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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65화 (65/269)

65화 내가 직접 판을 바꾸는 수밖에. (1)

디갈드 백작이 갑자기 페르디움에 선전 포고했다.

사신을 통해 선포문이 날아들자마자 페르디움 가신들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즈발터는 심각한 눈빛으로 선포문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선전 포고문에는 이 전쟁이 얼마나 정당하며, 디갈드에게 어떤 명분이 있는지 화려한 미사여구로 나열되어 있었다.

미사여구를 쳐 내고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내 아들, 길모어 디갈드가 지셀 페르디움에게 살해당했으니 복수하겠다.]

가신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명분이란 말인가?

“이자들이 미쳤나 봅니다! 대공자가 길모어를 죽였다니요!”

“전쟁하기로 아예 작정한 겁니다! 룬스톤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게 분명합니다!”

“거짓 명분으로 전쟁을 꾀하다니! 단단히 버릇을 고쳐 줘야 합니다!”

가신들은 분노에 치를 떨며 연신 디갈드 백작을 성토하기 바빴다.

아무리 대공자가 사고뭉치라 하더라도 디갈드 공자를 죽였다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가신 두 명이 그쪽에 붙어서 가짜 명분을 내세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룬스톤을 떠올리고 모두 수긍했다.

그저 욕심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라는 것을.

난장판이 된 회의장에서 호메른은 착잡한 눈으로 지셀을 바라보았다.

‘영지를 위해 좋은 일을 했건만 결과가 전쟁이라니.’

호메른도 언젠가는 다른 영주들이 시비를 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치적 관계도 무시하고 이렇게 빨리 일을 벌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안중에도 없던 디갈드 백작이.

‘쯧, 쓸데없이 병력을 소모하게 생겼네. 가뜩이나 병사 하나가 아쉬운 처지인데.’

호메른이 짜증을 속으로 삼켰다.

다른 가신들도, 어이없는 선전 포고에 분노할 뿐 딱히 겁을 먹지는 않았다.

디갈드는 페르디움만큼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영지이기 때문이다.

북부에서 가난한 영지의 순위를 매기면 페르디움과 디갈드가 1, 2위를 다툴 것이다.

하지만 페르디움은 변경백이고 여러 영지에서 지원을 받는다.

영지 상황은 디갈드와 비슷하지만 병력도, 병사들이 쌓은 실전 경험도 페르디움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페르디움 기사단장 란돌프가 우렁차게 외쳤다.

“젠장, 싸우자는데 뭐 깊게 생각할 필요 있습니까? 그냥 나가서 갈아 버립시다!”

전쟁해서 좋을 건 없지만 이미 선전 포고를 받은 이상 피할 수는 없었다.

혈육의 원수를 갚겠다는 명분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했다.

즈발터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것도 배신자가 나올 줄이야.’

전쟁을 치르게 된 상황보다, 오래도록 함께한 가신이 제 욕심 때문에 페르디움을 배신했다는 점이 훨씬 더 뼈아팠다.

‘쯧, 앞으로 더 힘들어지겠군.’

하루하루가 고단한 영지에 전쟁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쟁에서 승리한다 해도 싸우는 데 드는 비용도 어마어마하고, 사상자가 나오면서 줄어들 전력을 메꾸기도 힘들다.

그것도 페르디움처럼 모든 게 부족한 영지에서라면 더욱더.

‘어쩔 수 없이 룬스톤을 거둬야겠구나.’

아들이 찾아낸 것이니 되도록 건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손해를 메꿀 방법이 지셀의 룬스톤밖에 없었다.

즈발터는 위엄있게 선언했다.

“전시 태세로 바꾸고 출전할 준비를 해라. 영지 경계에서 적군을 섬멸할 것이다.”

북방에서 고된 전투를 치르며 다져진 즈발터의 스산한 눈빛에 모든 가신이 고개를 숙였다.

북방을 감시해야 해서 일부 병력을 두고 왔지만, 지금 영지에 남아 있는 병력만으로도 디갈드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즈발터는 지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용병들을 상당히 고용했다고 들었다. 그들 정도면 꽤 도움이 될 터. 너도 대공자로서 참전해라.”

전시에 영주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지셀은 고개를 숙이며 백작의 뜻을 받아들였지만 중요한 말도 잊지 않았다.

“우선 적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럴 생각이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전쟁을 걸었는지 확인해야겠다.”

서로 붙어 있다 보니 영지 사정도 서로 훤히 알고 있다.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뻔히 아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쟁을 걸어온 건지 즈발터도 궁금했다.

페르디움의 가신들은 자신만만해했지만, 사흘 뒤 병사가 가져온 소식을 듣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무장 병력이 약 6천! 후발대로 출발한 보급부대의 병력은 약 1천입니다! 그 외 공성 병기를 옮기는 수레를 다수 확인했습니다!”

“…….”

한 영지에서 준비할 수 있는 병력이 아니었다. 그것도 디갈드같이 가난한 영지라면 더욱더.

란돌프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제대로 본 거 맞아? 대충 둘러보고 그냥 과장해서 말하는 거 아냐? 확실하냐고!”

병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여기 있는 모두 그 보고가 사실이라는 걸 잘 알았다.

여러 정찰병이 모두 똑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단지 믿고 싶지 않아서 애꿎은 병사를 닦달하는 것뿐이다.

기사가 몇 명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저 정도 병력을 이끌고 있다면 기사도 최소 50명 이상일 것이다.

“어, 어떻게 디갈드 백작이 저 정도 병력을 보낸 걸까요?”

“디갈드 영지에서는 징집병을 다 모아도 저 정도 숫자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전부 무장병이라니!”

“분명히 다른 영지가 몰래 도와주는 겁니다!”

페르디움의 병력은 무장병이 2천. 그마저도 일부는 징집병이었다.

병사를 더 긁어모아도 1천이 한계였다.

게다가 기사 전력은 서른 명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적은 그 두 배 되는 병력을 끌고 왔으니, 이대로 싸운다면 필패였다.

가신들이 말도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자 즈발터가 성나서 외쳤다.

“그만! 그만! 이미 적군이 오고 있는데 이유를 찾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대응할 방법을 논의해라!”

이 정도로 병력이 차이 난다면 영지 경계에서 요격하는 건 불가능했다.

전장을 압도하는 초인이라도 있지 않고서야 회전(會戰)으로는 절대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영지의 모든 병력이 전멸할지도 몰랐다.

가장 먼저 란돌프가 호기롭게 외쳤다.

“형님, 저에게 모든 병력을 맡겨 주십시오! 제가 모두 쓸어 버리겠습니다. 어차피 경험도 없는 오합지졸들입니다. 형님과 저 둘이면 충분히 쓸어 버릴 수 있을 겁니다!”

란돌프는 북방에서 오래 지낸 덕분에 전쟁 경험도 많았다.

적은 병사들을 데리고도 더 많은 수의 야만인을 무찌른 적도 있다.

어차피 싸울 거면 맞부딪쳐 싸우자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자 호메른이 기겁하며 반론하고 나섰다.

“안 됩니다! 병력 차이가 너무 큽니다. 단 한 번만 패배해도 끝입니다! 성에서 버티면서 다른 영주들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상반된 의견을 내자 다른 가신들의 의견도 갈리기 시작했다.

“이왕 버틸 거면 차라리 북방 요새로 후퇴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 성은 수성하기 좋은 구조가 아닙니다.”

“어허, 영지민들과 성을 포기하면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수성하기엔 식량이 부족합니다! 지원군이 온다면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레이폴드가 도와준다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가신들은 의견을 통일하지 못한 채 싸우고만 있었다.

지셀은 그 모습을 차가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예상대로다.’

억지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걸어올 것도 알았고, 이곳을 짓밟을 만한 병력이 올 것도 알았다.

전생에도 페르디움은 호기롭게 출전했다가 디갈드 군에 패배하고 철군했었다.

예상보다 그들의 병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셀은 그 병력을 어디에서 지원해 줬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공성 병기까지 가져온다는 건, 우리를 확실하게 짓밟겠다는 뜻이겠지.’

영지전은 대부분 야전에서 맞붙는다. 거기서 승패가 갈리면 적당히 합의해서 전쟁을 끝내는 게 정석이었다.

공성 병기를 동원했다는 건 그런 식으로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한 거나 다름없었다.

란돌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화기를 참지 못했다.

“젠장, 어차피 우리는 여기서 오래 못 버텨! 그럴 바에는 나가서 싸우는 게 낫다니까!”

수성을 한다고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영지 사정이 좋지 않은 페르디움이다.

문을 닫아걸고 버티기에는 식량이나 수성 무기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현재 식량 상황으로는 장기전은 절대 무리입니다. 결국 빠르게 결판을 내야 합니다!”

어차피 적은 큰 병력 차를 바탕으로 이곳을 포위할 것이다.

그 상태로 굶고 지쳐 사기가 떨어지면 일말의 가능성조차 사라지는 셈이다.

란돌프는 차라리 그럴 바에는 힘이 넘칠 때 승부를 보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눈을 감고 고민하던 즈발터는 갑자기 지셀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어찌했으면 좋겠느냐.”

전쟁 경험이 없는 아들이 해결책을 제시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수의 숲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전적이 있으니 의견 정도는 들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원을 요청하고 성에서 버티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으음?”

즈발터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셀의 성정에, 병력까지 이끌고 있으니 나가서 싸우자고 할 줄 알았다.

공을 세우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심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지셀은 가신들과 다른 이유로 수성을 주장했다.

‘지원은 오지 않는다. 온다 해도 로게스 백작 정도.’

전생에서도 케인의 아버지, 로게스 백작을 제외한 그 어느 영지도 페르디움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나마 그 로게스 백작도 결국 페르디움과 같이 망하고 말았다.

즉, 지원을 청해 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셀은 지원 요청과 수성을 건의했다. 자기 생각대로 판을 짜기 위해서.

‘그래야 최소한의 피해로 적을 섬멸할 수 있다.’

한참을 고민하던 즈발터가 결국 가신들에게 명을 내렸다.

“일단 주변 영지에 도움을 요청하라.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방 요새에 남아 있는 병력과 물자들도 모두 성으로 옮겨 와라.”

“형님! 보름 정도면 적들이 도착할 겁니다!”

란돌프가 큰 소리로 외쳤다.

디갈드는 페르디움 서남쪽에 붙어 있는 영지이다.

보병들이 진군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보름 정도면 짓쳐들어올 수 있었다.

즈발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달래듯 말했다.

“아직 어찌하겠다 결정한 건 아니다. 하지만 주변 영지에서 지원해 준다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 일단 다른 영지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

란돌프는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났지만, 지원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주변 영지들은 어디까지나 페르디움이 망하지 않는 수준까지만 지원해 줄 뿐이다.

페르디움이 국경의 귀찮은 외적들을 대신 방어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꼭 페르디움일 필요는 없었다.

디갈드가 이곳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디갈드든 페르디움이든, 아무나 이곳을 맡아 주기만 하면 되니까.

각 영지에 지원 요청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영지의 분위기는 더욱 암울해졌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답변이 도착했을 때, 희망을 놓지 않고 있던 가신들조차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폴드 백작은 내부 사정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고 합니다.”

“짐바르도 거절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로게스 백작에게 간 병사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빌럼 영지에서는 영지민들이 반란을…….”

이유야 가지각색이었지만 단 한 곳도 지원해 주지 않았다.

그나마 여동생의 남편이라서 믿고 있던 로게스 백작 쪽은 연락마저 끊겼다.

즈발터는 눈을 감고 회한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끝나는가. 누구를 위해 이곳에서 평생을 바쳤단 말인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

아무도 이곳을 원하지 않기에, 외적들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설마 룬스톤이 영지를 망하게 할 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들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지셀은 정말로 훌륭한 일을 해내었다. 그저 상황이 안 좋았을 뿐이다.

‘모두 꿈이었구나. 이제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가문이 내 대에서 이렇게 끝이 나는가.’

즈발터는 탄식하며 이마를 짚었다. 그의 얼굴은 갑자기 십 년은 늙어 보였다.

백작은 다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가신들은 다 세상이 끝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메른과 알버트도 낯빛이 창백해진 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다.

오직 란돌프만 씩씩거리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즈발터는 절로 헛웃음을 흘렸다.

‘저놈이라도 힘이 넘쳐서 다행이군.’

그래, 자신과 란돌프 둘이서 죽을힘을 다해 적을 쳐 죽이면 되지 않겠는가?

백작은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다 문득 고개를 돌려 제 아들을 바라보았다.

‘너는…….’

지셀은 가신들과는 달랐다.

호들갑을 떨지도, 겁을 먹지도, 열을 내지도 않고 있다. 그저 담담하게,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너는 참 생각을 알 수가 없구나.’

잠시 지셀을 바라본 즈발터는 안쓰러운 눈빛을 지었다.

‘네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너는 잘했다. 아무렴, 잘했고말고.’

즈발터는 영주가 아닌 아버지로서, 아들이 이번 전쟁에 대해 자책하지 않기를 바랐다.

어차피 룬스톤이 발견된 이상 빠르든 늦든 이곳은 영주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디갈드는 단지 그 시작일 뿐이다.

‘수성이냐, 회전이냐…….’

즈발터의 고민이 깊어졌다.

공성에 성공하려면 세 배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성벽을 끼고 싸우니 수성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하지만 수성 측에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말라죽기 쉬웠다.

마나를 다루는 기사라면 성벽 정도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기도 하고.

‘지원만 가능했어도 어떻게든 버텨 봤을 텐데…… 너무 북방 요새를 정비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구나. 이렇게 끝나고 마는가.’

적들이 공성 병기까지 동원했다면 페르디움의 취약한 성벽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다른 명분이었다면 항복하는 방안도 고려했을 테지만, 디갈드가 복수를 명분으로 들고 나온 이상 항복해도 모두가 죽는다.

귀족들이 흔히 말하는 ‘명예로운 항복’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승리해야 한다. 나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다른 이들은 살려야 해.’

즈발터는 강렬한 눈빛으로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출전 준비를 하라. 나가서 적을 맞이할 것이다.”

란돌프의 말처럼, 버텨 봤자 결국 힘이 빠져 죽을 것이다.

그럴 바에는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나가 싸우는 게 나았다.

가신들은 모두 표정이 어두웠지만, 즈발터의 결정에 공감하는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셀은 그대로 몸을 돌려 대전을 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용병들이 하나둘씩 모여 그의 뒤를 따랐다.

영주가 결정했으니 가신들은 그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지셀이 생각하기에 맞는 방향이 아니었다.

‘맞붙어서 싸우면 안 돼. 승리한다 해도 이쪽 피해가 만만치 않을 거야.’

지셀이 표정을 서늘하게 굳혔다.

‘내가 직접 판을 바꾸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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