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19화 (81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19화>

종혁이 선호를, 행복의 쉼터 1호 쉼터생이자 자신으로 하여금 행복의 쉼터 재단을 만들게 했던 불행했던 소년 선호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우리 선호, 못 본 사이 많이 컸네.”

행복의 쉼터와 자매 결연을 맺은 일본의 미나미 대학으로 유학을 간 이후 보지 못한 선호.

종혁은 선호의 옆에 있는 친구들을 봤다.

“지태, 준이, 호철이. 형 보고 인사도 안 하냐?”

“아, 안녕하세요, 종혁이 형!”

“오랜만입니다……!”

“그래. 엎드려 절받기다, 자식들아. 한국은 언제 온 거야?”

“아, 그, 그게…….”

“이 자식들. 한국에 왔으면서 형한테 연락도 안 해? 나 막 섭섭해지려고 그런다?”

“아니, 그게…….”

“됐어. 그보다 안 바쁘지? 가자.”

“네?!”

“씁. 그냥 이대로 가면 형 진짜 삐진다.”

종혁은 안절부절못하는 그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인천공항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을 인천의 한 식당으로 데려간 그. 테이블 중앙에 불판이 올려지고, 그들의 앞에 국밥이 놓인다.

“뭐해. 뜨끈한 음식 앞에 두고 제사 지낼 거야?”

“아, 아뇨!”

“그렇지? 자, 받아. 비행기 놓치면 형이 데려다줄 테니까 받아.”

그들의 잔에 술을 따라 주고 잔을 부딪친 종혁이 술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아련하게 웃는다.

“햐. 내가 너희들이랑 술을 다 마시는 날이 오네. 이 자식들이 언제 이렇게 큰 거지? 못 본 사이에 너무 나이 먹은 거 아니냐?”

당시만 해도 중학생, 고등학생 꼬꼬마였던 아이들. 이놈들 언제 키워서 같이 술 먹나 싶었는데, 어느덧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다들 연애는 많이 했어?”

“형, 그게…….”

“에휴. 그 나이 먹도록 연애 한 번 못 해 보고 뭐 했냐? 먹기나 해, 이 모자란 놈들아.”

그렇게 한 잔, 두 잔. 한 점, 두 점.

배가 술과 음식으로 차오르자 선호와 아이들의 표정이 느슨하게 풀린다.

옛날, 종혁을 만났을 때로 돌아간다.

“와, 그땐 진짜 막막했는데!”

“하하하!”

세상 사람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을 때, 종혁과 권회수 이사장님만이 자신들을 도와주었다.

행복의 쉼터 재단의 직원 형, 누나들이 가족이 되어 주었다.

그들은 그렇게 그때 있었던 일로 늦은 밤까지 웃음꽃을 피웠다.

그들과 함께 웃던 종혁이 피곤에 눈이 감기는 선호에게 다시 술을 따라 주며 입을 열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다며?”

움찔!

“왜 연락 안 했냐, 자식아. 들어 보니까 재단 직원들에게 말하지 말랬다며?”

“……바쁘시니까요. 그런데 제가 잘못 생각했나 봐요.”

“당연히 잘못 생각했지. 왜? 형이 신안으로 가니까 이제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한 거야?”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됐어, 새끼야. 이 형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니까 속 시원했냐?”

“형!”

“씁! 지금 누가 화를 내야 하는데!”

“죄송해요…….”

선호에게 종혁은 고마운 은인이자, 존경하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종혁에게만큼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쉼터 식구들은 불렀는데, 종혁에게는 연락을 하지 못했다.

“……후우우. 장례는 잘 치렀고?”

“저는 잘 보내 드린 것 같지만…….”

“그래. 고생했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형.”

선호를 토닥인 종혁은 빈 그릇들로 가득한 테이블을 보며 서글피 웃었다.

“형.”

“왜?”

“저희 준비됐어요.”

움찔!

종혁이 선호와 친구들을 본다.

“감사합니다, 형.”

선호와 친구들이 미소를 짓자 종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부모에게서 도망쳐 나와 폐차장에서 족쇄를 찬 채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았던 선호.

부모가 돌아가신 이후 눈치를 주는 친척집에서 뛰쳐나와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다가 인신매매를 당할 뻔했던 지태.

도박 중독인 부모가 담보로 팔아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준이.

부모는커녕 일가친척 아무도 없어서 고아원을 전전하다 결국 가출팸에서 앵벌이를 하던 호철이.

새끼들이 아주 끼리끼리 모였다.

참 서글프게도 말이다.

“그래……. 가자…….”

종혁은 수갑을 빼 들었다.

철컥!

“너희를 국가안보법 위반 및 폭발물 관리 위반으로 체포한다. 너희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또한 이 체포가 부당하다 생각될 시 법원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해했지?”

“예…….”

“잘 먹었습니다! 종혁이 형!”

“시끄러워, 새끼들아.”

종혁은 이를 악물며 그들과 함께 식당을 빠져나왔고, 정용진이 그런 그들을 맞이했다.

* * *

“후우.”

경찰청장실에 무거운 담배 연기가 퍼진다.

“……아는 사이라고.”

“드릴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최 서장이 미안할 건 아니지.”

하지만 상황이 골치 아프게 됐다.

기껏 사이비 교단의 교주를 테러범으로 잡았는데 알고 보니 교주는 누명을 쓴 피해자였고, 진범이 따로 있었다.

이 일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면 목사는 풀려나게 될 것이고, 그의 배경이었던 정치인과 검사, 기자들이 경찰을 물고 뜯고 씹을 것이다.

다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은 장희락은 담배를 비벼 껐다.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누가 있지?”

“청장님.”

“씁.”

“……정용진 관리관님과 치안상황관리센터 직원 몇 명입니다.”

장희락은 눈을 빛냈다.

“오케이. 그러면 이렇게 하지. 그 한선호란 청년은 전광순복음교회의 교인인 거야. 그것도 김요한, 아니 전동혁의 측근인 거지.”

그리고 한선호와 그 친구들은 목사의 밀명을 받아 폭탄을 제조해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폭탄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괜찮습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타앙!

이번 일은 행복의 쉼터에 엄청난 타격이 될 일이었다.

그동안 행복의 쉼터가 이 대한민국을 위해 얼마나 많이 헌신을 해 왔는가.

그러나 이번 일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면, 권회수를 싫어하는 과거의 사람들이나 행복의 쉼터 재단으로 인해 파리만 날리게 된 여러 재단들, 시민 단체들이 권회수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종혁은 사건과 무관한 종교 단체를 핍박하고 구속시킨 경찰이라며 언론에 오르내리게 될 터. 이는 종혁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스캔들이었다.

“청장님.”

“됐어. 이렇게 하는 걸로 끝내!”

“박조웅, 박 권사가 입을 열었습니다.”

움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미 전동혁 그놈은 피해자가 됐는데!”

목사가 그 어떤 비리를 저질렀다고 해도, 그래서 박 권사가 그 모든 증거를 모아 뒀다고 해도 목사는 그 모든 증거가 조작된 것이라고 우길 것이다.

그리고 목사의 배경으로 있던 이들도 본인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목사를 지지하며 무죄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거다.

“박조웅 외에도 전동혁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증언을 하기 시작한 교인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특히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너도나도 종언하고 있다.

그 밖의 다른 추가 범행 사실도 확인되면, 그에겐 어마어마한 형량이 떨어질 거다.

“또한 검찰 관련자는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좌천시키기로 했고, 언론사들도 관련 기자들을 퇴직시켰습니다. 김 의원이라는 정치인도 저와 친분이 있으신 의원님들께서 나서서 해결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목사, 전동혁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완전히 가로막혔다.

하지만 장희락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져만 갔다.

전동혁은 벌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종혁이 테러 사건과 무관한 교회를 건드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이럴 땐 융통성을 좀 발휘해 봐-! 내 말대로 하면 되는 걸 가지고, 왜 초가삼간을 다 태우려고 해! 이럴 땐 그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브레이크 좀 밟으란 말이야!”

“여의도에 가셔야죠.”

“……그걸 왜 최 서장이 신경 써! 내가 그렇게 미덥지 못해 보이나?! 아니, 지금 내가 서울청장을 밀어줘서 이러는 거야? 그래, 자네에게 말도 없이 일을 진행해서 미안해! 하지만 최 서장도 알잖아! 사내 정치가 얼마나 거지 같은지! 그러니까 그런 포지션을 유지하는 거잖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있는 거잖아, 지금-!”

“진심입니다, 청장님.”

“아으으으! 진짜-! 최 서장, 아니 최종혁 총경. 대체 왜 이래!”

“특수본의 본부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싶은 겁니다.”

쾅! 쾅쾅쾅!

소파의 팔걸이를 내려치며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트렸던 장희락은 진지한 종혁의 얼굴에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나가 봐.”

“감사합니다. 충성.”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인사고과는 없을 거야. 징계도 받게 될 거고.”

“……충성.”

“꺼져.”

쳐다보지도 않는 장희락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경례를 하고 경찰청장실을 나선 종혁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용진을 발견하곤 씁쓸히 웃었다.

“술 한잔하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래요. 갑시다.”

정용진은 종혁의 어깨를 두드렸고, 종혁은 애써 웃으며 본청을 빠져나갔다.

* * *

“제보다! 김 기자, 따라와!”

“이거 자료 어디 있어!”

오늘도 시끄럽고 번잡한 신문사.

찰칵! 치이익!

사회부의 박영일 부장이 인터넷을 뒤지다 담배를 문다.

“후우. 진짜 이놈의 대한민국은 뭔 놈의 사건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지…….”

어제 검거 된 김요한 목사, 아니 사기꾼 전동혁 때문에 아직도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불과 얼마 전에 대한민국 조직폭력계가 재편되고, 저 먼 신안에선 염전 노예 사건이 발생해 대한민국을 뒤집었는데, 이번엔 사이비 교주 사건이다.

옆 나라는 아직도 대지진과 쓰나미의 충격에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데, 한국은 사이비 교주가 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메이저 신문사를 비롯한 10개의 신문사 기자들이 가담해 있었다.

그 때문에 현재 그가 청춘을 다 바친 신문사도 분위기가 살벌했다.

아무리 하루, 1분 1초를 바쁘게 사는 게 기자라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이젠 좀 벅차네.”

“퇴직할 거면 경찰 브리핑 기사는 써 놓고 해라.”

“아, 형님.”

“회사에선 주필이라고 불러.”

신문이나 잡지 등 정기 간행물의 편집 방향과 기사 게재 결정 여부를 주관하는 최고 책임자인 주필.

노인은 검지와 중지를 들어 입술에 가져갔고, 박영일은 얼굴을 구겼다.

“피우고 있는데.”

“씁!”

“에휴. 알았수다.”

둘은 신문사 건물의 옥상으로 향했다.

따뜻한 캔커피를 박영일과 나눠 가진 김 주필이 봄의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이번에도 종혁 씨더라.”

“에두르지 말고 직진하십쇼.”

“회사 분위기가 안 좋은 거 알지?”

박영일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게 어떻게 최 총경 탓입니까? 사이비 사기꾼 새끼한테 돈이랑 여자 받아 처먹고 묵인시킨 개새끼들 탓이지.”

“그건 그렇지만…….”

“생각 없이 지껄이는 새끼들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놈들 제 앞에 데려다 놓으십쇼. 턱주가리를 돌려 버릴 테니까!”

그렇게 수군거리는 놈들은 모두 이번에 체포당한 기자들과 연관이 있는 놈들임이 분명했다.

“새끼야. 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험한 말은…….”

-여기 좀 봐 봐, 미스터!

“전화 좀 받겠습니다.”

한숨을 쉰 주필은 손을 저었고, 박영일은 잔소리 대마왕의 잔소리를 벗어나게 해 준 고마운 사람의 전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어, 나야. 뭐?!”

갑자기 벌떡 일어난 박영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주필을 힐끔 본 박영일을 그대로 옥상문을 향해 달렸다.

“알았어! 지금 내려갈게!”

“야! 어디 가! 야-!”

주필도 반사적으로 일어서 박영일의 뒤를 쫓는다.

기자가 저렇게 놀랄 일이 뭐가 있겠는가. 특종이었다.

다급히 내려간 주필은 고요한 사회부에 눈을 껌뻑였다.

“무슨 일인데 이래…….”

“하아. 씨발.”

박영일이 보라는 듯 주필에게 종이 뭉치를 내민다.

방금 전 부하 직원의 앞으로 날아온 제보.

의아해하며 종이 뭉치를 받아 든 주필은 이내 눈을 부릅떴다.

“……이런 미친!”

이게 진짜냐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그리고 그 눈에 서리는 작은 욕심에 박영일은 얼굴을 구겼다.

“김 주필님, 끝까지 보고나 말하세요.”

“이거 설마, 이번에도…….”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주필이 박영일의 팔을 잡아끈다.

“이거 이번에도 종혁 씨 맞지?”

그동안 마치 익명의 제보자인 척, 때로는 본인의 이름을 밝히며 수많은 특종을 안겨 줬던 종혁.

그가 이번에도 특종을 제보해 준 것 같다.

“아니요. 이번엔 종혁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종혁이 보낸 거라면 연락을 했을 거다.

“뭐? 그럼 더 잘됐네!”

주필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야, 이거 먹자.”

폭탄 테러의 주범이 따로 있다.

전광순복음교회의 목사, 사기꾼 전동혁이 저지른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폭탄 테러를 한 것이다.

분명 이번에 전동혁의 뒤를 봐주던 기자들을 직원으로 데리고 있는, 이번에 개망신을 당한 신문사들에서 딜이 들어올 터.

검찰과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모르는, 그들만 알고 있는 특종들이 있을 것이다.

“너도 이제 진급해야지. 언제까지 부장으로 살 거야? 나처럼 주필 돼야지.”

순간 박영일의 눈이 흔들린다.

어쩔 땐 사장보다 더 강한 발언권을 가지는 주필이라는 직책.

“혀, 형님.”

“이번 한 번만 딱 눈 감으면 돼. 전동혁, 아니 김요한만 좀 빨아 주면…….”

“형님-!”

화들짝 놀란 주필이 박영일을 봤다가 얼굴을 구기고,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박영일이 종이 뭉치를 가리킨다.

“거기 보면 주범, 한선호가 우리 회사에도 제보를 했다고 나와 있어요. 그것도 세 번이나.”

“……빌어먹을.”

“나도 형님이 하는 말 뭔지 알아요. 나도 부장인데 그걸 왜 모릅니까. 하지만 형님…….”

박영일은 다시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기자가 돼서 쪽팔리게 살진 말아야지.”

박영일의 눈을 본, 지금은 웬만해선 찾아볼 수 없고 예전 군사독재 시절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부마저 들이박던 시대의 진짜 기자의 눈을 본 주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개새꺄! 너는 천국 가라, 가-!”

박영일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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