 좀 수련할 걸…….’
‘몬스터한테 죽기 전에 영주한테 맞아 죽겠어…….’
그간 느슨했던 기사들의 마음에 긴장감이 잔뜩 차올랐다. 집중력도 최고조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한테 맞는 것보다 지셀에게 맞는 게 더 아팠기 때문이다.
콰직! 콰직! 콰앙!
기사들의 검이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힘들지만 다들 전투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따라온 짐꾼들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림자 산맥은 튜리안 왕국의 재앙이라 불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몬스터들에게 오히려 재앙이 덮친 것만 같았다.
“좋아, 잘하고 있어! 더 빨리빨리 움직여라!”
“아오! 제발 좀 천천히……. 켁!”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게 지셀이다. 투덜거리던 기사는 한 대 얻어맞고 끌려갔다.
짐꾼이 100명이나 되어도 지셀의 사냥 속도가 워낙 빠르니 해체 작업이 늦어졌다. 나중에는 기사들도 같이 참여해서 쪼그려 앉아 몬스터들을 해체해야만 했다.
“저기……. 짐이 너무나 많습니다. 더 이상 들고 가는 건 무리입니다.”
짐꾼들마저 항복했다. 사냥 속도가 무지막지해도 너무 무지막지했다.
지셀은 혀를 차며 자리에 털썩 앉아 버렸다.
“에잉, 느려. 오늘은 일단 쉬자. 최대한 많이 들고 갈 수 있게 해체해.”
짐꾼들은 열심히 몬스터들의 시체를 해체했다. 어찌나 많은지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도 다 끝내지 못할 정도였다.
아우우우우!
“아오! 또 왔네!”
밤에도 기사들은 쉴 수가 없었다. 몰려오는 다이어 울프들과도 한바탕 한 뒤에야 겨우 쉴 수가 있었다.
“아, 다 못 들고 가겠네.”
100명의 짐꾼들과 기사들까지 등에 가득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챙겼음에도 꽤 많이 남았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다시 오자.”
지셀은 조금 아쉬워했지만, 짐꾼들과 기사들은 화색을 띠었다. 고작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한 달은 사냥한 것처럼 피곤했다.
이제 마차는 없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했지만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지셀과 일행들이 요새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 변했다.
“미친……. 저게 하루 만에 사냥해 온 거라고?”
인부들과 기사들이 등에 짐을 잔뜩 진 채 들어온다. 마치 대형 상단이 요새에 들어온 거 같았다.
요새 역사상 단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사냥한 파티는 없었다. 지셀 일행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였어도 말이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넋이 나간 채 행렬을 바라만 보았다.
호기심에 들어오는 인원을 세어 보던 한 헌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한 명도…… 안 죽었네?”
사람들은 이미 마부들이 아울베어의 가죽을 잔뜩 가지고 온 것을 봤다. 그걸 제하고도 하루 만에 수백 마리는 잡은 거 같았다.
그렇게 많이 잡았는데 한 명도 안 죽은 건 말이 안 된다. 저 정도 수량을 잡으려면 한시도 쉬지 않고 싸웠어야 했다.
사람이 휴식도 취하지 않고 계속 싸우면 최소 몇 놈은 죽어야 정상이다.
“나갈 때와 인원이 같잖아? 이게 말이 돼?”
“그래도 다들 여기저기 다치긴 했는데…… 왜 사람한테 맞은 거 같지?”
“인간형 몬스터가 많이 나왔나?”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말을 훔쳐 듣고 기사들은 눈물을 삼켰다. 인간형 몬스터가 아니라 인간한테 맞았다.
아니, 인간의 탈을 쓴 몬스터가 분명하리라.
사람들은 지셀과 기사들의 전적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은 또 일어났다.
지셀은 다음 날이 되자 다시 짐꾼들을 잔뜩 이끌고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올 즈음이면 어제와 비슷하게 전리품을 잔뜩 챙겨 왔다.
“이게 말이 되나? 아무리 강해도 지형과 몬스터들의 특성을 모르면 힘들 텐데?”
“제법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사냥은 처음 아닌가? 속도가 너무 빨라.”
“이거 완전히 베테랑 헌터잖아?”
아무리 숙련된 헌터라도 이렇게 무식하게 사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숙련된 헌터들은 욕심내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사냥을 멈춘다. 그게 오래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온 놈들은 그딴 건 모른다는 듯, 그냥 무지막지하게 몬스터들을 초토화하고 있었다.
이제 따라간 짐꾼들도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왔다. 왠지 자신들도 전공에 한몫을 한 기분이었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자 슬슬 헌터들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저놈들이 그간 사냥한 게 엄청나. 그걸 뺏을 방법이 없나?”
“힘으로는 안 돼. 돈카드가 나서면 모를까. 작업장에서 맡아 주고 있잖아?”
“거기를 건드려서 우리가 좋을 건 없지.”
헌터들은 목숨까지 걸고 싸우는데 몬스터를 죽이기만 하고 끝난다면 손해다. 당연히 골수까지 뽑아 돈이 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요새에서는 그런 작업이 무척이나 발달했다. 사체들의 발골부터 무두질까지 모두 도맡아 하고 보관까지 해 주는 작업장이 성행했다.
헌터들도 웬만해서는 이 작업장은 건들지 않았다. 경비가 만만치 않기도 했지만, 작업장을 공격한 게 알려지면 다른 작업장에서도 받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셀은 작업장의 창고에 쌓아 둔 것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크, 몸 풀면서 돈 벌기에는 참 이만한 게 없어.”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가죽과 뼈 등을 볼 때마다 감탄만 나왔다. 심지어는 내장까지 따로 빼는 몬스터도 있었다. 어떤 건 약이나 음식 재료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기사들도 매일같이 싸우느라 피곤해했지만, 창고를 구경할 때마다 넋이 나갔다.
“우와, 이게 다 돈이라는 거 아냐?”
“우리 영주님은 진짜 필요하면 어떻게든 구해 오긴 하네.”
“그런데 이걸 이제 10만 마리나 잡아서 보내야 해…….”
누군가 그 말을 하자 다들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며칠 동안 정말 죽을 정도로 굴렀다. 아니, 솔직히 죽는 게 나을 거 같았다.
몬스터한테 맞는 것도 서러운데 아군한테도 맞는다? 기사들은 이미 인류애를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런데…… 갈수록 속도가 빨라져.’
‘이게 정말 효과는 있는 건가?’
‘영주 덕분에 엄청 빠르긴 한데……. 우리끼리 어떻게 이 속도를 내지?’
지셀의 몬스터 사냥 속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어떤 몬스터도 자기 약점(?)을 방어하지 못했다.
기사들은 그 뒤를 정신없이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몬스터를 잡는 속도가 빨라지긴 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실력이 늘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오지?’
10만 마리를 잡으려면 매일 같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 이렇게 지독한 수련이 있을 수가 없었다.
지셀의 사냥이 계속될수록 헌터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슬슬 쏟아져 나왔다.
“그 새끼가 사냥터를 다 싹쓸이하고 있어. 처음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더니 이제는 우리가 하는 곳까지 왔다고.”
“한번 기강을 잡아야 하지 않겠어? 밖에서 죽이든지 해야 할 거 같은데.”
“그걸 누가 할 건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그간 보여 준 실력과 전적들을 보면 시비를 걸기에는 무척 부담스러웠다.
결국 헌터들이 믿는 건 이 요새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아이언클리프의 왕’ 돈카드였다.
“역시 돈카드가 움직여야겠지?”
“그렇지. 돈카드 말고는 힘들 거 같아. 인원도 만만치가 않으니까.”
“그런데 돈카드는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저놈들 협회비도 안 내고 있는데.”
“여관에서 아놀드 패거리 쓸어 버렸잖아. 사냥하는 실력도 소문날 정도고. 아무리 돈카드라도 당연히 부담스럽겠지.”
“그래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야.”
“그래, 저놈들 어제는 돈카드네 사냥터도 건드렸다더라고. 슬슬 결판을 내겠지.”
요새 안에서 흉흉한 소문이 퍼져 나갔다. 이 요새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이끄는 돈카드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었다.
분위기는 결국 그렇게 흘러갔다. 돈카드로서도 자신의 사냥터를 건든 놈들을 가만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돈카드다! 돈카드가 왔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일단의 무리가 여관으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