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27화 (82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27화>

    ‘저, 저건?’

    무려 한 세트에 30만 원이 넘는 고급 화장품 세트다.

    하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중저가 브랜드부터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여자라면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가방들 이십여 개가 매대 위에 올려져 있다.

    ‘이, 이미테이션인가?’

    가방은 가짜일 수 있지만, 화장품은 진짜다.

    ‘저, 저걸 저렇게 햇빛 아래 놔두면 안 되는데!’

    연진은 가판대 앞에 모여든 여성들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자, 자! 어서들 오셔서 명함도 받아 가시고, 상품도 받아 가세요! 참가비는 없음! 다들 오셔서 자신의 운을 시험하세요! 언니, 누나들 어서 오세요!”

    “저기요. 정말 이것들 공짜로 주는 거예요?”

    “예! 저희 사장님이 이번에 강남에서 편집숍을 크게 여시는데, 가게 홍보 차 나눠 드리는 거예요!”

    “나, 나부터! 나부터 할게요!”

    “네! 첫 번째 도전녀 등장!”

    “나, 나도!”

    “저도요!”

    연진도 홀린 듯 가판대로 다가갔다.

    “아…… 아쉽게도 꽝! 한 사람당 한 번밖에 기회가 없으니 돌아가 주세요!”

    “21번! 처음으로 21번이 나왔습니다! 21번은 어디보자…… 2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

    “와아!”

    “축하해요!”

    “오오! 처음으로 한 자리 수가 나왔습니다! 8번! 8번입니다! 8번은 150만원 상당의 토드백! 여기 정품 인증서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우와아아!”

    “꺄악! 미, 미쳤어!”

    비명이 터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모여들었고, 연진의 가슴도 더 세차게 뛴다.

    그러다 어느덧 그녀의 차례가 됐다.

    “와! 이번에 도전하시는 분은 굉장히 어려 보이시네요!”

    사내가 새하얀 장갑을 바꿔 끼며 아래를 가리킨다.

    넓은 쟁반에 깔려 있는 열 개의 플라스틱 공들.

    마치 문방구 앞 뽑기처럼 분리시킬 수 있는 플라스틱 공 안에는 새하얀 쪽지가 접혀 있었다.

    그 공들을 세정제로 하나하나 세심하게 닦은 사내가 연진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구슬을 입으로 물어서 제게 주시면 됩니다! 아, 지금 회원등록을 하면 5퍼센트 할인 쿠폰도 드리니까 여기다 이름하고 전화번호도 적어 주시고요!”

    움찔!

    “……꼭 입으로 찾아야 하나요?”

    “이색적으로 진행해야 사람들 기억에도 남아 홍보가 될 테니 양해 부탁드릴게요!”

    “그래도…….”

    입으로 문다는 게 약간 꺼림칙하다.

    “아가씨, 안 할 거면 얼른 비켜요!”

    “그래요.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누, 누가 안 한대요?”

    눈앞에서 명품백이 사라졌다.

    연진은 눈을 꼭 감으며 쟁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웁?!’

    마음이 급해서 이빨로 물려고 했는데, 입안으로 쏙 들어오고 말았다.

    그녀는 울상을 지었다.

    “여이여!”

    “네, 수고하셨습니다!”

    공을 받아 든 사내가 양손으로 잡고 비틀었고, 연진의 시간은 잠시 느려졌다.

    “오오오! 11번! 11번입니다!”

    “……아싸!”

    11번은 아까 그녀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던 3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다.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네! 수고하세요!”

    사내는 멀어지는 연진을 바라보다 새하얀 장갑을 벗으며 공을 감쌌다. 그리고 옆의 보조 스태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공들 다 교체해.”

    “예!”

    사내를 보며 눈을 빛낸 보조 스태프는 연진의 코나 입술 등 얼굴이 닿았던 공들을 따로 챙겨 가판대 아래에 숨겼다.

    * * *

    극한까지 내린 에어컨 바람에 싸늘한 회의실.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은 담당 형사들이 다리를 떨며 전화를 기다린다.

    종혁은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다른 사건은 없는 겁니까?”

    “그러는 서장님은요?”

    “…….”

    종혁은 입맛을 다시며 담배를 물었다.

    언제나 이 시간이 되면 심장이 조인다.

    ‘6명 안에 있어야 할 텐데…….’

    없다면 상황은 정말 골치 아파 진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450명 전체를 훑어야 한다.

    칙! 칙!

    종혁은 손이 떨려 불을 붙이지 못하는 형사를 향해 라이터를 내밀었다.

    찰칵! 치이익!

    “가, 감사합니다.”

    고개를 저은 종혁은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그 순간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켁! 켁! 쿠, 쿨룩! 쿨룩! 예, 전화 받았습니다! 신안경찰서…… 예?!”

    쿠당탕 경악하며 일어난 담당 형사가 종혁을 본다.

    “이, 일치하는 사람이 있답니다!”

    DNA, 살해되고 유기된 신생아와 친자 확인이 되는 DNA가 있다고 한다.

    불끈!

    종혁은 주먹을 쥐었다.

    다행이었다. 참 다행이었다.

    “누굽니까?”

    “예, 예.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쇼! 서장님, 144번입니다!”

    “……김연진?”

    “예!”

    새끼 강아지를 닮은 미인, 김연진.

    “신원 따고 파일 작성하세요. 바로 영장 신청 들어갑니다.”

    “예! 야!”

    “지금 조회 요청하고 있습니다, 선배님!”

    담당 형사의 파트너는 핸드폰을 붙들며 소리쳤고, 곧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적으면 되는 사건 파일에 글자가 적히기 시작했다.

    그사이 종혁은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안녕하십니까, 검사님. 신안경찰서장 최종혁입니다. 이번 저희 관내의 영아 살해 및 유기 사건의 담당 검사님 맞으시죠? 검사장님에게 말씀은…… 예. 지금 사건 서류를 보낼 건데…… 아, 지금 보냈다는군요. 확인하시고, 체포 영장과 압수수색 영장 발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확인하고 연락드리죠.

    ‘음?’

    왜인지 날이 선 듯한 말투.

    미간을 좁혔던 종혁은 이내 곧 다시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어이구. 이렇게 빨리 검토하셨습니까?”

    -이 여성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뭡니까?

    “국과수 유전자 검사 결과 첨부되지 않았습니까?”

    -이거 DNA 증거는 어떻게 수집하신 겁니까?

    “그것도 적혀 있을 텐데요?”

    -……이보세요, 서장님.

    검사의 목소리에 다시 날이 선다.

    -저도 서장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수사를 돈으로 하신다고요?

    ‘……이거 봐라?’

    왜 날이 섰는지 알 것 같다.

    ‘나한테 물 먹은 검사와 친분이 있나 보네.’

    그런데 그게 한두 명이 아니라서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는다.

    그렇게 종혁이 침묵을 하자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검사가 비웃음을 터트린다.

    -서장님, 이거 서장님과 담당 형사님들이 수를 쓴 거 맞으시죠? 이러면 곤란합니다. 증거가 이딴 식이라면 법원에 영장 청구를 할 수가 없어요. 이거 불법이잖습니까.

    “……하아. 검사님, 제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강남에 그런 편집숍 하나 차리는 데 드는 돈이 얼만지 아십니까? 못해도 15억입니다, 15억. 월세에, 인테리어 비용에, 손님들에게 팔 물품들에…… 범죄자 하나 잡겠다고 15억을 태운다고요? 검사님은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냥 뒤만 졸졸 쫓아다니면 타액 묻은 컵이라든가 머리카락이라든가 다 얻을 수 있는데?”

    -……

    “여보세요, 검사님. 진짜 돈 있는 사람들은 말이죠. 돈을 절대 허투루 안 씁니다. 다 나한테 이득이 되는지 안 되는지 따지며 쓰는 거죠. 그렇게 의심 되시면 한번 조사해 보시죠. 그 편집숍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거기에 내 돈이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어떻게 저희 직원들이 그 정의로운 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도 함께 보내 드릴까요?”

    -……어떻게 특정한 겁니까?

    “그게 다 열심히 수사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다시 연락드리죠.

    전화가 끊기자 종혁의 입술이 이죽거린다.

    “어디 선수 앞에서…….”

    “어…… 괜찮습니까?”

    “뭘요? 편집숍? 아니면 검사를 들이받은 거?”

    “……둘 다요.”

    “괜찮습니다. 편집숍이야 제 지인이 아는 분의 아는 분의 아는 분이 오픈한 거고, 담당 검사야 좆같이 굴면 바꿔 달라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어차피 신안에서 맡게 될 마지막 사건이다. 이 정도 요구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 발언에 형사들이 입을 떡 벌린다.

    그들로서는, 일개 형사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담당 검사 교체.

    “……본청으로 가실 때 저도 함께 갈 수 있겠습니까?”

    “아니, 선배님! 의리 없이! 저, 저도 가고 싶습니다! 본청! 아니, 서장님 밑에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하하. 글쎄요. 번호표를 뽑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자자, 그럼 저흰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우리 검사님께서 조사를 하시려면 시간이 꽤 걸리실 것 같으니 말입니다. 설렁탕 어떻습니까?”

    “수육 추가 가능합니까?”

    “하하하.”

    ‘그냥 오늘 저녁에 검사장님 만나야겠네.’

    검사와 기싸움 하기가 귀찮았다.

    * * *

    착! 착! 착!

    화장대 거울 앞에 앉은 연진이 볼을 두드리다 거울을 보며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본다.

    겨우 이틀을 썼을 뿐인데도 피부에서 광이 나고, 탱탱하게 당겨지는 기분.

    플라시보 효과가 아니라 여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미묘한 감각의 충족에 그녀의 입가에 만족스러움이 번진다.

    “이 브랜드도 좋구나.”

    마치 맞춤처럼 피부에 딱 맞다.

    “이러면 오늘은…….”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응!”

    -너 오늘 약속 있지 않았지?

    “당연하지! 오후 7시, 건대역 입구!”

    -예쁘게 하고 와! 진짜 괜찮은 오빠들이야!

    “알았다니까. 그래, 끊어.”

    통화를 종료한 그녀가 입술을 비튼다.

    대체 얼마나 잘생겼기에 눈 높은 친구가 괜찮다고 말하는 걸까.

    기대감이 가득 부풀어 오른 그녀는 화장품을 둘러보며 눈을 빛냈다.

    “오늘은 화장이 잘 먹힐 것 같으니까 네츄럴하게…….”

    -띠리링! 띠리링!

    방금 전과 다른 벨소리.

    순간 몸이 굳은 그녀가 발신자를 확인하곤 전화를 받는다.

    “네. 아뇨, 몸은 괜찮은데 아직 덜 풀렸어요. 앞으로 반년은 더 요양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네, 감사합니…… 다. 끊겼네.”

    한숨을 내쉰 그녀가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본다.

    언제나 어려운 사람.

    “하긴, 내가 못마땅하려나…….”

    눈빛이 어두워진 그녀는 다시 화장품을 바라봤다가 몸을 일으켰다.

    * * *

    “연진아!”

    마치 토끼처럼 팔짝팔짝 뛰며 손을 흔드는 친구에 피식 웃은 연진이 그녀의 주변을 훑는다.

    “여기야, 여기!”

    “알았어. 왔으니까 그만해. 그런데…….”

    “아, 오빠들은 시간 맞춰서 온대. 우리가 먼저 자리 잡으면 바로 도착할 거야. 그보다 나 괜찮아?”

    “……이 기집애. 나 소개시켜 주려는 것만이 아니지?”

    “히히. 봐, 봐. 속옷도 깔맞춤했다?”

    옷 안쪽을 보여 주는 그녀의 행동에 연진이 깜짝 놀란다.

    “왜 이렇게 변했어?”

    한국대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남자의 남 자도 모르는 천연기념물이었던 친구.

    그런데 지금은 마치 연애에 미친 것처럼 굴고 있다. 며칠 전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연진은 그런 친구의 변화가 낯설고 어색해 눈을 크게 떴고, 친구는 그런 연진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연진아, 우리 벌써 23살이야. 졸업이 코앞이라고…….”

    졸업을 하면 바로 취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취업을 해서 바삐 살기 시작하면 연애를 할 시간이나 있을까.

    학생인 지금보다 분명 더 쉽지 않아질 것이다.

    “다들 어디서 만난 건지 맨날 남친 만난다고 하고, CC인 애들도 많고…… 애정행각은 안 보이는 곳에 가서 하라고!”

    “……너 취했니?”

    “아직 안 마셨거든! 몰라! 가! 예약해 놨어!”

    연진의 친구는 쿵쾅거리며 앞장섰고, 연진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따라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와인 바를 연상시키듯 모던한 분위기의 술집.

    “건대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여기 분위기 좋지? 여기가 원래 6시부터 웨이팅이 시작되거든.”

    그래서 늦어도 전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최소 1시간은 웨이팅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 잘했어. 역시 내 친구.”

    “히히! 여기요!”

    주문을 하는 친구를 보며 연진은 눈을 빛냈다.

    “그래서 뭐 하는 분들이셔?”

    “아, 한 명은 회계사고, 다른 한 명은 현재 한국대병원 레지던트! 올해 레지던트 됐어!”

    “그래서 넌 누군데?”

    “회계사! 어려서부터 아는 오빠니까…….”

    눈독 들이면 죽는다는 듯 앙칼진 고양이처럼 양손톱을 세우는 친구의 모습에 연진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낯설지만 재밌었다.

    지이잉!

    “어? 도착했대. 아, 저기 들어온다. 오빠!”

    친구는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고, 연진은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성들에 눈을 빛냈다.

    “야, 나 잠깐 화장실 좀.”

    얼른 화장을 고쳐야 할 것 같았다.

    * * *

    “하아암!”

    “어이구. 취했냐?”

    “몰라. 졸려.”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던 친구는 결국 회계사로 일하는 남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당황한 그 남성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내 연진들을 봤다.

    “미안한데 난 이만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얘 이러다 진짜 자겠다.”

    “그럼…….”

    “아냐, 아냐. 너희들은 편하게 더 마시다 가. 그럼 난 간다!”

    일어서려는 연진과 의사 친구를 만류한 회계사 남성은 연진의 친구를 부축하며 술집을 나섰고, 남겨진 둘은 서로를 뻘쭘하게 바라봤다.

    “……아하하!”

    “하하하.”

    그래도 웃어서 그런지 어색한 분위기가 가시자 의사가 눈을 빛낸다.

    “연진 씨, 우리도 이만 일어날까요?”

    “……네.”

    수줍게 웃은 연진과 남성이 술집을 나서 거리를 걷는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사람들로 가득한 먹자골목 거리.

    취한 사람들의 고함이 여기저기서 울리지만, 분홍빛 공기에 둘러싸인 둘에게는 닿지 못한다.

    “오늘 재미없었죠?”

    “네? 아, 아뇨.”

    빈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았다.

    시종일관 진중하고 매너를 있는 모습을 지키려 했던 눈앞의 남성. 또래의 남성들처럼 욕설도 하지 않고, 위트도 넘쳤다.

    “휴. 다행이다.”

    “왜요? 걱정했어요?”

    “당연하죠. 친구가 아는 동생들과 간단히 마시는 거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연진 씨 같은 분이 계시니까……. 오늘 제가 실수하진 않았나요?”

    “아뇨. 그런 건 안 하셨어요.”

    연진은 쑥스럽다는 듯 발그레 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고, 남성은 눈을 살짝 빛냈다.

    “어떡하실래요? 한잔 더 하실래요? 아니면…….”

    연진은 고개를 저었다.

    “많이 취한 것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봐요.”

    “그땐 둘이?”

    “음…….”

    “하하. 농담이에요. 가요.”

    남성은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연진을 보호하며 큰길로 갔고, 이내 곧 그들의 앞에 택시가 멈춰 섰다.

    “오늘 즐거웠어요, 오빠.”

    오빠. 열린 뒷문을 잡은 연진의 말에 깜짝 놀란 남성의 표정이 한없이 진지해진다.

    “연진 씨.”

    “네?”

    “첫 만남에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무 센스 없는 거 아는데…… 우리 만나 볼래요?”

    쿵!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들을 줄은 몰랐던 말에 연진의 눈이 흔들린다.

    “저는…….”

    “이야아! 보기 좋네! 지 새끼 죽이고 버린 년이 또 연애는 하고 싶나 봐?”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

    연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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