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32화 (83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32화>

“이야! 내가 드디어 이곳에 와 보는구나!”

“아, 몇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거야!”

낮에 비가 내려 더 후덥지근한 밤.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는 클럽 앞으로 한 대의 스포츠카가 세워진다.

콰르르릉!

마치 더 달리지 못한 짜증을 드러내는 강렬하게 우는 스포츠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내린 종혁이 달려오는 클럽 관계자를 향해 키를 던진다.

“제가 사건 하나 밀어 들인다니까요.”

-정말이죠? 나 최 총경님만 믿습니다!

“믿으세요. 믿는 자에게 복이 옵니다. 예, 그럼 수고하십쇼.”

지금부터 만나려는 브로커를 조사하고 있던 경찰과의 통화를 종료한 종혁이 클럽의 입구를 지키는 가드에게 다가가 브로커의 사진을 내민다.

“이 새끼 안에 있지?”

“……정말, 진짜로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빚쟁이거나 담그러 오신 건 아니시죠?”

초고가의 명품을 쫙 빼입었지만 덩치가 너무 위협적이다.

“이거면 답이 될까?”

종혁은 수표를 흔들었고, 가드는 넙죽 허리를 숙였다.

“1시간 전부터 안에 있습니다, 사장님! VIP룸으로 갔을 겁니다, 사장님!”

“그래, 수고해.”

직원의 어깨를 두드린 종혁은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곧 화려하게 번쩍이는 조명과 고막을 찢을 듯한 강렬한 비트가 그를 반겼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혹시 찾으시는 MD 있으십니까?”

“됐고, VIP룸은 어느 쪽이야?”

“아, 일행을 찾으시러 오셨구나!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긴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은 종혁은 걸음을 옮겼고, 이내 계단을 지키던 가드가 막아서다가 종혁의 뒤를 따르는 MD의 손짓에 다급히 물러난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온 종혁은 가까이 있는 문을 활짝 열었다.

그에 깜짝 놀라 종혁을 보는 룸 안의 사람들.

여름이라 더 헐벗은 여성들과 남성들을 훑어본 종혁이 씩 웃는다.

“너 뭐야!”

“예, 예. 열심히들 노세요.”

문을 닫은 종혁은 그 옆에 있는 룸의 문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그에 MD가 기겁하며 종혁의 손을 잡았다.

“안 놔?”

“하하. 사장님! 일행분이 몇 번 방에 계시는지만 알려 주시면 제가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럴래?”

종혁은 사진과 함께 수표를 흔들었고, MD는 넙죽 허리를 숙였다.

“저쪽 VIP룸입니다!”

곧바로 앞장서는 MD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뜬 종혁은 이내 입술을 비틀며 그의 뒤를 따랐다.

“이 룸입니다!”

“비켜 봐.”

종혁은 문을 살짝 열며 안을 들여다봤다가 살짝 놀랐다.

“……여기 있네?”

담당 형사의 말로는 브로커 이놈이 이 클럽의 VIP라기에 MD가 보호하기 위해 가드 대기실로 안내하나 싶었는데, 정말 이곳에 있었다.

“새끼.”

“헤헤.”

“한 10분 뒤에 119에 신고해 놔.”

“예?”

문을 완전히 열어젖힌 종혁은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난입한 종혁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종혁은 상석에 앉은 남성, 다니엘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춘식아, 형이랑 이야기 좀 하자.”

“넌 또 뭐…….”

쩌억!

퀭한 눈으로 다가오는 이십대 사내의 턱을 돌려 버린 종혁은 놀라 벌떡 일어나는 다니엘을 향해 잔인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 * *

시끄럽다가 고요해진 룸 안.

종혁은 바닥에 널브러져 정신을 잃은 청년들을 무시하며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춘식아.”

“예, 예!”

청년들보다 더 얻어터진 브로커의 눈이 데구루루 굴러간다.

‘이 새끼는 대체 누구야?!’

맹세코 처음 본 놈이다. 그렇기에 정말 억울했다.

‘이유라도 알고 맞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라도 않지!’

정말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쩍!

“춘식아, 집중 안 하지?”

“죄, 죄송합니다!”

순간 정신과 함께 날아갔던 몸을 다급히 일으켜 종혁의 앞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는 브로커.

“저, 저기 정말 어쩐 일로 오신 건지……. 호, 혹시 제가 연결시켜 드린 아가씨가 도망을 쳤다거나 돈을 가지고 날랐다거나…… 죄, 죄송합니다!”

무심히 내려다보는 종혁의 시선에 브로커는 다급히 고개를 숙였고, 종혁은 그에게 연진의 사진을 보여 줬다.

“이 여자 알지?”

“어?”

브로커가 다급히 고개를 든다.

그런 그의 눈에 진한 의문이 서린다.

“호, 혹시 회장님께서 보내셔서 오신 겁니까? 이년이 회장님의 돈이라도 들고 나른 겁니까? 이런 쌍년!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런 년 찾는 덴 도사…….”

“회장님?”

종혁의 눈이 다시 가늘어지자 브로커의 입이 다물어진다.

“김연진을 스폰한 게 기업가다?”

움찔!

“정말 누구신지…….”

“그게 지금 중요할까?”

“중요하지 않을까요?”

“네가 체포되냐, 마냐보다?”

쿵!

브로커의 입이 떡 벌어진다.

“짜, 짭…….”

빠악!

“단어 선택 똑바로 안 하지?”

“죄, 죄송합니다!”

종혁은 다급히 고개를 숙이는 브로커를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래서 누군데?”

“아, 그게…… 하, 씨발. 진짜 안 되는데…….”

브로커는 울상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가자.”

“아니, 형사님! 제가 이렇게 협조도 했는데!”

“네가 그 사람에게 소개시킨 김연진이 지금 자기가 낳은 아기를 살해하고 유기했어. 그것도 둘이나. 너 영아 살해 및 유기 방조로 들어갈래, 아니면 성매매 알선으로 들어갈래?”

“……성매매 알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브로커는 눈물을 삼키며 일어섰고, 종혁은 바닥에 널브러진 파란 알약을 무시하며 룸을 나섰다.

그러자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검은 정장의 떡대들.

종혁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진다.

“하하. 사장님! 용무는 모두 끝나셨습니까! 좀 비켜 봐요.”

떡대들을 헤치며 다가와 머리를 조아리는 MD의 모습에 종혁은 피식 웃으며 수표 한 장을 더 꺼냈다.

“이걸로 밥값 해.”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럼 이 새끼는 내가 데려간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사장님!”

MD를 뒤로하며 클럽을 빠져나온 종혁은 조수석에 브로커를 쑤셔 넣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태흥아, 이 씨발 새끼야. 내가 마약 팔지 말라고 했지.”

-무, 무슨……!

“이러면 내가 너흴 봐줄 이유가 없잖아, 개새끼야. 압구정이 누구 나와바리야? 아니, 됐고. 모레부터 압구정 클럽은 문 닫는 거다.”

-자, 잠시만……! 서장님!

매정히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찰칵! 치이익!

“성수동 오피스텔 1503호라고?”

“예, 그렇습니다!”

처음 김연진을 데려다준 곳이 바로 성수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의 1503호였다.

“그 외에는 모르고?”

“이 짓을 오래 해 먹으려면 궁금증 따윈 치워 버려야죠…….”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

그에게 문의해 오는 사람들 모두 이 세상에서 사람 한 명 정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지워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는 오직 사진과 프로필만 보낼 뿐 만남의 장소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런데 김연진의 스폰이 회장인 건 어떻게 알았어?”

“그 쌍년이…… 아니, 김연진이 말했습니다. 회장님을 소개시켜 주셔서 고맙다고. 저야 그러니까 당연히 회장님인 줄 알고…….”

“오케이. 알았어. 입 다물고 있어. 어, 철아. 지금 주소 하나 보낼 건데, 이게 누구 소유인지 좀 알아봐 줘. 아마 차명일 거야. 그래, 부탁한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차를 출발시켰다.

“예, 선배님. 선배님이 알려 주신 클럽에서 캔디를 발견해서 말입니다. 예, 엑스터시 말입니다. 하하. 형사 티 안 내고 일 봤으니까 내일이나 모레 그냥 덮치시면 될 겁니다. 가실 때 형사 티 내지 마시고요. MD 애들이 꽤 얽혀 있는 것 같으니까요.”

입구에서 단 1분이라도 막혔다가는 마약은 모두 하수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때 빼고, 광내고. 험악한 형사 얼굴로 입구를 통과하려면 돈도 좀 써야 할 거다.

“이쪽 서와의 교통정리는 선배님이 하셔야죠. 그래서 안 드시게요? 하하. 예. 그럼 전 약속 지켰습니다. 수고하십쇼.”

부르릉!

* * *

스르륵!

서울의 어느 고층 빌딩 앞에 고급 중형차가 멈춰 서고, 뒷좌석에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 내린다.

“오, 오셨습니까, 실장님!”

고개를 끄덕인 청년이 한쪽을 바라본다.

“회장님을 뵙게 해 주십시오! 제발! 이건 아니잖아-!”

경비원들에게 끌려가는 허름한 옷차림의 장년인 두 명.

“저건 뭐야?”

“별거 아닙니다.”

그를 마중 나온 중년인이 손가락을 들어 위를 가리켰고, 청년은 낯빛을 굳혔다.

“미래전략실?”

“비서실에서 움직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에휴. 또 누가 우리 회장 삼촌 성질을 건드렸나 보구만.”

고개를 저은 청년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분분히 비켜서고, 청년은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마중 나온 중년인과 둘이서만.

“내가 말한 건 어떻게 됐어?”

“그, 그게…….”

“똑바로 안 해?!”

앞으로 몇 년 안에 다른 사촌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이 회사로 입사를 할 거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고속 승진을 할 그들.

즉, 24살 나이에 실장이란 직함을 달았지만, 그들이 입사를 하는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그 전에 무조건 회사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켜 놔야 했다.

“죄, 죄송합니다.”

“잘하자. 내가 잘되어야 우리 대리님도 나중에 상무 달고, 사장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허리를 넙죽 숙인 중년인의 목을 두드린 청년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로 향한다.

“응?”

웅성웅성.

왜인지 분위기가 이상한 사무실.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들떠 있는 것 같은 요상한 분위기에 청년이 의아해하다 옆을 지나쳐 가는 직원을 멈춰 세운다.

“뭐야? 사무실 분위기가 왜 이래?”

“아, 외국 자본들이 갑자기 저희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서 말입니다.”

증시가 열리자마자 쏟아진 매수세에 주가가 곧바로 2퍼센트를 뛰었다. 그에 직원들이 동요하는 것이었다.

청년은 중년인을 봤다.

“뭐야. 회사에 무슨 호재라도 있어? 어느 부서에서 호재가 생긴 거야?”

“그건 저도 잘…….”

“어휴. 아는 게 뭐냐, 진짜.”

“죄, 죄송합니다.”

혀를 차며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던 청년은 막 탕비실을 나서는 여직원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연희 씨.”

“아,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오늘도 예쁘게 하고 왔네.”

가늘게 뜬 눈으로 여직원의 위아래를 훑는 청년.

여직원의 낯빛이 흐려지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직원들이 슬그머니 외면을 한다.

상대는 로열이다. 회장이 직접 꽂은 낙하산.

파리 목숨보다 가벼운 그들로서는 외면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닝커피 마시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커피 한 잔 가져다줘요.”

“……예.”

고개를 숙이며 파르르 떠는 여사원의 모습에 히죽 웃은 청년은 자신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헉!”

“아,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마치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는 청년과 중년인.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이 개새끼들! 삼촌이 왔으면 말을 해야지! 아니면 눈치라도!’

정신을 차린 청년이 활짝 웃었다.

“하하. 제 사무실까진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회장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차를 홀짝이던 회장, 이민석이 고개를 들어 모자란 조카를 본다.

“윤 실장.”

“예, 회장님.”

“지금 몇 시야.”

“……10시입니다.”

“우리 그룹의 근무 시작 시간은?”

“……9시입니다.”

“이유는 있겠지?”

“오는 길에 차가 퍼지는 바람에 잠시 정비소를 다녀오느라 늦었습니다.”

아니다. 그저 늦잠을 잔 것뿐이다.

“그러면 차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운전기사 잘못이겠군.”

“내일까지 해고 통보하겠습니다.”

“그래.”

고개를 끄덕인 이민석 회장이 몸을 일으켜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그에 잘 가라며 고개를 숙인 청년이 미간을 좁힌다.

‘대체 뭐하러 온 거야?’

“아, 맞아. 윤 실장.”

“예, 회장님.”

“너 여직원을 희롱하고 다닌다며?”

“예?”

놀라 고개를 든 청년의 모습에, 그리고 쟁반에 커피를 받혀 든 채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려다 멈춘 여직원의 모습에 이민석 회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김 비서, 잡아.”

“예.”

“자, 잠깐! 놔! 안 놔?!”

“형님 자식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놈 주제에 감히 내 회사의 직원을 건드려?”

“자, 잠깐만요, 회장님!”

시계를 푸는 삼촌의 모습에 하얗게 질리는 청년.

“이 악물어.”

이민석 회장은 그대로 청년의 뺨을 후려쳤다.

쩌어억!

실장실에서 퍼진 구타 소리와 비명 소리에 조용해진 사무실을 벗어난 이민석 회장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입을 연다.

“이 정도면 되겠지?”

오늘 아침, 난동을 피웠던 하청 업체 사장들.

방금의 일이라면 직원들의 동요를 잠재울 것이다.

“회장님께서 나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됐어.”

자신이 움직이는 게 더 깔끔하다.

“어차피 마음에도 안 드는 놈이고.”

자신이 힘들게 세운 회사를 날로 먹으러 들어온 놈인데 어찌 예뻐할 수 있을까.

“그보다 외국 자본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지금 알아보고 있지만…….”

알아낸 것이라고는 얼마 전 일본에서 큰 이득을 본 세력 중 한 곳에서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아무래도 크게 한탕 했으니 안전 자산을 형성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그룹들 주식 현황도 한번 알아봐.”

“예, 알겠습니다.”

지이잉! 지이잉!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야? 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믿기지 않는 보고에 비서는 경악했고, 이민석 회장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무슨 일이야?”

“회, 회장님. 지금 로, 로비에 누가 회장님을 찾아왔는데, 김연진이란 이름을 함께 댔다고 합니다.”

쿵!

이민석 회장의 눈이 부릅떠졌다.

* * *

“아이고,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신안경찰서장 최종혁 총경입니다.”

종혁은 몸을 일으켜 손을 내미는 이민석 회장을 향해 김연진의 사진을 내밀었다.

“이 여자 아시죠? 어떻게 아십니까?”

종혁은 낯빛이 굳는 그를 보며 싱글싱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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