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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28화 (82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28화>

    거리에 싸늘한 침묵이 맴돌고, 연진이 주저앉을 듯 흔들린다.

    ‘어, 어떻게? 대체 어떻게?’

    -응애!

    어디선가 또다시 아기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베개 아래에서 흔들리다 싸늘히 식어 가던 아기의 발버둥이, 차가워져 버린 살갗의 감촉이 환각처럼 손끝을 타고 올라온다.

    “나, 난…….”

    겁에 질린 연진이 주춤주춤 물러나자, 그녀의 곁에 있던 남성이 험악한 인상의 형사들의 앞을 막아선다.

    “당신들 뭐야?!”

    “오. 남자친구?”

    “……그런데? 당신들 누구냐니까!”

    대체 누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폭언으로 연진을 몰아붙이는 걸까.

    남성은 여차하면 주먹을 휘두를 기세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쳐다보는 연진에게 걱정 말라는 시선을 보냈다.

    그에 담당 형사의 눈이 곱게 휜다.

    “아, 그래요? 네가 그 썩을 새끼란 말이지?”

    뿌드득!

    연진으로 하여금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살해하게 하고, 유기시키게 만든 인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새끼가 제일 쓰레기겠지!’

    “성함이?”

    “하!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내 친구가 검사고, 경찰이거든? 너흰 잘못 걸렸어!”

    “오, 그러셨어요. 그런데 이거 어쩌나? 나도 경찰인데.”

    “……뭐?”

    “그런 대단한 친구분들을 가진 분께서 이렇게 저희가 찾아올 줄은 몰랐나 봅니다?”

    “자, 잠깐!”

    “자, 그럼 당신도 함께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헉! 지, 진짜 경찰? 아, 아니! 잠시만요, 선생님!”

    “자자, 이쪽으로 와 주세요.”

    파트너가 남성을 옆으로 치우자, 담당 형사가 엉덩이를 뒤로 뺀 연진에게 다가가 체포 영장을 보여 줬다.

    “우리가 왜 왔는지는 알지? 김연진 씨, 당신을 영아 살해 및 시신 유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응애!

    다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동시에 손목을 옥죄는 싸늘한 금속 수갑의 느낌에 주저앉은 연진은 양 귀를 막으며 눈을 감았다.

    끝났다. 모든 게…….

    후회의 폭풍이 그녀를 몰아쳤다.

    * * *

    찰칵! 치이익!

    -방금 막 차에 태웠습니다, 서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좀 어떻던가요?”

    -그래도 지가 잘못한 건 아는 것 같더군요. 하얗게 질리는 게 아주……. 지금은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 새끼는 그런 저년을 위로하고 있고요.

    “……그나마 다행이군요.”

    자기가 잘못한 걸 알고 있다니 다행이다.

    “알겠습니다. 이따가 봅시다.”

    연진의 집 문 앞에 선 종혁이 지원을 나온 형사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콰앙!

    도어락을 부수는 망치질, 문과 벽 사이의 틈을 사정없이 꽂아 꺾는 빠루질에 침입자를 막아야 할 문이 속절없이 열려 버린다.

    그리고 종혁과 형사들이 그 안으로 난입한다.

    ‘흠…….’

    “이야! 집 좋네!”

    “하, 이렇게 풍족하게 살면서!”

    20평이 넘는, 혼자 살기엔 꽤나 넓은 집. 소파나 TV도 꽤 고가의 물건이다.

    그에 종혁은 미간은 찌푸렸다.

    ‘뭐지? 김연진의 부모는 분명…….’

    “서장님! 어떻게 할까요?”

    “……일단 감식반부터 진입합니다.”

    아기를 죽인 살해 도구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남자친구가 살해에 관여했다는 증거도.

    “그렇게 감식이 끝난 후, 임산부 다이어리나 산부인과 진료 기록 등 아기와 관련된 물건들을 찾으세요.”

    아기를 유기할 때 조금의 수상한 점도 보이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했던 김연진.

    그런데 연진을 체포한 담당 형사의 말을 들어 보면 연진이 생명을 죽이는 데 무감각한 반사회적 인격장애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기를 살해하고 유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그렇다면 분명 있을 것이다.

    김연진이 살해했을지 모를 또 다른 아기에 관한 흔적이.

    그런 종혁의 말에 이를 악문 형사들은 곳곳으로 흩어졌고, 종혁은 현관에 서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이건 남자친구가 얻어 준 건가?”

    공장 생산직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를 둔 연진.

    부모님께 이 정도 지원을 받았을 리는 없어 보이며, 그렇다고 대학생에게 이 정도 대출이 나왔을 리도 없었다.

    물론 명문대생이니 과외비만으로도 적지 않은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어려웠다.

    “아니면…… 성매매를 했거나.”

    빚을 갚기 위해서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등 금전적으로 상황이 어려워 쫓기듯 성매매를 하게 되는 20대 여성의 수는 생각보다 적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이유 때문만으로 성매매를 택하는 건 아니었다.

    사치와 향락을 위해, 말 그대로 돈을 쓰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도 많았다.

    “……쯧. 차라리 나쁜년이면 마음이 편할 텐데.”

    티끌만큼도 동정심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나,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의 손에 죽음을 맞은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그녀를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됐다.

    혀를 찬 종혁은 신발을 벗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김연진이 만약 성매매 업소에 종사했다면, 그 증거도 찾아야 했다. 거기선 만난 손님이 아기의 아빠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서장입니다. 김연진 금융거래 기록 좀 확보해 주세요.”

    * * *

    ‘대, 대체 어디서부터…….’

    들통이 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출발부터 도착까지 절대 경찰이 찾을 수 없도록 계획을 짰다.

    그렇게 도착했던 신안의 대광해수욕장.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생소한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기에 당황했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야 한다고, 사람이 많다면 오히려 더 자신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고작 나흘 만에 경찰이 찾아왔다.

    싸늘한 공기가 가득한 취조실, 연진이 손톱을 깨물며 눈을 이리저리 돌렸다.

    덜컹! 뚜벅뚜벅!

    안으로 걸어 들어온 담당 형사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노트북을 편다.

    “김연진 씨.”

    “…….”

    “지금부터 취조를 시작할 건데,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은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담당 형사는 들끓는 화를 애써 누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이름.”

    “…….”

    ‘이런 썅!’

    초장부터 묵비권을 행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담당 형사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건 유리거울 너머의 종혁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해하고 있군.’

    서울에서 신안까지 달려오는 시간 동안 후회는 다 끝낸 것일까.

    마치 고양이 앞에서 쥐구멍을 찾는 쥐새끼처럼 눈을 돌리는 게 참 꼴 보기가 싫어진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 봤자 어차피 실형은 확정이다.

    ‘설사 살해는 충동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시신을 이렇게 계획적으로 유기한 순간 그건 의도가 되는 거지.’

    유기의 방법이 치밀했기에 살해가 충동적이었다고 주장한들 법정에선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판사가 연진에게 내릴 선고는 법정 최고형밖에 없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이번 사건 담당 형사의 파트너가 들어온다.

    “남자친구가 아니었다고요?”

    “예. 오늘 만난 사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험악한 인상의 사람들이 다가오자 연진을 지키려고 나선 것이었다.

    “오늘 함께 김연진을 만났다는 이들이 증언을 해 줬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용의자를 돌려보냈다.

    아무리 의심스럽다고 해도 증거도 없이 구속시킬 수는 없었다.

    “현재 용의자의 주변을 조사하는 중입니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건 김연진의 금융거래 기록인데…….”

    “왜요? 큰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발견됐습니까?”

    “아니요.”

    종혁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집에서 수천만 원의 현금이 발견됐고, 통장에도 매달 240만 원씩 입금된 내역이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김연진이 거주하고 있던 빌라가 김연진의 명의로 계약된 전셋집임도 확인됐다.

    3년 전, 그러니까 김연진이 20살 때부터 거주했던 곳인데 당시 전셋가가 2억이다.

    가지고 있는 현금이야 열심히 모았다 치고, 매달 입금되는 240만 원도 과외 비용이라고 치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20살부터 거주한 2억의 전셋집.

    그녀의 부모가 그 정도 돈을 지원하기 어려운 형편임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수상쩍을 수밖에 없다.

    “매달 김연진에게 입금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확인됐습니까?”

    “현재 추적 중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거울 유리 너머,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김연진을 응시했다.

    “진료 기록은 어떻게 됐습니까?”

    형사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수사지원과의 도움을 받아 전국을 싹 다 뒤져 봤지만…….”

    감기에 걸렸다거나 골절을 당했다거나 하는 그런 기록 등은 발견됐지만, 산부인과에서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해 진료를 받은 기록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이거 아무래도 김연진이 산부인과가 아니라…… 어? 어어어?”

    유리거울 너머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형사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린 종혁은 눈을 크게 떴다.

    “저건 또 뭔데!”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김연진 씨! 앞으론 저를 통해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이고, 형사님 반갑습니다. 현 시간부로 김연진 씨의 변호를 맡은 민영우 변호사라고 합니다. 하하.

    “진짜 가지가지 하네!”

    빗질조차 안 한 듯 수더분한 곱슬머리에 안경을 낀 순박한, 누가 봐도 돈 없는 변호사 같은 외모와 약간은 경박한 말투.

    형사는 발을 구르며 화를 냈지만, 종혁은 아니었다. 그는 당황하고 있었다.

    ‘저, 저 새끼가 왜 여기에?’

    아는 얼굴에 아는 이름이다. 그리고 이런 곳에 있으면 안 되는 놈이었다.

    “구, 구속 영장! 구속 영장부터 신청해요! 빨리!”

    “예?”

    “빨리 신청하라고-!”

    종혁의 다급한 외침이 공간을 찢었다.

    * * *

    민영우 변호사가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연다.

    “왜요?”

    오자마자 연진을 데리고 나가려는 민영우 변호사의 행동에 담당 형사가 이를 악문다.

    “당연히…….”

    “으음. 형사님, 제 의뢰인은 한국대학교 경제학부에 재학 중인 이 나라의 재원입니다. 거기다 이제 고작해야 23살이며, 지금까지 그 어떤 범법도 저지르지 않은 것도 모자라 매해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는 모범시민입니다. 이런 분께서 도주를 할 거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DNA도 채취하셨다면서요? 굳이 구속까지 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그건 맞는데…….”

    “거기다 현재 시간이 저녁 12시입니다. 얼마 전 출산을 하셔서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 분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 의뢰인께서 사시는 곳과 아주 먼 신안까지 이동하셨고요. 형사님, 이건 인간적으로 너무한 거 아닙니까?”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형사의 낯빛이 어두워지는 순간이었다.

    벌컥!

    문이 열리며 종혁이 안으로 들어온다.

    “추, 충성!”

    담당 형사의 인사를 받은 종혁이 민영우 변호사를 가만히 노려본다.

    그에 민영우 변호사가 환하게 웃는다.

    “아이고, 여기 담당 형사님의 상급자이신가 보군요! 반갑습니다, 하하! 서울에서 작은 사무실은 운영하는 변호사 민영우라고 합니다. 뭐 사무실이라고 해도 저 혼자뿐이지만요!”

    “……예. 반갑습니다. 신안경찰서 서장 최종혁입니다.”

    “최종혁? 아! 영웅경찰 최종혁! 와! 반갑습니다! 유명하신 분을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 일본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모습은 정말 감명 깊게 봤습니다!”

    종혁의 손을 잡으며 호들갑을 떠는 민영우 변호사.

    종혁도 어색하게 웃는다.

    “하하. 그걸 보셨을 줄은 몰랐군요.”

    “그런데…… 이야, 실물이 훨씬 멋지신데요? 외모며, 몸이며. 카메라가 다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까? 하하하핫!”

    “정말 같은 남자로서 부럽습니다! 하하하하하!”

    둘 사이에 퍼지는 훈훈한 공기.

    웃음을 멈춘 종혁이 담당 형사를 본다.

    “보내 드려요.”

    “예? 서, 서장님!”

    “여기 변호사님 말대로 김연진 씨를 구속할 명분이 없잖습니까. 그냥 보내 드려요.”

    “이야! 결단력까지! 정말 최고십니다! 하하, 그럼 저흰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혹여 종혁의 마음이 바뀔까 얼른 김연진의 손을 이끌고 취조실을 빠져나가는 민영우 변호사.

    종혁이 마치 배웅을 하려는 듯 그들의 뒤를 따르고, 담당 형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종혁의 뒤를 따른다.

    “아이고, 이렇게 나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멀리 가진 마시고, 가급적 집 근처를 벗어나진 마세요.”

    “예, 예. 당연하죠! 그럼 다음 조사 때 뵙겠습니다! 물론 다음 조사가 있다면 말이죠!”

    고개를 꾸벅 숙인 민영우 변호사는 김연진의 손을 잡아끌며 주차장에 주차시킨 차로 향했고, 그 차가 떠나자 종혁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진다.

    빠드드득!

    “……아는 변호사입니까?”

    마치 어쩔 수 없이 보냈다는 듯한 종혁의 모습에 담당 형사의 낯빛이 굳고, 종혁이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문다.

    “예. 안다면 아는 놈이죠.”

    결코 저 수더분한 외모와 경박한 말투에 속아선 안 될 놈.

    ‘설마하니 그 짧은 시간에 담당 검사에게 손을 써 놨을 줄이야!’

    구속 영장이 단번에 거부됐다. 분명 목포지청장 김후락이 사건을 맡긴 검사임에도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체포 영장에서 태클을 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니, 그때 담당 검사를 바꿨어야 했다.

    “……아니지.”

    아니다. 이 사건을 다른 검사가 맡았더라도, 정의로운 검사가 맡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것이 민영우란 변호사기에.

    서울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변호사, 민영우.

    그는 권력자들이 은밀한 처리를 원할 때 불러들이는 사냥개였다.

    * * *

    “저, 저기…….”

    김연진이 혼란스러운 눈으로 민영우 변호사를 본다.

    “서, 설마 그, 그분께서…….”

    “쉿. 닥치세요.”

    “흡?!”

    방금 전 수더분하게 웃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싸늘하다 못해 무심한 눈빛에 김연진이 입을 틀어막는다.

    한 마디라도 더했다간 죽을 것 같은 공포.

    고개를 끄덕인 민영우 변호사는 한참 동안 달려, 광주의 번화가에 접어들었을 때야 글러브박스를 연다.

    수십 개의 핸드폰이 들어 있는 글러브박스.

    그중 하나를 꺼내든 민영우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예, 어르신. 민영우입니다. 지금 막 김연진을 빼냈습니다. 아니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끼익!

    차를 세운 민영우가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저 멍청한 년이 그나마 어르신의 자제분께 연락을 드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처리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 모자란 년을 검거한 곳이 신안경찰서입니다. 예, 그 최종혁 총경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종혁. 끝을 모르는 자금력을 떠나, 그 인맥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인물.

    거기다 검거율이 거의 백 퍼센트에 달하는 본연의 실력까지.

    “어르신이나 자제분의 법무팀을 움직이지 않으신 건 정말 잘하신 결정이었습니다.”

    만약 이번 의뢰인의 법무팀이 움직였다면, 종혁은 단숨에 냄새를 맡았을 거다.

    ‘그럼 굉장히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졌겠지.’

    상대가 누구든 죽이려 달려드는 괴물.

    “아니요. 저에 대해선 모를 겁니다. 여태껏 마주친 적이 없으니까요. 예, 예. 음.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제 입김이 닿아 있는 경찰서로 사건을 이관하는 것인데……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그래도 돈을 좀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잘못됐을 때 연진의 입을 다물게 할 막대한 돈을. 또는 연진의 입이 나불거리지 못하게 만들 돈은 있어야 했다.

    “예. 그럼 올라가서 뵙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민영우는 담배를 물었다.

    “후우. 뜻대로 잘 풀려야 할 텐데…….”

    하지만 상대가 최종혁이다. 타고나기부터가 포식자인 괴물.

    자칫하다간 이쪽의 목이 물어뜯길 수 있다.

    “쯧.”

    담배를 구긴 그는 다시 차에 올랐고, 그들을 태운 차는 지독한 침묵을 두른 채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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