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18화 (81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18화>

    “……!”

    저 멀리 나무에 매여 있던 현수막이 떼어진다.

    피켓을 들어 올리려던 학생들이 도망치듯 목사와 그의 충실한 부하 박 권사에게서 멀어진다.

    그런 광경이 보이는 먼 곳의 건물 위.

    쌍안경을 내린 청년이 울리기 시작한 핸드폰을 귀에 가져간다.

    지이잉! 지이잉!

    “예, 여보세요.”

    -죄, 죄송합니다. 저희 못하겠어요. 주신 선금은…….

    “그냥 가지세요. 잔금도 곧 보내 드릴게요.”

    -네?! 아, 아니…….

    통화를 종료한 청년은 이를 악문다.

    “결국 끝까지 자수하지 않는구나…….”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였다.

    지난 1년여 동안 수차례 기회를 줬지만, 후회 따윈 하지 않았던 목사.

    기사를 내려고 해도 막히고, 신고를 해도 묵살됐다. 정치인, 검사, 기자들이 목사의 편이었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신고를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 이젠 자신의 방법으로 처벌해야 했다. 정치인, 검사, 기자들도 막지 못할 처벌을.

    청년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시작하자.”

    청년은 몸을 돌리며 화사한 봄의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모두…… 당신이 자초한 일이야.”

    앞으로 일어나는 일 모두.

    아마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거다. 비명이 터져 나올 것이고, 피가 흐를지도 모른다.

    피의 붉은색이 가슴을 적시는 것 같음에 얼굴이 일그러진 청년은 잠시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했다.

    * * *

    청년의 가정은 여느 가정집과 다를 게 없었다.

    “다녀왔습니다!”

    “지금 시간이 몇 시니? 어후! 땀 냄새! 얼른 씻어! 옷은 빨래통에 집어넣고!”

    “네! 아, 엄마! 여기 성적표!”

    “82점? 너-!”

    “악! 씻고 올게요!”

    왜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 맨날 잔소리만 하는 잔소리쟁이 엄마.

    “앉아 봐.”

    “네…….”

    “이번엔 82점을 맞았다면서? 저번보다 5점 떨어졌네?”

    “아니, 그게…… 답을 헷갈리는 문제가 몇 개 있어서…….”

    “맞을 수 있었던 걸 틀렸다는 거야? 시험지 가져와 봐.”

    “아, 아빠!”

    “성적이 떨어졌다고 혼을 내는 게 아니야. 왜 틀렸는지 알아야 다음엔 안 틀리지.”

    “아, 네!”

    일하시느라 항상 바쁘셔서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함께 있을 때만큼은 자신과 똑같은 눈높이에서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셨던 자상한 아빠.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가정이었다.

    그런 가정에 금이 간 건 IMF 한파에 아빠가 실직을 하신 이후부터였다.

    아빠는 양복 대신 흙과 페인트로 범벅된 허름한 작업복을 입으셨고,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언제나 집에서 자신을 맞이해 주셨던 어머니는 식당에 나가시게 됐고, 아빠보다 더 늦게 퇴근하셨다.

    아빠와 엄마의 몸에선 언제나 술과 땀 냄새가 났다.

    그래도 좋았다.

    짝!

    “누가 너보고 아르바이트를 하래! 엄마, 아빠가 너 하나 못 키울 것 같아?!”

    “죄, 죄송해요…… 흐윽!”

    “아, 아냐. 엄마, 아빠가 미안해. 우리 아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해서 미안해.”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불같이 화를 내셨던 엄마와 아빠.

    어째서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알았기에, 부모님이 어떤 심정일지 충분히 이해했기에 청년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힘들지만 화목함을 잃지 않았던, 서로 힘을 내서 균열을 메워 갔던 가정은 무너져내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실족하여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가 된 아빠.

    “술 가져와, 술! 너 이 새끼! 왜 이제 와!”

    마치 뭔가를 놓아 버린 사람처럼 극단적으로 변해 버린 아빠.

    “여보, 이것 좀 가지고 있어 봐.”

    부적이나 괴상한 걸 가져와 아빠에게 주기 시작한 엄마.

    그리고 청년은 그런 집에 들어가기 싫어 늦은 시간까지 거리를 방황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형제님. 김요한 목사입니다. 허리를 다치셔 하반신에 장애를 입으셨다고요. 우리 함께 성령의 힘으로 이겨 내 봅시다.”

    엄마가 다니는 전광순복음교회의 목사라는 사람이 매일같이 찾아와 아빠를 위해 기도를 해 주었다.

    그 꼴이 보기 싫었던 청년은 그날 이후 더더욱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엄마는 온종일 교회에 있고, 청년은 밤거리를 떠돌아다니는 탓에 늦은 저녁까지 집에 홀로 있어야 했던 아빠.

    집에 아무도 없는 탓에 아빠는 직접 휠체어를 타고 술을 사러 나가야 했고, 또 한 번 사고를 겪고 말았다. 좁은 골목에서 갑작스레 달려든 차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아빠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청년은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고, 거기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부러진 뼛조각이 허리의 신경을 누르고 있었고, 그 탓에 하반신이 마비되었었다는 것.

    제거 수술을 하자 거짓말처럼 아빠의 다리는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재활 훈련을 통해 두 발로 걷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을 때, 청년은 그동안 참아 왔던 눈물을 흘렸다.

    이제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음에, 화목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음에 청년은 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두 하나님 아버지께서 형제자매님을 돌보신 덕분입니다.”

    “맞아요! 아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일까.

    부모님은 그날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한 것을, 뛰어난 의사가 몸속에 남아 있는 뼛조각을 발견한 것을 전부 하나님의 은총이라 여겼다.

    그때부터 아빠까지 전광순복음교회를 나가기 시작했고, 그들의 가정은 이전보다 더 끔찍하게 변해 버렸다.

    “아빠! 그건 내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내 등록금……!”

    “조용히 해! 하나님과 목사님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아빠가 다시 걸을 수 있었을 것 같아? 헌금을 해야 우리 가족이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수 있는 거라고!”

    “아들, 엄마랑 같이 교회 갈까?”

    “내가 메시아임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목사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목청껏 외쳤다.

    광기 어린 부모님의 모습에 겁을 먹은 청년은 그길로 도망을 쳤다.

    하지만 세상은 가출한 미성년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냉혹했고, 지독했다.

    나쁜 어른에게 속아 폐차장에서 일하게 됐다.

    족쇄를 찬 채 그 위험한 곳을 돌아다녔고, 먼저 잡혀 왔던 형들이 죽어 가는 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곳에서 청년은 한 사람을 만나 구원을 받았다.

    그 사람 덕분에 안전한 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갈 수 있었다.

    게으름 부리지 않고 열심히만 하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전공.

    과거엔 삼류 대학이었지만, 누군가의 투자를 받으며 나날이 위상을 높아져 지금은 일부에선 나름 알아주는 대학.

    안정적인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하자 청년은 그제야 용기를 내어 부모님을 찾았다.

    “아, 아들!”

    “미안하다. 아빠가 미안해.”

    마치 옛날처럼, 화목했던 그때처럼 깔끔한 집.

    다시 양복을 입은 채 옛날처럼 푸근하게 웃던 아빠.

    앞치마를 입은 채 뒤집개를 들고 있던 엄마.

    비록 전등의 빛은 옛날보다 어두웠지만,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맞이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청년도 후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녀…… 왔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더 빨리 찾아뵐걸.

    후회와 후회 속에서 잠이 들었다. 옛날처럼 깔끔했던 자신의 방에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까요?”

    “안 되지! 가긴 어딜 가?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목사님께 드릴 헌금을 받아 낼 거 아니야!”

    “그러다 또 도망가면요?”

    “일단 한국에서 자리 잡을 때까진 조용히 있어야지. 자리를 잡고 나면 쌓아 올린 게 아까워서라도 못 도망칠 거야.”

    쿵!

    예전으로 돌아온 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지독해졌다.

    청년은 부모님에게 일본에 있었다는 말밖에 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도망쳤고, 다시 한번 부모님을 자신의 인생에서 지워 버렸다.

    그러다 비보를 전달받게 됐다.

    “아이고! 아이고!”

    “으아악! 네가 왜 죽어! 왜! 차라리 날 데려가지 왜 너를 데려가!”

    절망과 울음이 가득한 장례식장.

    그러나 청년이 있는 빈소만은 조용했다.

    빈소를 지키는 건 청년과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 형들과 누나들과 동생들. 그리고 후원을 해 주셨던 분들뿐이었다.

    부모님의 사인은 폭행치사였다.

    집까지 다 팔다 못해 빚까지 져서 헌금을 내다가 노숙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도 전도를 하다가 참다못한 노숙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분명 인생에서 지워 버렸던 분들이다.

    그러나 천륜은 끊을 수 없는 것일까.

    청년은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옴을 느꼈다.

    “이렇게 가려고, 장례식장도 찾아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 그렇게 다 가져다 바친 거예요?”

    그의 눈에서 복수의 불똥이 튀었다.

    *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정신을 차린 청년이 친구를 본다.

    초조한지 다리를 떨고 있는 친구.

    이 복수에 기꺼이 동참해 준 고마운 친구.

    “아냐, 아무것도.”

    “너 설마?”

    낯빛이 굳는 친구의 모습에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후회는 안 하니까.”

    “……정말 안 해? 편한 길도 있었잖아.”

    “그러기엔 이미 너무 많은 걸 받았잖아.”

    평생을 갚는다고 해도 못 갚을 은혜를 입었다. 이 이상 도움을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김요한 그 자식은 목사니까.”

    그것도 신도 수가 천 명이 넘는 큰 교회의 목사. 검사, 정치인, 기자들까지 배경으로 두고 있어서 경찰도 함부로 할 수가 없는 목사.

    “하지만…….”

    “됐어.”

    차가운 의자에 앉은 청년은 씁쓸히 고개를 저으며 한 곳을 힐끔 바라봤다.

    웅성웅성.

    “아이고, 늦었다!”

    “저기요. 21번 게이트가 어디예요?”

    많은 사람이 오가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웩?! 이게 무슨 냄새야?”

    “어우, 씨. 누가 여기다 똥을 싸 놨나.”

    보관함 앞을 지나려던 사람들이 코를 막으며 멀찍이 돌아간다.

    청년은 친구를 봤다.

    “서울역은 팻말 같은 걸 놓았다고 했던가?”

    “응. 수리 중이라는 팻말을 놔뒀어. 방귀탄 원료를 구하기 힘들어서.”

    “한 번 전화해 봐.”

    곧 시간이다. 아무리 목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지만,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해선 안 됐다.

    “응. 나야. 거긴 어때? 아, 그래? 알았어. 거기도 사람들이 비켜 간대.”

    “다행이네.”

    고개를 끄덕인 청년이 시간을 확인한다.

    앞으로 30초만 흐르면 세상은 목사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후욱! 훅!”

    청년은 시간이 가까워지자 숨이 거칠어진 청년을 봤다.

    “괜찮아?”

    “야. 정말 치안상황관리센터라는 게 가동할까?”

    “……할 거야.”

    믿을 만한 사람이 이야기해 주었던 치안상황관리센터의 존재 이유.

    “만약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면…… 2차 테러를 준비해야겠지.”

    2차로도 안 된다면 3차, 그로도 안 된다면 4차.

    청년은 세상이 목사에 대해 알 때까지 테러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청년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시간은 속절없이 다가왔다.

    ‘3, 2, 1.’

    퍼어어엉!

    “으악!”

    “꺄아악?!”

    순간 아비규환이 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그럼에도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모습에 터져 버린 보관함을 일견한 청년은 친구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다.”

    이런 위험한 행동에 어울려 줘서. 함께 동참해 줘서.

    “……됐어. 가자. 배고프다.”

    둘은 몸을 일으키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씨. 나 방금 30만 원 벌었어.”

    “뭐? 야, 너 진짜로 한 거야?!”

    “혹시나 해서 해 봤지! 그런데 미국 애들이 존나 예민하게 반응하네?”

    “이런 씨!”

    “야! 내가 밥상머리에선 밥만 처먹으라고 했지!”

    숟가락을 강하게 내려놓는 덩치 큰 친구의 말에 아지트에 모인 세 명은 황급히 고개를 박았다.

    다른 건 다 허허롭게 넘어가지만, 식사만큼은 그 누구보다 예민한 친구.

    안 그래도 다들 정신이 없던 와중이라 늦게 밥을 먹는 거라서 더 예민해진 친구를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그들은 오늘의 테러에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걸 축하하기 위해 맥주캔을 들었다.

    “……내일은 정말 달라지겠지?”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는데도 긴급 뉴스에선 단순한 폭발 사고라 말했다.

    “그럴 거야. 조사하다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테니까.”

    아니라면 경고장을 보내면 된다.

    그러면 치안상황관리센터가 가동될 것이고, 자신들이 해킹해 작성한 전광순복음교회의 게시물을 보게 될 거다.

    “……그 개자식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받을 거야. 경찰은 달라졌으니까. 형이 있는 곳이잖아.”

    형. 자신들을 구원해 준 사람.

    “……그래.”

    그들은 잠시 그를 떠올리며 말없이 술을 홀짝였다.

    그때였다.

    “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한 친구가 깜짝 놀라자 청년과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뭔데?”

    “김요한 이 새끼…… 잡힌 것 같은데?”

    “뭐?!”

    청년이 다급히 친구의 핸드폰을 뺏어 친구가 보고 있던 기사를 살핀다.

    사상 초유의 테러! 주범이 잡히다! 주범은 사이비 교단의 교주!

    전광순복음교회의 목사? 아니었다! 전과 4범의 사기꾼!

    쿵!

    심장이 크게 울린 청년의 손이 떨린다.

    친구들은 그런 청년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흑!”

    끝났다. 드디어 복수를 끝냈다.

    그는 눈물로 흐려지는 눈으로 실시간 올라오는 기사들을 살폈다.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마자 가동된 치안상황관리센터.

    치안상황관리센터는 무엇?

    “야, 괜찮아?”

    “……괜찮아. 후우우.”

    청년은 맑게 웃었다.

    후련했다. 드디어 짐을 내려놓은 듯 몸이 가벼워졌다.

    “그럼 정리하자!”

    “……오케이!”

    “아, 씨발. 야, 그냥 가면 안 돼?”

    “야! 좋은 사람은 머문 자리도 깔끔해야 하는 거야!”

    “에이.”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 그들은 임시로 얻은 투룸 월셋집을 깔끔하게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트북과 컴퓨터, 일본에서 들고 온 옷가지만 챙긴 그들. 언제든 떠날 생각이었는지 짐은 각자 캐리어 하나뿐이다.

    “다들 빠트린 거 없지?”

    “없어. 있다고 해도 일본에서 사면 돼.”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가자.”

    “야. 그 새끼 안 보고 가도 되겠어?”

    “……됐어.”

    복수는 이미 끝났다. 목사의 얼굴을 봐서 괜히 혈압이 오를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간다고 해도 만나지도 못할 거고.”

    “그건 또 그러네…….”

    그들은 킥킥 웃으며 아지트를 빠져나갔다.

    * * *

    웅성웅성.

    사람들로 가득한 인천공항.

    “와, 근데 빠르긴 진짜 빠르네.”

    “그러게.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른데?”

    “아직도 아날로그인 걔들하고 비교한다고?”

    “그 아날로그의 나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아, 씨. 갑자기 술 땡기네. 가면 맥주에 초밥, 콜?”

    “뭔 맨날 초밥이야. 그냥 야키니쿠 먹어.”

    드르륵!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아가는 청년과 친구들.

    현장 결제로 티켓을 구한 그들은 잠시 인천공항 밖을 바라봤다.

    “……결국 형은 못 보고 가네.”

    “됐어. 다음에 보면 되지.”

    나중에. 아주 나중에 더 이상 그에게 부끄럽지 않을 때 만나면 된다.

    “그렇겠지?”

    “그래. 그땐 형이 좋아하는 술이랑 고기 잔뜩 사 가자.”

    그들은 씁쓸히 웃으며 출국 게이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저벅!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전봇대처럼 커다란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는다.

    쿠웅!

    심장이 떨어져 내린 그들이 떨리는 눈으로 앞을 막아선 사람을 바라봤고, 그들을 막아선 종혁은 서글피 웃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선호야.”

    “조, 종혁이 형.”

    청년, 아니 선호와 친구들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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