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의 집착 받는 시종이 되었다 (1)화 (1/129)

1화

< 프롤로그. 오메가 형질을 개방 당하다 >

밝은 금발의 긴 머리칼이 시트 위에 물결처럼 펼쳐졌다.

자주색 공단으로 만든 시트가 네 귀퉁이까지 전부 섬세한 수가 놓인, 색으로 보나 고급스러운 소재로 보나 황족의 침대에 걸맞은 이부자리.

그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에디스의 머릿결은 백금을 닮아 있었다.

못내 힘에 부쳐 고개를 저을 때마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굽이치는 머리카락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처럼 하얀 포말을 만들어 냈다.

어딘가 모르게 달뜬 신음을 흘리며,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해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곤 했다.

기묘한 숨결은 어린 동물이 놀라서 옆구리를 들썩거리는 모양새를 연상시켰다.

열에 들떠 목덜미가 거의 핑크색이었다.

마지막 단추까지 단단히 채운 블라우스 사이로 울긋불긋한 열꽃이 엿보였다.

목선뿐만 아니라 뺨도 뜨거운 목욕을 갓 마친 사람처럼 붉은 얼룩이 곱게 퍼져 있었고, 도톰한 타원을 이룬 귀 끝은 이목구비 중에서도 제일 빨개서 마치 불타는 듯했다.

“더워…….”

에디스는 조금이나마 열기에서 벗어나려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한 뼘도 넘게 폭이 넓은 레이스가 소매 끝단에 달려 있었는데, 허공으로 팔을 올리자 레이스가 뒤집히며 뽀얀 피부의 소담한 손목이 드러났다.

잡티 없는 살결에 유독 푸르딩딩하게 혈관이 도드라졌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좇는 시선이 바로 곁에 있었다.

예리한 눈매가 번뜩이며 에디스의 사소한 손놀림도 놓치지 않고, 끈덕지게 약간의 오차까지 추적하고 관찰하는 남자.

황태자 클라이드.

고귀한 핏줄을 대변하듯 그의 눈동자는 화려한 황금색이었다.

선명하고 짙은 테두리 안에 금가루를 뿌린 듯 스스로 빛나는 색이 화사했다.

그를 한 뼘 거리에까지 접근하는 자가 없으니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금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주의 은하를 품은 듯 얼기설기 환상적인 그물의 형상이었다.

지금 그의 금안은 집요하기 짝이 없었다. 온 신경이 에디스에게만 쏠려 있었다.

“더우면 벗어도 돼.”

나직하게 울리는 음성은 음험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화신 인큐버스와 같았다.

하지만 지엄하신 클라이드 전하 앞에서 벗다니.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몽롱한 뇌리에서도 그녀는 당치 않은 얘기라고 받아들였다.

그의 시선에 뒤통수가 따끔따끔했다.

등 돌려 외면하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몸은 부대끼고, 숨도 못 쉬게 힘들고, 열감기에라도 걸린 양 더웠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절대 벗을 수 없다고 단정했건만 그녀의 무의식은 어느 순간 단추를 끄르고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이 목을 꽉 조이던 단추를 비틀었다.

“나……. 왜 이러는 거죠?”

황태자의 침대에서 버둥거리는 자신의 꼬락서니가 믿어지지 않았다.

늘 깍듯했던 평소의 행동거지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억지로 버티니까 그렇지. 그냥 몸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 봐.”

“뭘, 버텨, 요……?”

짧게 할딱거리는 숨소리가 대답하는 사이사이 섞여들었다.

“그대의 육신 속에서 잠자고 있던 기질이 이제 막 깨어나려 하고 있잖아.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기질?”

“그래, 기질. 여태껏 베타로 잘못 알고 살았던 그대의 오메가 기질 말이지.”

그는 기분 좋은 티를 감추지 않으며 길게 입꼬리를 늘여 웃었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과 같은 클라이드의 얼굴은 지독히도 아름다웠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뛰는 그녀의 심장이 갈비뼈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신화에서 묘사하는 최고의 남신을 형상화한다면 저 남자와 같을까.

대리석으로 깎은 듯 날렵한 턱선에 치명적인 웃음기가 남았다.

육신이 부대껴서 죽을 둥 살 둥 하는 와중에, 그가 내내 에디스를 지켜보던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가왔다.

가장자리에 잠시 머물러 그녀를 지그시 응시하다가 느른한 자세로 걸터앉았다.

저리 꺼지라고 다그칠 수가 없었다. 여기는 그의 침대였다.

이성이 현실을 벗어나려는 지경이었다.

뜨거운 목덜미를 손끝으로 벅벅 긁으며 그나마 조금 정신을 차리고, 에디스는 그가 힌트로 건넨 말을 되새겼다.

오메가. 그래, 오메가.

하지만 저는 오메가가 아니다. 나이 먹어 어른이 되도록 아무 기질도 피어나지 않은 베타였다.

흔들리는 동공을 그의 집요한 시선이 놓치지 않았다.

클라이드는 그녀의 의구심을 풀어 주겠다는 듯,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했다.

“내 페로몬을 느낄 수 있다면 에디스는 더는 베타가 아니야. 알파나 오메가라는 뜻이지.”

비로소 차이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평소 그가 페로몬이라고 불리는 고유의 물질을 흩뿌릴 때 베타로서 위압적인 느낌을 받으며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던 상황과 판이하게 달랐다.

“내, 내가.”

여전히 그의 우위를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지금은 전신의 털이 곤두서고 정신을 놓을 듯 아찔했다.

동물적인 감각이 클라이드에게 안기고 싶다고 열렬히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솔솔 풍기기 시작하는 이 향기는 어떻게 맡아도 무조건 오메가 향이군.”

그에게서 우성 알파의 페로몬이 대량으로 방출되었다.

씨익, 못되게 입꼬리를 올리는 클라이드는 완전히 악마였다.

최상위 포식자를 의미하는 우성 알파는 제국 전체를 통틀어도 몇 명 되지 않았다.

클라이드는 그중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기질이 강했다. 황제가 될 사람으로서 자격을 과시하듯 알파의 능력이 특출났다.

이미 리더십과 천재적인 두뇌로 인정받고, 그에 더해 육체적 능력까지 가진 건 솔직히 좀 재수 없다.

그런 성향과 맨몸으로 맞닥뜨리다니. 그녀로서는 절대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

방 안 가득 낀 알파의 페로몬 탓에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다.

믿어지지는 않지만, 자신이 오메가로 발현하는 중이라면 이 향은 바로 알파의 페로몬 냄새다.

코가 문드러지지 않을까 싶을 만큼 달곰해.

온몸이 꿀 속에 잠긴 듯 녹진녹진하게 달았고, 한편으로는 뒷골이 쭈뼛할 만큼 날카롭고 예리했다.

상반된 두 감각이 동시에 여성의 육신을 괴롭혔다.

고달픈 몸뚱이가 엉금엉금 기어 알파를 찾았다.

해서는 안 되는 짓이지만, 황태자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비비적댔다.

몽롱해지는 머리는 꿈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했고, 멍한 시선은 흐릿하게 클라이드라는 남자만을 담았다.

“그대는 늘 나를 흡족하게 해.”

미소 짓는 듯, 한숨을 쉬는 듯. 그의 턱이 느슨하게 풀려 아랫입술은 탐스러운 과실처럼 부풀었다.

풀어지는 표정과는 달리 클라이드의 주변으로 보이지 않는 기운이 무럭무럭 커졌다.

오메가를 갈구하는 알파 페로몬.

그녀의 코와 입으로 진한 야성의 향이 해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윽, 클라이드…….”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에게는 알파의 매혹적인 페로몬과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강렬한 기운이 있었다.

타인보다 우위에 선 우성 알파의 존재감이었다.

클라이드는 눈을 깜빡이거나 숨을 쉬는 행동처럼 자연스럽게 알파의 향취로 그녀를 감쌌다.

페로몬을 사용하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그러면서 마치 그녀가 감격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만족감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목구멍 안으로 깊은 웃음소리를 삼켰다.

둘만의 고요한 공간을 울리는 나직한 음성이 에디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에디스……. 귀엽게도 오메가로 발현해 주고 말이야.”

자신의 어디가 귀엽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어떤 것에도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차츰 냄새가 짙어졌다.

클라이드의 향기.

그와 함께해 온 시간 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배 속 저 아래의 본능이 꿈틀거리는 향취.

“제발…….”

그물에 칭칭 감긴 사냥감처럼 퍼득거리면서 에디스는 그에게 목청이 말라붙은 목을 세웠다.

“왜. 내가 도와줄 일이라도?”

괜히 딴청 피우는 클라이드에게서 속셈이 쉽게 읽혔다.

운무처럼 짙은 알파 페로몬이 전신을 콕콕 찌르고 꿀 범벅으로 만드는 기분을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페로몬에 무감한 베타라면 이렇게 그에게 반응하며 발버둥 칠 리가 없다.

베타는 단지 맹수처럼 강한 우성 기질자에게 본능적으로 무릎 꿇을 뿐이다.

그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클라이드의 페로몬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페로몬 좀 거둬…… 주…….”

못돼 먹은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아아, 이 페로몬?”

지독하게 퇴폐적인 음성과 함께, 탐욕이 역력히 깃든 손길이 그녀의 뺨에 얹혔다.

남자 손은 얼굴 절반을 덮을 정도로 컸다.

가늘고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길쭉하게 뻗어 나와 그녀의 헤어라인을 살살 만졌다. 열이 나는 피부에 그의 체온은 상대적으로 시원했다.

뺨을 둥그렇게 감싼 손바닥은 선선하면서도 집요한 감정이 느껴졌다.

손은 시원하지만 가까이에 놓인 손목은 직접 닿지도 않았는데 뜨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기분 탓일까.

그의 피가 열탕처럼 끓는 것 같았다.

곧이어, 본능에 충실한 알파의 손목에서 더 많은 페로몬이 꿀럭꿀럭 흘러내렸다.

살짝 쉰 음색으로 달래는 말투에도 야릇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착하지, 에디스? 그만 버티고 네 본성을 깨닫도록 해. 페로몬을 마음껏 풀어.”

클라이드의 체온이 높은 부위마다 여기저기에서 강렬한 체향이 뿜어져 나왔다.

길고 탄탄한 목덜미, 그림 같은 이마, 실바람이 부는 입김까지 죄다 짐승 같다.

알파의 페로몬으로 그녀를 자극해서 닫혀 있던 오메가의 기질을 일깨우려는 의도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건 오롯이 그녀의 몫이었다.

거부하며 피할 수도, 다른 이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과정이다. 되도록 빠르게 오메가로서 자각하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크, 클라이드…….”

붉게 충혈된 눈자위에 물기가 어렸다.

“도와줄게. 네가 발현하도록 내 페로몬으로 자극해 줄 테니까.”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손목을 그가 굳세게 붙들었다.

무심한 듯 손가락을 감아쥐었을 뿐이지만, 맥박이 뛰는 자리를 지그시 누르는 엄지손가락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원형으로 두른 손이 올가미 같았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손끝으로 누르며 그녀의 박동을 헤아리는 행위는 어딘가 모르게 집착적이었다.

힘겨운 순간을 겨우 견뎌 내며 에디스는 눈물 맺힌 시선을 그에게 던졌다.

클라이드가 왜 저한테 관심을 주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오메가로 발현하든 말든 내버려 둬도 될 텐데, 옆에 찰싹 달라붙은 채 알파 페로몬을 풀어 도와주는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작에서 클라이드는 분명 메인 수한테 집착 쩌는 광공이었다.

오직 한 사람한테만 열정을 쏟아붓고 미친놈처럼 별의별 헛짓거리를 다 하는 놈이었다.

에디스가 소설의 메인 수가 아닌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실이 아닌 이곳은 BL의 세계다.

게다가 그는 메인 공이니까, 에디스가 오메가로 발현하는 것과 상관없이 성별에서 이미 그의 관심 밖이어야 맥락이 맞는다.

그러니까 저런 뚱딴지같이 애절한 눈빛으로 오메가 발현의 순간을 함께 지켜봐 주는 모습은 심하게 선 넘으신 거다.

자신이 읽었던 그 소설이 아닌 느낌까지 든단 말이다.

“아무래도 좀 더 몰아붙여야겠군. 시간만 질질 끌면 그대가 지치고 힘들어져.”

옅게 풍기는 오메가 페로몬이 마냥 고만고만하기만 하고 좀체 상황에 진전이 없자 클라이드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적당히 조절하고 있던 알파의 기운을 훨씬 많이 풀어낸 것이다.

알파의 페로몬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오메가를 유혹하는 힘으로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을 때 페로몬으로서 구애한다.

또 다른 기능은 우성 알파에게만 있는 강압의 힘으로서, 자신보다 약한 자를 정신적으로 굴종시킨다. 동물의 세계에서 강한 놈에게 약한 놈이 설설 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클라이드가 풀어낸 능력은 오로지 유혹의 힘뿐이었다.

방대한 양의 페로몬을 한계까지 풀어 그녀를 뒤덮었지만 강압의 힘은 일절 없었다.

대신에 오메가에게만 작용하는 역동적인 감각이 그녀를 침대 위에 내던져진 생선처럼 파닥거리게 했다.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듯이 에디스의 손이 흐느적거렸다.

“그, 그만.”

“힘내. 조금만 더.”

마지막 박차를 가하는 순간 그에게 자비란 없었다.

짐승 수컷의 영역 표시처럼 클라이드의 페로몬이 그녀에게 덕지덕지 묻었다.

“나는…….”

한 마디를 다 토하지 못하고 에디스는 전신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이마를 그의 옷자락에 비비며 괴로움 가득한 탄성을 흘렸다.

순간, 몸 전체가 터지는 착각이 일었다.

막혀 있던 샘이 터지고 그 안에 고였던 물이 삽시간에 흘러넘치듯 그녀의 뚫린 입구 전부를 통해 오메가의 페로몬이 분출했다.

눈코입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모공까지 전부 독특한 향기를 내뿜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갓난아기 때 어미의 자궁을 벗어나던 순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비유한다면 그와 비슷했다. 20여 년 영혼을 담고 살았던 몸이 다른 육신으로 탈바꿈하는 것 같았다.

외형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지만 기질이 달라지며 처음으로 페로몬을 내뿜을 줄 알게 되는 것은 무향의 베타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죽어 가는 자처럼 요란하게 전율하면서, 그녀는 턱 막힌 목구멍 사이로 간신히 신음 같은 소리를 내었다.

“클……라이드…….”

창백하게 질린 두 손을 아무 데나 내뻗었다.

제정신으로 한 게 아니라 순전히 본능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

어지러운 팔꿈치가 억세게 붙들려, 돌연 정면으로 들쳐 올라갔다. 땀에 젖어 축축한 등이 시트를 떠났다.

클라이드가 그녀를 갑작스레 끌어 올린 것이다.

공중에 붕 뜬 기분.

몽롱하기만 한 머릿속과 열에 들떠 감각이 무뎌진 살갗은 실내에 자욱한 알파 페로몬의 달고 강렬한 힘을 이겨 내지 못했다.

이지를 잃은 채, 그녀는 말랑말랑한 인형처럼 그에게 이끌렸다.

현실감이 형편없이 떨어진 상황에서 우연히 에디스의 눈 속 망막에 늘씬한 남자의 상이 맺혔다.

엉망진창으로 울고 눈이 부었지만, 한 뼘 안으로 좁혀진 그의 얼굴을 보는 우연이 일어난 것이다.

신기하게도 클라이드의 눈동자는 광물질로서의 황금색이 아니었다.

까만 동공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무지갯빛 선은 거짓말처럼 아름다웠다. 깊은 밤 은하수를 꼼꼼히 관찰할 때 이것과 비슷한 무늬가 있었던 것도 같다.

저를 아침저녁으로 달달 볶는 상관의 눈동자가 아니었더라면 한눈에 홀렸을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 버리는 미모를 되새길 여유는 없었다.

더운 뺨에 바람마저 느껴질 듯 육신이 순식간에 일으켜 앉혀졌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미처 깨달을 틈도 없이…….

옆구리가 아프도록, 와락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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