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98화 (79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98화>

    뚜벅뚜벅!

    전남경찰청의 복도를 종혁과 함경필 전남청장, 함필성 목포서장이 걷는다.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그들.

    ‘신안 인신매매 사건 특별수사대책본부’라는 글귀가 붙은 문 앞에 선 종혁이 함필성을 본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장님.”

    수많은 경찰과 형사들뿐만 아니라 의경들까지 모두 보내 준 함필성 목포서장.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야.”

    아니다.

    제아무리 함경필 전남청장의 명령이 있었다지만, 그들을 신안으로 보냄으로써 목포의 치안에 일순간 공백이 발생했다.

    자칫 대형 사고라도 터졌다면, 함필성의 자리마저 위태로웠을 협조. 그로서는 큰 손해를 볼 각오를 했던 것이다.

    “곧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청장님도요.”

    “으하핫! 필성아, 기대해! 우리 최 서장, 통 진짜 크다!”

    “아이고. 형님은 아랫사람들 피 좀 그만 빨아 드셔.”

    “내가 뭐! 나처럼 좋은 상사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예, 예. 그러시겠죠.”

    피식 웃은 종혁이 특별수사대책본부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러자 벌떡 일어나는 기자들.

    “왔다!”

    촤라라라락!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견디며 단상으로 올라서는 종혁을 향해 생방송 카메라가 드리워진다.

    “충성. 반갑습니다. 이번 신안 인신매매 특수본 본부장이자 신안경찰서장 최종혁 총경입니다.”

    촤라라라락!

    “이번 사건은 인신매매 및 직업 알선 브로커에 의해 신안으로 팔려 간 한 가련한 여성으로 인해 드러난 사건으로…….”

    이어지는 종혁의 브리핑에 기자들이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문다.

    기자 생활을 하며 단맛, 쓴맛, 똥맛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어 온 그들로서도 피가 거꾸로 솟는 사건.

    “이번 작전으로 인해 염전에서 구출한 피해자가 총 127명.”

    쿵!

    “다방과 유흥주점 등에서 구출한 여성들의 숫자가 186명.”

    쿠웅!

    “현재 생존한 피해자는 모두 구출한 상태이고, 사망 및 피살자의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국과수와 감식반, 1만여 명의 경찰 병력이 가해자의 진술을 받아 신안의 모든 섬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뚜벅뚜벅!

    다음 말을 이어 가려는 종혁에게 최재수가 다가와 귓속말을 한다.

    움찔!

    낯빛이 굳은 종혁.

    한숨을 내쉰 종혁이 다시 기자들을 본다.

    “사망한 피해자들의 유골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암태도에서 4구, 안좌도에서 6구…….”

    입을 떡 벌린 기자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상 신안 인신매매 사건에 대한 최종결과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그럼 질문 받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 전체가 손을 든다.

    종혁이 그중 인연이 깊은 기자를 지목한다.

    “예, 거기 기자님.”

    ‘종혁아.’

    박영일 부장기자가 몸을 일으키며 떨리는 눈으로 종혁을 본다.

    ‘정말 너는…….’

    종혁이 아니었다면 이런 대규모 체포 작전을 실행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잡음 없이, 더 큰 피해 없이 피해자들을 구출할 수 있었을까.

    정말 존경할 수밖에 없는 놈이다.

    “이번 체포 작전에 1만 명이라는 대규모 병력이 동원됐는데, 왜 이렇게 많은 수의 병력이 동원된 것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 때문에 경찰의 과도한 진압, 군부 독재로의 회귀라는 말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분명 또 다른 피해를 입는 피해자가 생겼을 것이고, 이에 저희 경찰은 그 상황을 막고자 어쩔 수 없이 동원한 가능한 모든 병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답이 됐습니까?”

    “감사합니다.”

    “네. 거기 기자분.”

    “조중일보의 김덕성 기자입니다. 이번 체포 작전에서 무분별한 총기 사용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가해자들은 가해자들끼리 서로 알고 있었는데, 이 가해자가 도주 시 피해자들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어떤 참변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저희 경찰은 강력한 진압 수단이 필요했고…….”

    이후로도 기자들과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악마들의 섬, 신안!

    21세기 노예들! 성노예도 있었다!

    경찰의 대규모 체포 작전!

    1만여 명이 동원된 구출 작전. 천사의 섬, 신안을 뒤집다!

    염전에서 구출한 피해자 숫자만 무려 127명!

    유골 12구 발견! 또 발견!

    다방과 유흥주점 등에서 구출한 여성들의 숫자 186명!

    최소 오백여 명의 피해자가 확인돼!

    사람들이 아니다! 악마들이다!

    쿵!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폭탄이 터졌다.

    * * *

    “난 아니랑께라! 이번이 처음이랑께요!”

    “세상 하등 쓸모없는 병신 놈들을 입혀 주고 먹여 준 게 죄다요!”

    “우리 큰형이 누군지 알어?! 목포 법원 부장판사여!”

    시끌벅적한 신안경찰서. 모든 수사부서가 꽉 들어차 있다.

    그것도 모자라 아동청소년계, 생활안전계 등에도 꽉 찬 사람들.

    “다른 지방으로 팔려 간 여성들부터 추적해!”

    “아따! 왜 이렇게 굼뜨다요! 일단 손이 남는 감식반들은 모두 보내 달랑께라!”

    “뭣들 해! 움직이랑께!”

    “예!”

    정신없이 바쁜 경찰들을 바라보던, 자신의 배경이 대단하다 외치는 개새끼들을 바라보던 종혁은 이를 악물며 몸을 돌렸다.

    이곳에서 자신이 할 일은 더 이상 없었다.

    * * *

    부우웅! 빠앙! 빵!

    수많은 차들이 시끄럽게 울어 대는 도시의 거리.

    한 경찰서 앞에 선 할머니가 지나는 사람을 향해 전단지를 내민다.

    아들을 찾습니다.

    이름 김도형

    나이 36살

    1994년 목포 보석사우나 앞에서

    행방불명됐습니다.

    이런 피켓을 목에 건 채 전단지를 나눠 주는 할머니.

    “제 아들입니다. 얼굴만 봐 주세요.”

    사람들은 내밀어지는 무시하고, 경찰서 입구에 선 경찰들이 혀를 찬다.

    17년째 아들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는 할머니.

    “남편분은 돌아가셨다며?”

    “아들이 실종된 목포에서 전단지를 돌리다 차에 치여 돌아가셨데. 그래서 주말엔 목포로 가시잖아.”

    “에휴. 하늘도 무심하시지…….”

    벌써 17년이다. 실종된 아들은 이미 죽었다고 봐야 하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런 그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머니는 전단을 나눠 주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매정히 지나치는 사람들.

    “제 아들이에요. 얼굴만 좀 봐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스윽!

    그녀의 손에서 전단지가 빠져나가자 그녀는 활짝 웃는다.

    “가, 감사합니다!”

    “김여옥 씨.”

    “네?”

    고개를 든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선 덩치 큰 사내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삐이! 삐이!

    목포의 큰 병원 중환자실.

    암태도에서 구해진 남성이 멍하니 주변을 둘러본다.

    “으으윽!”

    “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과 그런 그들을 들여다보며 처치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꿈이 아니야…….’

    꿈이 아니다. 자신은 정말 구해진 거다.

    다신 그 지옥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살았다. 이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크흐흑! 흐으윽!”

    그는 또 울음을 터트렸다.

    스윽!

    “너무 울면 안 좋습니다.”

    “서, 선생님!”

    눈가에 닿는 손수건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그가 종혁을 발견하곤 몸을 일으켰고, 종혁은 그런 그의 가슴을 누른다.

    “좀 어떻습니까?”

    종혁이 말을 하며 수화를 한다.

    그에 깜짝 놀랐던 김도형이 이내 배시시 웃는다.

    괜찮다. 아직도 내장이 아프지만, 이제 살았으니까 괜찮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으으읍!”

    그가 다시 터지려는 울음을 억지로 참아 낸다.

    “어이구. 소개해 줄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우시면 어떡합니까.”

    “소, 소개요?”

    푸근히 웃은 종혁이 옆으로 비켜서자 이내 중환자실 안으로 이선영이 들어온다.

    “어?!”

    서로 눈이 마주치자 잠시 둘의 시간이 멈춘다.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이선영의 눈.

    ‘살았구나. 이름 모를 저 사람도 살았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녀는 힘이 풀리려는 다리를 애써 추스르며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는 이선영의 아기자기한 글씨.

    여전한 그녀의 글씨.

    그는 주먹을 꽉 쥔다.

    “……당신도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으으!”

    이선영이 자신의 손을 꽉 잡는 거칠고 주름진 손에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온기에 그와 자신이 다시 구해졌음을 깨닫는다.

    “에취!”

    놀란 이선영이 딸이 괜찮나 살피고, 그제야 딸을 본 그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 아이는?”

    딸이에요.

    ‘자식을 낳았나…….’

    묘하게 섭섭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응?”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는 이선영. 그녀는 이내 곧 딸과 그를 번갈아 보다 눈을 질끈 감으며 메모지에 다른 글씨를 쓴다.

    당신 딸이에요. 우리 딸이에요.

    쿵!

    “예?”

    당황한 그를 두드린 종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전자 대조 결과 정말 두 사람의 딸이 맞았다.

    “어…… 아…….”

    당황한 그의 시선이 딸에게로 향한다.

    ‘내, 내 딸이라고? 내 딸?’

    그러고 보니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닮았다. 거울을 본 지 너무 오래되어 희미한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아 그의 몸을 뒤흔든다.

    ‘내, 내가 산 건…….’

    아마도 이 아이 때문인 것 같았다.

    지독하고도 끔찍한 지옥 속에서 피어난 이 작은 꽃을 지키라며 하늘이 살려 준 것 같다.

    “아빠? 이 아저씨가 내 아빠야? 정말 아…… 빠야?”

    “아아! 아아아!”

    이선영의 수화에 자신도 아빠가 있음을 깨달고 울상이 되는 소녀를 향해, 딸을 향해 그가 손을 뻗는다.

    그 순간이었다.

    지이잉!

    시야 한구석에서 열리는 중환자실 문에, 안으로 들어오는 낯익은 할머니 한 분에 다시 그의 시간이 멈춘다.

    알 수 있다.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숨통이 틀어막히고, 자신도 모르게 침상을 벗어난다.

    쿠당탕!

    너무 급하게 내려서다 보니 넘어진 그.

    깜짝 놀라 이쪽을 본 할머니도 얼어붙는다.

    너무 늙고, 주름졌지만 단숨에 깨닫는다.

    아들이다. 저 아저씨가 내 아들, 도형이었다.

    “어, 엄마…….”

    “도형아-! 도형아! 흐어어어엉!”

    “엄마-!”

    “어딜 갔던 거야! 어딜 갔었던 거야!”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17년, 그 긴 시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모자는 서로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 * *

    후다닥!

    택시에서 내린 장년인이 헐레벌떡 병원의 로비로 뛰어 들어간다.

    넋이 나간 듯, 혼이 나간 듯 두 눈에 초점이 없는 그가 원무과로 달려가 간절히 외친다.

    “기, 김서인! 김서인 여기 있습니까! 몇 호입니까!”

    20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동생.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어디서도 발견됐다는 연락이 없는 동생.

    이번엔. 부디 이번엔.

    남성의 뒤로 다른 사람들이 달려 들어와 똑같은 걸 묻는다. 다른 건 이름뿐.

    그걸 빤히 바라보던 종혁이 한숨을 내쉬며 병원을 나선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하늘은 맑건만 종혁의 가슴은 흐릿하고 무겁다.

    “이제부터 시작이지.”

    아직 찾지 못한 시신과 찾을 길이 없는 시신들, 그리고 다른 곳으로 팔려 간 여성과 남성들.

    그들 모두를 찾으려면 아마 몇 년은 더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곧 전남경찰청에 이번 사건에 대한 전담반이 창설된다. 소속 경찰의 숫자만 무려 60명인 대규모 전담반.

    이 정도면 종혁도 어느 정도 안심이었다.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회귀 전과 달리 가해자들을 완벽하게 징치하기 위한 단계로 넘어가야 했다.

    * * *

    회귀 전, 신안의 염전 노예를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사건이 있었다.

    2014년, 겨우 도주를 한 피해자가 고소를 하며 전 국민에게 알려진 사건.

    이때 가해자가 받은 형량은 겨우 3년 6개월. 가해자들 중 최고로 받은 형량이 겨우 3년 6개월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놔둘 순 없지.’

    한 일식집의 복도를 걸어 안내된 방에 도착한 종혁이 종업원을 본다.

    “곧 손님께서 도착하시니까 바로 음식을 내와 주세요. 돗돔은 구하셨죠?”

    무게가 무려 100kg을 넘는, 전설의 물고기라 불리는 돗돔.

    “어제 주방장님께서 고흥까지 가셔서 뱃살을 구해 오셔서 숙성 중에 있습니다.”

    어디 돗돔뿐일까. 일본에서 첫해 처음으로 잡은 참치의 대뱃살에 다금바리 등 수없이 많은 물고기와 해산물을 확보해 놨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자리입니다.”

    고개를 숙인 종업원이 물러나자 종혁은 자리에 앉아 눈을 가늘게 떴다.

    째깍째깍.

    한쪽에 걸린 시곗바늘 소리가 종혁의 가슴을 두드린다.

    똑똑!

    몸을 일으킨 종혁이 열리는 문을 향해, 안으로 들어오는 장년인을 향해 허리를 숙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지청장님. 신안경찰서 서장 최종혁 총경입니다.”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의 지청장.

    “이야기는 말이 들었습니다. 김후락입니다. 앉읍시다.”

    자리에 앉은 종혁이 술이 담긴 도자기 술병을 든다.

    쪼르르!

    빨갛고 상큼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자 옅게 웃은 목포지청장이 종혁에게 술을 따른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참 많이 연락을 받았습니다. 권&박의 권 이사부터 현몽준 대표님, 홍정필 대표님, 대통령님, 그리고…… 철선이까지.”

    움찔!

    강철선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종혁이 미소를 짓는다.

    일명 한국대 라인이라 불리는 검찰의 성골 귀족 라인.

    “귀찮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영장을 처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종혁이 조사했던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 영장. 목포지청이 이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면 꽤 골치 아파질 뻔했다.

    “무슨.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현재 피해자만 300명이 넘는다.

    여기에 사망한 피해자까지 합하면 천 명을 훌쩍 넘길지 몰랐다.

    군부 독재 이후 단일 사건으로 최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그런 개새끼들을 때려잡게 해 줘서…….”

    까드득!

    “정말 감사합니다.”

    술을 삼킨 그가 치솟는 뜨거움을 내리누른다. 아직은 터트릴 때가 아니었다.

    “철선이가 그렇게 목포로 가 달라고 하더니…… 허허허.”

    “강 검사님께서 꽤 괴롭히셨나 봅니다.”

    “말도 못 합니다.”

    거의 매일같이 전화를 해 오고, 또 수시로 찾아와 옆구리를 찔렀다.

    “죄송합니다. 원래는 강 검사님께서 오시기로 했지만…….”

    목포지청장이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미래가 밝은 후배는 더 귀한 자리를 돌아야지요. 뭐, 덕분에 광주지검장을 맡게 될 것 같지만 말입니다. 허허허.”

    솔직히 대검 차장검사, 대검찰청의 이인자 자리나 고검장까지 다이렉트로 갈 수 있는 사건이다. 잘만 하면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강철선은 자신에게 그런 조커 패를 안겨 준 거다.

    “축하드립니다.”

    “최 서장도 미리 축하드립니다. 경무관이 된 것을.”

    “하하. 여기 회도 드시죠. 빈속에 드시면 속 버리십니다.”

    “허? 이건?”

    “돗돔입니다. 이건 일본에서 새해 첫날 첫 번째로 잡힌 참치의 대뱃살입니다.”

    “오오. 이거 금배지 다신 분들도 함부로 못 드시는 것 아닙니까.”

    둘은 온화하게 웃으며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종혁의 표정이 가라앉는다.

    “그럼 이제 문제는 법원이군요.”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기에 별반 문제는 없을 테지만, 만약 반골인 판사가, 염전 사장들과 연결된 판사가 사건을 맡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항소에 대법원까지 가야 할지 모른다.

    회귀 전에도 그렇지 않았던가.

    ‘목포지원도 목포지청처럼 물갈이를 했어야 했는데…….’

    법원 쪽에 라인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목포지청장이 있으니 어떤 수라도 나올 것이다. 그렇기에 강철선 부장검사가 그를 목포지청의 지청장 자리에 앉힌 것일 터.

    종혁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하며 말을 아꼈다.

    그걸 본 목포지청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허허. 철선이가 말을 하지 않았나 보군요. 아니면 사건이 너무 고약해서 최 서장의 눈이 살짝 가려졌을지도 모르고요.”

    흠칫!

    “예?”

    목포지청장이 흐뭇이 웃으며 핸드폰을 든다.

    “예, 법원장님. 저 후락입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목포지청장이 스피커 모드로 바꾼다.

    “지금 최 서장과 함께 있습니다.”

    -아, 반갑습니다. 광주지법원장 오만식입니다. 내가 처리한 영장은 잘 받았습니까?

    움찔!

    “……푸핫!”

    맞았다. 아무래도 너무 초조해서 간단한 걸 간과했던 것 같다.

    법원의 허락이 없었더라면 그런 대규모 영장이 발부될 수 있었을까.

    ‘어쩐지 강 검사님이 법원 쪽에 대해 말을 안 하시더라니.’

    이런 선물을 숨겨 뒀던 것 같다.

    종혁의 입가에 만족의 미소가 떠오른다.

    “주신 선물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나중에 자리를 마련할 테니 부디 물리지 말아 주십시오.”

    “그냥 지금 넘어오시죠. 여기 진귀한 해산물들이 많습니다.”

    -허허. 그럴까요? 그럼 먹으러 가기 전에 일 이야기부터 마무리 지읍시다. 최 서장, 며칠 안까지 처리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쿵!

    재판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하고 있다.

    종혁의 입이 사납게 찢어진다.

    “첫 피의자 재판까지 사흘. 가능하시겠습니까?”

    -……VIP도 주목하고 계시니 그래 봅시다. 그럼 잠시 후에 봅시다.

    통화가 종료되자 종혁은 다시 술병을 들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강철선에게 들으면 될 터.

    “검찰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흘 안에 재판까지 가려면 검찰의 협조가 필수다.

    “허허. 그래 봅시다. 아, 그런데 왜 하필 사흘입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서 말입니다.”

    “고작?”

    종혁은 의아해하는 그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벌써 3월. 이제 곧 일본에서 일이 터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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