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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229화 (229/269)

229화 내가 모든 걸 차지할 시간이다. (3)

카앙!

위르겐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베르나프의 검을 쳐내고, 옆에서 짓쳐들어오는 칼레브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달려든 자는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부우웅!

자신의 다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울칸의 강철 곤봉. 위르겐은 그것을 보고 바로 검을 빼려고 했다.

카각!

하지만 칼레브의 소드 브레이커에 검날이 걸려 검이 제때 빠지지 않았다. 당연히 몸의 반응도 늦어지고 말았다.

콰아앙!

“크으읏!”

정강이를 얻어맞은 위르겐은 순간 비틀거렸다. 마나를 최대한 끌어 올려 방어했지만 뼈가 부러진 것만 같았다.

베르나프와 싸우면서 힘을 너무 소모한 탓에 확실히 방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북부제일검이라는 칭호는 허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로는 쓰러지지 않았다.

“감히!”

콰지직!

위르겐은 마나로 감싼 소드 브레이커의 톱날을 부수고 묶여 있던 검을 비틀어 뽑아내었다. 항상 무표정하던 칼레브조차, 그 힘에 살짝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위르겐이 상대해야 할 자는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었다.

푸욱!

“컥!”

양쪽에서 공격당한 위르겐이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한 틈을 타, 콘라드의 레이피어가 그의 목을 번개 같은 속도로 꿰뚫었다.

“이, 이놈들이…… 크륵!”

하지만 강대한 마나를 지닌 위르겐은 레이피어에 뚫린 정도로는 쉽게 죽지 않았다.

한 놈이라도 죽이려 검을 다시 들어 올렸지만, 어느새 뒤를 점한 칼레브가 단검을 꺼내 위르겐의 목을 몇 번이고 찔러 댔다.

푹! 푹! 푹! 푹!

“컥, 커억!”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반복해서 목을 찌르는 칼레브의 모습에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야야, 비켜 봐! 몽둥이 들어간다!”

울칸이 강철 곤봉을 높이 들고 외치자 칼레브가 뒤로 슥 물러났다.

울칸은 이를 악물고 그대로 위르겐의 머리를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위르겐의 머리는 단숨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쿵!

잠시 비틀거리던 위르겐의 시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연회장에 고요한 침묵이 가득 찼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북부제일검 위르겐은 레이폴드의 자랑이자 무력의 상징이었다.

홀로 100명의 기사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다고 알려진 게 그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한 지역의 제일검이라 불릴 수 있었다.

위르겐은 실제로도 여러 분쟁 지역에서 혼자 수십의 기사들을 척살한 전적이 있었다.

그랬던 그가, 아멜리아가 데려온 웬 거지 같은 놈들의 협공을 받아 허무하게 죽은 것이다.

그것도 고작 3명에게, 몇 번 공방을 나누지도 않고 말이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다른 기사들이 끼어들 틈도 없었다.

그리고 세 사람의 난입에 밀려 뒤로 물러나 있던 베르나프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힘 다 빼 놓은 건데…….’

아멜리아에게 잘 보일 기회였는데 또 놓치고 말았다. 괜히 힘만 빼고 득도 없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베르나프를 보고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가 뭘 원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어쩜 저렇게도 속마음이 노골적으로 보이는지, 저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잘했어, 베르나프. 수고했어.”

아멜리아의 칭찬을 들은 베르나프의 얼굴이 금세 활짝 펴졌다.

‘내가 제일 먼저 칭찬받았으니 이건 내가 이긴 거다.’

칼레브, 울칸, 콘라드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베르나프 혼자서 열을 내며 승부를 걸고 있었다.

베르나프의 승부는 언제나 누가 아멜리아에게 더 잘 보이느냐로 결정된다. 누가 먼저 위르겐을 죽였느냐 따위가 아니다.

자신이 제일 먼저 칭찬을 받았으니 됐다. 그럼 자신이 최고라는 뜻이다.

아멜리아는 위르겐의 시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휴, 드디어 제일 거슬리던 인간을 죽였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니까 걔는 왜 안 믿고 그랬을까.”

그녀는 위르겐의 실력부터 작은 버릇까지 전부 파악해 최적의 전법을 짜 두었었다. 해럴드가 그녀를 믿지 못하고 계속 미적댄 탓에 나서지 못했을 뿐이었다.

해럴드로서는 그녀가 거느린 수하들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베르나프를 비롯한 이들은 모두 아멜리아가 따로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쓸 만한 수하라고 해 봐야, 제법 유명한 산적이었던 울칸 정도나 알고 있을 뿐이었다.

“자, 이제 정리를 좀 할까?”

아멜리아는 겁을 집어먹고 서로 바짝 붙어 있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레이폴드 백작은 위르겐이 죽자 충격을 받고 주저앉은 뒤였다. 전투 진형을 갖추던 호위 기사들 또한 검을 내려놓았다.

끝이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위르겐이 죽었으니 이곳에서는 아멜리아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살아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녀가 베르나프에게 고갯짓하며 말했다.

“분류해. 손님들은 무사히, 정중하게 보내 드리도록.”

아멜리아 쪽 병사들은 베르나프의 지휘에 따라 살려 줄 사람들은 모두 연회장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

아무 힘도 없는 백작의 딸들과 일부 관료들, 그리고 항복한 기사들과 다른 영지에서 초대받아 온 귀족들이었다.

레이폴드 백작은 꽁꽁 묶인 채 따로 끌려 나왔다.

“놔라! 이 무도한 것들! 이곳의 주인은 나다! 나란 말이다! 너희들이 충성을 바쳐야 할 사람은 저년이 아니라 나라고!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내 군대와 봉신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너희들을 반드시 쳐 죽일 것이다!”

아무리 외쳐도 기사와 병사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레이폴드 백작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이제 연회장에 남은 자들은 권력을 쥐고 있던 가신들과 연회에 참석한 군대의 지휘관들, 그리고 레이폴드의 후계 서열 안에 드는 백작의 아들들과 친척들이었다.

그녀가 살짝 손을 들자 병사들이 조용히 그들을 둘러싸고 섰다. 그러자 남은 자들이 모두 사색이 되어 외쳤다.

“사, 살려 다오! 아멜리아!”

“이러면 안 돼! 우리는 가족이라고!”

“아가씨! 제발 살려 주십시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절규 어린 외침에도 아멜리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내려간 순간.

파파파팍!

병사들이 동시에 엄청난 수의 쇠뇌를 발사했다. 날카로운 살촉들은 무방비 상태로 있던 사람들의 몸을 거침없이 꿰뚫었다.

“으아아아악!”

고통 어린 비명과 함께 모든 이들이 쓰러졌다. 그들의 숨이 끊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회장의 바닥은 그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었다. 따로 분류되어 살아남은 자들은 벌벌 떨며 몸을 움츠렸다.

“으, 으으으…….”

레이폴드 백작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았다.

“으으, 으으으으…….”

그는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연신 신음성만 내뱉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 같았으나, 마음대로 쓰러질 수도 없었다.

병사들이 그를 단단히 붙잡고 앉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멜리아는 레이폴드 백작에게 다가가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너, 너……. 너…….”

레이폴드 백작은 충격으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딸에게 순식간에 권좌를 빼앗겼다. 자신의 편이었던 가신들마저 죽었다.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던 북부제일검도 죽고 말았다.

지금 이게 현실이 맞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꿈이다, 이건 악몽이 분명했다.

“너…… 너…….”

성품이 조용하고 명망도 높았기에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여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지셀 페르디움과 파혼한 뒤에는 나이 탓에 새로운 혼처를 찾기 어려워졌지만, 그나마 영지민들을 달래는 재주가 있으니 가문에 보탬이 되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연기였다니! 자신의 자리를 뺏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거라니!

이럴 줄 알았다면 격이 떨어지는 가문에라도 진작 시집을 보냈어야 했다.

“너……. 네년이, 네년이 감히…….”

욕을 하고 저주를 퍼붓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뭔가 목에서 턱 걸려 어떠한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끄으으…… 끄…….”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던가.

아들들이 죽은 것보다, 충성하는 가신들과 기사들이 죽은 것보다, 무시하고 있던 딸에게 권좌를 뺏긴 것이 그에게는 더욱더 고통스럽고 충격적이었다.

분노로 가득 차 눈이 시뻘게져서는 피거품까지 무는 아버지를 보며, 아멜리아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한참 동안 레이폴드 백작을 바라보던 그녀가 마침내 내뱉은 말은 짧은 한마디였다.

“끌고 가.”

“끄으으! 너! 너!”

초라한 모습으로 끌려가면서도 레이폴드 백작은 고개를 돌려 아멜리아를 노려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친 그녀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잠깐만.”

병사들이 걸음을 멈췄다. 레이폴드 백작은 여전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죽일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오래전, 아버지와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 아빠, 아빠!

― 오오,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딸이 왔구나!

아직 아멜리아가 어렸을 때, 백작은 아멜리아를 번쩍 들어 힘껏 안아 주며 볼을 비볐다.

그때도 이렇게 눈을 마주쳤었다.

아버지의 눈을 보니, 당시에 한껏 웃으며 했던 말이 기억났다.

아멜리아는 그때와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그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건넸다.

“생일 축하해요, 아빠.”

오늘은 레이폴드 백작의 생일이었다.

* * *

“으아아악!”

“살려 주십시오!”

밤의 학살은 연회장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군대의 지휘관들은 각지에서 습격당해 죽거나 붙잡혀 처형되었다.

가신들과 관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멜리아에게 반대할 만한 자들과 평소에 그녀를 내려다보았던 자들은 모두 어김없이 처치되었다.

공석이 된 자리는 그녀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새로운 해가 뜨고 아침이 밝은 뒤, 레이폴드의 주인은 아멜리아로 완벽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영지민들은 하나둘씩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를 내질렀다.

“와아아아! 영주님이 바뀌었다!”

“아멜리아 아가씨가 새로운 백작님이시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아멜리아는 영지민들에게 높이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항상 그들을 생각해 주고,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오랫동안 도와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기근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아낌없이 나눠 줬었다. 지셀 덕분에 싸게 비축해 두었던 식량이었다.

당연히 레이폴드 백작과 가신들은 그녀를 질책했다.

― 그 귀한 식량을 어찌 그런 천한 것들에게 쓴다는 말이냐! 당장 가져와서 영지의 창고에 넣도록 해라!

― 제 재산은 제가 알아서 쓰겠습니다. 영지민들이 있어야 영지가 있는 법입니다. 영지민들을 소중하게 대해 주십시오.

― 이년이 감히 누구 앞에서 그딴 건방진 소리야! 당장 아멜리아의 식량을 모두 압수해라!

레이폴드 백작은 강제로 아멜리아가 모아 두었던 식량을 빼앗았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 극히 일부임을 모른 채로 말이다.

그 일은 순식간에 영지 전체로 퍼져 나갔다. 누가 일부러 소문을 내기라도 한 듯한 속도였다.

그 뒤로 식량 배급은 멈췄지만, 영지민들은 레이폴드 백작을 욕할 뿐 아멜리아는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의 뜻까지 거스르며 자신들을 돌보았다며 그녀를 더욱 칭송했다.

아멜리아는 개선식에서나 쓰는, 화려하고 시야가 탁 트인 마차를 탄 채 영지 곳곳을 행차하며 사람들에게 다시 식량을 나눠 주었다.

사람들은 더 환호하고 열광했다. 주인이 바뀐 것을 진심으로 반기고 있었다.

인자하기 이를 데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베르나프는 혀를 내둘렀다.

‘참, 종잡을 수가 없단 말이야. 어떨 때는 악마 같은데 어떨 때는 천사 같고……. 앗, 내가 무슨 생각을! 당연히 천사지!’

베르나프가 불충한 생각을 한 자신의 따귀를 혼자 몇 번 때렸다.

마차 주변에 몰려온 사람들 사이에서, 어린 소녀가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들고 마구 흔들고 있었다.

그걸 본 아멜리아는 마차를 멈추고 다가가 물었다.

“나 주려고 가져온 거니?”

“네!”

소녀는 상기된 표정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워. 소중하게 간직할게.”

아멜리아는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소녀를 꼭 안아 주었다. 무척이나 초라하고 볼품없는 꽃목걸이였지만, 아멜리아는 마치 빛나는 보석을 받은 것처럼 굴었다.

“와아아아! 역시 아멜리아 님이시다!”

냐앙!

사람들의 환호가 더 커졌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아멜리아도 활짝 미소 지었지만, 그 눈빛만은 차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어디에 숨은 거지?’

‘연회’의 뒤처리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연회장에서 죽은 이들의 시체를 일일이 확인해 봤지만, 4공자 데이븐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영주성에는 데이븐의 마차가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그도 연회장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데이븐뿐만 아니라 전속 호위 기사와 사용인들까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아멜리아는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고 퍼레이드를 마쳤다. 당분간은 이렇게 곳곳을 돌아다니며 민심을 달랠 생각이었다.

오래전부터 명망을 쌓아 두기는 했지만, 영지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빠르고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행사를 마치고 영주성에 돌아온 아멜리아는 거칠게 목에 걸린 꽃들을 뜯어내며 외쳤다.

“데이븐! 데이븐은 찾았어?”

“죄송합니다. 아직 소재 파악이…….”

베르나프가 쩔쩔매며 답했다.

처음에는 화장실이나 정원에 밀회를 즐기러 갔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영주성 주변을 포위했으니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멜리아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당장 그 새끼 찾아서 내 눈앞에 끌고 와.”

냐앙!

“알겠습니다.”

또 혼이 난 베르나프는 시무룩해져서 온 영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칼레브의 밀매단도, 울칸의 산적단도, 콘라드의 상단도 모두 데이븐을 찾는 데 매진했다.

북부의 대영주답게 레이폴드 백작은 개인적인 인맥도, 공적 동맹도 많이 맺고 있었다. 그들과 일일이 관계를 재정립해야 했고, 영지를 가진 봉신들과도 다시 협상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데이븐이 살아 있다는 게 알려지면 무척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어쨌든 왕국에서는 여자가 작위를 상속하는 걸 반기지 않으니까.

그런데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날아갔는지 그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멜리아의 수하들은 데이븐의 행적을 역추적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베르나프는 데이븐의 행방을 알게 되자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거기에 있다고? 왜? 분명 그 연회는 거절했다고 들었는데……. 어, 설마?”

데이븐은 이미 한 달이나 전에 영지를 떠나있었다. 그것도 대역을 세워 두고 말이다.

베르나프가 데이븐의 행방을 확인한 바로 그 시각, 지셀은 눈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사람에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 너 살려 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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