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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40화 (40/269)

40화 이제 좀 쓸 만해졌구나. (3)

콰앙! 콰앙! 콰앙!

용병들이 뱀의 몸통에 달라붙어 연신 둔기를 두들겨 대자, 블러드 퓌톤이 사방으로 꼬리를 휘둘렀다.

꼬리에 얻어맞은 용병들은 단숨에 날아가 버렸지만, 다른 용병이 그 빈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공격을 이어 갔다.

카아아아아!

블러드 퓌톤이 연신 분노에 찬 괴성을 질러 댔다.

머리 쪽에서는 지셀과 길리언, 카오르가 상처를 입히며 주의를 끌고, 꼬리와 몸쪽에는 용병들이 달라붙어 둔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상처를 헤집는 날카로운 단검이 중간중간 눈까지 노리고 날아오니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파리 떼가 주변에서 계속 달라붙으면 누구라도 짜증이 나는 법.

블러드 퓌톤은 더욱더 발광하며 몸을 뒤틀었다.

콰아아앙!

꼬리가 땅바닥을 내리찍을 때마다 용병 하나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용병들은 이를 악물고 공격을 이어 나갔다.

어떻게든 이 괴물을 없애겠다고 다들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길리언! 꼬리 쪽으로 가 용병들을 도와라!”

지셀은 노련하게 뱀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용병들 쪽 상황까지 확인하며 지시를 내렸다.

블러드 퓌톤의 몸에 상처가 늘어갈수록, 꼬리를 휘두르는 속도가 점점 느려져 갔다.

길리언이 용병들 쪽에 합류하여 공격하니 비늘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한참을 공격한 끝에, 드디어 약간의 성과가 나타났다.

그그극!

“깨, 깨진다!”

한 용병이 외치자 길리언이 도끼에 마나를 가득 담으며 외쳤다.

“비켜 봐!”

콰아아앙!

도끼가 뱀의 몸체에 꽂히며 도끼날이 절반 이상이나 들어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큰 상처.

블러드 퓌톤의 피부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용병들은 희망을 품었다.

“여기! 여기 찔러 넣어!”

용병들은 상처 난 곳을 마구 두들기며 검과 창을 꽂아 넣기 시작했다.

작은 상처에는 들어가지 않던 무기들이, 이번에는 훨씬 수월하게 들어갔다.

내부에 쌓인 충격으로 근육이 물러져 있던 탓이다.

카아아아악!

블러드 퓌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뒤흔들었다.

그 통에 깔리거나 치인 용병들은 뼈가 부러지고 죽어 나갔다.

분명 블러드 퓌톤의 움직임은 처음보다 느려졌지만, 그 크기에서 오는 파괴력은 여전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지셀은 블러드 퓌톤의 이빨을 피하며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나마 상처를 낼 수 있는 자들도 전투 초반부터 마나를 아끼지 않고 써 댄 통에 빠르게 지쳐 가고 있었다.

결국 지친 자신들이 먼저 전멸하느냐 아니면 블러드 퓌톤이 먼저 쓰러지느냐의 싸움이었다.

콰아앙! 콰앙!

“으아아아악!”

그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용병들의 비명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아무리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고 있어도 이대로 가다가는 용병들이 먼저 전멸할 판이었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자신들이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때, 블러드 퓌톤이 눈을 시뻘겋게 빛내며 꼬리를 크게 휘둘렀다.

부웅!

콰아아앙!

얻어맞은 몇몇 용병들이 날아가고 그 틈을 타 블러드 퓌톤이 빠르게 몸을 빼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블러드 퓌톤이 용병들과의 거리를 벌리기 시작하자, 용병들이 희망에 찬 말을 내뱉었다.

“뭐, 뭐야? 설마 도망가는 거야?”

“이대로 끝나는 건가?”

“일단 뒤로 이동해! 부상자들 뒤로 빼!”

용병들도 뒤로 물러나 전열을 가다듬으며 웅성거렸다.

이대로 블러드 퓌톤이 물러간다면 가장 좋은 결과였다.

강력한 마나 블레이드나 고서클 마법이 아니면 상처조차 낼 수 없다는 비늘을 깨고 무기를 꽂아 넣었다.

일행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였지만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들도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죽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잘 싸웠지만, 결국 이들의 한계는 여기까지였다.

“무, 무승부로 하면 안 되나?”

고든이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사아아악.

몸을 뺀 블러드 퓌톤은 일행들을 노려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깨지고 찢어진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비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숲의 제왕이라 불리는 오우거도 단숨에 몸을 감아 으깨 버리는 블러드 퓌톤에게 이 정도 피해를 준 것만으로도 놀라울 일이다.

벨린다는 그 틈을 타 다시 지셀에게 물었다.

“도련님, 이제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지 않나요?”

“아직은.”

“그렇죠. 도련님은 한번 말해서 들은 적이 없죠. 가끔 보면 정말 미친 게 아닌가 싶다니까요.”

“그래? 나 정도면 꽤 말을 잘 듣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벨린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길리언은 용병들을 둘러보더니 지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공자님,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쪽이 먼저 전멸할 거 같습니다. 지금 방식이 정석적인 상대법이긴 합니다만, 계속하기에는 수가 너무 부족합니다.”

“맞아. 하지만 지금 전력으로는 이것밖에 방법이 없잖아. 최대한 현재 상황을 유지하면서 마나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이 기회를 노려야 해.”

“역시 눈을 노려야 할 거 같습니다.”

블러드 퓌톤은 흔하지는 않지만, 마수의 숲이 아닌 다른 지역에도 서식하는 몬스터다.

그렇기에 단단한 비늘에 보호되지 않는 눈이 약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물론 눈을 노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블러드 퓌톤의 공격을 피하며 눈 근처로 접근해야 하고, 접근해 공격하더라도 순식간에 눈꺼풀을 덮어 보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은 혼란한 틈을 타 눈을 공격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당장은 그 수밖에 없는 거 같군. 지금까지처럼 벨린다가 기회를 노려 봐.”

지셀의 말에 벨린다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무어라 대답하려고 입을 여는 찰나, 블러드 퓌톤이 천천히 일행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상처 때문인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던 블러드 퓌톤이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카아아아!

“온다!”

“아까처럼만 해! 상처를 잘 노려서 쑤셔 넣자고!”

“누가 먼저 죽나 보자!”

블러드 퓌톤이 빠르게 다가오자 용병들은 전처럼 대열을 짜고 방금 낸 상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들 가까이 다가온 블러드 퓌톤은 마치 망치를 내리치듯 용병들을 하나하나 머리로 찍어 댔다.

콰앙!

“으아아악!”

콰앙! 콰앙!

용병들이 다가가려 하면 잽싸게 몸을 빼며 다시 머리를 내려찍는다.

한 번 내려찍을 때마다 용병 하나가 몸이 박살 나며 핏물로 변해 버렸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들을 견제하며 하나씩 각개 격파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 물러나!”

용병들이 기겁하며 우르르 뒤로 물러났다.

사아아악!

블러드 퓌톤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혀를 날름거렸다.

일행들에게는 그것이 마치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그나마 블러드 퓌톤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던 지금까지의 전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도무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아아악!

블러드 퓌톤이 다시 몸을 꿈틀거리며 다가오자, 용병들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 지셀이 앞으로 튀어 나가며 외쳤다.

“용병들은 뒤에서 대기하며 기회가 나면 붙어라! 길리언, 카오르, 벨린다는 아까처럼 상대해!”

용병들은 잽싸게 뒤로 물러나, 첫 전투 때처럼 네 사람이 싸우는 모습만 구경하게 되었다.

함께 싸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력이 안 따라 주니 어쩔 수 없었다.

콰앙! 콰앙!

네 사람은 처음 그랬던 것처럼 블러드 퓌톤의 공격을 피하며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블러드 퓌톤도 움직임이 신중해져서 처음처럼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처를 낸다고 하더라도 얕은 상처뿐이니 피해를 제대로 줄 수가 없었다.

콰앙! 콰앙!

시간이 흐를수록 네 사람은 점점 마나가 떨어지고 지쳐 피하기에만 급급해졌다.

보다 못한 카오르가 크게 외치며 블러드 퓌톤의 머리 쪽에 가까이 다가갔다.

“시발! 내가 미끼가 될 테니 눈을 노려!”

카오르가 범위에 들어오자 블러드 퓌톤은 집요하게 머리로 그를 노리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이 몸에 상처를 내도 무시했다.

콰앙! 콰앙!

엄청난 위압감과 속도에 질려 카오르는 차마 검을 휘두를 수조차 없었다.

그저 온 힘을 다해 피하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벨린다가 찰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콰앙!

블러드 퓌톤의 머리가 땅에 박히고, 카오르가 가까스로 피한 그 순간.

“죽어!”

벨린다의 단검이 블러드 퓌톤의 큰 눈을 노리고 엄청난 속도로 쇄도했다.

남은 마나를 단검에 모두 담았다.

여기서 유의미한 상처를 내지 못하면 꼼짝없이 모두 죽을 테니까.

그런데 그 순간, 벨린다는 블러드 퓌톤과 눈을 마주쳤다.

뱀이 마치 그녀를 비웃고 있는 듯 보였다.

“설마…….”

타앙!

마나가 가득 담긴 단검은 블러드 퓌톤의 안구에 부딪혀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말도 안 돼!”

마수의 숲에 살고 있는 블러드 퓌톤은 그들이 아는 블러드 퓌톤과 달랐다.

안구 겉면이 오히려 비늘보다 더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블러드 퓌톤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알려진 눈까지 이렇게 단단하다면, 약점이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저걸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모두가 경악하는 순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미 카오르는 블러드 퓌톤이 노린 자리로 몰려 있었다.

휘이익!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던 꼬리가 카오르를 향해 휘둘러졌다.

영악하게도 이 순간을 위해, 일부러 지금까지 꼬리를 쓰지 않고 기회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안 돼!”

다른 사람들이 재빨리 블러드 퓌톤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미끼였다.

카아아아!

그 순간, 블러드 퓌톤의 머리가 기묘하게 꺾이며 다가오는 지셀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내리꽂혔다.

꼬리의 움직임마저 몸을 틀기 위한 준비였을 뿐이었다.

이미 블러드 퓌톤에게 다가가고 있던 지셀은 피할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코어 세 개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공격을 버티려는 순간이었다.

“도련님!”

갑자기 나타난 벨린다가 지셀을 강하게 밀쳐 냈다.

콰아아앙!

“벨린다!”

옆으로 나동그라진 지셀이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쿠우웅!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나간 벨린다는 나무에 부딪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채 왈칵 피를 토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부딪치는 와중에도 몸을 틀어 충격을 최소화한 것이다.

“으, 으…… 도망가라고……. 멍청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빨리 영지로 돌아가서 반성하고 감옥에 들어가……. 하여튼 저 새끼는 한번 말해서 들은 적이 없어…….”

쓰러진 벨린다가 연신 피를 토하며 중얼거렸다.

“카오르! 벨린다를 구해!”

지셀이 다급하게 외치자,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카오르가 벨린다를 업고 뒤로 빠졌다.

사아아악!

블러드 퓌톤은 만족스러운 듯 혀를 날름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원래 목표로 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단검을 휘두르며 거슬리게 하던 먹잇감을 무력화시켰으니 기분이 좋아질 만했다.

그러나 지셀은 몬스터 따위에게 장난감 취급 당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블러드 퓌톤을 노려보다가 길리언에게 말했다.

“길리언, 너는 몸 쪽으로 가서 상처를 마저 키워라. 기회가 되면 용병들과 함께 공격해.”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머리를 혼자서 상대하시겠다는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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