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17화>
“으아아아아!”
“흐어어엉!”
가자. 가야 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전사들을 돕기 위해 가야 한다.
하지만 갈 수 없다.
-본대가 내려오기까지 우리는 침묵해야 합니다, 전사들이여!
“예!”
-나의 전사들이여-!
“예에에!”
“여기 있습니다! 당신의 전사가 여기 있습니다-!”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린다. 발을 구르며 몸을 들썩인다.
목사는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본대가 내려올 때까지 저 사탄의 무리들이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알아차리게 해선 안 됩니다! 우린 하나님 아버지가 안배한 비수! 저놈들이 본대의 공격에 정신이 없을 때, 우리가 비수가 되어 저 사탄의 무리들을 징치해야 합니다!
그러겠습니다.
이 타는 가슴을 잠시 진정시키며 때를 기다리겠나이다.
그러니 목사님. 우리의 목사님. 예수이자 메시아시여.
우리가 당신과 함께함을,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주옵소서.
“목사님-!”
“아멘! 할렐루야-!”
광기에 빠지는 신도들을 둘러본 목사가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몸을 돌린다.
“흐윽! 모, 목사님!”
왜 지금은 안 되는 것인가.
왜 지금 나아가 준비한 창과 칼을 휘두를 수 없는 것인가.
수많은 의문이 떠오르지만 목사의 안배가 있을 것이기에, 목사에겐 자신 같은 범인 따위는 알지 못할 거룩한 뜻이 있을 것이기에 박 권사는 입을 다물며 그저 목사의 손을 잡고 눈물만 펑펑 흘린다.
목사가 말한 약속의 때가, 아득히 멀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이 곧 도래할 것임을 이제 완전히 알게 됐기에 그는 안도하며 전의를 불태운다.
그런 박 권사의 어깨를 두드린 목사가 귀빈들이 모여 있는 천막으로 향한다.
“김 목사,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얗게 질린 박 검사가 입술을 떠듬거린다.
박 검사뿐만 아니라 다른 귀빈들도 질리고 겁먹은 눈으로 목사를 본다.
무려 폭탄 테러다. 저 대국인 미국에서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범죄.
“당신 미쳤어?!”
이제부터 경찰의 치안상황관리센터가 가동될 것이다.
아니,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4시간이 넘게 흘렀다. 치안상황관리센터는 이미 가동됐을 것이고, 십만 경찰이 범인을 찾기 위해 도끼눈을 뜨고 있을 것이다.
“지금 목사님께 그 무슨 불경한 말입니까-! 사과하십시오!”
“뭐, 뭐라고?”
“그리고 목사님께서 우린 숨겨진 비수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예배 영상도 자신들 교회의 SNS와 홈페이지에만 올린 것이 아닌가.
박 권사가 나서며 외치자 검사가 얼굴을 와락 구긴다.
“그게 뭔 개소리야! 그걸 왜 올려-!”
테러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 경찰의 치안상황관리센터는 대한민국의 모든 기관, 매체, 인터넷 사이트에 강제로 접속할 권한이 생긴다.
영화나 드라마 속 FBI나 CIA가 모든 걸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것과 같은 막강한 권한.
테러가 발생했을 시 치안상황관리센터는 국정원에 준하는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니, 국정원 또한 직접 움직이고 있을 거다.
“그, 그게 무슨……!”
“안 되겠어. 김 목사,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난 이만…….”
투다다다다다!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사방에서 들리는 헬기 소리에 다급히 자리를 뜨려던 귀빈들의 입이 다물어진다.
그 순간이었다.
부아아아앙!
헬기 소리 사이를 뚫으며 들리는 과속하는 자동차의 소리.
저 멀리 청소년수련원의 대문을 향해 검은색 차량들이, 경찰청 대테러부대 SWAT의 차량들이 달려오고 있다.
“미친…….”
늦었다.
꽈아앙!
귀빈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끼이이익!
서울경찰청 대테러부대 SWAT의 전술트럭과 버스들에서 경찰들이 내린다.
총과 대검으로 무장한 SWAT 대원들과 달리 야구방망이나 쇠파이프로 무장한 특수본의 형사들.
그리고 방패와 몽둥이로 무장한 전경들.
“사탄의 무리다! 목사님을 보호해!”
“우와아아아아아!”
상황을 깨달은 전광순복음교회의 광신도들이 눈을 뒤집으며 달려들려는 위험한 순간.
찰칵! 치이익!
“후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은 종혁이 사납게 웃는다.
“단순한 사이비가 아니라 테러 단체입니다. 싹 다 쓸어버리세요.”
쿵!
“아, 폭탄이 있을지 모르니 반항 시 발포도 허가합니다.”
“충성-!”
이를 드러낸 경찰들이 연장을 들어 올리며 달려들었고, 대테러부대 SWAT이 총구를 들어 올리며 저 멀리 김요한 목사를 향해 달려갔다.
“우와아아아아!”
콰과광! 퍼버벅!
청소년수련원 운동장의 중앙에서 광신도와 경찰들이 격돌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튀어 나간 종혁이 광신도의 턱을 돌려 버렸다.
* * *
꽈과광! 꽈앙!
“끄아악!”
“지, 진짜로 총을 쐈어?!”
“이, 이 미친 새끼들-!”
“아악! 살려 줘!”
광신도들이 패닉에 빠진다.
그동안 격렬한 시위 현장 같은 곳에서도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 게 경찰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모든 경찰이, 전경들이 살기를 줄줄 내뿜으며 무기를 휘두른다.
아무리 눈이 돌았다고 해도 대가리를 터트리는 몽둥이찜질과 몸을 꿰뚫는 총탄 앞에는 장사 없었고, 그 무자비한 폭력 앞에 눈이 원래대로 돌아온 광신도들은 주춤거리며 엎드렸다.
경찰들은 그들의 몸을 향해 다시 몽둥이를 휘둘렀다.
“엎드려, 이 새끼들아! 엎드려!”
“대가리 박아! 대가리 박으라고-!”
“아악! 때리지 마세요!”
겁에 질린 신도들과 그들이 그럴수록 더 잔인하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경찰들을 지나친 종혁이 목사에게로 다가간다.
“엎드려! 엎드리라고! 엎드려!”
“끄으윽! 모, 목사님을 보호해!”
“목사님, 이쪽으로……! 제발요! 목사님-!”
SWAT에게 포위되어 어쩔 줄 몰라 하는 목사와 그 주위 사람들.
종혁은 몸에 총탄의 구멍이 뚫렸음에도 목사를 대피시키려 하는 몇 명의, 정말 목사에게 모든 걸 바친 광신도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 발을 들어 올렸다.
뻐엉!
종혁의 발에 걷어차인 신도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날아간다.
그렇게 신도들을 날려 보내고 쳐 낸 종혁이 목사 앞에 선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흔들리는 다리를 일견한 종혁이 수갑을 꺼내 든다.
“김요한, 아니 전동혁. 너를 국가보안법 위반 및 내란 혐의로 체포한다. 넌…….”
콰악!
종혁은 자신의 손을 잡은 목사를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고, 목사는 살기 위해 외쳤다.
“아, 아닙니다! 난 아니에요-!”
아니다. 자신이 한 일이 아니다.
종혁은 눈물, 콧물 모두 흘리며 손을 젓는 목사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새끼 보소?’
종혁의 주먹이 움찔거렸다.
* * *
서울역, 서울고속버스터미널 폭발 사고? 아니다! 폭탄 테러였다!
사상초유의 테러! 주범이 잡히다! 주범은 사이비 교단의 교주!
전광순복음교회의 목사 전 모 씨 검거!
마치 영화를 방불케 했던 진압작전! 경찰 3천 명 동원돼!
총성이 울린 진압 현장! 신도 수백 명 응급실 행!
경찰, 과잉 진압?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순위들이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 * *
“으하핫! 최 서장!”
종혁이 양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장희락 경찰청장과 그의 옆에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울청장의 모습에 속으로 피식 웃는다.
“수고했어! 암, 정말 수고했지!”
테러가 발생한 지 고작 6시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그동안 욕을 먹어 가면서도 상용화시켰던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와 군사정권 시대로의 회귀라는 여론에도 늘렸던 CCTV가 빛을 발한 거다.
그중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이런 성과도 없었을 터.
장희락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반면 서울경찰청장은 그러지 못했다.
종혁이 자신의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은 것도 모자라, 치안상황관리센터 산하 특별수사팀까지 특수본에 끌어들이면서 정용진을 향한 수작까지도 막아 버렸다.
“으음. 수고했어, 최 총경.”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베테랑 형사들로 특수본을 조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범인과 그 세력을 검거할 수 없었을 겁니다.”
“……어흠. 그런가?”
“충성.”
차마 그렇다고는 대답할 수가 없어서 그저 경례만 한 종혁.
솔직히 굳이 서울경찰청장이 뽑은 형사들이 아니라도 그만큼 해 줄 베테랑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럼 전 취조 상황좀 살피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가 봐, 가 봐. 바쁜 사람을 붙잡아 둘 순 없지. 아, 그보다 브리핑은 언제쯤이나 가능할 것 같나.”
“24시간 안까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 놓겠습니다.”
“씁. 그건 좀 늦는데…….”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충성.”
장희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저었고, 종혁은 특수본 사무실로 향했다.
“그냥 초대받아서 간 것뿐이라니까!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경찰청장 어디 있어! 경찰청장 데리고 와!”
“이거 풀어! 이거 언론 탄압이야, 알아?!”
바락바락 목소리를 높이는 검사와 정치인, 그리고 기자들.
상황이 꽤 재밌게 됐다.
‘회귀 전에도 이렇게 싹 다 잡혀 왔던가?’
당시 담당 사건이 아니었기에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만은 알고 있다.
‘이 사건, 그렇게 회자되지 않았어.’
그저 ‘사이비 교단 교주 검거’라는 글귀만이 신문 한 토막에 작게 실렸을 뿐이다.
폭탄 테러라는 터무니없는 사건임에도 스케일에 비해 조용히 묻힌 것이 이상했는데, 아무래도 저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이잉!
“예, 검사님.”
강철선 검사다.
-……종핵아. 혹시 그기에 남부지검의 박창제 검사라꼬 있나?
“예. 이번 테러 사건의 범인과 연관된 인물로서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왜요? 빼 드려요?”
-……아이다. 됐다. 알았데이. 하아…….
“힘내십쇼.”
고개를 끄덕인 종혁이 통화를 종료한다.
‘하긴 함께 있다가 체포됐는데 빼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지.’
다른 사건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을 노린 폭탄 테러 사건이다. 그것도 어디 외진 곳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이 왔다 갔다 하는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사 그 단합대회 자리에 대통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에휴.”
종혁은 취조실로 향했다.
-난 정말 아니란 말입니다!
-닥쳐, 새끼야! 이걸 보고도 발뺌을 해? 네가 지껄인 말이잖아!
-아니! 형사님도 생각해 보십쇼! 제가 왜 그딴 짓을 저지르겠습니까! 이렇게 형사님들이 쳐들어올 걸 뻔히 아는데-!
거울유리 너머에서 항변을 하는 목사.
종혁이 다시 눈을 가늘게 뜨며 정용진을 본다.
“뭐 좀 나왔습니까?”
“아니요.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이가 없는 한편 의구심도 든다.
다른 것도 아니고 테러 사건, 발생하는 순간 국가의 모든 수사기관과 정보기관들이 나서게 되는 그런 종류의 사건이다.
전동혁이 다른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진짜 미친놈이라면 모를까, 종교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을 뿐인 사기꾼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나쁜 짓을 저지른 놈일수록 자신을 감추고, 모습을 감추는 법이다. 관심에 미친 쾌락 범죄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단순히 돈이 목적인 사기꾼이라면, 자신의 사기가 겉으로 드러나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만한 일을 자초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에 빠진 종혁은 본 정용진이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기뻐하지 않는군요.”
상황이 모두 끝났음에도 종혁의 표정에서 후련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겁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꺼림칙하다.
분명 정답을 잡았는데, 정답이 아닌 느낌.
똑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를 낀 사내들이 들어오다 종혁을 발견하곤 흠칫 굳는다.
“어흠. 오랜만입니다, 최 코치님.”
“예, 오랜만이긴 한데…….”
종혁의 눈이 가늘게 떠지자 사내 중 한 명이 재빨리 정용진을 본다.
“정용진 치안상황관리관이시죠? 반갑습니다. 국정원에서 나왔습니다.”
국정원. 이번엔 정용진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저희가 잡았습니다만?”
순간 날이 서는 그의 목소리에 국정원 요원들은 난처해했고,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다 몸을 돌렸다.
“어디 가십니까?”
“담배 피우러 갑니다. 수고하십쇼.”
이야기만 했다 하면 사람 복창을 터트리는 국정원. 굳이 계속 상대해서 골이 아파질 이유는 없었다.
귀찮은 걸 정용진에게 떠넘긴 종혁은 다시 치안상황관리센터로 향했다.
“엇? 총경님?”
다시 비상 가동을 멈추고 원상태로 돌아간 치안상황관리센터. 모든 사건이 끝났기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던 센터 경찰들이 의아해하며 종혁을 반긴다.
“무슨 일이십니까? 뭐 두고 가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요. 뭐 좀 확인하려고요.”
“어떤 걸……?”
“전동혁 이 새끼의 예배 영상과 SNS에 게시된 게시물 좀 다시 화면에 띄워 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역’과 ‘터미널’이 박스를 수령한 장소에 박스를 가져다 놓은 놈들 좀 계속 추적해 주시고요.”
“예? 예…… 뭐, 알겠습니다.”
그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치안상황관리센터의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들 중 하나에 종혁이 말한 영상과 게시물을 띄웠고,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그걸 상세히 살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돌연 종혁이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그러네.”
이젠 확실히 알겠다.
꺼림칙한 느낌이 왜 들었는지.
“전동혁, 이 새끼…….”
누명을 썼다.
그것도 터무니없는 누명을.
뿌드득!
“예, 관리관님.”
종혁이 이를 갈며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