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16화 (816/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16화>

    짹짹짹!

    이름 모를 새들이 잠을 깨우자 목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양옆에서 느껴지는 보드라운 살갗의 감촉.

    눈을 뜬 목사가 양옆에 누워 있는 젊은 여성들의 이마에 성호를 그린다.

    “오늘도 성령이 충만한 하루가 되길.”

    “아멘…….”

    고개를 끄덕인 목사가 잠이 가득한 여성들을 뒤로하며 침대를 빠져나온다.

    원래라면 저 둘이 일어나 가운을 입혀 줘야 하지만, 어젯밤 많이 괴롭혔기에 오늘은 봐주기로 마음먹는다.

    달칵!

    “기침하셨습니까, 목사님.”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 앞에 서 있는 박 권사.

    “예. 좋은 아침입니다, 박 권사.”

    목사는 거실의 소파에 앉았고, 박 권사가 냉큼 부엌으로 달려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내온다.

    그러며 다이어리를 빼 든다.

    “오늘 스케줄은…….”

    아침을 잔잔하게 흔들어 깨우는 나지막한 목소리.

    목사는 커피로 목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으며 스케줄을 수정한다.

    “그리고 내일은 단합대회가 있습니다.”

    움찔!

    “벌써 그날이 온 겁니까?”

    봄맞이 단합대회.

    목사의 성실한 전사인 교회의 신실한 신도들과 그 가족들이 모두 모여 성령의 충만함을 느끼고, 신에 대한 믿음을 다시 채우는 날.

    “예. 박 검사와 김 의원…….”

    내빈들의 명단이 박 권사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이렇게 참석한다고 합니다.”

    “내일은 할 일이 많겠군요. 예, 알겠…….”

    지이잉! 지이잉!

    말이 끊긴 목사가 못마땅한 얼굴로 박 권사를 본다.

    “받아 보세요.”

    “죄, 죄송합니다!”

    몸을 돌린 박 권사가 얼른 전화를 받는다.

    “이 시간엔 연락하지 말라고 했잖아! 목사님의 평온이 깨지…… 뭐?”

    박 권사의 미간이 찌푸려지자 목사가 의아해한다.

    “알았어. 금방 갈게.”

    “무슨 일입니까?”

    “경찰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또 그 마귀 놈 때문입니까?”

    불경하게도 목사를 괴롭히는 마귀.

    누군지 감도 잡히지 않는, 솔직히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조차 감이 오질 않는 놈.

    머리를 잘 써서 결코 잡히지 않는 놈.

    “예. 이번에도 신고를 받았기에 출동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잠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고개를 숙인 박 권사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목사님이 머무는 집을 나섰고, 목사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샌드위치를 물었다.

    “……사탄보다 더 사악한 놈. 쯧.”

    일주일에 꼭 한 번씩은 찾아오는 거지 같은 아침.

    목사는 혀를 찼다.

    * * *

    쿵덕쿵덕!

    “그쪽! 그쪽을 잡으란 말이야!”

    “이쪽으로 옮겨 주세요!”

    이른 아침부터 시끄러운 경기도의 청소년수련원 안으로 버스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와, 이번에도 여기구나!”

    “목사님은? 아직 도착 안 하셨나?”

    “하나님 아버지, 거룩한 절대자시여…….”

    흥분이 가득한 얼굴들을 한 채 버스에서 내리는 목사의 신도들. 그들은 저마다 가족의 손을 붙잡고 있다.

    “이, 이모. 여긴 왜 온 거야.”

    “와아! 사람 많다!”

    불안해하며 겁을 먹는 사람들, 반대로 드디어 인정받는 신도가 됐음에 기쁨에 찬 젊은 신도들.

    기존의 신도들은 매번 보는 풍경에 푸근히 웃으며 그들을 맞이한다.

    “처음 온 거예요?”

    “아, 아뇨! 두 번째 오는 거예요.”

    “운이 좋네! 두 번째 왔는데, 이렇게 단합대회도 다 오고! 원래 우리 교회에 다니던 형제자매님이라도 있나 봐요?”

    “아이고. 이모 따라온 거예요? 기특하네. 자, 여기 용돈.”

    “가, 감사합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환대를 하는 신도들.

    그들이 기다리는 목사도 청소년수련원에 거의 다다른다.

    “후우.”

    성경책을 붙잡은 채 웅얼거리다 돌연 한숨을 쉬는 목사의 행동에 박 권사가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괜찮으십니까?”

    오늘 아침부터 낯빛이 어두웠던 목사.

    “왜인지 오늘따라 마음이 무겁군요. 아무래도 어제 만난 분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목사님…….”

    박 권사가 입술을 깨문다.

    아무리 목사가 취하지 않는다지만, 그런 그에게 마구잡이로 술을 먹였던 사탄의 무리들.

    그런 그들마저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려는 목사의 숭고한 희생에 박 권사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죄송합니다. 제게 아주 작은 힘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닙니다. 박 권사는 충분히 잘해 주고 있습니다.”

    힘없이 웃은 목사가 차창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흐읍. 후우. 하, 이제야 좀 살 것…… 음?’

    “잠깐! 멈춰!”

    “예?! 예!”

    끼이이익!

    차가 멈추자 목사가 얼굴을 구기며 한 곳을 가리킨다.

    “저건 뭡니까?

    “예? 헉! 저, 저건?!”

    [마지막 기회입니다, 김요한 목사님. 지금이라도 자수하세요.]

    2차선 도로의 나무와 나무 사이에 묶여 있는 현수막의 끔찍한 문구에 박 권사가 다급히 차에서 뛰어내린다.

    “이, 이……! 야, 이 새끼들아! 너희 지금 뭐하는 거야-!”

    “예? 뭘…….”

    “이따위 현수막을 왜 여기다 거는 거냐고! 너 뭐하는 놈이야?! 설마 네놈이 그 사탄이냐!”

    계속 경찰에 신고를 해서 목사와 그들 교회를 괴롭히는 사탄.

    박 권사가 바닥에 떨어진 커다란 돌을 들어 올린다.

    “히익! 왜, 왜 이러세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는 박 권사의 모습에 현수막을 걸던 사람들과 피켓을 나누던 사람들이 겁을 먹고 주춤 물러난다.

    “박 권사, 지금 뭐하는 겁니까. 형제자매님들께서 겁을 먹지 않습니까.”

    “하지만 목사님……!”

    걱정 말라는 듯 어깨를 두드려 준 목사가 네 명의 젊은, 아니 어린 남녀를 바라본다.

    이제 고작해야 20살이나 됐을까 싶을 정도로 앳된 외모들. 그중 한 여성을 보며 눈을 빛낸 목사가 푸근히 웃는다.

    “내가 그 현수막의 주인인 김요한입니다.”

    “……네?!”

    깜짝 놀랐다가 울상이 되는 그들.

    목사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향해 더 짙은 미소를 보여 준다.

    “혹시 아르바이트입니까?”

    “네, 네!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어떤 사람이 이 현수막을 여기다 걸어 주고, 3시간 동안 이 피켓을 들고만 있으면 10만 원씩 준다고 해서…….”

    선금으로 5만 원씩 받았다.

    이제 20살이 된 그들로서는 아주 큰돈인 10만 원. 날짜가 주말이기도 해서 냉큼 수락을 했었다.

    하지만 이런 거라면 수락을 하지 않을 걸 그랬다.

    “목사님.”

    “예. 이번에도 그 사탄 놈이 머리를 썼군요.”

    만약 저게 계속 걸려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오늘 참석할 귀빈들에게 말도 못할 망신을 당했을 거다.

    가슴을 쓸어내린 목사는 몸을 한껏 움츠린 남녀 학생들, 아니 여학생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식사는 했습니까? 아직 먹지 않았다면…….”

    “아, 아니요! 저흰 이만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느낌이 좋지 않았다. 피켓을 내던진 그들은 재빨리 근처의 버스정류장을 향해 뛰었고,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에 여실히 드러나 씰룩이는 여성의 엉덩이를 바라보던 목사는 입맛을 다셨다.

    “하나님 아버지의 거룩한 은총을 듬뿍 받은 자매님이 사탄의 세계에 계시는군요.”

    “알아보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 주시고…… 저거 치우세요.”

    이를 드러낸 목사는 다시 차에 올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숙취가 모두 깨 버렸다.

    * * *

    “아이고, 목사님!”

    “오랜만입니다, 박 기자 형제님.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박 검사 형제님.”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사탄의 무리에서 저희를 보호하시느라 바쁘신 분들인데 시간의 늦고 빠름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기자, 검사, 교수, 정치인 등 이들 모두 목사를 보호하는 방패이자 사탄의 공격을 물리치는 칼이며, 하나님의 또 다른 아들들이다.

    귀빈들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어 준 목사가 단상으로 향한다.

    “와아아아아아!”

    “목사님-!”

    “엉엉엉엉엉!”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눈물을 흘리는 신도들.

    오늘도 가슴이 벅차게 만드는 그 모습에 목사가 손을 든다.

    그에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꾹 다무는 신도들.

    목사가 푸근히 웃으며 입을 연다.

    “반갑습니다, 형제자매님들. 김요한 목사입니다.”

    “와아아아아아!”

    봄맞이 단합대회가 시작됐다.

    -나는 목사님의 사랑!

    목사와 귀빈들이 박수를 치며 아리따운 아가씨 신도의 공연을 감상한다.

    중간중간 타는 목을 술로 달래서 그런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들.

    “이번 신녀님은 꽤 성령이 충만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 곧 아나운서로 데뷔할 신녀입니다.”

    훗날 하나님의 나라에서 목사를 도와 만세의 광영을 펼칠 신녀.

    귀빈들이 그녀를 보며 입맛을 다시자 눈을 곱게 접은 목사가 박 권사를 본다.

    그러자 잠시 사라지더니 이내 곧 웬 젊은 여성들을 데리고 그들이 앉아 있는 천막 안으로 들어오는 박 권사.

    “형제님들, 앞으로 수많은 시련을 이겨 내며 자격을 증명해 저와 함께 하나님의 나라에 가실 예비 신녀들입니다.”

    “오오!”

    “호오?”

    신녀라 불린 이들이 들어서자 귀빈들의 눈이 음흉하게 빛난다.

    목사는 그 눈빛을 읽고는, 움츠리는 예비 신녀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예비 신녀 자매님들. 오늘 그날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에게…….”

    지이잉! 지이잉!

    모두의 못마땅한 시선이 박 기자에게로 향한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전화 좀 받겠습니다. 어, 나야. 뭐?!”

    천막을 나서다 그대로 굳어 버리는 박 기자의 모습에 의아해할 때, 박 검사의 전화도 울린다. 김 의원 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웅성웅성.

    “응?”

    ‘뭐지?’

    운동장에 줄줄이 늘어선 천막에 모여 공연을 즐기고 있던 신도들에게서 동요가 일어나고, 박 권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온다.

    “모, 목사님!”

    “왜 그러십니까, 박 권사.”

    “대, 대체 언제! 언제 이런 것을 준비하신 겁니까, 목사님!”

    박 권사가 감격하고 감동한 얼굴로 자신들 교회의 SNS에, 오직 교인들만 볼 수 있는 SNS에 올라온 영상을 재생시킨다.

    -퍼어엉!

    -꺄아악!

    -우와악!

    터져 나가는 보관함들과 깜짝 놀라 물러서는 사람들.

    너무 사실 같은 광경에 목사도 깜짝 놀랐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뒤에 나타난 경악스런 문구가 문제였다.

    [성전이 열렸다! 전사들이여, 창과 칼을 들고 일어나라!]

    쿵!

    ‘……이, 이런 미친-!’

    그가 경악한 그때였다.

    “모, 목사님!”

    “오! 목사님-!”

    핸드폰을 꽉 쥔 신도들이 눈을 뒤집으며 목사를 향해 달려든다.

    드디어 성전이다.

    하나님의 땅으로 향할 거룩한 날이 다가온 것이다.

    “김 목사!”

    “목사님!”

    목사는 기함하며 자신을 부르는 귀빈들을 딱딱하게 굳은 눈으로 응시했다.

    그는 그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 * *

    “이름. 김요한. 본명 전동혁. 나이 58세. 사기 전과 4범이며, 전광순복음교회의 목사로서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로 자칭하고 있습니다.”

    치안상황관리센터를 울리는 보고에 경찰들이 입을 다문다.

    “……사기꾼이 목사라고?”

    “뒷말 못 들었어? 자신을 보고 예수이자 메시아라잖아.”

    “아, 사이비?”

    “예. 일명 사이비입니다.”

    보고를 하던 경찰이 다른 경찰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치안상황관리센터의 모니터에 방금 전 올라온 예배 영상이 나타난다.

    야외인 듯 푸른 하늘과 잔디, 노란 흙이 가득한 장소.

    신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뜨거운 눈으로 목사를 응시하고, 목사는 화사하게 웃으며 입을 연다.

    -모두 오늘 발생한 성전의 결과를 확인했습니까?!

    -예에!

    -드디어 하늘에서 하나님의 전사들, 선발대가 내려 왔습니다!

    -와아아아아아!

    광기다.

    “……미쳤네.”

    “바, 방금 순교라고 외친 거 맞지?”

    “와, 씨발. 와.”

    경찰들이 헛웃음을 터트린다.

    정용진도 어이없다는 듯 종혁을 본다.

    “최 서장?”

    “……아닙니다. 계속 듣도록 하죠.”

    ‘하긴. 회귀 전과 많은 부분이 달라졌으니까.’

    당시엔 오직 전광순복음교회의 홈페이지에만 올라왔던 영상.

    종혁의 시선을 받은 경찰이 다른 영상을 재생한다.

    테러가 발생한 순간 SNS를 비롯한 모든 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생긴 치안상황관리센터.

    “전광순복음교회의 평소 예배 모습입니다.”

    예배 공간으로 보이는 장소, 광기에 휩싸인 무리들과 그 주인이 그곳에 있다.

    -내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저 사탄의 무리들을 찌르고, 나를 지킬 창과 칼이 되겠습니까.

    -되겠습니다-!

    -넌 이제부터 내 창이요, 칼이며, 나의 땅을 지킬 전사이리라. 아멘.

    -아멘-!

    “됐습니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경찰들이 헛웃음이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허. 사이비에 빠지면 답이 없다더니…….”

    그렇기에 경찰들은 선뜻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체 얼마나 돌아 버렸기에 이 대한민국에서 테러를 벌인단 말인가. 또 그걸 왜 SNS에 게시를 한단 말인가.

    상식으로선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모습.

    한 경찰의 중얼거림에 다른 경찰이 코웃음을 친다.

    “야, 넌 사이비가 우리랑 같은 인간으로 보이냐?”

    사이비는 인간이 아니다.

    따르는 신을 위해 재산도, 자식도 모두 가져다 바치는 짐승들.

    그리고 그런 짐승을 만드는 교주란 악마.

    저것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 아니 그 이하의 폐기물이었다.

    경찰들은 불타오르는 눈으로 정용진을 응시했고, 정용진은 이를 드러냈다.

    “저놈들 잡아 오세요. 강제 진압을 허가합니다.”

    쿵!

    경찰들이 주먹을 꽉 쥐며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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