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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07화 (80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07화>

    삐비비! 삐비비!

    눈을 떠 시계를 확인한 종혁이 얼굴을 구긴다.

    “하아.”

    새벽 5시. 새벽 3시에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돌아와 겨우 2시간 잠시 눈만 붙인 거다.

    하지만 일어나야 했다. 계속 공수하고 있지만, 먹을 물이 부족해 물티슈로 얼굴과 몸을 닦은 그가 정복을 꺼내 입고 컨테이너 하우스를 나선다.

    그 순간 주위의 컨테이너 하우스도 문이 열린다.

    끼익! 끼이익!

    눈을 비비며 나오다 종혁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는 한국 구조대원들.

    “최 총경.”

    “선배님.”

    올해 경무관 진급이 예정되어 있는 제4부본부장이 경찰 정복을 입은 채 다가오자 종혁이 옅게 웃는다.

    “잠은 좀 주무셨습니까. 검사 결과는 어떻습니까.”

    “다행히 정상이야.”

    어제저녁이 돼서야 격리가 끝난 제4부본부.

    “잠이야 뭐…… 이 나이면 원래 없어지는 거고.”

    “그래도 주무셔야죠. 나이가 들수록 더 잘 자야 합니다.”

    “그건 한국 가서 하자고. 그리고 고마워. 덕분에 대원들 전부 피폭을 피할 수 있었어.”

    구조 작업이 모두 끝난 후 다시 정밀 검사를 해 봐야겠지만, 모두 몸에 후유증은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종혁의 준비 덕분이었다.

    “계속 센다이시에 있을 거지?”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부장을 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스타디움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의 뒤를 수백 명이 잠을 깨우기 위한 수다를 하며 따른다.

    백인도, 흑인도, 오늘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잔 모든 이들이 뒤를 따른다.

    하지만 불이 켜진 필드에 들어서자 그들의 입이 다물어진다.

    필드 위에 열 지어 놓여 있는 하얀 천들. 아니, 어젯밤 이곳으로 옮겨진 사망자들이다.

    병원 영안실도, 체육관도 둘 곳이 없어 결국 이렇게 야외로 옮겨진 사망자들.

    무겁고 뾰족한 잔해에 눌려,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짓밟혀, 코와 입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닷물에 잠겨 죽어 간 사람들.

    “우욱! 우웨엑!”

    “외면하지 마. 우리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끕! 끄흐읍!”

    시신을 처음 본 젊은 소방구조대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를 악문다. 본격적으로 시신이 발굴되기 시작한 어제는 너무 정신이 없어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던 그들.

    죄책감이 온몸을 휘젓는다.

    종혁도 씁쓸히 웃는다.

    “최 총경은 시신을 많이 봤나 봐.”

    “못 보지는 않았죠.”

    그래도 언제나 시신을 볼 때면, 구하지 못해 시신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볼 때면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다.

    “후우. 이제 인사드리자.”

    “예, 그러…… 아니, 인사는 좀 미뤄야겠네요.”

    “음?”

    저벅! 저벅!

    귀를 때리는 구둣발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뒤로 돌아간다.

    필드 안으로 수백 명의 사람이 들어선다. 정장을 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한 냉막한 얼굴의 사람들.

    그 선두에 무로이 코헤이가 서 있다.

    종혁과 다른 이들이 그들을 위해 중앙의 자리를 비워 주고, 그 자리를 채운 경시청의 형사들이 하얀 천이 덮인 수백 구의 시신을 보며 이를 악문다.

    눈시울이 붉게 달아오르지만, 눈물을 억지로 참아 낸다.

    “우리가 늦었군.”

    “딱 맞춰 오셨습니다.”

    종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무로이 코헤이가 다시 시신들을 본다.

    “전체 차렷.”

    고요한 스타디움을 나지막하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

    척!

    모두가 양손을 양 허벅지에 붙인다.

    “경례.”

    척!

    ‘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조금 더 빠르지 못해서. 조금 더 세심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바로.”

    그들은 떨어지지 않은 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돌아섰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이 스타디움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마치 구조대원들은 보이지 않는 듯 그들을 지나쳐 시신들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흐려진 눈으로 시신을 덮은 하얀 천을 뒤집는 사람들.

    “여보!”

    “아들-!”

    “으아아앙!”

    등 뒤에서 터지는 절규에 그들의 가슴속에서 피가 흐른다.

    “시작합시다.”

    구조를.

    그들은 주먹을 꽉 쥐었다.

    * * *

    “가, 감사합니다, 대표님.”

    말끔하게 씻은 한 남성이 눈시울을 붉히며 다가온다.

    이미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옛 동료들이 그를 반긴다.

    마츠다 리츠코는 그에게 따끈한 밥이 든 그릇을 넘겼고, 그는 다시 울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 재앙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몰랐던 일상. 따뜻한 물에 씻고, 따뜻한 밥을 먹으며, 깨끗한 옷을 입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는다.

    그는 눈물을 삼키며 며칠 만에 먹는 밥다운 밥을 목구멍 안으로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마츠다 리츠코는 그런 옛 동료 변호사들의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후식까지 든든하게 먹자 그들이 자세를 바로 한다.

    “……그냥 돕고 싶어서 불렀다는 말은 믿지 않겠네.”

    “하하.”

    참 정이 많았던 대표님. 그런 그녀의 보호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사회에 내던져지고 나서야 확실히 알게 됐다.

    세상엔 결코 대가 없는 선의란 것은 없다는 걸.

    “좋아. 그러면 내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알려 줄게.”

    마츠다 리츠코는 개업을 한 옛 동료들에게 손해 배상에 대해 알려 줬고,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며 새삼 자신들과 마츠다 리츠코의 차이를 알게 됐다.

    ‘이래서…….’

    이래서 마츠다 법률 사무소가 센다이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것 같다.

    자신들은 그저 재난이란 고통에 몸부림치기 바쁠 때, 그녀는 더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개요는 여기까지야.”

    이 이상은 한편이 되지 않는 이상 알려 줄 수 없었다.

    “다들 어떡할래?”

    “하겠습니다.”

    “응?”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들 다섯.

    이들을 꼬드기기 위해 수많은 감언이설을 준비했던 마츠다 리츠코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들 다섯 명은 그런 그녀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동시에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밥을 먹는 동안 생각을 정리했던 그들.

    ‘드디어 빚을 갚을 수 있겠구나.’

    그녀에게 사표를 내밀면서 생겼던 마음의 부채.

    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끝내 마츠다 법률 사무소가 폐업 직전까지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던가.

    그녀가 어려울 때 외면했던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의 눈이 마츠다 법률 사무소에 있었을 때처럼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그보다 고객은 어떻게 확보하시려는 겁니까?”

    묵직한 음성에 정신을 차린 마츠다 리츠코는 입술을 비틀었다.

    “당연히…….”

    탁!

    USB를 내려놓는 그녀.

    “옛 고객님들부터 연락을 드려야지.”

    그동안 마츠다 법률 사무소에 의뢰를 했던 수천 명의 고객들.

    “아!”

    그들은 깨달았다. 이 의뢰로 인해 마츠다 법률 사무소가 다시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될 거란 것을 말이다.

    ‘아니, 어쩌면 센다이시 최고가 될지도!’

    그들의 가슴에 기대의 흥분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표님! 이걸 받아 주십시오!”

    한 사내가 품에서 수첩을 꺼내어 내려놓는다.

    사무소를 향해 쓰나미가 들이닥칠 때 가장 먼저 챙겼던 고객 연락처가 적힌 수첩.

    “아! 제 것도 받아 주십시오!”

    “제 것도!”

    마츠다 리츠코는 그런 그들을 보며 속으로 입술을 비틀었다.

    그러며 화두를 던진다.

    “다들 고마워. 하지만 우리에겐 하나의 큰 난관이 있어.”

    바로 정부.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모든 계획은 실패로 끝난다.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게 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모아야겠군요.”

    “시민 단체의 도움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수가 한목소리를 내면 정부도 무시할 수 없을 터.

    “제가 있던 중학교에 이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있던 곳도!”

    “전 몇몇 시민 단체의 연락처를 압니다!”

    마츠다 리츠코의 미소는 마음속을 벗어나 현실에도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츠다 법률 사무소의 부활이었다.

    아사미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꾹 눌렀다.

    * * *

    “예, 감사합니다. 계속 수고해 주세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이 혀를 찬다.

    ‘옛 동료들을 끌어모았다라…….’

    장대한 사기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종혁.”

    “응? 여기서 뭐해요?”

    지금쯤 경시청이 차린 대책본부에 있어야 할 무로이 코헤이가 다가오자 종혁은 의아해했고,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에 종혁은 낯빛을 굳혔다.

    “……설마 밀린 거예요?”

    “양보한 거야.”

    “양보는 개뿔. 진짜 어지간하네요, 그쪽도.”

    무로이 코헤이는 익숙하다는 듯 웃었고,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들에게 한 노인이 다가선다.

    “아, 와쿠 순사부장님.”

    정년은 현장을 떠나 경찰본부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미야기현 경찰본부로 온 그.

    “이거 정말 수고하십니다.”

    푸근하게 웃은 그가 허리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한국의 지원과 경시청의 도착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센다이시에는 지금보다 더 끔찍한 재앙이 찾아 들었을 거다. 인간이라는 재앙이 말이다.

    특히나 한국의 도움은 말도 못한다.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빚이었다.

    경시청도 의외긴 하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과 권력가와 연관된 사건이 아니라면 그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경시청.

    “아, 아닙니다! 어려울 땐 서로 돕고 사는 거죠. 그보다 어디 가십니까?”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스타디움의 치안을 담당했던 와쿠 순사부장.

    “경시청에서 오신 고마운 분들께서 실내 치안을 맡아주기로 했으니 우린 이제 다시 거리로 나와야죠.”

    이곳 센다이시는 자신들의 관할이다. 언제까지 다른 사람들의 손에 센다이시의 치안을 맡겨 둘 순 없었다.

    이들 덕분에 이렇게 정년을 앞둔 자신도 다시 거리로 나올 수 있게 됐으니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아.”

    “그런데 우치다 놈들과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예.”

    어제 제3부본부와 약간의 마찰을 일으켰던 사내들, 아니 야쿠자들. 그들 조직의 이름이 우치다였던 것 같다.

    자신들이 머무르던 건물을 탐색 및 정리하려는 걸 흉기까지 꺼내 들며 막아섰던 그들.

    한국이었다면 그냥 박살을 냈겠지만, 이곳은 일본이었기에 그냥 물러났었다.

    “제가 잘 이야기해 뒀으니 앞으로 놈들이 작업을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뭐 방해까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귀중한 것이라도 있었나 봐요?”

    “야쿠자 놈들이야 다 똑같죠.”

    장부나 조직의 운영 자금 따위였을 것이다.

    1993년 시행된 폭력단 대책법에 의해 국가의 감시를 받기에 계좌 개설이 쉽지 않은 야쿠자들. 장부도 경찰에게 걸리면 바로 끝이기에 기를 쓰고 막았을 것이다.

    “아이고, 놈들이 의미 없는 짓을 했네요. 어차피 이젠 그 짓거리를 안 해도 힘들어질 텐데 말입니다.”

    움찔!

    “……그 법이 한국까지 소문이 났나?”

    무로이 코헤이의 말에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안 났겠습니까? 우리 쪽도 조폭 놈들이 골치인데?”

    폭력단 배제 조례.

    야쿠자 조직원과 그들의 친지 등 관계자들에겐 계좌 개설이나 임대주택 계약, 보험 가입 등 기본적인 활동조차 제한한다는 내요을 담은 법이 올해 시행된다.

    이 법으로 인해 일본 내의 야쿠자 숫자는 급감하게 되고, 야쿠자는 결국 고령화가 되어 점점 옛 영광을 잃어 가게 된다.

    훗날 사회의 해충 취급을 받게 되는 야쿠자. 물론 지금도 사회의 해충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훗날엔 더더욱 그런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호. 한국 야쿠자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데 정말인가 보군요.”

    “어휴. 말도 못하죠. 응?”

    고개를 젓다 옆 학교로 들어가는 멀끔한 이상의 여성을, 가슴팍에 변호사 배지를 단 여성을 발견한 종혁이 눈빛을 가라앉힌다.

    ‘급하기도 하다.’

    “어? 저놈은?”

    와쿠 순사부장의 말에 고개를 돌린 종혁의 옆으로 트럭 한 대가 스쳐 지나간다. 트럭의 보조석에 앉은 사람을 보며 낯빛을 굳히는 와쿠 순사부장.

    종혁도 살짝 놀란다. 그러나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연다.

    “아시는 사람입니까?”

    “예. 예전에 금고전문털이범으로 유명했던 놈인데…….”

    ‘금고를 전문으로 따던 놈이 철거 일을 한다고? 이 난리통에서?’

    평소라면 그냥 마음을 고쳐먹었겠거니 할 일.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집을 잃은 재난 상황이다.

    ‘그렇지. 집을 잃었지.’

    와쿠 순사부장의 눈이 가늘어졌고, 종혁도 생각에 잠긴다.

    ‘금고전문털이범이라…… 왜?’

    야심한 시각 마츠다 리츠코의 방으로 들어갔던 중년인. 분명 회귀 전, 마츠다 리츠코의 공범이라 소개됐던 놈.

    머릿속이 간질간질해지기 시작했다.

    * * *

    “더 도와 드릴 일이 없을까요?”

    “아니야.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해, 스즈키 짱.”

    “내일 뵙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선 아사미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매일매일 엄청난 모습을 보이는 마츠다 리츠코. 오늘도 정말 엄청났다.

    내일은 어떤 대단한 모습을 보여 줄까 기대를 하며 자신의 방으로 내려가던 아사미가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잠시 멈춰 선다.

    “손해 배상…….”

    오늘 변호사들이 합류한 이후 손해 배상 대상이 재력가에서 일반 서민들까지 늘어났다.

    “그렇다면 집주인 할머니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시골에서 온 자신이, 도호쿠 법대에 입학한 자신이 정말 기특하다며 반찬이나 쌀 등을 매일같이 나눠 주시던 집주인 할머니.

    “이, 이 멍청한 년!”

    그런 할머니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순간 죄책감에 눈물이 차오른 그녀는 다급히 그녀의 자취방인 맨션으로 달려갔다.

    “아?”

    쿠당탕! 우당탕!

    “저, 저기 여기 맨션에 살던 사람인데…… 어?”

    잔해가 치워지고 있는 맨션에 당황하던 아사미가 그곳에 있는 이를 보곤 다시 한번 놀랐다.

    “아가씨는 마츠다 씨의……?”

    “아, 안녕하세요!”

    마츠다 리츠코의 방에 들르는 마츠다 리츠코의 파트너다.

    “제, 제가 여기 살아서 그런데…….”

    “아아. 사망자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어요, 아가씨.”

    쿵!

    “호, 혹시 그중 할머니도 계셨나요?”

    “흠.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이, 쿠리야마!”

    “예, 사장님!”

    “혹시 여기서 발견된 시신 중 할머니도 있었어?”

    “아, 구출된 분은 계십니다!”

    잔해 속에 깔려 있었음에도 찰과상과 양팔이 부러진 것 말고는 멀쩡해서 기억이 난다.

    “스타디움으로 옮겨졌다는 말은 들었는데…….”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인 아사미는 몸을 돌리다 다시 철거전문업자를 봤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금고.

    의아해하던 그녀는 이내 신경을 끄며 스타디움으로 달려갔고, 철거전문업자는 그런 그녀를 보며 혀를 찼다.

    “쯧. 이건 경찰서로 가져다줘야겠군.”

    센다이시의 경찰들이 너무도 일찍 거리로 나왔다. 마츠다 리츠코의 작업이 끝날 때까진 작은 의혹이라도 피해야 했다.

    그는 아쉬워하며 금고를 트럭의 보조석에 놔뒀다.

    한편 근처 골목의 어둠에 숨은 와쿠 순사부장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놈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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