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20화 (82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20화>

    폭탄 테러 사건의 주범은 따로 있었다?

    사이비에게 부모를 잃은 청년!

    검찰, 언론, 정치 모두 청년을 막아섰다!

    부모를 잃은 청년의 외침이었던 폭탄 테러!

    행복의 쉼터 출신인 테러범!

    가출 청소년들의 희망 행복의 쉼터, 알고 보니 테러범 양성소?

    억울한 피해자인 전광순복음교회의 목사, 김 모 씨!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재판 날짜가 가까워졌다.

    * * *

    “그래서 내가 그년을 그냥……!”

    “낄낄낄!”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성범죄를 저지르다 잡혀 왔음에도 후회하지 않는 사람, 그런 그와 시시덕거리며 웃는 사람, 친구를 죽여 놓고도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 등으로 가득한 법원의 대기실.

    미결수 복을 입은 한선호도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다.

    무릎을 짓누르며 모은 두 손이 떨리는 그.

    ‘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몰랐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대체 왜…….”

    자신만 처벌하면 되는데, 자신만 개새끼가 되면 되는데, 왜 애꿎은 행복의 쉼터가 거론된단 말인가.

    ‘왜…… 왜, 왜-!’

    이럴 줄 알았으면 복수하지 말걸.

    인생에서 지워 버린 부모 따위 그냥 무시해 버릴걸.

    짙은 후회와 절망이 그를 뒤흔든다.

    “흐윽!”

    “선호야.”

    한선호가 자신의 손을 꼭 잡는 친구들을 봤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괜히 자신과 어울려 처벌을 받게 된 것이 미안했다.

    빠악!

    “새끼야! 너 말 그따위로 할래!”

    한선호의 머리통을 후려친 준이가 얼굴을 살벌하게 구긴다. 다른 친구들의 표정도 험악해진다.

    “한 번만 더 그딴 개소리 지껄여 봐. 아주 그냥 찢어 죽여 버릴 테니까!”

    “그래, 선호야. 우린 친구잖냐.”

    누군가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친구를 바로잡아 줬어야 진짜 친구라 하겠지만, 누구보다 친구의 고통을 잘 아는 그들로서는 죄를 같이 짊어져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만 그로 인해 행복의 쉼터 식구들에게 폐를 끼친 것만큼은 후회가 됐다.

    교도소에서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고 해도 이 죄를 씻을 수 있을까.

    죽는다고 하더라도 행복의 쉼터 친구들의, 형 누나 동생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을까.

    낯빛이 어두워진 그들은 온몸을 짓누르는 죄책감에 서로의 손을 잡으며 사과를 했다.

    자신들의 그릇된 행동에 피해를 입은 행복의 쉼터 사람들에게.

    지금쯤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을 소중한 가족들에게.

    그들은 구치소에서 흘렸던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그들만 남게 된 순간이었다.

    끼익!

    문이 열리며 양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온다.

    “한선호 씨, 서준 씨, 구지태 씨, 양호철 씨. 나오세요.”

    쿵!

    입술을 깨문 그들이 차가운 복도를 걷는다.

    구치소보다 더 차갑게 심장을 헤집는 복도의 기운. 그들의 고개는 더욱 숙여진다.

    “들어가시죠.”

    문을 연 안내인이 먼저 들어가자 얼떨떨한 얼굴로 뒤따르던 한선호와 친구들은 헛숨을 삼켰다.

    ‘흡?!’

    비릿한 조소와 분노 가득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그리고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 사람들.

    극명하게 표정이 갈리는 사람들 사이에 종혁과 권회수가 앉아 있다.

    “혀, 형…….”

    “이사장님…….”

    행복의 쉼터에 큰 죄를 저질렀는데도, 믿음을 저버렸는데도 그저 푸근히 웃어 주는 두 사람.

    그들의 고개가 다시 숙여지며 두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 *

    “인터넷을 통해 폭탄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고?”

    권회수의 물음에 종혁이 고개를 끄덕인다.

    폭탄 제조나 화기 제조 같은 위험한 지식이 검열되는 한국과 달리 약간은 느슨한 일본의 인터넷 세상. 한선호는 그 안에서 폭탄 제조를 배웠다고 한다.

    “해킹은 원래 할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컴퓨터 관련 학과로 진학하며 해킹에 대해서도 공부한 한선호.

    서준이 그 지식을 배워 해킹을 하였고, 영상 편집은 양호철이 맡았다고 한다.

    구지태는 한선호가 만든 폭탄을 택배기사들에게 인계하고, 친구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등 잡일을 했다.

    “미니 룸이 그렇게 쉽게 뚫리는 곳이었나?”

    “그것도 지태가 수를 써서 관리자 아이디를 입수했다고 합니다.”

    전광순복음교회의 영상팀 중 한 명에게 여자를 붙여, 술을 왕창 먹인 이후에 미니 룸과 홈페이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수했다고 한다.

    “못난 것들. 그딴 것에 힘을 쏟을 시간에 나를 찾아올 것이지…….”

    신도 수가 천 명인 사이비 교단이라고 한들 권회수에겐 아무것도 아닌 전광순복음교회.

    권회수의 말 한마디였으면, 전동혁은 물론이고 그 뒤에 있던 검사, 정치인, 기자들까지 모두 처벌을 받게 됐을 거다.

    “너무 미안해서라더군요.”

    “그건 들었네. 그래도 말을 했어야지! 내가 저놈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한선호가 계기가 되어 출범하게 된 행복의 쉼터 재단. 그랬던 만큼 한선호는 권회수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소영이 애미보다 더, 아영이보다 더 자식처럼 키웠어! 자식이라면 힘든 일이 있을 때 부모에게 먼저 말을 해야지!”

    “아직 어린아이들이잖습니까.”

    아직 젊고 어려서 시야가 좁았던 것이다.

    그리고 종혁 자신이, 그리고 권회수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던 것이다.

    “물론 알았다고 한들 저놈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해결하려고 들었을 테지만요.”

    “이보게, 최 서장!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권회수는 종혁에게도 불만이 많았다.

    권회수에게 변호사를 붙여 주는 등 어떠한 도움도 주지 말라고 한 종혁.

    “그래야 쉼터의 다른 아이들이 산다는 건 이사장님도 아시잖습니까.”

    “이익!”

    안다. 종혁이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이 뭔지.

    권회수가 인맥을 움직이고 돈을 움직이는 순간, 이번 사태에 피해를 입은 놈들이 반발하고 나설 것이다.

    정말로 행복의 쉼터를 테러범 양성소로 규정지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이 물어뜯는 바람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행복의 쉼터.

    이 이상의 논란이 생기면 정말 재단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올지도 몰랐다.

    “차라리…… 그냥 차라리 뒤에서 돈만 댈 걸 그랬어.”

    괜히 전면에 나서는 바람에 힘을 써야 할 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저 억울한 아이들의 한을 풀어 주지 못하고 있다.

    순식간에 10년은 더 늙은 권회수는 차마 한선호들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고, 종혁은 한선호와 그 친구들 곁에 있는 변호사를 보며 주먹을 쥐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준영 변호사님.’

    과거, 아주 먼 과거부터 경찰이 저지른 잘못들 때문에 생겨난 피해자들을 위해 구제하기 위해 종혁이 비밀리에 후원하게 된 이준영 변호사.

    훗날에는 재심 전문 변호사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종혁은 왜소하지만 커다란 그의 등을 보며 간절히 빌었다.

    * * *

    “재판장님. 고소도, 신문 제보도 모두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자들이 피고들의 말을 묵살하고 있었습니다. 피고들이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한들 폭탄 테러가 정당화 된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 그렇다면 경찰이 왜 있고, 검찰이 왜 있으며 이 법원이 왜 있는 것입니까!”

    검사와 이준영 변호사의 일진일퇴 공방은 치열하게 이어졌고, 기자들은 수첩에 검사와 변호사의 발언을 적기 바빴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귀 기울이고 있던 판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선호와 친구들을 바라본다.

    “피고들, 할 말이 있습니까?”

    움찔!

    고개를 든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다 한선호가 대표로 일어선다.

    “안녕하십니까, 판사님. 그릇된 생각과 실행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죄인 한선호입니다.”

    종혁과 권회수가 눈을 질끈 감는다.

    어떻게든 변호를 하려는 이준영 변호사의 노력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내팽개치는 발언.

    “파, 판사님! 피고는 지금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준영 변호사가 다급히 일어서 말린다.

    “피고,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한선호 씨!”

    한선호는 죄책감이 가득한 눈으로 판사를 응시했다.

    “다른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저지른 행동은 명백히 테러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분들께서 피해를 입으셨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변명을 한들 이미 피해를 입은 분들의 상처는 치료할 수 없을 것이고, 저를 믿어 주셨지만 배신을 당하신 분들께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폭발에 놀랐을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사람들.

    그리고 행복의 쉼터와 지금도 쉼터에서 보호받으며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후배들.

    이미 사회로 나가 자리를 잡은 형, 누나, 동생들, 다른 친구들.

    이미 세상의 많은 사람이 행복의 쉼터를 테러범 양성소로 낙인찍었다. 여기서 기지를 발휘하고 억울함을 호소해 형을 적게 받은들, 아니 무죄를 받은들 그들에게 진 죄를 씻어 낼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 행복의 쉼터를 나쁘게 생각한 사람들은 더 나쁘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그저 겸허히 죗값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니, 오직 겸허히 죗값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야만 행복의 쉼터의 명예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다.

    판사는 그런 마음을 내비치는 한선호를 안쓰럽다는 듯 본다.

    “피고, 지금 그 발언이 본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임을 이해하고 하고 있습니까?”

    “예.”

    “……계속하세요.”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인 한선호가 친구들을 본다.

    그의 눈에 서린 말을 읽은 친구들이 벌떡 일어난다.

    “야, 너……!”

    “안 됩니다! 안 돼요!”

    이번엔 친구들을 말리는 이준영 변호사.

    입이 막힌 친구들을 보며 웃어 준 한선호는 다시 판사를 바라봤다.

    “존경하고 친애하는 재판장님. 여기 저와 함께 이 법정에 선 저 세 명은 저의 협박과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저를 따랐을 뿐입니다.”

    “야, 이 새끼야!”

    “아닙니다, 판사님! 아니에요!”

    “그러니 부디 이 점을 알아주시고 선처해 주시면…….”

    뻐어억!

    “닥치라고, 새끼야!”

    “감사하겠습니다.”

    “닥쳐! 닥치라고, 개새끼야-!”

    땅땅땅땅!

    “조용! 조용!”

    “한선호, 이 개새끼야-!”

    결국 경비원이 달려와 서로를 떼어 놓은 다음에야 정리가 된 재판정.

    판사는 피투성이가 된 한선호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2주일 후 다음 공판을 진행하겠습니다. 검사와 피고, 변호인은 증거를 더 보강해서 재판에 임하도록 하세요.”

    땅땅땅!

    * * *

    테러임을 시인한 한 모 씨!

    누가 이 사람에게 돌을 던지랴!

    그 어떤 억울함이 있더라도 테러는 정당화될 수 없다!

    왜 사법부는 사이비를 미리 처단하지 못했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세상! 정부가 나서야 할 때!

    테러범에게 사형을!

    미온한 처벌은 다른 테러를 불러온다!

    경찰, 집안 단속만 할 게 아니었다!

    여전히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결심 재판이 열렸다.

    “피고,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할 말은 이미 2차, 3차, 4차 공판에서 다 했다.

    한선호가 고개를 젓자 이를 악물었던 친구들은 판사의 시선이 닿자 저마다 입술을 달싹인다.

    하지만 결국 꺼낸 말은 하나뿐이었다.

    “부디 저희의 표현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음을 알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재판에 좋지 않다는 이준영 변호사의 눈물 섞인 부탁에 결국 이 말밖에 할 수 없는 친구들.

    ‘……후우.’

    속으로 한숨을 내쉰 판사가 양옆의 배석 판사들을 보며 의견을 나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다시 한선호와 그 친구들을 본다.

    “그럼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쿵!

    순간 싸늘하게 식어 버린 재판정.

    판사가 선고를 내린다.

    “피고들의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하나 그 표현 방식이 결코 정당하다 판단할 수 없고, 그 방식 역시 악질적이었으나 나름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한 점을 참작하는 바, 본 판사는 검찰에서 구형을 요청한 혐의들 가운데 일부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피고 한선호, 구지태, 서준, 양호철에게 각기 징역 24년, 12년, 8년, 8년 형을 선고한다.”

    땅땅땅!

    “아닙니다, 판사님! 저도! 저도-!”

    한선호는 울부짖는 친구들에 눈을 감았고, 종혁과 권회수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 * *

    결단을 내린 사법부! 법치의 승리!

    땅에 처박힌 정의. 이제 억울한 사람은 어디로?

    판사가 인정할 수 없는 혐의는 무엇이었나!

    덜컹! 끼이익!

    접견실 안으로 들어오던 한선호와 뚱한 얼굴을 한 친구들이 종혁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아직도 화해 안 했냐?”

    “……몰라요. 저 새끼랑은 말 안 해요.”

    “의리 없는 새끼.”

    “친구를 개새끼로 만든 씹새끼.”

    친구들의 매도에 한선호는 씁쓸히 웃었고,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새끼들은 언제 철이 들려고 이러는지……. 와서 이거나 처먹어, 새끼들아.”

    “우왁! 치킨이다!”

    “오오! 피자도!”

    다급히 달려든 한선호의 친구들은 음식을 해체하다시피 입안에 쓸어 넣었고, 한선호는 종혁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경찰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종혁이 징계를 받았단 소리를 전해 들었다.

    무려 정직 60일.

    잠을 자는 그 순간에도 피해자만을 생각하는 종혁에겐 너무도 큰 벌이었다.

    “너 때문이 아니고, 너희 때문에. 어휴. 이런 새끼들이 뭐가 예쁘다고 먹이고 입히고 재웠을까.”

    도중에 브레이크 좀 밟고 차분히 생각해 보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한선호의 친구들이 음식들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숙이자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허쭈? 니들이 잘못한 건 아냐?”

    “……죄송합니다.”

    “엎드려 절받기다, 새끼들아. 됐으니까 앉아. 할 이야기 있으니까.”

    움찔!

    혹시 연을 끊겠다는 말은 아닐까 겁을 먹는 아이들을 향해 종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행복의 쉼터는 더 이상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네……?”

    “선호, 네가 모든 죗값을 겸허히 받아들이던 모습과 그런 선호를 감싸려던 너희들의 모습이 동정표를 얻었어.”

    특히 항소를 포기한 부분과 이들이 제작한 폭발물이 폭약이 아니라 부탄가스를 이용한 것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여론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뭐 아직도 쉼터를 욕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사람들 대부분이 원래부터 쉼터를 좋지 않게 봤던 사람들이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 하지만 이젠 꼬리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을 했는지.

    이제 행복의 쉼터 출신들은 테러범을 배출한 행복의 쉼터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영원히 붙이고 다녀야 했다.

    “그 부분은 이제 차차 개선해 가야지.”

    ‘영원히 떼진 못할 테지만…….’

    종혁은 속엣말을 꾹 삼켰다.

    “아무튼 이 부분은 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 안 되면 형이 아는 회사들에 취직시켜도 되고. 너희가 아는 것보다 형이 더 대단한 사람이거든?”

    “형!”

    그건 아니다. 왜 자신들의 잘못 때문에 종혁이 더 희생을 해야 한단 말인가.

    종혁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죗값이나 잘 치러, 이 나이만 든 새끼들아.”

    “……흐윽!”

    종혁은 울음을 터트리는 그들을 보며 씁쓸히 웃었다.

    * * *

    끼이익! 쿵!

    교도소를 나선 종혁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권회수를 발견하곤 피식 웃었다.

    “그렇게 걱정되시면 함께 들어가지 그러셨어요.”

    “됐네.”

    만약 들어갔다면 좋은 소리보다 쓴소리부터 나왔을 것이다. 혼을 냈을 것이다.

    “이번에 신축을 한 서울남부교도소 간다고?”

    천안개방교도소만큼은 아니지만, 재벌 회장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또 그런 사람들을 비롯해 경제 사범 등 거물들이 가고 싶어 하는 몇몇 교도소들 중 한 곳인 서울남부교도소.

    한선호와 친구들은 독거실이나 4인실에서 지내게 될 거다.

    “일단은 안양교도소에서 있다가 옮기게 해야죠.”

    범죄자들이 가기 싫어 하는 교도소 중 하나인 안양교도소에서 복역을 하게 한 다음, 세간의 시선이 멀어지면 서울남부교도소로 옮기게 할 생각이다.

    “그러다 모범수로 복역하면 더 빨리 나오게 될 테고요.”

    “생각보다 빨리 나오겠구만.”

    그제야 슬쩍 미소를 내보인 권회수가 한시름 놓은 얼굴로 종혁을 본다.

    “이제 어떡할 생각이신가?”

    “뭐, 징계 끝나면 내려가야죠.”

    신안으로.

    종혁은 신안이 있는 남쪽을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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