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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37화 (83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37화>

    -뭐, 뭔 말이고? 갑자기 윤성철 의원이라니?! 너 그 양반이 어떤 양반인 줄 아나!

    “이민석 회장이 윤성철의 자식이랍니다.”

    정계의 엄청난 권력가 중 한 명인 6선 의원 윤성철.

    오랜 정치 기간만큼이나 다양한 혐의를 의심받았으나,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었던 그.

    그런데 이민석 회장이 윤성철 의원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면?

    자금 세탁을 하고 있다면?

    이건 대한민국을 뒤집을 게이트가 될 수 있다.

    “경검 합동 특수본으로 가시죠.”

    -……미칬나, 진짜! 쪼, 쫌만 기다리래이! 마! 검사장님께 전화해서 대검 중수부 창고 쫌 열어 달라 캐라! 뭐하노! 전화 걸라꼬-!

    대한민국 모든 권력가들의 비리와 약점이 때를 기다리며 잠자고 있다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사건 창고.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지이잉!

    “음?”

    핸드폰을 확인한, 연진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이 보낸 문자를 확인한 종혁은 재빨리 연진의 SNS 계정에 접촉했다.

    [젊은 기업가와의 만남! 팬이에요, 회장님!]

    “……요것 봐라?”

    이민석과 연진이 함께 찍힌 사진.

    이민석이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스폰녀와 아들들을 데려간 이를 찾으려는 수작인 것 같았다.

    “예, 서장입니다. 하던 일 관두고 올라오세요. 이민석 땁시다.”

    입술을 비튼 종혁은 몸을 돌렸다.

    * * *

    찰칵! 치이익!

    “후우우.”

    어두운 밤, 연진이 머무는 단독 빌라의 정문이 훤히 보이는 골목. 차 안에서 불꽃과 함께 하얀 연기가 뿜어진다.

    “미쳤냐? 담배 안 꺼?”

    “에이, 한 대 정도는 괜찮잖습니까.”

    “왜? 우리가 여기 있다고 아예 광고를 하지?”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지나다니잖습니까.”

    “끄라고.”

    입맛을 다신 사내는 담배를 끄는 순간이었다.

    부아앙!

    멀리서 가까워지는 오토바이 소리에 얼른 마스크를 올려 쓰는 그들.

    이내 오토바이가 지나쳐 가자 한 사내가 무전기를 든다.

    “어디로 가는 거야?”

    -저희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후.”

    다시 마스크를 내린 그들은 한나절 동안 빌라의 정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피로해진 눈을 어루만진다.

    다시 그 순간이었다.

    부우웅!

    느릿하게 그들의 앞을 스쳐 지나가는 외제차 한 대.

    또 다른 집으로 가겠거니 하며 심드렁하게 쳐다보던 그들은 차가 연진의 빌라 앞에 서자 다급히 마스크를 끌어 올린다.

    “모두 주목!”

    순간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무전기 너머의 사냥개들.

    이윽고 멈춰 선 차에서 내린 3명의 괴한이 담벼락을 넘어 빌라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콰장창!

    “꺄아아악!”

    안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

    그리고 1분도 안 되어 빌라의 문이 열리며 괴한들이 연진을 끌고 나와 차에 싣는다.

    부우웅!

    “……쫓아!”

    키리릭! 부르릉!

    골목골목에서 쏟아져 나와 이리저리 흩어지는 차들.

    무작정 흩어지는 게 아니다. 은밀한 미행을 위해 흩어지는 것이었다.

    “예, 의원님. 말씀하셨던 놈들이 나타났습니다. 지금 미행 중입니다.”

    -손자, 아니 아이들만 데려와.

    “예.”

    통화를 종료한 사냥개들의 리더는 볼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흉터를 매만지며 비릿하게 웃는다.

    “참 한결같으시지.”

    저들이 도착할 곳에 있는 존재들 중 아이들만 빼고 모두 죽여 버리라는 뜻.

    ‘그나저나 손자라…….’

    리더는 고개를 저으려 손자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말실수가 아니다. 이건 시험이다.

    주인의 일을 궁금해하는 개새끼 따윈 삶아져야 하는 법. 혹시라도 말실수를 했다가는 그날이 바로 제삿날이다.

    “서대문구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3호 차, 가까이 붙어.”

    -수신.

    부아아앙!

    “어?”

    순간 속도를 높이는 미행 차량.

    뒤따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쫓아!”

    “네, 네!”

    부아아아앙!

    질세라 다급히 속도를 높이는 차량들.

    12시의 늦은 밤, 도로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남대문시장 방향으로!”

    -좌회전했습니다!

    “뭐해! 얼른 따라붙어! 아니, 앞을 막아! 막으라고, 새끼들아! 현진 애들한테도 전파해!”

    텄다. 들켰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강제로 입을 열게 만드는 것뿐이다.

    리더가 이를 악물며 칼을 꺼내 든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목숨만 붙여서 사라진다.’

    저녁 12시의 늦은 밤, 차량이 별로 돌아다니지 않는 도로다 보니 과속에 대한 신고가 들어갔을 터.

    그가 칼끝의 날카로움을 다시 점검하는 순간이었다.

    -어?! 건물로 들어갑니다!

    “나도 봤어! 바로 따라 들어……?”

    오싹!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건물과 그 입구를 지키고 있는 푸른 제복의 남성들.

    건물의 맨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경찰청]

    ‘함정!’

    “그, 그냥 지나쳐-!”

    그가 그렇게 외치는 그때, 정면에서 터진 상향등들이 그의 눈을 잠시 멀게 만든다.

    그리고…….

    부아아아앙! 끼이이이익!

    경찰 본청 앞 8차선 도로의 앞뒤를, 그들의 앞뒤를 틀어막는 수십 대의 차량.

    탁! 탁탁!

    “……빌어먹을.”

    리더는 앞뒤를 막은 차들에서 내려 다가오는 수십 명의 경찰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하, 함정입니다! 어서…… 회장님! 크악! 막아!

    “…….”

    현진그룹의 회장실, 종료 버튼을 누른 이민석 회장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우당탕!

    시끄러워지는 바깥.

    이윽고 회장실의 문이 열리며 십수 명의 경찰이 안으로 들어온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공무집행 중이라니까 그러네. 여기 체포 영장 안 보여요?”

    몸으로 막는 비서를 옆으로 밀어낸 대광해수욕장 영아 살해 및 유기 사건의 담당 형사가 앞으로 다가와 수갑을 꺼내 든다.

    “이민석 회장님, 여기 체포 영장 보이시죠? 당신을 12명 영아 살해 교사 및 유기 교사, 방조 혐의로 체포합니다.”

    철컥!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담당 형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미란다 원칙.

    그러나 이민석 회장은 담당 형사가 아니라 그 뒤에 서 있는 덩치 큰 사내, 종혁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한다.

    “어디서부터 속은 겁니까.”

    자신이 언제부터 종혁에게 속고 있었을까.

    처음 종혁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부터?

    아니, 그런 건 이제 상관없다.

    “최종혁 총경, 날 적으로 돌린 게 얼마나 후회할 짓인지 곧 알게 될 겁니다.”

    “예, 예. 이거나 처드세요.”

    빠드득!

    이민석 회장은 종혁을 죽일 듯 노려보며 끌려갔다.

    * * *

    서울 강남의 일식집.

    윤성철 의원과 현몽준 의원이 술잔을 기울인다.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허허.”

    “죄송합니다. 당의 일이 바쁘다 보니 같은 당사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한잔 기울일 여유가 없었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6선 의원으로 당의 원로인 윤성철 의원.

    “아직 정정합니다. 허허허.”

    챙!

    둘은 술잔을 부딪치며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결국 직업이 직업인지라 정치 쪽으로 화두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잘 이뤄지고 있습니까?”

    “끙. 아픈 곳을 찌르시는군요.”

    박명후 대통령과 현몽준 당대표.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서로 대립을 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게다가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강 보수 사업을 하고 있으니 총과 칼만 안 들었지 매일이 전쟁이다.

    “허허허.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지요.”

    서로의 생각과 사상이 달라 싸울 땐 또 싸우더라도, 필요할 땐 양보할 건 양보하며 합치하는 것이 바로 정치 아니겠는가.

    “그래도 요즘 현 대표를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어쩔 땐 일 년에 10개가 넘는 법안을 발의하는 현몽준 당대표.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려면 아직도 1년이 넘게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은 현몽준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민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현몽준 당대표가 여론을 제어하는 게 아니다. 정말 국민들이 그렇게 외치는 것이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에 윤성철은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다.

    “마치 제가 젊었을 적 이 국회에 들어왔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요.”

    “하하. 그렇습니까. 그렇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모두 국민들의 성원과 제 젊은 친구 덕분입니다.”

    종혁이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법의 허점을 꼬집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현장의 목소리는 너무도 쓰고 아팠다.

    “최종혁 총경이라고 했던가요?”

    “오. 아십니까? 이번에 경무관으로 진급을 한다고 합니다.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데, 저보다 더 부자다 보니…… 허허.”

    “설마 현 대표만 하려고요. 지나온 세월이 다르잖습니까.”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대단한 친구입니다.”

    “……정말 아끼시나 봅니다.”

    “만약 제게 그 또래의 딸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결혼을 시켰을 겁니다. 저번에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만났을 때 어땠는지 아십니까?”

    “허헛!”

    팔불출 같은 현몽준의 모습에 윤성철이 속으로 미간을 좁힌다.

    계속 종혁에 관한 이야기만 나와서 그런지 갑자기 느낌이 불길해졌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곧 고개를 저었다.

    이 술자리는 거의 한 달 전에 잡은, 종혁과 얽히기 전에 잡은 약속이었다.

    윤성철은 마음을 놓으며 술잔을 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래서 왜 그러셨습니까?”

    오싹!

    윤성철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현몽준을 본다.

    두 눈에서 감정이 사라져 있는 현몽준.

    “제가 그리 우습게 보이셨습니까.”

    “……현 대표의 정보력을 우습게 봤군요. 그런데…….”

    윤성철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입술을 비튼다.

    “고작 일개 경찰 때문에 나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겁니까. 고작 그놈 하나 때문에 차기 대통령을 포기하려는 겁니까.”

    윤성철 자신은 6선 의원이자 당의 원로다.

    자신과 자신의 파벌이 반대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차기 대통령에 도전이라도 할 수 있을까.

    박노형 전 대통령이 무리한 개혁으로 인해 당이 갈라지다 못해 새로운 당을 창당했듯이, 당이 다시 갈라질 수 있다.

    “차기 대통령 포기라……. 글쎄요. 굳이?”

    굳이 너의 도움이 필요하냐는 눈빛에 윤성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허허. 우리 당 대표께선 자신이 있나…….”

    지이잉! 지이잉!

    ‘어떤 놈이!’

    하지만 그는 무시하려고 했다. 지금은 전화보다 현몽준과의 대화를 마무리 짓는 게 중요했다.

    그 끝이 파국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하지만 전화는 계속 울렸다.

    “급한 것 같은데 받아 보시죠.”

    “내 잠시 실례하겠……!”

    발신자를 확인한 윤성철 의원이 혀를 차며 다시 앉는다.

    사냥개 리더의 전화. 지금은 받지 않아도 될 전화였다.

    그런데…….

    “받지 않으시려는 겁니까? 정말 급한 전화일 텐데요?”

    오싹!

    현몽준의 차분한 눈빛에 섬뜩함을 느낀 윤성철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똑똑!

    문이 두들겨지는 소리와 함께 철렁 내려앉는 윤성철의 심장.

    “들어와요.”

    스르륵!

    문이 열리며 강철선이 들어온다.

    “이렇게 두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더.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의 강철선 부장이라예. 그런데 제가 지금부터 쪼금 실례를 할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꺼?”

    “난 걱정 마시고 볼일 보세요.”

    “현 대표! 네놈이 결국……!”

    “감사합니더. 윤성철 씨, 2005년도 경기도지사로 계실 때 안양의 재개발에 개입한 적 있으시지예? 산업 재해도 일나고, 탈세 의혹도 생기고, 로비 의혹도 생기고, 공사를 담당하던 건설업체 사장은 그 때문에 자살하고. 그것 때문에 왔심더.”

    “……국회의원에겐 불체포특권이 있다는 걸 모르나!”

    “하모요. 제가 검사인데 그걸 모를 리가 있겠습니꺼.”

    물론 불체포특권은 회기 중일 때만 효력이 발휘되며, 회기 중이 아닐 때는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재적 의원의 4분의 1만 동의해도 언제든 임시 국회를 열 수 있는 탓에, 당에서 작정하고 소속 의원을 보호하려고 나선다면 국회의원을 구속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니 일단 선전포고를 하러 온 거라예.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내려갈 텐데 잘 막아 보시라고예. 그럼 수고하이소. 큰 결례를 끼쳤습니더.”

    강철선은 마지막으로 현몽준에게 고개를 숙이곤 돌아섰고, 윤성철은 현몽준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정말 싸우자는 것이로군.”

    “전 이미 싸우자는 걸로 알았습니다만.”

    빠드득!

    “내일 국회에서 보지!”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쾅!

    거칠게 닫히는 문을 일견한 현몽준은 술잔을 들며 종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도 시동 걸었습니다, 최 서장.”

    -……괜찮겠습니까?

    “하하. 제 걱정을 하시는 겁니까?”

    현몽준은 정말 진심으로 웃었다.

    “걱정 마십시오. 윤성철 의원이 당의 원로이자 6선이라고 해도 저 역시 6선이니까요.”

    같은 급, 아니 이쪽은 당대표다.

    현몽준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우리 당도 이제 물갈이를 할 때가 됐지.’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치인이란 소리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현몽준은 미래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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