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99화 (79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99화>

“몇 년이나 나올 것 같아요?”

“난 뭐 한 5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의 대기실.

미결수복을 입은 피의자들 사이에 앉은 노인이 느긋이 꼰 다리를 흔든다.

미결수들은 그런 그를 보며 속닥인다.

“저 영감이 그 염전 사장이라면서?”

“몇 년이나 받을 것 같아?”

“못해도 20년이지.”

노인의 파멸을 기대하며 눈을 빛내는 미결수들.

노인은 코웃음을 친다.

‘20년은 무슨.’

이번 재판을 맡는 판사가 자신의 사촌 형님이다. 이미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 주기로 이야기까지 매듭지어 놓은 상태였다.

또한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유명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6촌 동생이다.

재판을 질질 끌어 피해자들을 지치게 만든 후 적당한 타이밍에 합의를 시도하면 징역을 피할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자신이 20년 형을 받을 가능성은 0%였다.

‘개돼지 새끼들. 지들이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이리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에게 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말이다.

“흥!”

‘그보다…….’

이런 사건은 첫 재판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형량을 어떻게 선고받느냐에 따라 이어질 다른 염전 사장들의 처분도 정해진다고 했다.

즉, 자신의 형량이 적게 구형되면, 다른 사람들도 적게 구형될 수 있다는 것.

‘그걸 가지고 둘러쳐 버리면…… 이거 콩고물 좀 떨어지겠는데?’

잘하면 염전 일부를 뺏어 올 수도 있을 듯하다.

“푸흐흐. 흐흐흐.”

노인은 웃음을 흘리다 아찔한 고통이 올라오는 어깨를 움켜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최 서장, 이 개자식!’

“이무형 씨, 나오세요.”

“어흠!”

슬그머니 엉덩이를 뗀 노인이 법정으로 향한다.

덜컹.

문이 열리며 재판장의 모습이,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한 재판장의 모습이 그의 망막을 헤집듯 찔러 온다.

‘그래, 계속 그렇게 쳐다봐라. 어차피 니들이 원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을 테니까!’

찢어 죽일 듯 노려보는 사람들의 모습에 노인의 입술이 꿈틀거린다.

그러다 종혁을 발견하곤 이를 악문다.

‘넌 내가 절대 가만 안 둔다!’

법조계에 친척들, 친구들이 얼마나 많던가. 심지어 경찰 쪽에도 인맥이 있다.

그걸 모두 동원해서라도 짓뭉개고, 박살 내 버릴 것이다.

그는 무릎 꿇고 오열할 종혁을 상상하며 피고석에 섰다.

“오, 오셨어요?”

“응?”

노인은 똥이 마려운 듯 안절부절못하는 6촌 동생 변호사를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 잘 부탁해.”

“예, 뭐…….”

고개를 돌리는 6촌 동생 변호사.

의아해한 노인의 눈에 의기양양한 검사의 모습이 들어온다.

노인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모두 기립해 주십시오.”

얼떨떨해하며 몸을 일으키는 노인.

‘어?!’

사촌 형님이 아니다. 이번 재판은 무조건 사촌 형님이 맡을 거라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오는 세 명의 판사도 노인을 보며 비릿하게 웃는다.

‘뭐, 뭐지?’

갑자기 공기가 차갑고 날카로워진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에 본 검사는 피고 이무형에게 사형을 구형합니다.”

쿵!

‘사, 사형?!’

말도 안 된다. 노인이 다급히 6촌 동생 변호사를 본다.

첫 공판이기에 검찰이 세게 구형을 할 텐데, 그래 봤자 12년이라고 말한 6촌 동생 변호사.

“변호인 이의 있습니까?”

“이의…… 없습니다.”

쿠웅!

노인은 입을 떡 벌렸다.

“자, 잠깐. 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이의가 왜 없어!”

“미안해요, 형님. 나도 먹고살아야지.”

“……뭐?”

“그럼 본 재판의 판결은 2주 후에 정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땅땅땅!

노인이 눈을 껌뻑인다.

방금 판사가 판결이라고 했다.

분명 1차 공판, 2차 공판, 잘하면 3차 공판까지 가고 다시 형을 확정 짓는 결심 공판 후에 판결이 내려진다고 했는데, 그 중간이 사라져 버렸다.

뭔가 이상하다. 뭔가가 무척이나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와아아아아!”

검찰이 정의를 세움에 이번 재판에 참석한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노인은 다급히 몸을 일으키는 6촌 동생 변호사를 잡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이의 제기를 안 해!”

퍼억!

“아, 좀 놔요! 내가 씨발 형님 때문에 이 나이에!”

“뭐라는 거야, 새끼야-!”

“아무튼 결심 때 봅시다.”

“야! 야-!”

“그럼 다시 갑시다.”

노인의 양팔을 잡는 법원 경비들.

“놔! 놓으라고! 야, 이 새끼야! 거기서! 으아아아! 으아아아아아!”

노인의 정신이 아득한 저 아래로, 지옥으로 떨어졌다.

* * *

비틀비틀 걷던 남성, 김도형이 벤치에 주저앉는다.

“도형아!”

“아으!”

낯빛이 하얗게 탈색된 김도형.

종혁이 그를 향해 입을 연다.

“아마 이무혁은 검사가 구형한 대로 사형을 선고받게 될 겁니다.”

“저, 정말입니까? 사, 사장님이, 아니 그 악마가 사형을 받는 겁니까?”

“변호사가 항변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겠죠.”

“아니, 대체 왜…….”

변호사가 6촌 동생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희망의 끈을 살짝 놓았었다.

‘당연히 로펌이 망하기 싫으면 그렇게 해야지.’

속으로 흉흉하게 웃은 종혁은 김도형의 손을 꼭 잡았다.

“아쉽게도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죽을 때까지 교도소를 나올 수 없을 겁니다.”

그건 노인의 아내도, 하나뿐인 아들도 마찬가지다.

최소 40년이 구형될 그들.

이제 고작 삼십대인 아들은 죽을 때쯤에야 겨우 바깥공기를 맡게 될 거다.

“아…….”

“그리고 다른 피의자들도, 당신들을 괴롭힌 악마들도 마찬가지가 될 겁니다.”

첫 판결이 사형이다. 줄줄이 다 사형이라고 봐야 했다.

“그건 이선영 씨를 괴롭혔던 그 노친네도 마찬가집니다.”

최소 20년이다.

“으아아?”

“예. 그 노친네도 바깥 공기를 맡을 수 없을 겁니다.”

“아으…… 아으으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도형과 이선영은 종혁을 손을 붙잡은 채 펑펑 울었고, 김도형의 모친은 그런 둘을 다독였다.

“잘됐다. 정말 잘됐어.”

“이잉! 이이잉!”

가족들이 울자 눈물을 흘리려는 딸, 김도희.

언제나 우리 딸, 야, 너라고 불렸던 김도희.

고개를 숙인 종혁은 몸을 돌렸고, 등 뒤에서 달래지는 설움의 통곡이 터져 나왔다.

“충성. 최종혁입니다.”

-으하하핫! 최 서장!

장희락 경찰청장이다.

전국 조직폭력배 일망타진과 이번 신안 인신매매 사건으로 인해 여의도에서 콜이 쏟아지는 그.

본청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매일 웃음을 흘리고 다닌다고 했다.

-으흠흠. 그래. 1차 공판 결과 봤어.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당연히…… 싹 다 잡아 처넣어야죠.”

염전 사장이나 윤락업소 사장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번 사건을 묵인한 동네 사람들, 동조해 함께 괴롭힌 마을 사람들 모두 영장을 받아 체포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신안 군민의 숫자가 30퍼센트 정도 감소하지 않을까 합니다.”

단 한 명도 예외를 두지 않을 생각이다. 그로 인해 어떤 원망을 받는다고 해도 종혁은 상관없었다.

-……감당되겠어?

한 행정 구역의 인구가 30퍼센트나 감소하는 일이다. 훗날 종혁을 향한 공격거리가 될 수 있었다.

“안 돼도 되게 해야죠.”

그게 경찰이 존재하는 이유일 테니 말이다.

-음. 그래, 그건 최 서장에게 맡기지. 그리고 피해자들 단속도 좀 하고. 거기서도 말이 나오고 있다더군.

가해자들이 고용한 변호사들이 피해자들에게 접촉해 합의를 종용하고 있었다.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것 역시도 회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실제로 일명 염전 노예 사건을 전국에 알린 피의자가 고작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이후 피해자들은 염전 사장들과 합의를 해 버리고 만다.

전국적으로 떠들썩해진 사건임에도 돈과 인맥을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그들은 다시 지옥 같았던 염전으로 돌아가고 만다.

최소 몇 년, 길면 몇 십 년을 염전에서 노예처럼 일하느라 몸이 다치고, 염전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국내 3대 로펌에서 발 벗고 나서 주셨습니다. 민사 소송을 통해 그동안 피해자들이 받지 못했던 임금에 정신적, 육체적 피해 보상까지 받게 만들어 줄 거라고 합니다.”

그 보상 액수는 한 사람당 최소 15억.

지옥 속에서 몸부림치다 비명에 사망한 피해자의 가족들에겐 20억이 배상될 수 있도록 청구할 예정이다.

즉, 염전 사장들과 그들의 작태를 묵인하고 동조한 사람들 모두 파산이란 소리였다.

이래서 인구가 30퍼센트 정도 줄어들 거라고 말한 거다. 마을들이 아예 사라질 테니 말이다.

-그 돈귀신들이 무슨 일이지?

물론 이는 종혁이 수임료를 대신 지불하여 의뢰한 것이었다.

“또한 신안에서 생산되는 소금과 천일염을 판매하는 식품 기업들도 피해자들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주기로 했습니다.”

경매로 나올 염전들을 매입해, 그중 일부는 피해자들에게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염전을 기부받아 계속 그곳에서 일하실 생각이 있는 피해자들에게선, 당분간 생산되는 소금을 전량 매입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후 각 섬에 소금을 이용한 각기 다른 종류의 관광 상품까지 개발하여 홍보를 해 주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었다.

실제로 이미 소금박물관을 비롯한 몇몇 테마 상품을 개발 중인 삼전그룹과의 연계도 이야기를 끝마쳐 놓은 상황이었다.

-이번 일을 이용하여 기업 이미지를 홍보해 볼 생각인 거군.

“맞습니다.”

꿍꿍이속이 있는 행동이라지만, 서로에게 나쁠 거 없는 이야기였기에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VIP께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을 테고.

일련의 사태로 행정 구역 하나가 우범 지역으로 낙인찍혔다. 정부로선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흠. 우리 경찰이 할 일은 없을까?

판의 규모가 너무 크다. 한 발 걸쳐야 할 것 같다.

“산하 파출소 직원들 전원을 교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산하 파출소 전 직원에게 대기 발령이 떨어졌다. 내사와 취조를 통해 공범과 억울한 피해자를 가려낼 예정이다.

그러니 그 김에 아예 물갈이를 해 버리는 거다.

“그리고 경찰대와 중경의 커리큘럼에 신안에 대한 현장 실습을 추가하면 어떻겠습니까?”

-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그 정도면 이미지 쇄신을 꾀할 수는 있겠군. 아니, 아예 경찰수련원을 신안에 짓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까진 생각 못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CCTV를 지금보다 두 배, 아니 세 배 이상 늘리는 건?

“아예 정부를 규탄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며 신안뿐만 아니라 치안력과 행정력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모든 섬과 소외를 받는 지역을 대상으로 CCTV를 늘리자고 하는 거다.

그러며 모든 섬에 감찰을 진행할 테니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이미지 쇄신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그러면 여의도에 입성하시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아마 당대표님들께서 버선발로 마중을 나오실지도…….”

-으허헛! 알았어. 고위 간부 회의 안건에 올려 보도록 하지.

“충성.”

-촬영 잘하고.

“정말 그거 해야 됩니까?”

-씁!

“충성…….”

-아, 그리고 올 7월엔 경무관으로 특별 진급을 하게 될 거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거부는 없어.

“……알겠습니다.”

‘경무관이라…….’

고작 31살에 경무관이다.

10만 경찰 조직의 진정한 중추, 진정한 고위 간부가 되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진급 속도다.

그런데 너무 말이 안 돼서 그럴까.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솔직히 총경도 실감이 안 났는데, 뭘…….”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던 종혁은 한숨을 내쉬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앗! 저기 있다! 최 서장님!”

“검찰의 구형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장님!”

대체 자신의 차는 어떻게 안 것인지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하이에나처럼 눈을 붉히며 달려드는 기자들의 모습에 종혁은 혀를 찼다.

* * *

“어흐, 좋다. 어흐으.”

새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진 고급스런 마사지룸.

은은한 주황빛 조명 아래 마사지 침대에 누운 배불뚝이 노인이 옷을 짧게 입은 태국 미녀의 마사지를 받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 거기, 거기.”

엉덩이 안쪽을 부드럽고도 끈적하게 휘몰아치는 미녀의 손길에 노인의 전신이 움찔거린다.

결국 참지 못한 노인의 손이 미녀의 엉덩이로 향하고, 미녀는 배시시 웃으며 손을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오늘도 극락이었다.

흐트러진 옷과 팁을 추스르며 룸을 빠져나가는 미녀의 씰룩이는 엉덩이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노인도 이내 기지개를 켜며 룸을 빠져나간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다 그의 팔짱을 낀 미녀.

히죽 웃은 노인이 미녀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SPA&마사지숍을 나선다.

“또 오세요!”

“그래, 또 봐.”

손을 흔든 노인이 흐뭇하게 웃으며 돌아서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얼른 차문을 연다.

“기다리느라 수고했어.”

“아닙니다, 사장님!”

“자, 이건 팁.”

“헛! 감사합니다, 사장님!”

90도로 굽혀지다 못해 마치 땅에 닿을 듯 숙여진 머리.

마치 자신이 신이 된 것 같은 충만함에 노인은 다시 흐뭇하게 웃으며 차에 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스윽!

그의 앞뒤를 가로막는 사람들.

“뭐, 뭐야?”

“김덕성 씨?”

움찔!

“……사람 잘못 본 것 같소만?”

“한국에서 장애인 복지관을 운영하시다 사채업자와 짝짜꿍해서 복지관 장애인들을 보증 세운 후 총 6억의 사례금을 받고 방콕으로 날아와서 3개의 사업체 세운 개새끼 맞으시죠? 그 돈으로 이렇게 재벌처럼 사는 씹새끼 맞지?”

“무, 무슨……! 사람 잘못 봤다니까! 비키시오!”

“야.”

오싹!

목을 계란 쥐듯 움켜쥐는 손길에 노인의 전신의 털이 곤두선다.

두 눈에서 쏟아지는 끔찍한 살의에 정신이 아득한 저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김덕성 씨, 당신을 사기 및 인신매매 관여, 살인 및 자살 관여 혐의로 체포합니다.”

철컥!

노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종혁의 모습을 카메라가, 대한민국 경찰청 홍보부와 지상파 방송국 다큐멘터리의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영웅 경찰 최종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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