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15화>
모든 모니터에 구급차 안의 상황이, 당황하는 ‘서울역’의 모습이 비추는 치안상황관리센터.
-그, 그게 무슨 말이세요! 공범이라뇨!
-너와 함께 테러를 일으킨 공범 말이야!
-테, 테러?!
‘서울역’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하나도 꾸미지 않은 날것의 감정에 정용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종혁을 본다.
-마, 말도 안 돼! 전 그냥 택배를 받아서 거기다 넣어 둔 것뿐이라고요!
-하, 넌 진짜 안 되겠다.
-저, 정말이에요-! 미치겠네, 진짜!
바디캠 영상으로 보이는 그의 진실 된 표정. 오랜 기간 정보국에서 일해 온 정용진의 낯빛이 굳는다.
“5팀, ‘서울역’에게 종교가 뭔지 물어보세요.”
-……야. 너 종교가 뭐야?
-예? 처, 천주교인데요?
“최 서장.”
“……저놈 말이 진실인지부터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정용진뿐만 아니라 치안상황관리센터에 있는 사람들도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새로운 수사기법을 창시한 프로파일링의 대가이자 행동심리학의 대가인 종혁이라면 ‘서울역’의 표정에서 뭔가를 읽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혀를 찬 정용진은 마이크를 들었다.
“5팀, 핸드폰 통화 내역 확보하시고, 조 경위는 저놈 말이 맞는지 확인해 봅니다. 그리고 국내외 모든 종교 단체들의 채널뿐만 아니라 SNS, UCC, 스트리밍 사이트, 너튜브 등도 다시 훑습니다.”
“예!”
마이크를 내린 정용진이 종혁을 보며 몸을 돌린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그. 종혁도 그의 뒤를 쫓는다.
“이놈들의 목적이 뭘까요?”
테러는 목적을 가진다.
목적이 있기에 테러를 벌이는 것이고, 그를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가지각색인데, 그중 가장 골치 아픈 유형은 아무래도 단순 쾌락에 의한 테러다.
쾌락을 좇아 테러를 저지르는 놈들은 예상이 불가능하여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쿵! 쿵!
“찾았습니다!”
사무실을 빠져나온 종혁의 눈에 ‘서울역’이 택배를 수령했다는 장소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박스를 가져다 놓는 인물이 비친다.
그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그. 이내 한 차량에 올라탄 그의 모습에, 조수석과 운전석에 앉은 사내들의 얼굴을 확인한 종혁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어? 이 새끼들도 아닌데?’
회귀 전 검거된 놈들의 면상이 아니다.
“과, 관리관님!”
다급히 벽면 모니터의 한쪽에 하나의 영상이 띄워진다.
-모두 오늘 발생한 성전의 결과를 확인했습니까?!
-예에!
“바, 방금 전 SNS에 올라온 영상인데!”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 * *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 며칠 전 어느 교회.
“와아아아아!”
“성령이시여!”
“흐어어엉!”
환호와 감동의 울음이 가득한 공간.
푸근한 미소를 지은 장년인이 단상에서 내려와 신도들의 손을 잡으며 그 머리에 손을 올린다.
“내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내가 예수임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저 사탄의 무리들을 찌르고 나를 지킬 창과 칼이 되겠습니까.”
“되겠습니다-!”
“넌 이제부터 내 창이요, 칼이며, 나의 땅을 지킬 전사이리라. 아멘.”
“아멘-! 흐어어엉!”
장년인, 아니 자칭 예수인 목사는 오늘 예배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충성서약을 받아 낸다.
“자! 일어서라, 나의 전사들이여! 창과 칼을 쥐고 나아가 나를 핍박하고 억압하는 사탄의 무리들을 무찌르라!”
“으아아아아아!”
오늘 예배에 참석한 수십여 명의 전신에서 광기가 터져 나온다.
목사의 손길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 애쓴다.
그런 그들을 다시 푸근한 눈으로 지켜본 목사는 이내 몸을 돌려 예배당을 빠져나갔고, 중년인이 그의 뒤를 따랐다.
“미니룸에 게시한 이후 성금이 5억이나 모였습니다, 목사님.”
움찔!
복도를 걷던 목사의 눈이 중년인에게로 향한다.
“……흐하핫! 믿음이 신실한 전사들이 이렇게 많군요. 형제자매님들께서 주신 이 돈은 이 땅에 하나님의 의지를 강림시킬 위대한 성전을 위해 쓰겠다고 전해 주세요.”
“예, 목사님!”
고개를 끄덕인 목사가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헉! 모, 목사님!”
“오오! 목사님!”
2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
다닥다닥 붙어 앉아 노트북과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던 4명의 남녀가 벌떡 일어서자 목사가 푸근히 웃는다.
“편집은 잘되어 가고 있습니까.”
방금 진행했던 예배의 편집. 이 교회의 방송팀인 이들은 녹화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편집하고 있었다.
“예! 10분 안에 마무리 짓고, 미니룸과 UCC, 저희 교회의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입니다!”
“어디 한번 볼까요?”
“여, 영광입니다!”
“흐으윽! 목사님!”
방송팀은 다급히 비켜섰고, 목사는 그들이 편집한 영상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번에도 편집된 부분이 별로 없군요.”
“요,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목사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주옥과 같아서……!”
성령의 성음이고, 자신들이 방송팀이 아니었다면 감히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존안이다. 함부로 편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신 우리 형제자매님들께서 지루하지 않게 만드셔야지요.”
“그 무슨 참담한 말씀이십니까! 감히 누가 목사님의 말씀을 지루해한단 말입니까!”
“앞으로 우리 교회의 신도가 되실 분들을 위함이니, 그들로 하여금 우리의 세를 넓혀 저 사바의 사탄들이 감히 이 땅을 침탈하는 참담한 짓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그런……!”
감히 그런 불신자들이 있을까 반발심이 생겨나지만, 그와 동시에 그런 불신자들마저 끌어안으려는 목사의 자애로움에 눈물이 차오른다.
“흑! 알겠습니다…….”
목사는 하기 싫은 티가 팍팍 나는 그들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여러분, 내가 누굽니까.”
“하나님의 아들이자 성령이시며, 저희들을 구원하러 오신 메시아입니다! 아멘!”
목사는 그제야 다시 미소를 짓는다.
“아멘. 할렐루야.”
“할렐루야!”
목사는 자신의 말에 울컥하는 방송팀의 어깨를 두드렸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멘!”
“할렐루야!”
“할렐루야-! 흐어엉!”
울음바다가 되는 방송팀 사무실을 빠져나온 목사는 복도 가장 안쪽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황금으로 만든 커다란 십자가와 백자, 청자들로 장식이 된 화려한 사무실.
소파에 앉은 목사가 목을 어루만진다.
방금 전 목청을 높여 예배를 해서일까, 아니면 평소보다 더 부르짖는 신도들의 모습 때문일까, 목에서 간절한 갈증이 일어난다.
그에 중년인이 다급히 맥주를 가져온다.
“1시간 뒤에 3부 예배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술 따위가 어찌 감히 목사님을 취하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음.”
그냥 한 번 사양을 했던 목사가 싱긋 웃으며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다.
“크으!”
얼음장처럼 차가운 쌉쌀한 맥주에 목을 태우는 듯했던 갈증이 미약하게나마 가라앉는다.
“후우.”
“왜 그러십니까, 목사님.”
“나를 지킬 전사들의 숫자가 참 적은 것 같아서 그럽니다.”
여타 메이저 목사들이 운영하는 교회들에 비해 세가 작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그.
후발 주자인 자신이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무언가 기발한 한 수가 필요했다.
그런 의미로 미니룸 등 SNS에 신도들만 접근할 수 있는 홍보 수단을 만들었는데, 도통 신도의 숫자가 늘어나질 않는다.
“언젠가 이 땅에 하나님 아버지의 전사들이 내려와 사탄을 물리치며 그분이 기거하실 곳을 만들 때 함께 싸워 줄 전사들이 더 필요하거늘…….”
그로 말미암아 자신의 손에서 재탄생된 전사들은 하나님의 나라와 대지에서 구원과 영광, 만세의 복을 얻으리.
“죄, 죄송합니다, 목사님! 모두 제가 부족해서!”
“아아, 박 권사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생각보다 훨씬 잘해 주고 있다.
SNS나 홈페이지 등은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
이를 통해 신도들의 숫자가, 그것도 젊은 신도들의 숫자가 조금씩이나마 늘어나고 있으니 자신이 가장 잘한 일은 바로 박 권사를 영입한 것이었다.
목사가 그런 마음을 담아 다독이자, 박 권사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잠시 쉬고 싶군요.”
“곧 들여보내겠습니다, 목사님.”
고개를 숙인 박 권사가 나가자 목사는 사무실 안쪽에 있는 문을 연다.
그러자 커다란 침대와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욕조가 목사의 두 눈에 들어온다.
똑똑똑!
“목사님.”
“들어와요.”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는 두 명의 미녀.
“목욕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속이 다 비추는 속옷을 입은 미녀들이 자신의 옷을 벗기기 위해 손을 뻗자, 목사는 히죽 웃으며 자신이 성령이 됐던 그날을 떠올렸다.
* * *
핏물과 물기가 가득한 타일 위.
차갑다 못해 삭막한 고문실 안에 피투성이가 된 고깃덩이 하나가 바닥을 기며 꿈틀거린다.
고문실 한쪽에서 그것을 보며 짜장면을 먹던 한 중년인이 일어나 고깃덩이, 아니 목사의 머리채를 낚아챈다.
“야, 이 사기꾼 새끼야. 네가 감히 각하를 팔아?”
“죄, 죄송합니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제발!”
어쩌다 자신이 이렇게 됐을까.
왜 이곳에서 이런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나, 난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풍족하게 살려고 했던 것뿐인데…….’
그러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러다 대통령의 이름을 살짝 팔았을 뿐이다. 남들도 다 하기에, 자신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남영동으로 끌려오게 됐다.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목사의 두 눈에서 후회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의 머리채를 낚아채 흔든 중년인은 그런 목사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그의 눈에 ‘실적’이라는 탐욕이 서리기 시작한다.
이 남영동에서 가장 큰 실적은 오직 하나.
“야. 살고 싶냐?”
움찔!
목사가 멍하니 중년인을 바라본다.
“살고 싶어, 죽고 싶어?!”
“사, 살고 싶습니다! 살려 주세요!”
“그래? 흐. 그러면 너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 그러면 살려 줄게.”
“뭐, 뭘…….”
“빨갱이 고발.”
“예……?”
잔악하게 일그러지는 중년인의 얼굴이 목사의 망막에 맺혔다.
퍼억!
“커허억?!”
“개새끼! 찢어 죽일 새끼!”
퍽! 퍽퍽퍽!
“저 살자고 동지들을 팔아?!”
아니다. 자신은 민주화운동을 한 게 아니다. 그저 남영동에서 준비한 조서에 사인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새 자신은 민주화운동을 하는 운동권 사람들을 팔아 버린 사람이 되어 버렸다.
지옥을 벗어나니 또 다른 지옥.
교도소 운동장 한구석, 외면하는 교도관들의 시선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겨우 머리만 보호하는 목사의 눈이 죽어 간다.
삐익! 삑!
“운동 끝!”
“카악, 퉤! 넌 내일도 죽을 줄 알아.”
“가자고.”
그렇게 기척들이 멀어지자 그제야 슬그머니 일어난 목사가 방망이를 빼든 채 다가오는 교도관들의 모습에 교도소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모진 구타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힘이 없는 발걸음.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보다 창살 너머에서 경멸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재소자들의 눈이 그의 마음을 찢어발긴다.
끼이익! 쿵!
등 뒤로 닫힌 철문.
목사는 구석으로 가서 등을 돌렸고, 못마땅한 눈빛들이 그의 등에 틀어박힌다.
“아오, 저 새끼!”
“놔두세요. 남영동의 모진 고문이라면 저라도 하나님을 팔았을 겁니다.”
“신부님!”
감방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 온화한 미소를 지은 신부가,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을 숨겨 줬다는 죄로 잡혀 들어온 그가 몸을 일으켜 목사에게 다가간다.
“힘들죠?”
“시, 신부님……. 저, 저는…….”
“다 압니다. 형제님도 형제님의 의지가 아니었겠죠.”
“흐윽!”
목사의 눈에서 눈물이 차오른다.
신부는 다 이해한다는 듯 그의 등을 토닥인다.
“흐어어엉! 저는! 저는……!”
신부의 품을 파고들어 아이처럼 울어 버린 목사. 신부는 말없이 그의 설움을 받아 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형제님, 이걸 받으세요.”
“이, 이건?!”
“신부님, 그건……!”
바깥의 물건은 아무것도 들고 들어올 수 없는 교도소임에도 신부가 가지고 들어왔던 성경책.
손때가 가득 묻은 성경책의 온기에 목사의 눈이 흔들린다.
신부는 왜 그런 보물을 저딴 배신자에게 주냐는 듯 노려보는 같은 감방의 사람들에게 진정하라고 손짓한 후 목사를 향해 푸근히 웃어 주었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뜻과 희망을 찾길 바랍니다.”
“시, 신부님…….”
신부는 이제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다시 몸을 일으켜 자신의 자리로 향했고, 목사는 성경책을 빤히 바라보다 첫 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성경책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았고,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