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아빠를 프로듀스 (66)화 (67/133)

66화

[<레시피> 20cm 마법 봉제 인형 ver.1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봉제 인형 만들기입니다.

앙증맞고 가지고 놀기 쉬운 20cm 크기.

특정한 인물을 닮은 인형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인형에 무언가가 깃들지도?

※ 주의! ※

모사물은 원본을 드러냅니다.

모사물은 원본에 영향을 끼칩니다.

준비물 : 인형 도안, 천, 바늘과 실, 솜, 소형 마석

만드는 법 :

(1) 종이에 도안을 옮겨 그립니다.

▶ 기본 제공 도안 확인 바로 가기

(2) 천을 재단합니다.

(3) 순서에 맞게 천을 바느질합니다.

(4) 안에 솜을 채워 넣습니다.

(5) 소형 마석을 붙이고 마력을 주입한 뒤 완성합니다.]

얼핏 보아서는 평범한 봉제 인형 같겠지만, 그렇지 않다.

핵심은 주의 문구에 있다.

‘모사물은 원본을 드러낸다.’

‘모사물은 원본에 영향을 끼친다.’

이를 쉽게 말하자면 저주 인형 비슷한 것이다.

뭐, 그렇다고 진짜로 인형을 바늘로 찌르면 저주 대상이 아프거나 한 건 아니고.

마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메커니즘이 있는데……. 음, 설명이 복잡해지니까 넘어가자. 직접 보면 알게 될 테니까.

‘우후후후……. 이것만 있으면!’

나는 도안을 보면서 천을 자르고 바느질을 시작했다.

인형 만들기는 마지막, 마력을 주입하는 단계 외에는 모조리 손작업이다. 손으로 일일이 바느질을 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꽤 걸렸다.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 봤자 지루할 텐데도 세이르는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다. 얘는 달리 할 일이 없나?

나는 주머니에서 말린 과일이 든 봉지를 꺼내 세이르의 손바닥 위에 놓았다.

“……? 이건 뭐야?”

“심심하면 로코한테 간식이라도 주고 있어.”

“피이잇!”

간식이라는 말은 용케 알아들었는지 로코가 신나서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리고 수십 분 뒤.

“으음……?”

나는 바느질을 마친 인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안이랑 똑같이 자르고 똑같이 바느질했는데 어딘가 다르게 생겼다. 이상하다. 도안대로라면 엄청 귀여운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이건…….

……굽다가 터진 빵 반죽 같았다.

아직 장식을 덜 붙여서 그런가 보다. 장식까지 전부 붙이고 나면 다를 거다, 암.

…….

…….

“으음…….”

나는 장식을 전부 붙이고 솜까지 넣었는데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인형을 세이르에게 보여 주었다.

“세이르, 이거 어때?”

“…….”

“……세이르?”

로코에게 말린 사과 조각을 먹이고 있던 세이르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을 해석하자면…….

아니, 해석 안 할래. 별로 좋은 뜻은 아닐 것 같으니까.

세이르는 말린 사과 조각을 다 먹은 로코를 미끄럼틀 위에 놓아 준 뒤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한테 줘 봐.”

“어? 어.”

세이르가 터진 빵 반죽 같은 인형과 바늘, 실을 가져갔다. 그리고 쓱쓱 가볍게 손을 움직이며 인형을 고쳐 갔다.

“다 됐어. 어때?”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만든 것보다 훨씬 귀엽고, 도안과 닮았다.

“…….”

아냐, 좌절하지 말자. 처음 만든 거라서 그래. 다음번에는 잘될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바늘을 쥐었지만.

“이리 줘.”

“으음…….”

세 번째 시도도…….

“안젤리카, 내가 할게. 로코랑 놀아 주고 있어.”

“그래…….”

그리하여 수 시간 뒤, 세이르의 엄정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거쳐서 내가 만든 인형은 세 개.

작업대 위에 완성된 마왕, 성녀, 용사 인형을 늘어놓았다. 제법 귀엽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왕 인형은 머리카락 부분을 은색으로 커스텀 해서 아빠랑 닮았다.

이제 남은 단계는 인형의 몸통 부분에 달린 마석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마력 순환 작업대 위에 인형을 놓고 마석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직접적으로 마법을 쓰는 것은 처음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안젤리카 데네브는 따로 배우지 않고도 기초적인 마력 운용을 할 수 있었다. 크로셀 데네브의 딸이니까 당연한 건가.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곧 손끝에서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솟아오른 뜨거운 무언가가 손끝으로 모여들다가 확 퍼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띠링!

[MP가 100 감소합니다. 현재 MP 400/500]

됐다.

다시 한번 더.

[MP가 100 감소합니다. 현재 MP 300/500]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마왕 인형에는 특별한 공정이 필요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검고 작은 마석 하나를 꺼냈다.

이 마석은 아빠한테 부탁해서 특별히 아빠의 마력을 담은 것이다.

말하자면, 이 마석은 저주 인형에 넣는 머리카락과 비슷한 역할이다. 마왕 인형에 이 마석을 붙이면 아빠와 이 인형을 연결할 수 있다.

나는 마왕 인형에 검은 마석을 붙인 뒤 정신을 집중했다. 곧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으윽!”

머리가 핑 돌았다.

“……안젤리카!”

세이르가 비틀거리는 나를 부축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마왕 인형은 엄청난 속도로 내 MP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띠링!

[※ 원 포인트 레슨 : 마력 소모량이 상당합니다. 이대로 계속 마력을 사용할 시 정신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뭐? 그만, 그만. 안 돼, 더 이상은.

[MP를 전부 소모했습니다. 현재 MP 0/500]

[MP를 전부 소모하여 20cm 마법 봉제 인형 ver.1를 3개 완성했습니다.]

무섭다, 마왕 인형. 아빠에게 받은 마석을 써서 그런가, MP를 완전히 다 쓴 뒤에야 인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서브 퀘스트> 마법 도구 공방 꾸미기 (1)

축하합니다. 드디어 마법 도구 공방을 완성했습니다.

멋진 마법 도구를 마구 만들면 호화로운 보상이 팡팡팡!

남은 시간 : 13일

달성 조건 : 마법 도구 공방에서 아이템을 10개 제작하기 (3/10)

보상 : 경험치 500exp, 왕국의 기술 레벨 1 상승, 새로운 마법 도구 레시피

실패 시 : 없음]

[※ 원 포인트 레슨 : 성장기 어린이는 영양 섭취가 중요합니다.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읍시다. 마력이 쑥쑥 늘어날 거예요!]

아이템을 완성하고 나니 상태창이 업데이트되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아직 아이템을 일곱 개 더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내 MP는 이미 바닥이다. 좀 쉬는 쪽이 낫겠다.

이미 아빠를 흑막으로 프로듀스하는 데 필요한 재료는 다 갖추었다. 바로 마력 주입까지 끝낸 마왕, 성녀, 용사 인형 말이다.

“이 인형을 어디에 쓰려는 거야?”

세이르가 인형을 보며 물었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시계를 보았다. 몇 시간 동안 인형 만들기에만 몰두했더니 벌써 오후였다. 그래도 아직 해가 질 때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가방에 인형 세 개와 로코를 잘 챙겨 넣은 뒤 의자에서 일어났다.

“지금 가면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올 수 있겠다. 얼른 가자.”

“어디를?”

“우후후, 와 보면 알아!”

* * *

“이쪽에 개구멍이 있어.”

“그냥 문으로 나가면 안 돼?”

“안 돼, 눈에 안 띄게 살짝 나갔다 올 거라서.”

“어차피 들킬 것 같은데…….”

나는 먼저 방으로 돌아가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세이르의 손을 잡아끌며 성벽의 개구멍으로 향했다.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어……?”

나는 깜짝 놀랐다. 성벽의 개구멍이 없어졌다.

아차.

F급 낡고 좁은 왕성을 E급 그저 그런 왕성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성벽 보수 공사를 했구나!

왕성이 업그레이드된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새로운 생산 설비를 지을 공간도 늘어났고, 방도 많아졌으며, 정원에 제법 그럴듯한 테이블 세트도 설치했다.

하지만 애용하던 개구멍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자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쩐지 낭만이 없달까.

“……정문으로 나가자.”

어쩔 수 없지. 나는 터덜터덜 왕성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 안젤리카 님, 세이르 님, 외출하시나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정문을 지키던 트리스탄이 씩 웃으며 우리를 배웅했다.

“어머, 안젤리카 님, 친구분과 놀러 가시나요? 정말 사이가 좋으시군요. 그래도 저녁 드시기 전까지는 돌아오셔야 해요?”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중이었던 사라도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으음, 이게 아닌데…….”

“뭐가? 외출하려던 거 아니야?”

내가 불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자 옆에서 세이르가 물었다.

성벽의 개구멍을 통해 몰래 외출하는 건 판타지물의 국룰이다. 심지어 <마.왕.꾸>에는 경비병의 눈을 피해 개구멍을 통과하는 미니 게임도 있었다. 그런데 배웅까지 받으며 당당하게 외출하자니 기분이 좀, 뭐랄까…….

“낭만이 없잖아, 낭만이.”

“개구멍이 낭만이야……?”

남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건 고독한 일이구나…….

뭐, 아쉽지만 됐다. 중요한 일은 이 인형을 목적에 맞게 잘 쓰는 것이니까.

나는 트리스탄과 사라에게 손을 흔든 뒤 왕성 앞 마을로 향했다.

왕성 앞 마을은 그사이에 많이 발전했다. 꾸준히 관광객이 오는 덕에 제랄드 아저씨와 동료들이 만든 잡화점, 여관, 식당, 기념품 가게, 꽃집은 성업 중이다.

세이르가 물었다.

“어디로 갈 생각이야?”

“후후후, 이쪽이야.”

나는 번화한 상점가가 아닌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솔길로 들어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그렇다. 내 목적지는 지난번에 갔던 ‘천사의 숲 보육원’이다.

보육원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동안 왕성에 있는 보육원 관련 서류는 이미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서류상 특별한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아빠에게 말해서 보육원 현장 점검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지금 단계에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서 보류했다.

세상이 그렇지 않나. 높은 사람이 살피러 오면, 그때만 멀쩡한 척하면서 현장이며 서류를 꾸며 놓잖아. 그래서는 진짜 문제를 찾을 수 없다.

치안 레벨 올려서 퀘스트 깨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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