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나에게 바쳐라. (2)
“이놈!”
워로카는 바로 도끼를 잡고 지셀을 향해 휘둘렀다.
그 또한 북방의 전사다. 아무리 다른 야만인들보다 정치적인 판단을 중시한다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
카아앙!
지셀도 빠르게 검을 뽑아 워로카의 도끼를 막으며 웃었다.
“여기서 먼저 해볼까?”
“이놈……. 협상을 안 하겠다는 말이냐?”
“나는 그딴 것에 연연하지 않아.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죽일 수 있으면 죽인다.”
“이이……!”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두 사람이 무기를 맞대고 서로를 노려보자 다른 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창! 차차창!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무기를 뽑고 서로를 노렸다. 후방에서 대기하던 군대들도 긴장을 한 채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클로드는 옆에 있는 웬디에게 속삭였다.
“빨리 나 업어 줘. 바로 도망가자.”
웬디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서, 즈발터가 짐짓 성난 표정으로 외쳤다.
“그만! 그만! 지금은 협상을 하러 온 자리가 아닌가!”
그 말에 지셀이 워로카에게 비웃음을 던지며 검을 돌려 집어넣었다. 워로카 또한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도끼를 거두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서로를 노려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워로카는 속이 끓어 참기가 힘들었다. 좋게 협상이 끝나나 했는데 웬 애송이 놈이 끼어들더니 협박까지 해 댔다.
“말 5천 필을 달라고? 이곳에 모인 전사들의 말을 거의 다 빼앗겠다는 거냐?”
“그래, 너희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당장은 그 정도만 받겠다. 이렇게 배려심이 깊다, 내가.”
“이 건방진…….”
워로카는 이를 악물었다.
말이 없으면 전사들의 기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약탈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식량을 수급하는 부족들의 특성상, 여기서 말을 뺏기면 식량을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워로카는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딴 제안을 수락할 거 같나? 말이 없는 전사는 이곳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럼 그 전에 여기서 나한테 죽든가. 죽이고 다 빼앗아 가는 게 나도 편하거든.”
“이놈이 끝까지…….”
워로카가 다시 도끼를 움켜쥐었다.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놈을 죽여야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될 거 같았다.
야만인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일단 몇 놈을 죽이고 힘을 과시해야 유리한 조건을 받을 수 있다.
워로카도 결국 야만인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이다.
다시 도끼를 휘두르려던 그때, 워로카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내 도끼를 이렇게 쉽게 막았다고?’
분명 먼저 공격을 시작했던 건 자신이었다. 검을 뽑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자신의 공격을 이리 쉽게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모골이 송연한 느낌을 애써 내리누르며 상대의 정체를 물었다.
“네놈이…… 핏빛 악마인가?”
“너희들은 그렇게 부르는 거 같더라. 악마는 아니지만. 난 비폭력 평화주의자다.”
사람들이 안 믿어 줘서 그렇지, 지셀은 정말 평화롭게 일을 처리하는 편을 더 좋아한다. 그냥 상황이 자꾸 주먹을 써야 하는 쪽으로 돌아가게 될 뿐이었다.
워로카는 눈을 부릅뜨고 몇 번이나 손을 움찔거렸다. 건방을 떠는 애송이에게 당장이라도 도끼를 휘두르고 싶었다.
‘이렇게 젊은 놈이…… 이런 애송이가 정말 핏빛 악마라고?’
하지만 상대는 쿠스투를 잡아 죽인 자다. 5천의 전사를 갈아 버린 자다. 싸워 보고 싶다는 전사의 호승심과 이길 수 없을 거 같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몸집을 불렸다.
으드득.
워로카는 심경이 무척이나 복잡해졌다. 전사의 자존심과 자신의 야망이 몇 번이나 마음속에서 부딪쳤다.
두 사람의 험악한 모습을 본 클로드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그럼 그렇지. 저 성질에 그냥 좋게 끝날 리가 없지.’
한 2천 필만 달라고 했어도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5천 필이나 달란다. 그딴 요구를 누가 들어주겠는가?
클로드도 야만인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했다. 이미 무기까지 한 번 휘둘렀으니, 당장 자리를 박차고 돌아가 전투 준비를 할 것이다.
‘빨리 웬디가 업어 줘야 하는데.’
클로드는 도망갈 준비를 하며 애타는 마음에 슥 눈치를 봤다.
그런데…….
“이이익…….”
워로카는 가만히 있었다. 계속 이만 갈며 지셀을 노려볼 뿐이었다. 전혀 야만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방금은 무기 휘둘렀잖아? 갑자기 왜 저래? 우리 미친 영주가 또 무슨 짓 한 건가?’
클로드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워로카와 지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주먹만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워로카를 보며 지셀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뭐 해? 싸울 거면 싸우고. 말 가져올 거면 당장 가져와. 아니면 깔끔하게 일대일 대결이라도 해 줄까?”
사실 이렇게 지셀이 나서는 건 무례한 일이다. 협상의 대표는 즈발터였기 때문이다.
‘예의고 뭐고, 아버지에게 맡겼다가는 또 호구 노릇 할 게 뻔해. 은근히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즈발터도 야만인들의 상황을 잘 아니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줄 것이었다. 거기에 안정을 꾀하며 전력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지셀의 방식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건 모두 얻는다.
거기에 방해가 되면 죽인다.
야만인들을 상대하는 자세로는 이 두 가지면 충분했다.
워로카는 고개를 돌려 애꿎은 즈발터에게 화풀이를 했다.
“북방의 늑대! 당신이 협상의 대표가 아닌가! 이 제안이 정녕 당신의 뜻인가!”
즈발터는 이마를 짚었다. 아들놈이 끼면 뭐 하나 부드럽게 흘러가는 일이 없다.
예전 같았으면 즈발터의 수하들이 먼저 무례하다고 지셀을 성토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최근 페르디움의 상황이 나아진 건 모두 지셀 덕분인 걸 알기 때문이다.
왠지 또 소외감이 느껴졌다.
‘여보…… 왜 그렇게 빨리 가서…….’
잠깐 눈시울을 붉힌 즈발터는 고개를 젓고 답했다.
“방금 위임했다.”
우리 뜻이 아니라고 해 봤자 이쪽 체면만 떨어질 뿐이다. 즈발터는 협상을 전부 지셀에게 맡기고 괜히 옆만 바라보았다. 바람이 선선하다.
“아, 날씨 참 좋네.”
“이, 이익!”
즈발터까지 모르는 척하자 워로카는 한참을 씩씩거리다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나는…… 저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태양돌 부족뿐이라면 괜찮겠지만 다른 부족들은 틀림없이 반발할 것이다. 얻는 것도 없이 말을 다 뺏길 바에는 차라리 싸우다 죽겠다고 버틸 것이다.
그렇다고 싸우자고 할 수도 없었다. 상대가 그간 쌓아 온 전공도, 지금 보여 준 실력도 어마어마했다. 이길 자신도 없고, 만에 하나 이긴다 해도 피해가 클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꿈은 박살이 난다. 부족의 멸망이 코앞에 오게 되는 것이다.
워로카는 자신의 욕심과 부족을 이끄는 자로서의 책임감, 전사로서의 호승심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흠.”
지셀은 저 멀리 줄지어 있는 야만인들의 군대를 보며 말했다.
“건방지게 굴더니 이제야 좀 대화할 만한 자세가 되었네. 내가 너한테 힘을 조금 실어 주도록 하지.”
“뭐?”
“너희들에게 부족한 걸 조금 채워 주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워로카의 옆에 있던 전사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방금 워로카와 함께 도끼를 뽑아 들고 위협하던 자였다.
“제일 중요한 말들을 다 뺏어 가겠다면서 뭘 채워 주겠다는 거냐!”
“넌 뭐냐?”
“나는 태양돌 부족의 대전사! 몬가 부조케다! 우리는 부족한 게 없으니 너희들에게 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다! 싸우고 싶다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부족한 게 많은 거 같은데.”
지셀의 중얼거림에 워로카는 입을 앙다물었다.
몬가가 대전사다운 자신감과 호전성을 보여 주긴 했지만, 그건 워로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핏빛 악마의 말대로 사실 그들에겐 부족한 게 많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들었다.
상대가 지금 무언가 협상의 물꼬를 터 줬는데 몬가가 쓸데없이 나서서 분위기를 망쳤으니 워로카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누가 끼어들라고 했나?”
워로카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몬가는 입을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분위기가 좀 가라앉자 워로카는 지셀을 보며 물었다.
“무엇을 도와주겠다는 거지?”
“식량.”
“……?”
“너희들이 당분간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식량을 주지.”
“식, 식량을 주겠다는 말인가?”
“그래. 그리고 지금까지 잡았던 포로들도 모두 너에게 넘겨주겠다.”
“으음…….”
워로카는 고민에 빠졌다. 야만인들에게도 식량은 가장 필요한 자원이었다. 애초에 루타니아를 약탈하는 것도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포로들을 받는 것도 좋다. 대부분 노약자겠지만, 그중에도 아이들이 있을 터. 그들은 커서 부족의 훌륭한 전사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아이들이 클 때까지는 지금 있는 전사들만으로 포로들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식량을 받는다면 당장은 괜찮겠지만 곧 기아에 허덕여 더 힘들어질 게 뻔했다.
고민하는 워로카에게 지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말 200필을 매년 조공으로 바친다면 식량을 하사품으로 주도록 하지. 그리고…… 그 식량을 분배하는 권한도 너에게 맡기겠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 말에 워로카가 눈을 빛냈다.
당장은 말을 뺏긴 부족들을 달래기 위해 공평하게 나눠야겠지만, 그 이후에는?
식량을 꽉 쥐고 있다면 가장 강력한 부족이 될 수가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통일은 더 쉬워진다.
‘다른 놈들이 계속 덤비긴 하겠지만……. 어차피 원래도 힘으로 복속시키려고 하지 않았는가?’
전사들은 자존심 때문에 워로카가 식량을 쥐고 있더라도 그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을 것이다. 아마 다들 식량을 뺏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겠지.
하지만 배불리 먹은 전사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태양돌 부족은 부족 중에서 최강을 다투고 있지 않은가.
워로카의 두 눈이 욕심으로 번들거렸다. 말들을 잃는 대신 다른 부족들을 더 빠르게 누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셀이 피식 웃었다.
‘네놈이라면 받아들일 줄 알았지.’
야만인답지 않게 생각이 많은 워로카는 전생에 결국 부족들을 통일한다. 무식한 야만인들이 그나마 머리 쓰는 놈을 이길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인원을 거느리면서 워로카는 계속 식량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그는 페르디움이 멸망한 뒤, 델파인 공작에게 식량을 지원받기도 했다. 마수의 숲을 개발하는 동안 방해하지 않는 것이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고민하던 그가 잡은 기회가 바로 용병왕과 루타니아의 1년 전쟁이었다.
왕국이 전란에 휩싸이자 그는 그 틈을 이용해 밀고 들어왔다. 물론 지셀에게는 여러 선물을 바치며 굽실거리는 걸 잊지 않았다.
― 적당한 땅 몇 개만 가져가겠습니다. 절대 왕의 군대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 멋대로 해라. 단, 내 일을 방해한다면 너부터 쓸어 버릴 것이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
워로카는 지셀이 쓸고 간 땅 이곳저곳을 차지하며 난장을 피웠다. 지셀 또한 루타니아의 전력을 깎을 생각이었기에 일단은 그가 뭘 하든 내버려 두었다.
그의 최우선 목표는 델파인 공작의 목을 베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그 뒤에는 야만인들도 모조리 잡아 소멸시키려 했었다.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죽어 버렸지만.
워로카에게 제안한 건 그래서였다. 야만인 중에 말이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 자는 그뿐이니까. 그에게는 이 북방을 통일할 야심과 욕심이 훨씬 더 중요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워로카는 결단을 내렸는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말들을 주겠다. 다른 부족들을 설득하고 오지. 단, 식량은 무조건 나에게 다오. 내가 알아서 분배하고 조율하겠다.”
“그러도록 하지. 나머지 부족들을 설득하고 와라.”
“알겠다. 식량을 준다고 하면 그들도 따를 것이다.”
워로카는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돌아갔다. 식량이야말로 지금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후후, 식량을 얻고 부족을 통일한다면 네놈들도 가만두지 않겠다. 넘겨받은 포로 아이들만 잘 키우면 인원도 우리가 훨씬 많아지게 된다.’
워로카는 속생각을 숨긴 채 웃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북방의 거대한 왕국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 대화를 전부 지켜본 클로드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악마가 아니긴. 완전 악마네, 악마.’
딱 봐도 훤히 보인다. 말을 뺏긴 야만인들은 기동력과 전투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식량을 노리고 부족끼리 벌일 쟁탈전이다. 이제 저들은 지셀이 던져 준 식량을 두고 끝없이 싸울 게 뻔했다.
한쪽은 그걸 지켜 부족들을 지배하려 할 테고, 다른 쪽은 그걸 어떻게든 뺏으려 할 것이다.
만약 공정하게 분배하고 부족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오히려 페르디움이 위험해지겠지만, 아무리 봐도 워로카는 그럴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설령 부족들이 통일된다 한들 그것도 문제였다. 부족민이 늘어날수록 그들을 먹여 살리는 것도 일이 된다.
‘5년 휴전? 그사이에 뭐 부족 통일이라도 할 셈인가. 어차피 모든 부족을 통일해도 식량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일 텐데. 이쪽에서 던져 주는 식량을 받아먹겠다고 말이나 바치고 굽실거리며 살겠지. 쯧쯧. 야심은 있는 거 같은데 욕심이 너무 커서 그 정도까지는 생각을 못 하는 모양이구나.’
저자는 지금 자신의 욕심 때문에 부족의 미래를 버린 것이다.
이제 야만인들은 루타니아의 북부를 침공할 수 없게 되었다. 휴전 기간 5년 동안 영주가 식량으로 제대로 길들일 테니까.
‘이번에도 영 수상해. 저자에 대해 모른다면 이런 술책이 통할 거라고 생각할 리가 없어.’
영주가 생각한 대로 너무나도 딱딱 맞아떨어진다. 정말 클로드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진짜 궁금해 뒤지겠네!’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다.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영주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다. 이러니 클로드는 속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 클로드의 생각도 모른 채 지셀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말도 대량으로 구했고 목줄 채울 준비도 잘 됐군. 이제 뒤통수 맞을 걱정은 안 해도 괜찮겠어.’
지셀도 최대한 전력을 아껴야 한다. 워로카는 그걸 몰랐을 뿐이다.
물론 끝까지 덤볐으면 그냥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여기서 쓸어 버렸을 것이다. 후방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으니까.
‘이쪽은 몇 년간 덤비지 못할 테니 페르디움은 마음 놓고 병력을 뺄 수 있겠군.’
소식을 들으니 아멜리아와 발루아 남작의 내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지셀보다 데이븐을 처치하는 게 더 급했을 터다.
설사 아멜리아가 빠르게 이긴다 해도 한동안은 펜리스 영지에 손을 뻗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전력을 추스르고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해럴드 데스몬드.’
지셀이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둘씩, 차근차근 그놈의 목을 벨 준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