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33화 (83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33화>

퍼억!

“컥!”

장년인, 우산정밀의 사장이 배를 움켜쥐며 무너진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청천벽력과 같은 결정인 계약 해지와 비슷한 크기의 고통.

함께 온 전무이사도 한 대 얻어맞고 땅바닥에 내팽개쳐진다.

“그만.”

완전히 내쫓아 버리기 위해 다가가는 경비원들을 말린 비서실의 직원이 그들에게 다가가 차가운 눈으로 노려본다.

“괜찮으십니까? 저희 경비원들이 애사심이 넘치다 보니 실수를 하고 말았군요. 두 분의 행동에 따라 더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우산정밀의 사장과 전무이사의 낯빛이 희게 질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이를 악물었다.

“가,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디 있습니까! 계약 해지라니요!”

“계약 해지가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인해 단가를 낮추겠다는 것뿐입니다.”

“그게 저희보고 죽으라는 말과 뭐가 다릅니까!”

종전보다 80퍼센트나 삭감된 단가.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였고, 계약이 해지되면 다른 거래처가 없는 우산정밀은 그냥 망하는 거다.

“당신들도 그랬잖습니까.”

“예?”

“삼중금속.”

쿵!

“우리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단가를 후려쳐 자금을 경색시키고, 빚에 허덕일 때 헐값에 신기술을 사 오고. 우산정밀이 삼중금속에게 했던 짓과 똑같았다.

비서실 직원이 입술을 비틀자 사장과 전무이사는 고개를 푹 숙였고, 비서실 직원은 싱긋 웃었다.

“그럼 더 이상 이런 민폐는 끼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둘의 어깨를 두드린 비서실 직원은 경비들과 다시 건물로 돌아갔고, 그들을 말리려 다가갔던 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그렇게 고층빌딩 앞에 선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현진그룹이라…….”

이른바 대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현진그룹.

입안에서 사탕을 굴리듯 읊조린 종혁은 현진그룹의 본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신안경찰서장 최종혁 총경입니다.”

* * *

“과분하게도 현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민석입니다.”

“아이고.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진을 내민 종혁은 자신을 무심히 바라보다 손을 내민 이민석 회장과 악수를 하며 허리를 숙였다.

‘이민석 회장.’

이쪽 바닥에선 유명한 이름이다.

전대 회장의 먼 친척의 조카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능력을 인정받아 결국 전대 회장의 친자들마저 제치고 현진그룹의 수장이 된 경영인.

그리고 지금의 현진그룹을 만든 사람.

김연진의 스폰서는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 당신은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종혁은 다시 사진을 팔랑였다.

“이 여자 아시죠?”

“……나가 있어.”

“회장님.”

비서는 손을 젓는 이민석 회장의 모습에 종혁을 노려보곤 밖으로 나갔고, 종혁의 눈이 곱게 휘었다.

“이렇게 독대까지 해 주시다니 영광…….”

“압니다.”

종혁이 잠시 입을 다문다.

‘호오?’

“지금 자신이 성매매를 했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 겁니까?”

“어차피 다 알아보고 오신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몇 번 만나고 그 대가로 후원을 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종혁이 이렇게 본사까지 쳐들어올 수 있었을까.

‘그 모자란 년이 결국!’

종혁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이민석 회장의 신경이 곤두섰다.

“그러다 그 친구가 갑자기 경찰에 검거됐다기에 변호사를 구해서 보냈습니다.”

그룹의 법무팀이 움직이면, 회사에 악영향을 갈 것 같아서 따로 알아봐 보냈다.

“아, 그러고 보니 사건 담당 경찰서가 신안경찰서군요.”

움찔!

‘이것까지 인정해?’

“그럼 그 죄목이 뭔지도 아시겠군요.”

“예. 영아 살해 및 유기라는 말은 전해 들었습니다. 그럴 친구가 아니었는데, 왜 그런 짓을…….”

“혹시 그 아이가 회장님의 아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요즘 경찰이 많이 바뀌었다고들 하던데 아니었나 보군요.”

딱딱하게 굳는 그의 얼굴에 종혁은 코를 긁적였다.

그런 종혁을 한참 노려보던 이민석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가능성을 떠올려 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그 아기가 제 아이였다면, 그 친구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요? 그 아이가 살아 있다면 제 유산을 물려받을 수도 있을 텐데?”

맞는 말이다.

무려 대기업 현진그룹이다.

그를 협박을 하든, 아니면 여론을 통해 난장을 피우든 혼외자임을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그게 안 되더라도 그의 사후 인지청구소송을 통해 혼외자임을 법원의 인정을 받는다면 대기업 현진그룹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는 게 가능했다.

심지어 슬하에 자식이 없는 이민석 회장.

나눌 몫이 적은 만큼 유산의 액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만나던 게 저 혼자만은 아니었을 테니 아마…… 후우. 잠시 담배를 태워도 괜찮겠습니까?”

“편하게 피우십시오. 여긴 회장님의 사무실이잖습니까.”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이민석 회장이 담배를 물고, 종혁이 불을 붙여 준다.

“하지만 저랑 상관없는 아이라고 한들 그 친구가 궁지에 몰리는 일은 없도록 만들어야 했습니다. 만약 그 친구가 궁지에 몰려서 악독한 마음이라도 먹었다가는…….”

김연진이 궁지에 몰리면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몰랐다.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자신의 이야기까지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이민석 회장은 안심하며 담배를 피웠고, 종혁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물어보실 거 없으십니까?”

“예. 충분히 물은 것 같습니다. 다만 성매매 관련해서는 따로 다시 한번 연락드리게 될 거 같은데, 그때도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마 벌금형 정도로 끝날 테지만, 조서는 작성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다시 악수를 나눈 종혁은 돌아서다 아차 했다.

그의 눈빛이 순간 서늘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 그런데 김연진 씨가 아이를 살해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거 알고 계십니까?”

“……아뇨. 이번 일도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라.”

“음.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종혁은 회장실을 빠져나갔고, 곧 비서가 뛰어 들어왔다.

“회장님.”

“김연진이 두 명을 죽인 것까지 알고 있더군.”

“헉!”

“어디서 나에 관한 이야기가 새어 나갔는지 찾아.”

비서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경찰이 찾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실수를 만회하고자 이를 악물며 고개를 숙였고, 이민석 회장은 불이 붙은 담배를 꽉 쥐었다.

‘죽여야 할까?’

김연진을 떠올리며 고민에 빠지던 이민석 회장은 이내 혀를 찼다.

“일단 최종혁 서장 저놈부터 치워야겠군.”

그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한편 현진그룹의 본사를 나선 종혁이 코를 긁적이며 회장실이 있는 최상층을 바라본다.

“분명 뭐가 있는데…….”

아니라면 코가 이렇게 간지러울 리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의심을 하기엔 너무도 협조적이었던 이민석 회장.

진술도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걸린단 말이지.”

“시, 실장님!”

“놔!”

“응?”

고개를 돌린 종혁이 얼굴이 난장판이 되어 건물을 나오는 청년을 본다.

“아빠, 삼촌이……! 회장 삼촌이 나를……!”

종혁은 멀어지는 청년과 그 뒤를 따르는 사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민석 회장의 친척인가?’

통화 내용을 들어 보니 아무래도 무슨 잘못을 저질러 이민석 회장에게 얻어터진 것 같다.

“역시…….”

이민석 회장의 조카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긴 했을 거다.

하지만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사람이 저렇게 피떡이 되도록 폭력을 휘두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성매매를 하고 그 대가로 ‘후원’을 해 줬다고 진술하던 이민석 회장의 언행.

종혁은 이민석 회장에게서 은연중 그가 권위주의적이고 선민의식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발바닥으로 땅을 툭툭 두드리던 종혁은 이내 눈을 빛내며 돌아섰다.

“다시 만나 봐야겠어.”

김연진을 말이다.

* * *

“오늘부터 사건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지내면 됩니다.”

대리석으로 치장된 넓은 거실과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에 김연진의 입이 벌어진다.

그녀의 눈이 빠르게 고급 단독 빌라 내부를 훑는다.

“수영장은 없지만 테라스에서 일광욕을 할 순 있습니다.”

“여기가 아저씨 거예요?”

“……그렇습니다.”

아니다. 이건 민영우 변호사 자신이 투자를 위해 매입한 고급 빌라지, 이민석 회장의 소유가 아니다.

종혁이 냄새를 맡은 이상 결코 이민석 회장과 연관된 그 어떤 곳도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았기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정말요?”

눈이 휘둥그레진 연진은 다급히 신발을 벗고 들어가 빌라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고, 민영우는 그 뒤를 따르며 그녀가 궁금해하는 점들에 대답해 줬다.

“그리고 냉장고를 모두 채워 놨으니 요리는 여기 부엌에서 하면 될 겁니다.”

“네? 전 음식을 할 줄 모르는데요?”

“……시켜 드세요. 배달 어플 이용할 줄 아시죠?”

스마트폰 보급화가 이뤄지자마자 전국을 휩쓴 배달 어플.

권&박 홀딩스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이 회사는 스마트폰이 보급화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 국민이 애용하는 곳이 됐다.

“당연히 이용할 줄은 아는데…….”

지이잉! 지이잉!

“……잠시만요.”

발신자를 확인하곤 의아해한 민영우가 정원으로 나가 전화를 받는다.

“예, 회장님. 예? 최종혁 서장이 회장님을 찾아왔단 말입니까?”

깜짝 놀란 민영우 변호사가 연진을 찾는다.

안방에서 행복의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연진.

“김연진 씨.”

“네?”

“혹시 최종혁 서장에게 회장님에 대해 발설한 적 있습니까?”

“아뇨? 제가 미쳤어요?”

연진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이민석 회장에 대해 언급한다면 결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걸 말이다.

“왜요? 그 경찰이 아저씨를 찾아갔대요?!”

“……예. 아무래도 이쪽에서 새어 나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앗! 아저씨예요? 바꿔 주세요!”

민영우 변호사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넘겼고, 연진은 환하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아저씨. 아니요. 제가 말할 이유가 없잖아요. 제게 그렇게 잘해 주셨는데…… 네. 네.”

한참 동안 통화를 한 연진은 이민석 회장이 다음 스케줄을 가야 한다는 말에 아쉬워하며 민영우 변호사에게 핸드폰을 넘겼고, 그는 다시 정원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부탁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예, 그럼.”

통화를 종료한 민영우 변호사는 어느새 거실로 나와 귀를 쫑긋거리고 있는 연진에게 다가갔다.

“배달 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여기 경호원에게 말하면 될 겁니다.”

“네?”

민영우가 가리킨 여성 경호원을 본 연진의 얼굴에 순간 불만이 가득 찬다.

“이젠 대놓고 감시하려는 건가요? 아저씨 지시예요?”

“또 최종혁 서장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움찔!

“아, 알았어요.”

“원래 쓰시던 핸드폰도 이리 주시고, 앞으론 이 핸드폰만 쓰세요. 그럼 편히 쉬십시오.”

고개를 숙인 민영우 변호사는 다시 핸드폰을 들며 밖으로 나가다 잠시 멈췄다.

끼이익! 쿵!

그의 등 뒤로 닫히는 문.

다시금 표정을 굳힌 민영우는 곧바로 차에 올라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한시라도 빨리 최종혁의 동선을 뒤져 이민석 회장에 대해 발설한 놈을 찾아야 했다.

한편 연진은 삐딱해진 시선으로 남겨진 경호원을 봤다.

“언니, 이름이 뭐예요?”

“……전 원활한 경호를 위해 내부를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멀어지는 경호원을 보는 연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내가 스폰녀라고 무시하는 거지, 지금?’

“흥!”

기분이 상해서일까.

방금까지 이 빌라의 이곳저곳을 더 탐방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진다.

꼬륵!

“아, 짜증 나.”

짜증이 나서 그런지 더 배가 고프다.

그녀는 민영우 변호사가 준 핸드폰을 들어 배달 어플을 켜며 안방으로 향했다.

* * *

띵동!

‘왔다!’

멍하니 TV를 보다 몸을 일으킨 연진이 안방을 나서자 경호원이 막아선다.

“안으로 들어가 계십시오.”

민영우 변호사가 외부인의 출입을 무조건 막으라고 했다.

그 말에 연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안방으로 다시 들어가자 경호원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지이잉! 지이잉!

“응? 예.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예?!”

그녀가 속한 경호업체의 직속 상사에게 걸려온 전화.

무슨 말을 들은 건지 그녀의 눈이 흔들린다.

“……알겠습니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경호원이 문을 열고 나간다.

그런 그녀의 앞을 막아선 거대한 벽.

고개를 든 그녀는 철가방을 든 채 껌을 짝짝 씹고 있는 덩치 큰 사내를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전화 받으셨죠?”

“……예.”

“여기 있습니다. 가져다주고 반응만 보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입술을 깨문 경호원은 이내 곧 체념하며 음식이 담긴 봉지를 들고 돌아서 안으로 향한다.

“음식 왔습니다.”

“왔어요?! 아싸!”

환호성을 터트리며 봉지를 열어젖히는 연진.

그렇게 두 번째 봉지를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

[네가 죽인 아기들의 아빠가 이민석 회장 맞지?]

“허억?!”

촤락!

낯빛이 하얗게 질린 연진이 다급히 봉지를 닫는다.

심장을 멎게 만드는 글귀와 이민석 회장의 사진.

황급히 고개를 돌린 연진은 경호원과 눈이 마주치자 버럭 소리쳤다.

“뭐, 뭘 그렇게 계속 쳐다봐요?!”

“……아닙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돌아선 경호원의 눈이 혼란으로 흔들렸다.

한편 오토바이에 오른 사내, 아니 종혁이 경호원이 문자를 보낸 문자를 보곤 이를 악문다.

“맞네?”

살해 및 유기된 두 영아의 아빠는 이민석 회장이 맞았다.

이러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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