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24화 (82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24화>

웅성웅성.

대광해수욕장 한구석의 공용화장실.

폴리스라인이 쳐진 그곳에 하얀 옷을 입은 감식반이 지문과 머리카락 등을 채취한다.

사건을 인식하자마자 바로 달려온 종혁이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신생아라고요.”

“예. 생후 1개월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검 결과,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아기의 입안에서 섬유가 발견되고, 경부에 충격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베개 같은 걸로 눌러 질식시킨 것 같다고…….”

실수나 단순 사고사가 아니라, 명백한 살해다.

1개월이면 아직 목도 가누지 못하고,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시기다.

그런 신생아를 살해하고 유기한 것이다.

인간이 저질러선 안 되는 잔혹한 사건에,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CCTV는…… 확보했습니까?”

“확보는 했는데…….”

이렇다 할 용의자를 특정할 수가 없다.

그 말에 종혁이 의아해한다.

이런 공용화장실에선 절도나 강도, 성범죄 사건이 종종 벌어지기에 입구 CCTV는 필수다. 웬만해선 조명도 끄지 않아 새벽에 누군가 찾아왔다고 해도 얼굴을 알 수밖에 없다.

더욱이 종혁이 신안 전체에 고화질의 CCTV 쫙 깔아 놓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가방 같은 것에 아기를 담아서 유기한 것이 아닐까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들어갈 만한 가방을 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거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라…….”

종혁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조차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이거나.

또는 아기를 살해하고 유기한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나.

그렇지 않고선 이토록 참담한 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요?”

“일단 살해 자체는 이틀 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는 어제 아침과 오후 사이에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침과 오후, 하루에 두 번 청소를 하는 노인들. 분명 아침엔 없었다고 했으니 오전 8시와 오후 5시 사이, 9시간 사이에 범인이 유기를 한 것이다.

“이 탐문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아기와 함께 배에 올라탄 사람과 증도 내에서 1개월 안에 출산을 하였거나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훌륭했다.

“저 그런데…….”

“왜 그러시죠?”

“아무래도 살해 동기를 알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담당 형사를 의아해하는 눈으로 바라본 종혁은 이내 그녀가 한 말에 입을 떡 벌렸다.

* * *

그길로 단숨에 국과수로 달려간 종혁이 사건 담당 검시관을 만난다.

“아, 최 서장님. 소식은 들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아, 전 괜찮습니다. 피폭은 다행히 비껴간 것 같아요.”

“아니…….”

뭔가를 말하려던 담당 검시관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대광해수욕장에서 발견된 신생아 때문에 오신 거죠?”

“예. 제가 믿기지 않는 말을 들어서 말입니다. 정확히 검시한 거 맞습니까?”

“……직접 확인해 보시죠.”

검시관은 컴퓨터를 조작해 검시 사진을 불러왔고,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입 주변과 손발이 유독 파란 아기.

이는 사망 후 시신이 부패하면서 생겨난 증상이 아니었다.

검시관은 아이의 심장 안에 있는 있어선 안 될 구멍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심실중격결손증입니다. 아마 태어나면서부터 인큐베이터에 있었을 거예요.”

심실중격결손증(Ventricular Septal Defect, VSD).

가장 흔한 선천성 심장병이다.

“……그러면 의료 기록을 확인해 보면 되겠군요.”

“글쎄요…….”

심실중격결손증은 경우에 따라선 별다른 수술 없이 자연 회복되기도 하고, 설령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수술 성공률이 거의 100%에 가까운 질환이다.

“만약 정상적으로 병원에서 출산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병이죠. 하지만…….”

병원에서 출산한 게 아니라면?

그래서 의사에게 별거 아닌 병이라고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아이의 몸이 파랗게 질리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니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살해했을 확률이 높다.

담당 검시관은 아마도 이것이 살해 동기가 아닐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자연사했을 확률은 없는 겁니까?”

“현재로선…….”

“후우. 감사합니다.”

얼굴을 쓸어내리는 종혁은 몸을 돌리며 핸드폰을 들었다.

“어, 철아. 차량무게 인식 프로그램 있잖아. 그거 혹시 가방처럼 작은 물건도 중량을 검사할 수 있을까? 응. CCTV 화면으로만 봐서.”

종혁은 걸음을 빨리했다.

담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 * *

창문을 가린 커튼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어둠을 몰아내는 작은 방 안.

술 냄새가 가득한 방 안의 이불 위에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이십대 초반의 여성, 김고은이 갑자기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끄으응.”

아프다. 속이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몸이 아프다.

목이 타는 듯해 물을 찾지만,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아픔에 김고은은 더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띵동! 띵동!

“…….”

띵동! 띵동!

“……씨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일어났으나 눈을 뜨지 못한 그녀가 비척거리며 현관으로 다가간다.

띠리릭!

“언니들 왔다!”

“빨리, 빨리 문 안…… 어우, 씨. 뭐야, 웬 좀비야?”

“어휴, 술 냄새! 야! 우리가 먼저 마시지 말라고 했지!”

허리에 양손을 올리며 눈썹을 치켜뜨는 친구들을 향해 중지를 세워 준 그녀는 다시 비척거리며 냉장고로 걸어가 물을 빼 든다.

꿀꺽꿀꺽!

“아으으!”

머리를 붙잡고 무너지는 김고은의 모습에 친구들이 혀를 찬다.

“저거, 저거!”

반년 만에 만난 친구는 변함이 없어도 너무 변함이 없다.

그런 김고은을 외면한 친구들이 펜션을 둘러보며 눈을 휘둥그레 뜬다.

“와! 펜션 좋다-!”

백색과 파스텔톤의 가구들.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는 맥주캔들과 안주 잔해들을 제외하면 정말 깔끔하고 넓은 숙소다.

거실 창을 바라본 그녀들은 눈을 더 크게 뜨며 달려가 창을 활짝 열었다.

쏴아아아! 끼룩끼룩!

“우와아아아!”

시야를 가리는 소나무 너머로 보이는 드넓은 바다와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바다의 향긋한 바람.

“고은아! 여기가 정말 부모님이 하시는 펜션 맞아?”

“이렇게 좋은 곳이면 빨리 말했어야지, 이 기집애야!”

“소리 지르지 마, 머리 울려.”

어제 마셔도 너무 마신 것 같다.

“그런데 뭘 그렇게 바리바리 싸 왔어?”

각자 캐리어에 가방에 양손 가득 봉지와 에코백까지 들고 있다. 고작 2박 3일 놀다 가는 것치고는 너무 과한 짐이었다.

“이거?”

씩 웃은 친구들이 바닥에 짐을 풀었다.

“이건 구워 먹을 삼겹살이랑 소시지고…… 이건 숯!”

“이건 집게고…… 이건 라면 끓여 먹을 버너!”

“그런 거 다 여기 있는데? 너희 진짜 바닷가에 처음 놀러 와?”

분명 자신은 어제 고기랑 먹을 것만 사 오라고 했었다.

친구들은 시니컬한 김고은의 반문을 무시했다.

“그리고…… 두구, 두구, 두구! 이건 바로, 바로, 바로……! 텐-! 트!”

“와아아아!”

김고은은 한 친구가 어깨에서 내려놓는 길쭉한 가방을 보곤 입을 벌렸다.

“진짜 텐트를 치겠다고? 여기가 펜션인데?”

“얘가, 얘가 뭘 모르네! 원래 바다 하면 텐트 치고, 불판에 고기 구워 먹고!”

“헌팅도 좀 하고! 꺄아아!”

김고은은 양 볼을 붙잡고 몸을 비트는 친구들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고기 구워 먹다 텐트 태워 먹고, 살점 좀 데이고, 모기 좀 물려 봐야 그딴 소리 안 하지.”

“진짜 재밌을 것 같지?”

“남자는 무조건 섹시한 애들로만. 콜?”

김고은은 아예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는 친구들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반년 만에 만난 친구들이지만, 여전히 텐션이 감당이 안 되는 친구들이라서 좀 자 둬야 할 것 같았다.

“아, 고은아! 부모님은 어디 계셔?”

“……부모님은 왜?”

“일단 인사부터 해야지!”

“……따라와.”

* * *

“끄응. 그래?”

-예. 무리입네다.

표본이 부족하다. 가방의 재질에 따라 무게가 다르며, 들고 있는 자세에 따라서도 분석이 달라질 수 있기에 지금의 데이터만으로는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다.

“팀원들까지 동원해도 안 돼?”

세진은행 사건 이후 순철과 국제 해킹 대회를 휩쓸고 다닌 팀.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의 완성엔 그들의 도움이 있었다.

-당장은 어렵습네다.

“음. 만약 지금부터 제작한다면 얼마나 걸릴까?”

-못해도 두 달은 걸릴 겁네다. 그래도 부탁해 놓을까요?

“부탁한다.”

비록 지금은 쓰지 못할지라도 훗날엔 쓸 수 있었다. 그럴 거라면 하루라도 일찍 착수하는 게 좋았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프로그램이란 게 그렇게 쉽게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보네…….’

“이러면 뭐…….”

어쩔 수가 없다.

지금부터는 정석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예, 서장입니다. 사건 발생 추정 시각 이후, 사건 현장에 들어간 모든 여성을…… 아, 벌써 전부 훑고 있다고요? 예, 곧 합류하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신안으로 향했다.

“아, 아니 안 오셔도 되는데…….”

담당 형사와 그 파트너가 부담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젓자 종혁이 푸근히 웃는다.

“한 손이라도 더 있는 게 낫잖습니까.”

“그, 그건 그렇지만…….”

‘어떡해요, 선배님!’

‘나도 몰라! 아오오!’

종혁은 무려 서장이다. 경찰서의 수장이며, 자신들의 최고 상사다.

거기다 고작 31살 나이에 경찰 조직의 수많은 기록을 깨부수며 역사를 새로 써 가는 살아 있는 전설.

옆에서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수밖에 없는데, 수사를 함께한다?

‘하하. 좆됐네.’

‘아, 선배님 정신 놓으셨구나.’

파트너는 종혁을 향해 해탈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럼 사진들 좀 주시겠습니까?”

“아, 예! 지금 바로 핸드폰으로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담당 형사는 얼른 핸드폰을 붙들었고, 종혁은 그녀의 파트너를 봤다.

“여객터미널은 갔다 왔습니까?”

“아, 예! 적극 협조를 해 주셔서 용의자 몇 명을 추려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증도는 다리가 놓인 섬이다 보니, 다리를 통해 들어왔을 이들을 모두 조사하는 건 지금의 인력만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흠…… 그래요?”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아, 수사지원과장님? 저 서장입니다. 사건 지원 좀 부탁드리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런데 조사해야 할 인원이 좀 많아서…….”

십대 소녀부터 노인까지, 가임이 가능한 여성이라면 전부 조사가 필요했다.

“예, 예. 어제 오전 8시 이전에 신안에 들어섰거나, 8시 이후 신안을 벗어난 사람들은 전부 추적해 주세요. 그리고 지난 한 달 사이 신안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한 산모가 있는지도 확인해 주시고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형사들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아니, 왜 이렇게까지…….”

경찰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사건이란 게 이것 하나만 있는 건 아니기에, 경찰이 도와야 할 사람이 너무도 많기에 종혁이 어째서 이번 사건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글쎄요…….”

그냥 느낌이 좋지 않다.

이번 사건이 신안에서 맡을 수 있는 마지막 형사사건이라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정확한 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왠지 나중에 후회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냥 그러고 싶네요. 말년의 꼬장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아, 군대를 안 다녀오셨으면 모르시려나?”

코를 긁은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고, 두 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종혁은 씩 웃었다.

“그럼 흩어집시다. 최 형사는 저쪽으로 가 주시고, 박 형사는 저쪽으로 가 주세요. 그리고 다시 여기로 모이는 겁니다.”

“옙!”

종혁은 멀어지는 그녀들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자, 그럼 나도 움직여 보실까?”

종혁은 M-호텔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 * *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옙!”

해가 완전히 저문 저녁, M-고깃간을 나선 종혁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을 푹 내쉰다.

무더운 날씨 때문이 아니다.

탐문을 위해 찾아가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내쫓는 몇몇 상인들과 숙박업소 주인들 때문이다.

M 컴퍼니와 종혁 덕분에 지역이 활성화되며 낙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으나, M 컴퍼니가 없었으면 자신들이 더 잘됐을 거라고 착각하는 그들.

그 멍청한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들과 실랑이할 때가 아니었다.

‘에휴.’

“일단 이 여성도 제외.”

종혁이 잠시 뒤를 돌아본다.

두 남녀가 4살의 남자아이를 푸근히 바라보며 서로 술잔을 여유롭게 기울인다.

누가 봐도 휴가를 온 단란한 가정. 숨기는 것도 없어 보였다.

“서장입니다. 성과는 좀 있습니까?”

-오후 1시경 마지막 칸에 들어간 사람을 목격한 목격자를 한 명 더 만났고, 몽타주 확인 중에 있습니다.

종혁이 고개를 끄덕인다.

목격자가 목격한 사람이 범인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일단 이렇게 용의선상을 좁혀 가야 한다.

이렇게 제외시킨 사람이 벌써 60여 명.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무려 60여 명이나 용의선상에서 제외시킨 거다.

‘정말 고화질 CCTV를 도배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은 얼굴 식별이 힘들어 미제 사건으로 전환됐을지도 모른다.

“242번도 제외해 주세요.”

-네! 52번, 47번, 94번도 제외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이 한숨을 내쉰다.

“에어컨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에휴. 이러다 감기 걸리…….”

“꺄아악!”

종혁의 발걸음을 절로 붙드는 비명 소리.

긴장을 하며 고개를 돌린 종혁은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웃고 있는 여성들을 발견하곤 피식 웃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저 여자는?”

용의자 및 목격자 중 한 명이다.

그녀의 곁에 있는 세 명의 여성을 발견한 종혁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 건가…….’

이러면 또 용의선상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다.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이 신생아를 살해하고 유기했다곤 볼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 봐야겠지.’

종혁이 다시 이마와 얼굴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싫다는데 자꾸 왜 이러세요!”

“……가지가지 한다, 진짜.”

종혁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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