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고통(2)
나는 빠르게 글을 적어 내려갔다.
정신은 온통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배경은 소일렌트 그린의 시대에서 23년이 지난 뒤.
인류는 간신히 한 가지 희망을 부여잡았다.
개척.
대 개척의 시대.
<전작에서 본인은 인구의 인위적 감소를 결코, 단 한 번도 필요하다 주장한 적이 없으며 나의 의도는 과학기술에 대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 새로운 영토의 창출, 그리고 여러 다른 방법이 있다. 인류는 언제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데, 수많은 이들을 죽여서 인구를 감소시켜 해결한다는 것은 그 가운데 가장 어리석은 선택일 것이다.>
소설 맨 앞 페이지에 들어갈 작가의 말이다. 이 소설 속에 충분히 그 의도가 녹아들어가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답답한 구석이 있어서 말이지.
[소일렌트 그린 사건 이후, 인류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간 개척되지 않았던 불모지를 농경지로 바꾸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내가 오래전에 들었던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사이, 베링 해협의 해류 흐름이 막히면 시베리아가 온난한 기후로 변한다나?
[20여 년간의 대공사를 끝으로, 베링 해협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가 주축으로 건설한 댐은 해류의 순환을 끊었고, 이는 시베리아의 기온을 크게 올렸다. 시베리아의 얼음들은 녹아내리고, 시베리아의 겨울은 약해졌다.]
[베링 댐을 통해 시베리아 전체가 우크라이나의 흑토 지대에 비견할 만한, 고대의 나일 강 유역에 비견될 만한 옥토 지대로 변화하자 러시아 제국은 수많은 농민들을 시베리아로 이주시켜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사를 벌였다.]
[시베리아는 이제 인류가 섭취하는 식량의 99.7%를 생산한다. 나머지 0.3%는 각국이 스스로 생산하는 양이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은 순순히 자신의 과실을 타국과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다. 댐을 짓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비밀리에 영국과 협업하던 러시아 제국은 댐 완공과 동시에 영-러 동맹을 공식화하고 유럽을 영국과 함께 반분하고자 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절대다수를 독점하는 국가를 상대로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다.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에 독일의 소국들, 그리고 내전이 진행 중이던 이베리아 연방은 삽시간에 러시아에게 완전히 굴복하여 무릎을 꿇었고, 프랑스는 어떻게든 자체적으로 저항해보려 했으나, 대기근을 뒤집어쓴 데다 러시아의 침공을 마주하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
[대기근 당시 인구 대다수가 전멸 직전에 몰린 스칸다나비아 국가들, 그리고 영국의 영토로 존중되는 브리튼 섬을 제외한 유럽 전역을 무릎꿇린 러시아는 유럽의 헌병으로써 자유주의 세력을 강력하게 탄압하며 철권통치를 벌이고, 이에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혁명세력은 러시아인들을 일시적으로 몰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분노해 즉시 모든 식량 공급을 통제했고, 유럽 대륙은 어마어마한 기근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럽 국가들은 쉽사리 굴복하지 않았고, 러시아 제국을 멸망시켜야만 미래가 있다는 구호 하에 전쟁을 일으켰다, 그 과정에서......]
잠시 고민한 나는 한 가지를 더 적었다.
[독일계 스위스인인 천재 과학자가 만들어낸 신무기는 그간의 모든 전쟁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폭탄이 터지는 즉시 폭탄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모든 무기물을 관통해버리는 미세한 입자들을 대거 방출하고, 그 입자는 생명체에 닿는 순간 그 생명체의 몸을 망가트려 죽여버린다. 그러한 방식으로 도시 하나에 거주하는 모든 생명체를 인간, 동물, 식물을 가리지 않고 단 한 발의 폭탄으로 그 자리에서 즉사시킬 수 있는 이 무기는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고, 한 발 한 발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막대했지만, 유럽 각국이 만들어낸 이 신무기에 말로 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러시아는 급히 유럽 대륙에서 후퇴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당연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모티브로 한 양반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지배를 거부하자 찾아온 것은 굶주림이었다. 강력한 무기가 있어도 얼마 가지 않아 러시아 역시 전설적인 스파이 안나의 활약으로 폭탄의 세부 제원을 알아낸 후, 천재 과학자 이고르의 지휘 하에 같은 무기를 개발해냈고, 양측은 이 대량살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서로 개전하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거대한 시베리아라는 곡창지대 없이는 인류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각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소량은 각국의 식량 사정의 해결에 도움이 거의 되지 못했다. 식량의 자급자족조차 거의 모든 국가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종전 협정에 따라 어느 정도 러시아가 그들이 목숨을 부지할 식량을 공급해주었으나 그들이 언제 다시 식량을 통제할지 몰랐던 각국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중국이 식량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러시아가 식량을 끊으면 다음 날부터 전 국민이 굶주리는 상황을 몇 개월에 걸쳐 굶주리게 되는 수준으로 약화시킨 것에 불과했다.]
[이에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은 연합을 구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지를 쏟아부어 지브롤터 해협에 댐을 쌓기 시작한다. 이는 농지를 넓혀 수억 국민들이 모조리 아사하지 않도록, 그리고 시민들에게 경작할 땅을 주어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지중해를 통째로 간척한다는 이 계획에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러시아의 철권통치와 굶주림 중 하나를 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수많은 이들에게 그간 잊고 있던 감정을 불어넣었다. 바로 희망이었다.]
도입부는 이 정도면 됐고. 작품 초반에 폭탄 테러를 일으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고, 이로 인해 러시아와 영국이 범인 후보군에 오른다.
물론 두 국가는 일제히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유럽 국가들은 도저히 신뢰해주지를 않는다. 실제로 댐이 무너지면 최대의 이득을 보는 게 그들이었으니까.
이로 인해 각국은 전쟁을 준비하고, 전 유럽에서 모든 것을 끝내버릴 전쟁의 위기가 순식간에 몰아닥친다.
신형 폭탄은 문명을 붕괴시키고 전쟁 참전 당사국의 모든 도시를 지구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 만큼은 비축되어 있었고, 양측 모두 자국이 멸망하기 전에 상대와 동귀어진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이 나라에 팔아먹을 소설이면 영국이 악역으로 나오는 건 좋지 않아요.”
“악역 아냐,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쓴 거지.”
“그럼 그걸 작품 극초반에서부터 명확하게 해 주셔야죠.”
라일라의 지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프랑스가 믿지 않아야겠지?”
“뭐, 당한 게 워낙 많으니 피해의식을 좀 가져도 되죠, 런던을 박살내겠다고 길길이 뛰어야 정상 아닐까요?”
“그 와중에 베링 해협이 무너진다면?”
“전 유럽이 공포에 질리겠죠, 러시아가 좋든 싫든 간에 베링 해협이 무너지면 대기근은 예약된 일인데요?”
“시베리아가 다시 얼어붙게 되면 인구의 90% 이상은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될 판이지. 댐이 완전붕괴할 경우 이를 수리하는 데 드는 시간은 대략 10여 년이고, 시베리아가 얼어붙고 수억 명이 아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니까.”
라일라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은 나는 곧장 펜을 잡았다.
뭐 이 정도면 어그로 잘 끌 수 있겠지?
거기에........
[반기독교, 반서양 사상을 지니고 인명을 경시하는 중국인들은 중화사상에 찌들었다, 온 세상을 일단 자신들의 민족보다 아래라고 간주하는 교만하고 오만한 사상이며, 설령 구렁텅이에 떨어져도 그러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을 절멸시키는 것이 그 오만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저들은 아시아를 정복하고, 더 나아가 세계를 정복하려 하고 있다. 힘이 생기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고, 그들은 유럽의 패권이 무너지기를 원한다. 그들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
[저들은 학살에 거리낌이 없다. 저들의 지도자, 껍데기만 남아 있던 청을 멸망시키고 황제가 된 중화제국의 황제 시진핑은 학살자다. 그들은 힘을 가지면 거리낌없이 타인을 학살하는 글러먹은 족속들이다.]
그래, 작품에 이런 내용을 대놓고 쓰진 않았지만, 아무튼 이런 메시지를 암시하고, 등장하는 악역은 중국인들이다. 뭐, 백인 여자들을 욕보이고 서구 문명을 적대하며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해야만 한다고 믿는 삼류 악역들로 묘사하기는 했지만.
근데 21세기에 한 짓 보면 내 말이 어디 틀렸냐? 학살자에 강제결혼에 민족말살에 세계정복 야심을 품고 독재하고 종교를 금지하고 다른 건 다 맞잖아. 지금은 아니고 한 200년 뒤에 있을 일이지만.
어차피 고전의 영역에 들어갈 거, 원 역사에서 중국 눈치 보면서 설설 기던 놈들이나 패야지, 나중에 예언자 소리 들어도 좋고. 어차피 200년 뒤에는 난 시체일 테니 내가 살아 생전에 그거 가지고 귀찮게 하는 놈이 있을라고.
21세기에는 중국 정부 눈치 알아서 보면서 자체검열하는 회사나 작가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애초에 이 시대에 중국 정부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인종차별이 정당한 세상이나 제대로 좀 씹어 보자고.
<수많은 기업들은 신문으로든, 글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중국을 비판하기를 조심스러워한다. 이는 그들이 돈에 영혼을 팔고 중국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돈을 매개로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파멸적인 독재체제에서 기인한다. 그들의 부는 대물림되고, 1%가 나머지 99%의 부보다 훨씬 많은 부를 독점하고 있다.>
아무튼, 저 중국인들이 야만적이고 잔인한 악인들이지만 그게 멍청하다는 건 아니다. 야만적이어도 유능하고 머리가 좋을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중국인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식량위기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그 전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모든 국가들을 죄다 멸망시키거나 복속시키려는 것.
즉 어떻게든 인구빨로 이 소모전을 버텨내면서 1대1 교환비만 내도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는 건 자기들이라는 논리다.
그 다음으로 중국인들은 줄어든 인구가 벌어준 100년의 시간 동안 우주로 진출해 살아남는 계획을 세운다.
다르게 말해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무튼 간에, 이렇게 대충 얼개를 짜 뒀으니 이제 남는 건 이걸 재미있게, 재미있게 다듬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옳은 방법이든 그릇된 방법이든 주요 등장인물에게는 다들 인류를 구할 계획이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선택해서 좀 써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상식적으로.
그러니까 제발 누구 거세한단 소리 좀 하지 마라. 기술을 개발할 생각은 안 하고 진짜 단체로 미친 짓을 하고 있으니.
설마, 설마 대안을 제시해놨는데도 그 거세네 뭐네 하는 광기어린 짓을 하지는 않겠지.
애초에 내가 아는 대로라면 서양의 거세 수술은 굉장히 원시적이어서 사망자도 제법 나오는 수술이라고 들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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