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26화 (82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26화>

“꺄아!”

“뭐야! 뭐야! 왜 이렇게 운명적으로 만나는 거야!”

서로의 손을 잡은 연진과 친구가 방방 뛴다.

“이게 얼마 만이야! 몸은 괜찮아? 병은 다 나은 거야?”

“응!”

“아, 밖에서 이러지 말고 우선 카페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솔직히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이제 7월인데, 이러면 8월은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

둘은 원래 서로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잡았던 카페로 향했다.

딸랑!

“환영합니다. M-포레스트 카페입니다.”

“와아.”

목을 꺾어야 다 보일 정도로 높고 넓은 천장. 그리고 곳곳에 자라고 있는 나무와 넝쿨들. 투명한 바닥 아래에선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거기다 코끝을 스치는 피톤치드향과 진한 커피향까지.

마치 동화 속 숲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인테리어에 둘의 눈이 몽롱하게 풀린다.

“역시 M-카페…….”

기본형의 M-카페부터 이렇게 M-포레스트나 M-BOOK, M-ART 등 여러 개의 테마가 있는 M-카페는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직원들의 서비스도 최상으로 알려져 있다.

둘은 얼른 카운터로 달려갔다.

“언니, 언니. 여기 M-포레스트 추천 메뉴가 뭐예요?”

이미 블로그나 SNS를 통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 오는 테마다 보니 들어 보고 싶다.

“네. 저희 M-포레스트는 숲이라는 테마에 맞게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케이크, 녹차라떼, 당근 케이크, 블루베리 케이크와…….”

둘은 줄줄이 추천 메뉴들을 말하는 종업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다가 이내 메뉴들을 고른다. 추천 메뉴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됐지만, 그래도 겨우 고를 수 있었다.

다행히 시간이 어중간해서 비어 있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은 둘은 서로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잘 지냈냐, 남자친구는 사겼냐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지만, 연진의 친구가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정말…… 암이었던 거야?”

약 8개월 돌연 휴학을 하더니 자취를 감춘 친구, 연진.

도중에 어쩌다 연락이 닿았을 때, 국내에선 치료하기 힘든 병 때문에 외국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연진은 손을 꼭 잡으며 울먹이는 친구의 모습에 푸근히 웃었다.

“아니. 무슨 신경계통 쪽의 희귀병이라는데…… 병명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까먹었어.”

“야! 그걸 어떻게 까먹어! 그것도 한국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년이!”

“히히. 이탈리어로 막 쏼라쏼라 떠드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듣겠어.”

“……에휴. 그래서 병은 다 나은 거야?”

다 완치된 것인지 건강해 보이는 연진의 모습.

아니, 건강해진 정도가 아니라 예전보다 족히 10킬로그램은 찐 듯 보였다.

“아니, 부은 건가?”

살이 찐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모습.

움찔!

“티 나?”

삽시간에 얼굴이 굳는 그녀의 모습에 친구는 얼른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 지금이 딱 좋아!”

예전엔 42킬로그램이었던 연진. 아무리 여자가 다이어트에 목을 맨다지만, 8개월 전의 연진은 말라도 너무 말랐다.

지금 모습이 딱 좋았다.

연진은 다행이라며 웃었다.

“약 부작용이래. 아직 다 나은 건 아니라서 계속 약 먹고 있거든.”

“뭐?!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야?”

“약만 잘 챙겨 먹으면 괜찮아.”

“그럼 다행이긴 한데…… 에휴, 모르겠다.”

지이잉! 지이잉!

“아, 우리 거 나왔나 보다!”

둘은 냉큼 카운터로 달려가 음료와 케이크를 가져와 SNS에 올릴 사진을 찍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다시 서로를 보며 눈을 빛냈다.

가장 큰 궁금증이 해결됐으니 이제 그다음의 궁금증을 해결해야 됐다.

둘은 지난 8개월 동안 쌓여 있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나쁜년. 한 번만 더 말없이 떠나 봐라.”

눈이 풀린 연진의 친구가 연진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세우자 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니까. 집이 이쪽이지?”

원룸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원룸 골목.

“어디 가게! 들어와! 4차 해야징!”

“오늘은 많이 마셨잖아. 다음에 또 마시자. 어차피 나도 2학기에는 복학할 테니까.”

“진짜지?”

“응.”

“……오케이. 알았어. 빠빠이!”

연진은 손을 흔든 친구가 원룸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돌아섰다.

그러는 순간 차갑게 가라앉는 그녀의 표정.

“역시 뺀다고 뺐지만 붓기는 어쩔 수 없는 건가?”

뱃살이나 팔뚝 살을 꼬집어 본 연진은 눈빛을 차갑게 굳히며 발을 내디뎠다.

-응애!

멈칫!

선명하게 그녀의 귀를 때리는 아기 울음소리.

깜짝 놀란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저녁 11시의 원룸 골목은 언제나처럼 고요했다.

“……까득.”

아무래도 환청을 들은 것 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방금 전까지 차가웠던 그녀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 * *

“이건…… 너무 작죠?”

신안경찰서의 소회의실.

형사의 파트너가 작은 핸드백을 들어 올리며 어색하게 웃는다.

아무리 신생아의 크기가 작다지만, 그만한 크기의 물건이 들어갔다면 곧바로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신생아가 버려진 쓰레기통에서 비닐과 타올, 아이스팩도 함께 발견됐다.

사망 추정 시간에 변동이 생겼지만, 시신 유기 시간은 다행히 변함이 없기에 용의선상은 거기서 더 늘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 그건 여자친구 가져다주세요.”

“아이고, 아닙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짭을…….”

그리고 눈썰미는 어찌나 좋은지 형사도 분간을 잘 못하는 S급 이미테이션 제품도 금세 알아차린다.

종혁은 그 말에 눈을 끔뻑였다.

“찐인데요?”

“……예?”

“찐이라고요.”

“찌, 찐이면 몇 백만 원이 넘을 텐데…….”

“그래서요?”

종혁은 의아해했고, 두 형사는 재빨리 옆에 쌓인 수백 개의 박스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그럼 여기 있는 것들 모두?!”

“네. 다 찐입니다. 아무리 수사를 위해서라지만, 경찰이 돼서 짭을 가져다 쓸 순 없잖아요.”

무엇보다 아예 같은 제품으로 확인해 봐야 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할 터.

그래서 사건 추정 시간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던 여성들이 가지고 있던 가방들을 모조리 구매한 것이다.

“아니, 이걸 어떻게 하루 만에…….”

“뭐합니까. 얼른 포장 안 뜯고!”

“예, 예!”

“선배님! 조심히 뜯어요! 그거 선배님 한 달 치 월급보다 비싸요!”

“히이익!”

끼이익!

“수고하십…….”

회의실로 수백 개의 박스가 들어왔다기에 뭔 일인가 구경을 하러 왔던 형사들과 타 과 경찰들이 종혁을 발견하곤 희게 질린다.

“다들 시간 많죠? 들어와서 좀 도와요.”

이번 사건의 담당자들은 그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와 함께 포장을 풀어 헤쳤다.

책상들과 의자들마저 모두 치워진 회의실 바닥에 450여 장의 사진이 깔린다.

한쪽 귀퉁이에 숫자가 적힌 사진들.

한 발 물러난 종혁은 팔짱을 끼며 재밌어했고, 담당 형사는 바닥의 사진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일단 가방이 작은 것들은 모두 치워.”

“예!”

파트너가 빠르게 작은 가방을 든 여성들의 사진을 치운다.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조사한 정보를 토대로 경우의 수를 제외시켜 나가자, 이내 바닥에 깔린 사진은 단 6장만 남게 되었다.

“고양이상, 강아지상, 여우상…….”

“사람이 동물이냐, 새끼야?”

“죄, 죄송합니다!”

“서장님, 최종 유력 용의자들입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십대네요.”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전부 신안 사람이 아닌,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라는 것이었다.

“오 형사 직감으로는 이 중 누군 것 같습니까?”

담당 형사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저는 서장님께서 고른 144번과 여기 47번, 368번이 가장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명도 만만치가 않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450명에서 6명까지 좁혔다.

형사들의 직감과 타당한 증거로 추론이 된 6명의 용의자.

“문제는 얘들 중 누구냐는 건데…….”

“그러게 말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용의자의 DNA와 아이의 DNA를 대조하여 친자 확인을 해 보는 것이다.

문제는 화장실에 남아 있는 DNA는 지나치게 오염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걸로는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다.

“어쩔 수가 없네요.”

종혁은 다시 곱게 포장이 돼서 한쪽에 쌓여 있는 가방들과 화장품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생활 반경 동선부터 땁시다.”

* * *

어느 순간 몸이 무거워졌다.

“우욱!”

갑자기 평소엔 잘 먹던 음식이 역겨워진 어느 날.

생리를 하지 않게 됐다는 걸 깨닫게 된 어느 날.

연진은 산부인과를 찾았다.

“임신이에요. 축하드려요.”

“가, 감사합니다.”

연진은 선물처럼 찾아온 아기를, 아직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 배를 가만히 쓰다듬었고, 의사는 그런 그녀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봐 주었다.

그날 이후 연진의 생활 습관은 180도 바뀌게 됐다.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안 된다고 했어.”

의사는 안식을 취하되, 그렇다고 절대 누워만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건 오히려 태아에게 좋지 않다며, 평소보다 좀 더 여유롭게 생활하되 운동도 곁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밤마다 산책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눈이 오거나 비가 와서 산책을 하지 못하면 런닝머신 위라도 걸었다.

“짜거나 맵게 먹으면 안 돼.”

인스턴트나 레토르트도 가급적 줄이는 게 낫다고 했다. 세상에서 떡볶이와 과자를 가장 사랑했던 소녀는 그날 이후 닭가슴살을 먹어야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배가 부풀어 올랐고, 몸도 비대해져 갔다.

“아, 아파.”

몸 안쪽에서 바깥으로 수만개의 바늘이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발목과 무릎, 허리는 면도칼로 난도질하는 것 같았고, 손가락은 누가 매일같이 잡아 뽑는 듯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아팠다. 너무 아파서 매일같이 눈물이 났다.

하지만 버틸 수 있었다.

남산처럼 부푼 배 속에 자신의 아이가 있기에.

사랑스런 아이가 자라고 있기에.

자신이 아플수록 더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랄 수 있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책을 읽고, 클래식을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주륵!

“아.”

어느 날 자다가 양수가 터졌다.

길고 길었던 시간이 드디어 끝을 맺을 때가 왔다.

“아악! 끼아아악!”

생살이 찢어지고, 뱃속의 내장이 모두 끄집어내지는 듯한 아득한 고통.

“응애! 응애!”

그렇게 힘들게 나았다.

하지만…….

“산모님, 아이의 심장 소리가…….”

“허억!”

기겁을 하며 일어난 연진이 다급히 귀를 막는다.

응애. 응애. 응애.

귀도 모자라 머릿속을 헤집는 환청.

몸을 웅크린 채 한참을 바들바들 떨던 그녀는 이내 숨을 길게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연진은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열어젖히며 햇살을 맞이하다 레깅스와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다.

어느덧 습관이 되어 버린 아침 운동을 해야 됐다.

“으흐응. 응?”

웅성웅성.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귀에 꽂히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근처의 태릉 피트니스 센터로 향하던 그녀는 한곳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곤 의아해했다.

“와아!”

“오오!”

‘뭐지?’

주택가 살짝 벗어난 도로에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 있을 이유가 있을까.

의아해하던 그녀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삐죽 튀어나온 커다란 팻말을 보곤 피식 웃었다.

[당신의 운을 시험해 보세요! 어마어마한 상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별걸 다하…… 엑?”

자신도 모르게 상품을 확인했던 연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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