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801화 (80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801화>

    2011년 3월 12일. 일본 후쿠시마현의 작은 해안 도시, 미나미소마시 동쪽.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 체육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웅성웅성!

    “아이고! 아이고!”

    제대로 씻지 못해 더러운 그들.

    하지만 씻는 게 문제가 아니다.

    삶의 터전과 재산을 모두 잃은 상실감과 마치 괴물처럼 밀어닥치던 지진해일의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주부가 돌아올 아이들과 남편을 기다리며 청소를 하던 집이 집어삼켜지고 부서져 내렸다.

    영업을 뛰던 회사원의 차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괴물에 도망을 치던 자동차가 삼켜졌다.

    지진해일은 모든 걸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해일.

    난생처음 겪는 재앙에 그들은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딸랑딸랑딸랑!

    해가 저물어 가는 오후, 체육관 밖에서 종이 흔들리자 사람들이 일어서 체육관을 빠져나간다.

    “한 사람당 하나씩입니다! 줄 서세요, 줄!”

    기다란 테이블을 펼쳐 놓고 도시락과 물을 나눠 주는 사람들.

    사람들은 운전면허증이나 보험증을 내민다.

    “이렇게 3명입니다.”

    “네, 확인됐습니다. 다음.”

    가족들의 손을 꼭 잡은 채 도시락과 물을 받아 든 그들은 곧바로 어두워지는 체육관 안으로 들어간다.

    혹여 누가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할까 봐.

    혹시나 누가 자신들의 물건을 훔쳐 갈까 봐.

    걸음을 재촉해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안도를 하고, 또 누군가는 호통을 치며 육탄전을 벌인다.

    그러면 공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그들을 떼어 놓는다.

    법이 사라지는 공간.

    꾀죄죄한 두 여성이 녹색 여권을 내민다.

    “아…….”

    이름조차 제대로 읽기 힘든 타국의 여권에 난처해하며 상급자를 바라보는 남성.

    상급자가 고개를 젓자 남성은 녹색 여권을 다시 원래 주인에게 내민다.

    “あなたたちは サポート對象では ありません(당신들은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뭐? Do you speak English?”

    “No! No Korean!”

    “Why!”

    여성 중 한 명이 답답해 가슴을 친다.

    “왜 안 되는지 당신이 설명할 수 없으면 상급자라도 불러 달라고!”

    “No! No! 退け(물러서)!”

    “아, 진짜아!”

    눈앞에 떡하니 구호 물품들이 쌓여 있는데, 왜 줄 수 없다는 말인가.

    “거기! 뭐하는 거야!”

    “신분증이 없으면 나오라고!”

    “우리 먹을 것도 부족하다고, 한국-!”

    뒤에서 터져 나오는 짜증들.

    때리기라도 할 듯 험악한 그들의 모습에 여성의 일행이 그녀의 팔을 잡아끈다.

    “소, 소라야. 그냥 가자.”

    “그냥 가면 또 굶어야 하잖아!”

    “그래도 맞는 것보다는 낫잖아…….”

    “씨발!”

    그녀들은 하는 수 없이 줄에서 빠져나와 체육관 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체육관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에 쪼그려 앉는 그들.

    음식 냄새가 흘러나오는 체육관을, 행복한 얼굴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 그들은 아예 체육관 옆으로 돌아간다.

    퍼억!

    핸드백을 집어 던진 여성, 김소라가 씩씩거린다.

    “누가 씨발 일본이 착한 사람들의 나라라고 했어! 누가-!”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재난 구호품으로 나눠 주는 빵 한 쪼가리, 물 한 모금. 비품 창고 귀퉁이라도 좋으니 바람을 피해 잘 수 있는 공간만을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잠시 쪽잠을 자던 도중 주민들 잘 곳이 없다며 끌려 나왔다. 음식을 저렇게 쌓아 두고는 음식이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외국인이라서 차별하는 게 아니다.

    한국인이어서 차별하는 거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었다.

    보라. 지금도 저 금발 외국인은 도시락을 든 채 희희낙락거리며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일본은 친절한 나라가 아니었다.

    먹고살 만하니 그렇게 거짓된 호의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화내지 마. 배 꺼져.”

    꼬르르륵!

    “씨이! 미안해.”

    눈물이 차오른다.

    “뭐가 미안한데.”

    “내가 일본 오자고 했잖아. 그냥 제주도나 가는 건데…….”

    “됐어. 누가 알았나…….”

    말 그대로 재앙이다. 인간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재난일 뿐이었다.

    “저기 아가씨들…….”

    고개를 돌린 둘이 머리에 피에 젖은 붕대를 감은 한 남성과 배가 남산처럼 부푼 여성을 발견하더니 벌떡 일어난다.

    “미, 미야기 씨! 미야코 씨!”

    “여기 이것 좀 먹어요.”

    “아, 아뇨! 아니에요! 괜찮아요!”

    내밀어지는 도시락 하나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지만,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음식 배급을 받지 못해 씩씩거리는 그들에게 음식을 나눠 준 미야기 히데이로.

    너무 감사해 양념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을 때 알게 됐다.

    미야기에겐 미야코라는 임신한 아내가 있음을. 자신들에게 나눠 준 음식이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 먹어야 할 음식임을.

    미야기는 아내와 아내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먹어도 모자랄 음식을 나눠 줬던 것이다.

    이후 그들은 미야기가 주는 음식을 받을 수가 없었다.

    “정말 괜찮아요. 저흰 아까 과자 먹었어요.”

    “우리도 괜찮아요. 챙겨 온 거 많아요.”

    “아니, 정말 괜찮다니까요. 아! 머리는 좀 어떠세요? 이후에 치료는 더 받으셨어요?”

    미야기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요! 그러면 덧나는데!”

    머리를 열 바늘이나 꿰맨 미야기. 그것도 병원에서 꿰맨 게 아니라 이곳에서, 그것도 이 체육관에 격리된 간호사 한 명이 꿰매 준 거다. 그런데 이후 붕대를 갈아 주기는커녕 소독조차 못하고 있다.

    분명 오늘 아침 의료인들이 와서 건강 체크까지 했는데 말이다.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요. 이런 취급은 익숙하니까…….”

    자이니치, 재일 한국인인 그에겐 너무도 익숙한 상황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한국인이기에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미야기.

    모든 이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자이니치라며 차별하는 이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남아 있었다.

    그건 아내인 미야코도 마찬가지다.

    같은 처지라서 서로에게 더 끌렸던 둘.

    “씨…… 내가 다신 일본 안 온다.”

    “나도! 아, 물론 미야기 씨랑 미야코 씨, 스미레를 보러 올 거긴 해요! 스미레 태어나면 꼭 연락 주셔야 해요?”

    “하하! 그래요! 꼭 세 번째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미야기 자신의 부모와 미야코의 부모에게.

    두 번째는 친구들에게.

    미야기는 자신들보다 더 험한 취급을 받고 있음에도 발랄함을 잃지 않는 둘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미야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야코 언니, 둘이 어떻게 사귀게 됐는데요? 역시 미야기 씨가 확 덮쳐서?”

    “설마. 미야기가? 저 순둥이가?”

    “자, 잠깐. 미야코!”

    “크으! 쥐 냄새.”

    그들의 심장을 짓누르는 폭언에 김소라와 그녀의 친구가 하얗게 질리고, 미야기가 벌떡 일어난다.

    이쪽으로 다가온 세 명의 남자들을 막아선다.

    “그만둬, 하네다!”

    “내가 뭘 그만둬? 어이, 한국인 여자들!”

    “그만두라니까!”

    “밥 먹고 싶지 않아? 아, 우린 배가 부른데, 음식이 남네?”

    “우리 걸 나눠 주면 되니까 꺼지라고! 지금이라도 키요 할머니 불러올까!”

    움찔!

    “누가 조선인 아니랄까 봐…….”

    미야기를 죽일 듯 노려본 금발의 일본인이 김소라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는다.

    “언제든 밥 먹고 싶으면 찾아와! 난 돈 따위 없어도 되니까!”

    “그렇지 다른 걸로 지불하면 되지! 하하하하하!”

    미야기는 떠나는 그들을 노려보다 다급히 몸을 돌려 김소라들에게 다가간다.

    그보다 한발 앞서 미야코가 둘을 달랜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저놈이 유별난 놈이니까 그냥 무시하면 돼.”

    그러니 일본에 저런 사람들만 있는 거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일본을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미 궁지에 몰린 그녀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여, 영화도 이런 클리셰는 쓰지 않아.”

    너무 삼류 같아서. 이딴 걸 쓰면 보러 갈 의미가 없어서.

    까드득!

    “어? 소라야! 어디 가게!”

    몸을 일으킨 김소라가 체육관의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달려간다.

    “정지! 정지!”

    도로로 나가는 정문 앞에 서서, 닫아 버린 정문 앞에 서서 달려오는 김소라와 그 뒤를 쫓는 친구를 막아서는 삼십대 사내.

    김소라가 주먹을 꽉 쥔다.

    “나갈래. 한국으로 갈래.”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지갑도 잃어버렸지만 여권은 있다.

    엄마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

    “退いてください(물러나)! 近づかないで(접근하지 마)!”

    “나갈 거야! 나갈 거라고! 왜! 왜 못 나가는데-!”

    참고 참았던 그녀의 설움이 끝내 터져 나와 버렸다.

    “도, 돌아가라고!”

    남성이 당황해 손을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그 손 내려, 새끼야.”

    순간 그들이 있는 공간을 휩쓰는 끔찍한 살의.

    딱딱하게 얼어붙는 남성의 고개를 뒤로 돌린다.

    “허어억!”

    머리 두 개는 더 큰 덩치 큰 사내가 방독면과 새하얀 방진복을 입은 채 이쪽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다.

    “문 열어.”

    “아, 아니 여, 열 수…….”

    “사지를 찢어 버리기 전에 열라고, 개새끼야.”

    “히익!”

    남성은 다급히 닫힌 정문을 열었고, 덩치 큰 사내는 남성의 얼굴을 옆으로 밀어 버리며 두 여성의 앞에 선다.

    “김소라 씨? 이원영 씨?”

    쿵!

    “……하, 한국어! 한국에서 오셨어요?!”

    “예. 한국에서 왔습니다. 저희가 많이 늦었습니다.”

    “……흐윽! 흐윽! 흐아아아앙!”

    “늦어서 죄송합니다.”

    종혁과 경찰들은 지독한 차별 속에 지쳐 버린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 * *

    “일단 이것부터 쓰십시오.”

    “네? 예? 우읍?!”

    김소라와 이원영에게 방독면과 방진복이 강제로 입혀진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50킬로미터 내에 있는 미나미소마시.

    “이분들 얼른 버스에 태워요.”

    불과 몇 시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당장 무언가 증상이 없더라도 곧바로 한국으로 이송해 검사를 받게 해야 된다.

    “자, 잠시만요!”

    “왜 그러십니까?”

    “저, 저희만 가는 건가요?”

    “예. 두 분이 마지막입니다.”

    미나미소마시에서 한국인 관광객 이십여 명을 구출했다.

    “다, 다른 분들도 함께 갈 수 없을까요?”

    종혁과 경찰들의 눈이 빛난다.

    “관광객들이 더 있습니까!”

    현금 결제가 대부분이라 카드 결제가 어려운 일본. 그러다 보니 일본을 찾은 한국인들의 이동 경로를 쫓는 것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다행히 고속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땐 카드 결제를 하기에, 또 미니룸 같은 SNS나 S-톡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현 위치를 지인들에게 알리고 있기에 그나마 쉽게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모르는 중장년층, 노년층은 추적이 쉽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야 대부분 패키지라 대표 관광지만 가지만…….’

    자신이 대한민국 경찰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 할 소명이 있었다.

    “아, 아뇨. 관광객은 아닌데…… 자이니치, 아니 재일 한국인이세요.”

    “아.”

    ‘빌어먹을!’

    이마를 친 종혁이 다급히 무전기를 든다.

    “제 3부본부장입니다. 현 시간부로 재일 한국인들까지 구출합니다! 죄송하지만 대피 시설들을 다시 돌아 주세요!”

    -수신!

    -알겠습니다!

    무전기를 내린 종혁은 김소라를 바라봤다.

    “그분들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일본 속 한국인. 그러나 한국에선 일본인.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

    “저, 저기 계세요!”

    종혁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보며 안도하는 히데이로 부부를 발견하곤 이를 악물었다.

    “제3부본부장입니다. 이쪽에 임산부와 부상자가 있습니다. 의료 버스 급파해 주세요! 뭐합니까! 저분들에게도 마스크 씌워 줘야죠!”

    “예,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겨진 사람들 때문에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 미야기와 미야코가 의료 버스에 오르자, 종혁이 이쪽을 멍하니 쳐다보는 일본인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돌아선다.

    ‘개새끼들!’

    저들도 구하고 싶다.

    저들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서 막고 있다.

    만약 일본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한국에서 파견된 구조 본부를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일본 정부.

    ‘미안합니다.’

    까드득!

    ‘정말 미안합니다.’

    허리를 깊이 숙인 종혁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버스에 올랐다.

    “후우.”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누른 종혁이 핸드폰을 든다.

    “제3부본부장입니다. 본부장님, 후쿠시마 원전 쪽으로 향한 구조대원들은 모두 철수했습니까?”

    현재 미야기현의 센다이시에 설치된 구조 본부.

    -방금 전 마지막 팀이 철수했습니다.

    “하아아…….”

    다행이다.

    가장 피해가 짙은 원전 근처 해안 도시들부터 달려가려고 했던 구급대원들.

    기겁한 종혁은 당연히 말렸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본인의 목숨 따윈 초개처럼 던져 버리는 소방구급대원들들을 말릴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방진복, 방독면, 피폭을 조금이나마 막아 줄 수 있는 약품 등을 들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

    -최 총경, 그런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어떻게 예상하신 겁니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건 불과 몇 시간 전이다.

    그런데 종혁은 처음부터, 한국의 구조 본부가 일본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피폭을 염두에 둔 채 움직이도록 했다.

    모든 물품까지 미리 구비해 놓은 채 말이다.

    “제가 유능한 친구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소중한 대원들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방사능 오염 지역에 맨몸으로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닙니다. 아직 안심해선 안 됩니다.”

    -그렇죠.

    단단히 준비했다지만, 원전 근처로 향한 구조대원들은 이미 피폭을 당했을 수 있었다.

    삐리릭!

    -미나미소마시 재일 교포 전원 구출 완료! 다시 전파합니다. 현 시간부로 전원 구출 완료!

    종혁이 대피소로 향한 경찰들과 구조대원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무전기를 본다.

    “……저희 미나미소마시 팀이 임무를 완수했다는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저흰 한 번 더 대피소와 호텔 등 숙박업소를 돌아본 이후 00시를 기점으로 해서 소마시와 신치마치 등 해안 도시들을 훑으며 미야기현으로 북상하겠습니다.”

    혹시나 남은 재일 한국인이나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한국인 관광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정까지 수색한다.

    하지만 이 이후엔 무조건 피폭 중심지에서 멀어져야 한다. 남겨진 이들에겐 잔인한 결정이라도 그래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이들을 구할 수 있기에.

    지금도 구원을 바라고 있을 한국인들을 구할 수 있기에.

    가슴이 찢어져도, 영혼이 찢겨도 이동해야 됐다.

    -잠은 주무셔야죠.

    “잠은 죽어서 자면 됩니다.”

    -……그래요. 센다이시에서 봅시다.

    “수신 완료.”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불편한 방독면에 손을 가져가다가 멈췄다.

    후쿠시마를 벗어날 때까진 벗을 수 없다. 벗어서도 안 된다.

    “쯧. 제3부본부장이 전파합니다. 현 시간부로 재수색에 돌입합니다. 미나미소마시 수색 종료 시점은 00시. 저녁 12시까지입니다. 우리…… 힘냅시다.”

    -……수신.

    “출발합시다.”

    “가까운 호텔로 가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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