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11화>
139. 귀국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꾸욱!
주먹을 쥐었다 편 종혁이 눈을 가늘게 뜬다.
‘신안…… 신안이라…….’
하필 공교롭게도 신안이다.
놈들의 지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안.
‘놈들일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수법이 딱 놈들이다.
웬만해선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력자로서 상황을 컨트롤하는 수법이 딱 놈들이 쓰는 수법이다.
하지만 확신은 할 수 없다.
“흐음…….”
“종혁.”
“최 총경.”
“아, 쿄 형. 와쿠 씨.”
종혁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둘을 보며 씁쓸히 웃었다.
자신이 밥상을 모두 차리다 못해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기까지 했는데, 결국 마츠다 리츠코의 첫 번째 조력자를 놓치고 만 둘.
‘정말 놈들이라면 단순히 감시한다고 될 놈들이 아니니까.’
CIA와 SVR, 국정원의 감시망조차 아무렇지 않게 빠져나가는 놈들이다. 경찰 몇 명으로 놈들을 완벽히 감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에이, 표정들이 왜 그래요. 그만 얼굴 펴고 일 하러 갑시다!”
저 재난 현장에 또 어떤 사건이 있을지 모른다.
또 어떤 피해자가 경찰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후우. 그러지.”
삐요오옹!
-거기 서!
서로를 본 셋은 사이렌이 울리는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 * *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엔의 피해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경시청과의 통화를 종료한 일본의 총리가 한숨을 내쉰다.
하마터면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 일본 전 국민이 힘들어하는 재난 상황에서 일본인이 같은 일본인에게 사기를 치려 한 것이다.
그것도 어쩌면 수천억 엔의 초대형 사기를.
‘조기에 막아 낸 것은 다행이지만…….’
사건을 해결을 한 경찰이 하필이면 한국 경찰이다.
쾅!
책상을 내려친 일본 총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까지 한국의 기부금 현황은?”
“구호품 지원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100억 엔이 넘습니다.”
일본과 거래를 하는 한국의 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들마저 일본의 재난 구호에 동참을 하고 있다.
일본 내에선 이 재난에서 한국인이 지진을 일으켰다, 자이니치가 우물에 독을 타고 있다, 자이니치가 재난 현장에서 물건을 훔치고 있다 등 여러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상 초유의 재난.
그렇기에 국민들의 들끓는 분노와 절망을 받아 줄 욕받이 인형이 필요했고, 일본 정부는 그런 것을 묵인해 주고 있었다.
국민들의 분노가 정부로 향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일까지 터지고 말았다.
“사건을 해결한 경찰이 그 경찰이라고?”
“예. 최종혁 총경. 한국에선 일명 부호 형사로 불리는 초엘리트 경찰로, 본인과 부모의 자산 모두 합하여 수백억 엔으로 판명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막대한 돈으로 현재까지도 일본 정부가 확보하지 못한 숫자의 중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와 재난 현장에 투입시켰고, 천여 채가 넘는 컨테이너 하우스와 수백 명의 의료인들을 통해 일본 국민들을 돕고 있다.
게다가 후쿠시마현에서 구출해 낸 재일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의 숫자는 또 몇 명이던가.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왜 하필 경찰을!’
“센다이시의 반응은 어떻다고?”
“현재까지는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구조 활동에 도움을 받은 일본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종혁과 한국 구조본부를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지끈!
그 말에 갑자기 아파 오는 관자놀이를 꾹 누른 일본 총리가 내각의 구성원들을 둘러본다.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겠습니다.”
“음…….”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말을 아끼는 그들.
“뭐라도 말을 해 보세요.”
“어흠.”
“뭐…… 굳이 이쪽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일본 총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지자 일단 입을 열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대책은 없자 그들은 화두를 돌렸다.
“그보다 일본 증시가, 나라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걸 먼저 해결해야만 합니다, 총리님.”
“일본 증시를 흔드는 세력 중 한국의 기업이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예. 한국의 권&박 홀딩스라는 곳에서 현재까지 벌어들인 엔화가 무려 2천억 엔이 넘는다고 합니다!”
“허! 지금 병과 약을 함께 주고 있다는 건가!”
“역시 한국! 앞과 뒤가 다른 놈들이야!”
순식간에 시끄러워지는 그들.
일본 총리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내각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 건은 그냥 묻는 걸로 합시다.”
“……어흠.”
“그래서 현재 빠져나간 엔화가 얼마나 된다고요?”
“미국으로 유출된 엔화가…….”
그들은 골치 아프고 예민한 문제보다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 * *
가로등 불빛이 듬성듬성 켜진 센다이시의 거리.
웅성웅성.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밤이 되면 암흑에 물들었던, 사람의 통행이라곤 구조대밖에 없었던 센다이시의 거리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 서려 있는 미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탄과 절망이 가득했던 거리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비록 온전한 미소를 되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테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깨끗해진 거리를 걷는다.
술집에 들어찬 사람들이 잠시 시름을 잊고자 술잔을 부딪친다.
드르륵!
“어서 오세요!”
가게를 꽉 채운 채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을 둘러보던 종혁이 한 자리로 다가간다.
“오, 최 총경!”
“왔나?”
“오셨습니까!”
“어후, 아저씨 쉰내. 아저씨 세 명이서 궁상맞게 뭐하는 짓입니까? 안주는 또 왜 이렇게 부실해?”
그 말에 무로이 코헤이와 와쿠 순사부장, 그리고 한국 구조본부의 소방감이 얼굴을 구긴다.
“말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최 총경! 넌 아저씨 안 될 것 같아?! 그리고 안주는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아직도 용돈을 받는 처지인 소방감. 솔직히 안주는 너무 비싸서 감히 시킬 엄두가 안 난다.
무로이 코헤이도 결혼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고, 와쿠 순사부장은 노후를 위해 함부로 지갑을 열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불쌍한 재난민들에게 지갑을 열었던 그들.
키득키득 웃은 종혁이 빈자리에 앉아 손을 든다.
“여기요!”
“네!”
후다닥 여종업원이 달려오자 종혁은 메뉴판을 펼치며 말했다.
“여기 메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씩 다 주세요.”
“……네?”
“맥주는 초메가 생맥주로 주시고요.”
한 잔의 크기가 1200ml가 넘는 초메가 생맥주.
“……감사합니다! 아빠-!”
“가게에선 사장님!”
종혁이 다정한 부녀의 모습을 보며 푸근히 웃는다.
“다행이네요.”
사람들이 웃음을 찾아서.
포기 대신 희망을 품어서.
살아갈 힘을 내고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모두 너와 한국 덕분이지.”
재난이 터지자마자 같은 일본인보다 더 빨리 달려와 도왔던 한국.
종혁이 가져온 중장비와 구호품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이곳의 혼란은 수습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뭘.”
종혁과 소방감은 손을 저었지만, 무로이 코헤이와 와쿠 순사부장, 아니 일본은 그럴 수가 없었다.
종혁은, 그리고 한국은 일본의 은인이었다.
“그런데도…….”
뿌득!
오늘 아침 신문 기사를 떠올린 무로이 코헤이가 이를 악문다. 와쿠 순사부장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일본의 재난을 이용하는 한국!’ 등 악의 가득한 제목의 기사.
일본의 거의 모든 언론사가 한국을 성토하고 있었다. 이는 정부가 개입했다고 봐야 했다.
쿵!
“초메가 생맥주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괜찮다는 듯 웃어 준 종혁은 커다란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자, 그런 정세 이야기는 윗대가리들끼리 하라고 하시고 저흰 술이나 마시죠!”
거의 한 달 만의 술이다. 어차피 하루 이틀이 아닌 일, 그딴 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 미안합니다, 소방감.”
“흐하핫! 아닙니다! 자자, 건배합시다! 내가 ‘재난을’이라고 선창하면 ‘이겨 냅시다’라고 후창하는 겁니다! 재난을!”
“이겨 냅시다!”
채재쟁! 꿀꺽꿀꺽!
“크아아아!”
“으하아!”
좋다. 차갑고 씁쓸한 맥주의 맛이 온몸의 피로를 적시며 녹여 낸다.
“여기 생맥 한 잔 더요!”
“내가 그래서 그냥 멱살을…….”
“으하하하핫!”
“하하하핫!”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네 명이 웃음을 터트린다.
국적이 다름에도 같은 재난을 헤쳐 나왔기에 한마음이 된 그들. 이 순간 국경은 아무런 장벽도 되지 않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쿵!
“억! 와쿠 씨? 와쿠 씨!”
흔들어 깨우지만 테이블에 머리를 박은 와쿠 순사부장이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 구조본부의 소방감도 어느새 말이 사라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하, 이거 현장을 누볐던 양반들이 왜 이렇게 허약한 거야?”
“2차 가야지, 2차!”
“어이쿠. 네. 곧 갈 테니까 잠시 주무시고 계세요.”
“응. 깨워야 해…….”
결국 픽 쓰러져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버린 소방감.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은 종혁이 무로이 코헤이를 본다.
“얼씨구?”
무로이 코헤이도 입을 꾹 다문 채 술만 홀짝이고 있다.
“이 양반도 취했네. 형, 쿄 형.”
“안 취했다.”
“예, 그래요. 안 취했습니다. 여기 생맥주 한 잔 더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냉큼 생맥주와 서비스 안주를 가져다주는 사장. 재난이 들이닥치기 전에도 없었던 엄청난 매출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쿄 형.”
“왜 그러지?”
“마스터는 잘 계시죠?”
“마스터?”
초점이 살짝 풀린 눈을 껌뻑이던 무로이 코헤이가 이내 낯빛을 굳힌다.
“……단순히 안부를 물으려는 건 아닌 것 같군.”
한때 거물 범죄 브로커였지만, 지금은 지하 바에서 주류를 파는 바텐더인 마스터. 무로이 코헤이의 지인이자, 종혁도 과거 일본에서 한 사건을 해결하며 알게 된 인물이다.
“마츠다 리츠코의 사기가 꽤 치밀했잖아요.”
자신도 회귀 전의 기억 덕분에 알아차린 것이지, 아니었다면 마츠다 리츠코가 도망칠 때까지 아무런 의심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시나리오가 좋았다.
“본인은 자신이 설계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영감을 준 건 그녀의 파트너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녀가 처음부터 설계를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종혁이 알아보려는 건 마츠다 리츠코가 설계한 이번 손해 배상 사기가 아니라 그녀의 파트너, 지금 신안에 몸을 숨기고 있는 놈이 마츠다 리츠코를 만나기 전 벌였던 사기 사건이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사기 사건 중 수법이 비슷한 사기는 거의 범죄 브로커를 통한다고 보면 되기에 아직 그쪽에서 눈과 귀를 거두지 않은 마스터와 이야기를 해 볼 필요가 있었다.
‘백종명, 그 새끼의 후원 사기도 일본에서 넘어온 것이었지.’
그것도 놈들 회사가 시뮬레이션을 위해 넘겨준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다.
마츠다 리츠코의 파트너가 놈들 회사의 직원으로 의심되기에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만약 이놈이 정말 놈들 회사 소속이라면 지금 덮쳐선 안 돼.’
본사를 쳤음에도 살아남은 놈들이다. 이전보다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알았어. 말해 놓지.”
“귀국하기 전에 한번 만나 뵈러 가요.”
고개를 끄덕인 무로이 코헤이는 남은 술을 모두 들이켜곤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고, 종혁도 잠시 몸을 일으켜 술집을 빠져나가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이익!
“으하하하!”
“호호호호!”
“3차는…… 저기!”
늦은 저녁이 돼서 그런지 비틀거리며 집으로, 다른 술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빤히 바라보던 종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슬슬 돌아가야겠네.”
한국으로.
지직, 지직.
주머니에 넣어 놨던 방사능 측정 장비를 바라본 종혁이 몸을 돌렸다.
어느덧 4월 중순, 따뜻한 봄바람이 그를 향해 불어오고 있었다.
* * *
쏴아아아!
씻고 나온 종혁이 어젯밤 깔끔하게 다려 놓은 정복을 입고, 컨테이너 하우스를 나선다.
끼익!
“헛! 이제 나오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정복을 입은 채 컨테이너 하우스를 나서는 경찰들과 구급대원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이 그들을 이끌고 스타디움으로 향한다.
“아, 그런데 부본부장님. 우리가 가면 이 컨테이너 하우스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미야기현과 센다이시에서 매입해 저쪽 해안가 마을로 이동시킬 겁니다.”
그리고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눠 줄 거다.
마츠다 리츠코에게 속다 못해 주변 사람들까지,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마츠다 리츠코를 찬양하며 끌어들이려 했던 센다이시와 미야기현의 정치인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니 함부로 거리를 돌아다녔다간 돌을 맞을 수 있을 정도로 신뢰가 떨어진 그들로서는 어떻게든 시민들을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 웬일이래요?”
“그러게. 나는 쓰레기를 놓고 간다고 지랄할 줄 알았는데.”
한국을 욕하는 기사들에 기분이 상해 말이 좀 험하게 나온 구조본부의 사람들.
그래도 센다이시 등 구조본부의 인력이 파견된 곳들에선 마치 은인으로 대해 주고 있지만, 애초에 그 어떤 이득조차 바라지 않고 온 것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종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안 그래도 이것들을 어떻게 할 거냐고 하기에 걱정 말라고, 싹 다 한국으로 가져갈 거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살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으하하핫!”
“푸하하핫!”
“그런데 이런 건 왜 물으십니까?”
“아니, 뭐…….”
“확실히 근무 시간에 농땡이 치기엔 여기만 한 곳이 없긴 하죠?”
“어흠!”
“큭큭큭큭!”
“푸흐흡!”
그렇게 걸어 스타디움 앞에 도착한 스타디움 입구에 도열해 있는 수천여 명의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선배님.”
“최 총경.”
후쿠시마현을 훑고 돌아와 미야기현 전체에서 구조 활동과 치안 확립 활동을 벌인 제4부본부.
그 외에도 이와테현으로 향했던 제2부본부, 치바현으로 향한 제1부본부 등 일본 전역으로 흩어졌던 모든 이들이 오늘 한자리에 모였다.
“어이구. 역전의 용사들이 여기 다 계셨네요.”
“하하하.”
고된 구조 활동에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일본에 오기 전보다 최소 8킬로그램씩은 빠진 구조본부의 사람들.
“이, 이제 입장해 주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스타디움 경기장으로 향하는 입구를 넘다 잠시 멈춰 서 묵념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백, 수천 명의 시신이 잠시 머물렀던 스타디움.
아직도 이곳에 있을 망자에 대해 예의를 갖춘 그들은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스타디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센다이시의 주민들이 그들을 반긴다.
짝짝짝짝짝!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들.
꾸욱!
방금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던 한국 구조본부의 사람들이 치미는 감동에,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배웅 인사를 해 주는 시민들의 모습에 입을 꾹 다물고, 주먹을 꽉 쥔다.
이젠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이 씻은 센다이시의 사람들.
다행이고,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그들의 가슴에 퍼진다.
종혁은 마이크를 잡은 본부장을 바라봤다.
그동안 별 도움이 안 됐던 본부장. 그걸 아는지 얼굴을 붉힌 그가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간다.
“어흠. 안녕하십니까. 미야기현, 그리고 센다이시 주민 여러분. 한국 구조본부의 본부장입니다.”
짝짝짝짝짝짝짝!
본부장은 히죽 웃으며 입을 말을 이어 갔고, 사람들은 입을 다문 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비록 재난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가게 됐지만, 저희의 마음은 언제나 이곳에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저희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다시 오겠습니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 거예요, 한국!”
센다이시 시민들은, 이들에게 구조를 받은 사람들은 기억한다.
어둠과 공포에 질려 떨고 있을 때, 신을 향해 구원을 외칠 때 마치 영웅처럼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 준 저들을.
가까운 이웃, 한국인들을.
눈물을 흘릴 듯 달아오른 눈시울로 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다시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래. 이것이면 충분했다.
지금까지 목숨을 걸었던 것에 대한 대가는.
“전체 차렷! 경례!”
“충성!”
“와아아아아아아!”
4월 20일. 일본의 재난을 돕고자 일본으로 향했던 한국 구조본부가 귀국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