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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202화 (202/269)

202화 친구들 좀 데리고 와라. (1)

마법사들이 추가된 덕에 공사 속도는 매우 빨라졌으나, 여전히 쓸 만한 인재는 매우 부족했다.

특히 행정 업무를 볼 관리들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

영토와 인구가 늘어난 만큼 그에 따른 행정 업무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처음에야 펜리스의 관리들도 의욕적으로 달라붙었지만, 너무나도 과한 업무량에 점점 일이 밀리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글을 배워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재는 쉽게 구하기가 힘들다.

“흐음, 일이 점점 막히는 느낌이야.”

가신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잔뜩 쌓인 보고서를 보며 지셀이 중얼거렸다.

눈 밑이 거무죽죽하게 변한 클로드가 한탄하듯 말했다.

“네, 이러다가는 공사도 다시 밀릴 판입니다. 인부들의 일당 계산, 자원의 수급, 사고 처리 등이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걸 확인하고 처리할 인원이 너무 부족합니다. 신성력 덕분에 잠을 안 자고 일만 하는데도 그렇습니다.”

“피오테가 열심히 부활시키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이라니.”

“정신적 피로도 상당해요. 신성력이 뭐 정신력까지 회복시켜 주진 않더라고요.”

클로드도 몇 번이나 쓰러졌다 부활해 본 터라 툴툴거리며 말했다. 몸이야 멀쩡하다지만 정신력이 고갈되어 슬슬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방대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관리가 훨씬 더 많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계속 알아보고 있지?”

“네, 그런데 쉽지 않아요. 식량을 나눠 준다고 하니 사람이야 많이 오지만, 다들 아직 검증도 안 되었고 믿기도 힘듭니다. 다른 귀족들이 첩자를 어디에 어떻게 꽂아 넣을지도 모르니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을 맡기기가 어렵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슬슬 영지 봉쇄를 풀고 있으니까. 일단 검증이 안 된 자들에게는 단순 업무만 맡기도록 해.”

언제까지 영지를 막아 둘 수는 없었다.

새로운 사람들도 구해야 하고, 식량과 철광석을 팔아 다른 자원들도 대량으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지가 더 넓어진 만큼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문제였다.

앞으로도 세력을 확장할수록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그 부분에 대비해야 했다.

잠시 고민하던 지셀은 예전부터 생각했던 계획을 하나 꺼냈다.

“영지 곳곳에 교육 기관부터 먼저 만들자. 기초적인 학문하고, 가장 급한 의학을 가르치는 곳부터.”

“교육 기관이요?”

“그래. 영지민들 중에서도 똘똘한 사람들이 있을 거 아냐? 조금 가르치면 단순 업무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어때?”

“나쁘진 않네요. 어차피 언젠가는 지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세우는 데도, 가르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 당장 부족한 관리를 채울 수는 없을 겁니다.”

“그 문제는 그거대로 따로 해결해야지. 일단 교육 기관부터 빨리 만들고 당장 공부할 사람부터 모집해 봐. 교육비는 안 받는다. 공짜야.”

“그런데…… 사람들이 배우려고 할까요? 그런 거 배워 봤자 빵도 안 나오는데 뭐 하러 시간을 낭비하냐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텐데요.”

클로드의 말은 사실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그건 먹고살 만한 평민들이나 귀족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안 되는 공부를 해서 시간을 날릴 바에는, 그 시간에 차라리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문제는 지셀이 깔끔하게 해결했다.

“공부하면 빵 준다고 해.”

“네?”

“공부해서 남 주냐? 다 우리 영지를 위한 투자다. 테스트 좀 해 보고 쓸 만한 사람들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생계를 책임져 줘.”

“어, 음…… 알겠습니다. 그게 좋겠군요.”

학자 출신인 클로드는 반대하지 않았다.

영지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장기적으로 인재들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안정적인 환경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돈이 많이 들긴 하겠지만 좋은 정책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다른 가신들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라 딱히 반대는 하지 않았다.

잠깐 사이 생각을 정리한 지셀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보다 조금 더 상황이 안정되면 영지민들에게 검술과 마법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도 만들 생각이다. 그걸 위해서 새로운 법을 미리 제정하겠다.”

뜬금없는 발표에 모든 가신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셀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그대로 내뱉었다.

“첫째, 모든 아동의 노동을 금지한다. 우리 영지에서는 성년이 될 때까지 일을 할 수 없다.”

“예?!”

가신들은 깜짝 놀랐다. 루타니아 왕국에는 그런 법이 있는 영지가 없다.

아무리 아동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크면 일을 시키는 게 상식이었다.

그래서 영지 곳곳의 경작지와 공사장에는 부모가 끌고 온 어린아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허드렛일이라도 하면 약간의 보수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니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많은 영지민들이 반대할 겁니다. 그…… 자식은 부모의 재산과도 마찬가지라…… 자신들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상관없다. 이제부터 무조건 금지한다.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 대신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식량을 조금 더 지원해 주고.”

“끄응, 알겠습니다.”

가신들은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이 영주님은 한번 결정하면 그대로 밀어붙인다.

영지민들의 반발이 심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식량을 조금 더 주어서 달랠 수밖에.

그래도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려고 한 가신이 웃으며 말했다.

“영주님께서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는 줄 몰랐습니다. 모든 이들이 영주님의 따스한 마음씨를 칭송할 것입니다.”

그러자 지셀이 눈을 끔뻑이다가 말했다.

“뭔 소리야? 어렸을 때부터 노동을 하면 제대로 안 큰다. 잘 먹이고 건강하게 키워야 나중에 영지의 훌륭한 군인이 될 거 아냐. 그러니까 어릴 때 노동은 금지다. 성년이 되면 매년 기본적인 군사 훈련을 받게 할 거다.”

“…….”

다들 영주가 어떤 사람인지 깜빡 잊고 있었다. 그제야 지셀의 의도를 깨달은 가신들은 할 말을 잃었다.

지셀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둘째, 모든 아이들은 기초 교육을 받는다. 교육 기관을 세우는 김에 다들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해라. 거주지들을 통합하고 있으니 빠르게 가능할 거야.”

“저기…… 혹시 그것도?”

“그래, 글을 알고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 병사들이 수행할 수 있는 작전이 다양해지기도 하고, 어쩌면 그중에서 뛰어난 지휘관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

“…….”

“셋째, 아픈 사람에 대한 치료비는 영지에서 전적으로 지원해 준다. 그러니까 거주지마다 의료 시설들을 더 빨리 늘려라. 의사들도 최대한 곳곳에서 초빙해 오도록.”

“저기…… 혹시 그것도?”

“그래, 영지민들이 건강하고 튼튼해야 언제든 싸울 수 있는 군인이 될 수 있다. 다들 강력한 징집병이 되는 거지.”

“…….”

“이 세 가지가 오늘부터 영지에 적용되는 법이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 걸로 알겠다.”

의도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장기적으로는 영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법들이다.

법 자체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클로드가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말했다.

“크흠, 다 좋습니다. 다 좋은데……. 지금 영지를 관리할 인력도 부족합니다. 의사야 병원을 겸하면서 가르친다 해도 나머지 분야는 좀 ……. 누가 교육 기관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양성합니까?”

그러자 지셀이 씨익 웃었다.

“그거야 빠르게 사람을 채우면 되지. 다 방법이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냥 글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합니다. 그런 학자들을 어디서 그렇게 구해 옵니까?”

지셀이 클로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 다녔던 아카데미에서 친구들 좀 데리고 와라. 거기 사람들 많잖아?”

“제…… 친구들이요?”

“응, 최대한 많이 꼬셔 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펜리스에 오면 아카데미 교수 자리도 주고, 영지의 관리직도 준다고 해.”

클로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교수 일도 하고 관리 일도 하라니, 그딴 자리에는 누구도 앉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딴 영지에 동문수학한 친우들을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

‘내 친구들이지만 솔직히 다들 허약한 놈들이라고. 육체나 정신이나.’

클로드야 반란에 직접적으로 연루되며 별의별 일을 겪고 강력한(?) 정신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그와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고고하게 학문만 익히며 살던 학자들이다.

이곳에 오면 일주일 안에 울면서 도망갈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굳이 약소국인 세이론 왕국까지 가서 학자들을 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루타니아 왕국에도 학자들 많잖아요? 곳곳에 아주 큰 아카데미도 많고요.”

“그 사람들이 뭐가 아쉽다고 척박한 북부까지 와? 지금도 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잖아?”

“아니, 그럼 다른 왕국에 있는 학자들이 뭐가 아쉽다고 여기 옵니까? 고향 떠나면 고생입니다. 고생.”

확실하다. 자신이야말로 진짜 고향 떠나서 개고생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클로드의 말에 지셀이 픽 웃었다.

“잔머리 굴리지 마. 친구들 다 백수거나 한직만 맡고 있을 거 아냐. 내가 모를 거 같아?”

“윽…….”

클로드가 난감한 표정으로 한걸음 물러섰다.

하긴, 조금만 생각하면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스승이 반역에 연루된 학자들을 어느 귀족이 높이 쓰겠는가. 괜한 위험 부담을 지기 싫으니 귀족들은 최대한 그들을 배제했다.

반역 사건 이후로 대부분이 자리를 잃거나 영지에서 쫓겨났으니 다들 빈곤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클로드의 스승은 그 사건 전만 해도 세이론 왕국에서 하나의 파벌을 이끌 정도로 명망 높은 학자였다.

그러니 그 계파에 속한 제자들도 무척이나 많았다.

지셀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쯧쯧, 이렇게 큰 영지에서 총관까지 될 정도로 성공했으면 어려운 친구들도 좀 챙겨 줘야지. 너 혼자만 잘 살고 너무한 거 아냐?”

“와…… 씨.”

클로드는 답답해서 가슴을 마구 쳤다.

성공? 내가 잘 살아? 성공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그냥 도망가고 싶거든요?

일만 더럽게 많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는데 이게 무슨 잘 사는 거야!

머리가 띵해져 비틀거리던 클로드가 간신히 자세를 잡고 클로드가 말했다.

“솔직히 데리고 오기 껄끄러운 사이인 건 잘 알지 않습니까?”

클로드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쨌든 누명의 명분을 준 건 사실이었다.

그런 미안함 때문에 그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돈이라도 보내서 생활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무급 노예라서 돈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곳에 와서 고생하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지셀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해는 하는데 그렇다고 모른 척하는 게 답은 아니잖아? 출셋길이 막힌 학자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나? 고생하더라도 이곳에서 능력을 펼치는 게 낫지.”

“…….”

그 말도 맞다. 클로드가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 때문이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그들은 모두 거지처럼 살다가 죽게 될 것이다.

그간 쌓아 왔던 모든 능력과 이상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클로드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래도 제가 못하겠다면요?”

“우리 스타일 알잖아? 사람 채워질 때까지 이 인원으로 열심히 달려야지. 뭘 새삼스럽게 물어.”

“아오…….”

클로드는 이마를 짚었다.

사실 영주의 말이 전부 옳다. 한 번에 많은 학자를 구할 방법은 그것뿐이다.

지금처럼 한두 명씩 힘들게 구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다른 귀족의 첩자인지 힘들게 검증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다들 배울 만큼 배운 친구들이니 고급 관료직을 맡아도 업무 처리는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전공한 분야도 다양하니 영지에 부족한 부분들을 빠르게 채울 수 있었다.

계속 고민하는 클로드를 보며 지셀은 여유롭게 말했다.

“대우는 확실하게 해 준다고 해. 아예 그냥 가족들까지 데리고 와서 여기에 뿌리내리는 게 낫겠네. 생계는 확실하게 책임져 준다 내가.”

‘참나, 이 상황에서도 조금이라도 인구를 늘리려고 하네.’

클로드는 얼빠진 표정으로 지셀을 바라보았다. 진짜 뭐 하나 할 때는 확실히 뽑아 먹는 인간이다.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친구들도 다들 좋아할 거다. 여기서는 적어도 배곯을 일은 없을 테니까.

머리를 몇 번 긁은 클로드가 결심한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데리고 오겠습니다. 가족들까지 싹 다.”

아픈 상처 때문에 지금까지 모른 척 외면하긴 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건 절대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지셀도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잘 생각했어. 최대한 많이 설득해서 데려와.”

“그러면 돈 좀 많이 써야겠습니다.”

“왜?”

“딱 봐도 구질구질해 보이면 누가 오겠어요? 진짜 ‘성공’한 사람처럼 보여야 할 거 아닙니까? 가서 친구들한테 돈도 좀 뿌리고 그래야죠.”

“흠, 그래……. 뭐 필요하면 써야지. 꼭 필요한 만큼만 써라.”

지셀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떨떠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필요한 곳에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성격이지만, 클로드 저 새끼는 너무 과하게 필요할 거 같았다.

따라가서 감시할 수도 없으니 이번은 조금 풀어 줄 수밖에.

“에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공금 횡령을 정당하게 허락받은 클로드가 신이 나서 웬디를 끌고 나갔다.

한번 결정했으면 더 고민하지 말고 즐기는 게 낫다는 신조가 잘 보였다.

그 뒷모습을 잠시 흘겨본 지셀이 혀를 차며 말했다.

“길리언, 기사 50명과 병사 200명을 데리고 가서 호위를 맡도록 해. 쟤 저러다 산적한테 다 털리겠다. 돌아올 때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와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든든한 호위들까지 붙으니 클로드는 거리낄 게 없었다.

그는 식량을 잔뜩 쌓은 수레들을 끌고 바로 세이론 왕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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