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96화 (796/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96화>

    그그극! 극!

    몸이 깡말라 뼈만 남은 것 같은 남성이 새하얀 소금을 민다.

    새까맣게 타고, 얼굴에 주름이 많은 그.

    “허억! 헉!”

    아직 바람이 차가운데도 아래서 올라오는 지독한 증기가 남성의 숨통을 틀어막는다.

    “후우.”

    소금에 절여진 흐리멍덩한 눈이 잠시 하늘을 본다.

    뿌드득!

    전신이 살려 달라 비명을 지른다.

    퍼억! 뿌득!

    “커헉!”

    한곳으로 모아 놓은 소금 더미에 처박히자 남성은 몸을 웅크리며 머리를 보호한다.

    “야, 병신! 내가 농땡이 까지 말랬지!”

    어느새 다가와 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 노랗게 물들인 머리와 귓불에서 덜렁거리는 귀걸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바닥이 소금물임에도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박는다.

    “얼른 일해, 새꺄!”

    “예. 예.”

    “아이, 씨. 가오 상하게.”

    가슴까지 올라온 장화옷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 매만지며 멀어지는 청년을 바라보던 남성은 자신이 부딪쳐 흐트러진 소금 더미에 한숨을 내쉬며 발을 내딛는다.

    시큰!

    “아.”

    시선을 아래로 내린 남성의 눈빛이 흐려진다.

    다 해진 낡은 바지 아래 발목이 부어 있다.

    방금 전 넘어질 때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아무래도 접질린 듯했다.

    “하아.”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남성은 절뚝이며 드넓게 펼쳐진 암태면의 소금밭에서 소금을 밀었다.

    언제나처럼.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 쉴 새 없이 소금물을 밀고, 밀고, 계속 밀었던 남자는 해가 저물어 가자 그제야 도구들을 정리하곤 창고로 향했다.

    기기긱!

    기괴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녹슨 문.

    남성은 도구들을 창고 한곳에 가지런히 쌓고선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한쪽 구석에 놓인 얇은 스티로폼에 이불만 깔아 놓은 침대에 그대로 몸을 뉘었다.

    벌써 십여 년째 쓰는 거라서 다 해지고 까맣게 물든 이불. 찌든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남성은 느끼지 못하는 건지 미소를 지으며 이불에 몸을 비빈다.

    “……아, 아니지.”

    아까보다 더 부어 있는 발목.

    해가 다 저물어 아무것도 안 보이기 전에 할 수 있는 조치를 해 둬야 했다.

    뒤로 뻗은 남성의 손에 다 해진 천 쪼가리가 딸려 온다.

    더 이상 입을 수 없을 만큼 해진 탓에 버려야 했던 옷을 뜯어 만든 붕대.

    아무리 아파도 병원을 보내 주지 않는 사장 탓에 만들어 둔 붕대였다.

    “으으윽! 하아.”

    뜨거운 숨이 목구멍을 통해 뱉어진다.

    낡은 붕대로 발목을 모두 감은 남성은 앞으로 손을 뻗어 바닥에 널브러진 냄비를 가져온다.

    달그락!

    뚜껑이 열리며 코를 확 찌르는 묵은 냄새.

    말라붙어 노랗게 변색됐건만 남성에겐 이것도 없어서 못 먹는 것이다. 남성은 손으로 밥을 한 움큼 퍼서 입안에 가져간다.

    그리고 옆에 놓인 플라스틱통을 열어 곰팡이가 핀 된장을 퍼 입에 가져간다.

    저녁은 이걸로 끝. 남은 것은 내일 아침과 저녁 식사다.

    꿀꺽!

    “후우.”

    어제 받아 놓은 수돗물로 밥을 넘긴 남성은 침대에 몸을 눕히며 한 곳을 바라봤다.

    찬바람이 빨려 들어오는 창고 벽에 뚫린 작은 구멍들.

    그 구멍들을 멍하니 쳐다보던 남성의 흐릿한 눈빛이 과거로 향한다.

    얼마 전 저 틈 사이로 드리워졌던 눈동자.

    ‘실종된 학생들을 찾는다고 했던가…….’

    “나도 찾아 주지…….”

    여기 있는데…….

    주륵!

    그날 이후 다시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오늘도 한 방울 흘러내린다.

    구멍 틈 사이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몸을 휘감자 남성은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 올린다.

    그는 오늘도 그곳에서 그렇게 잠을 청했다.

    * * *

    “정말 괜찮겠어?”

    “에이. 괜찮아, 괜찮아. 이런 것도 해 봐야 남자지!”

    “……휴. 알았어. 매일 연락하고.”

    “걱정 마세요. 다녀올게요.”

    엄마를 꼭 끌어안은 청년이 몸을 돌린다.

    그의 도전을 축복하듯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

    청년은 환하게 웃으며 발을 내디뎠다.

    “으아!”

    어두워진 밤, 목적지에 다다른 청년이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말끔하기 그지없었던 청년. 그러나 지금은 거지 몰골과 다를 게 없다.

    겨울이라 옷을 제대로 말리지 못해 쉰 냄새와 땀 냄새가 풀풀 나는 옷에,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 못해 떡이 진 머리와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된 얼굴.

    그러나 눈은 참 맑은 청년이 맑게 웃는다.

    “드디어…… 목포인가?”

    서울에서부터 시작해 강원도 고성, 부산, 그리고 얼마 전 해남까지 찍었다.

    이제 다시 서울로 오르기만 하면, 바다를 끼고 한국을 빙 두르는 대장정도 끝이었다.

    “목포도 크게 다를 건 없네.”

    물론 서울처럼 도로가 확 트여 있지도 않고, 높다란 빌딩들이 빼곡하지도 않았다. 서울 외곽과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도심끼리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똑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

    대장정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다른 지방 도시들이 마치 딴 나라처럼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이런 사소한 깨달음이 청년의 좁았던 시야를 넓혀 준다.

    “오늘은 어디서 잘까나…… 아, 저기가 괜찮겠다.”

    찜질방을 발견한 청년은 겨우 몸을 일으켜 후들거리는 다리로 걸음을 옮겼다.

    “아우, 아무도 없으니 전세 낸 거 같아서 좋았네.”

    사우나에서 개운하게 씻은 뒤 뜨끈한 수면실에서 한숨 자고 일어난 청년은 기지개를 켰다.

    주중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없었던 수면실.

    덕분에 그 넓은 곳에서 편안히 숙면할 수 있었다.

    “라면 정식 하나 주세요!”

    찜질복을 입은 채 찜질방 매점에 들른 청년이 구운 계란 세 개도 구매한다.

    남해를 지날 때 돈을 얼마 쓰지 않았기에 예산에 여유가 있어서 오늘은 과소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탁탁탁!

    “으으음!”

    짭짤한 계란과 차가운 사이다가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이구. 복스럽게도 먹는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것 좀 드실래요?”

    청년이 말을 건 할머니를 향해 계란을 내민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이것 좀 들어요.”

    막걸리와 파전이 내밀어지자 청년의 얼굴이 활짝 핀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꿀꺽꿀꺽!

    “크으으!”

    빼지도 않고 잘 먹는 청년의 모습에 할머니의 눈이 호선을 그린다.

    “말투를 보니까 서울에서 왔어?”

    “헤헤. 네, 맞아요.”

    “혼자? 이 먼 곳까진 왜?”

    “아, 대학 들어가면 이제 이렇게 돌아다녀 볼 시간도 없을 거 같아서요.”

    학교, 집, 학교, 집만 반복하고 서울은커녕 사는 동네 밖으로도 거의 나가 본 적이 없었다.

    “자자, 한 잔 더 마셔요.”

    “앗! 괜찮아요. 할머니도 드셔야죠.”

    “괜찮아. 어른이 주는 건 먹어도 되는 거예요.”

    “그럼…….”

    냉큼 손을 뻗어 잔을 받는 청년의 모습에 할머니는 못 말리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둘은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잔뜩 지친 몸으로 술을 마셔서일까.

    청년은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많이 피곤해?”

    “습!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니야. 얼른 올라가서 자. 나도 이제 자야 할 것 같으니까.”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매점을 나선 청년은 찜질방을 둘러보다 고개를 저었다.

    “찜질은 내일 해도 되니까.”

    찜질보단 아까 수면실에서 봤던 따뜻한 모포를 덮고 자고 싶다.

    “오늘 과소비 많이 하네…….”

    그래도 정해 놓은 예산 안쪽이다.

    청년은 히죽 웃으며 수면실이 있는 사우나로 향했다.

    * * *

    “으아아!”

    다음 날,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찜질로 노폐물도 빼고, 뜨끈한 육개장으로 배도 든든히 채운 청년이 찜질방을 나선다.

    “이제 가는 거야?”

    “앗! 네! 할머니도 이제 집에 들어가세요? 앗! 좀 들어 드릴까요?”

    청년이 보따리를 쥐자 할머니의 눈이 빛난다. 마치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을 보는 듯한 눈빛.

    그러나 짐을 드는 청년은 보지 못했다.

    “어이구, 무거울 텐데. 그럼 저기 골목까지만 들어다 줘.”

    “하하. 아니요. 전혀 무겁지 않은데요, 뭘. 그럼 가시죠!”

    청년은 할머니와 나란히 걸으며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응? 막힌 길인데?’

    “할머니 여기가 맞…….”

    뻐어억!

    ‘어?’

    “야, 이……! 그렇게 세게 때리면 어뜨카냐!”

    “지롤. 이 짓거리 한두 번 하냐잉. 얼른 싣기나 혀야.”

    “알았어.”

    “할매, 여기. 세 보쇼. 백만 원 맞지라?”

    “그려. 맞네. 또 저런 거 있으믄 연락할게.”

    “들어가쇼잉.”

    ‘어? 할머니?’

    승합차에 실리는 청년은 멀어지는 할머니를 멍하니 바라봤다.

    1994년, 그렇게 청년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됐다.

    * * *

    눈을 번쩍 뜬 남성이 천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왜 또 그때 꿈을…….’

    지옥의 시작을 알렸던 그날.

    여행을 떠나지 말걸, 그 할머니를 무시할걸.

    얼마나 후회하고 또 후회했는지 모른다.

    “후우.”

    지금 와 또 후회하면 뭐 할까.

    남성은 침대를 짚으며 몸을 일으킨다.

    “어?”

    풀썩!

    팔에 힘이 풀린 남성이 다시 누워 버린다.

    어리둥절해하던 그가 그제야 뜨거워진 몸을 느낀다.

    마치 잠에서 덜 깬 듯 무겁고 몽롱한 몸.

    아무래도 조금만 더 누워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해가 뜨지 않았으니 괜찮았다.

    ‘그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지.’

    그래서 당시 자신을 납치한 남성이 지금의 사장님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자신의 귀가 들리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고, 자신은 어떻게든 눈치껏 상황을 파악해 행동해야만 했다.

    그러지 못하면 매질이 돌아올 뿐이었으니까.

    이후 이제는 어지간한 말은 들리지 않아도 어림짐작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년에겐 견디기 힘든 지옥이었다.

    그에 언젠가는 도망쳐 보려고도 했다.

    ‘그러다 걸려서 족쇄가 채워졌지.’

    처음엔 양 발목에 족쇄가 채워졌다.

    경찰 수갑을 개조해 만든 족쇄. 발은 세 뼘도 채 내딛지 못했고, 수없이 넘어지며 맨발로 염전을 굴렀다.

    따갑고, 아팠다.

    찢긴 상처 사이로 스며드는 소금물은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로 아팠고, 기관지와 폐는 소금에 절여지다 못해 숨만 내쉬어도 칼로 난도질한 듯 아팠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하루에 물을 한 컵만 마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독한 갈증과 누군가 배 속을 뜯어내는 듯했던 허기.

    죽고 싶었다.

    하지만 죽을 수 없었다.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 때문에.

    먼저 죽은 이곳에 함께 갇혀 있던 형들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이후 영영 깨어나지 못했던 형들.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혀를 빼물며 죽은 형들.

    그들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그 얼굴들에, 무섭고 두려워 죽을 수가 없었다.

    남성의 눈이 왼손으로 향한다.

    새끼손가락이 없는 왼손.

    -아악! 아저씨! 경찰 아저씨!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다신 못 도망치게 해 주지.

    퍼억!

    -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달조차 구름에 가려진 밤, 도망치려 했을 때 한 마디가 잘렸다.

    찾아온 경찰에게 말하려 했을 때 또 한 마디가 잘렸다.

    겨우 도망쳐 여객터미널로 갔을 때 나머지 한 마디마저 잘렸다.

    그리고 그 이후 남성은 도망을 관둬 버렸다.

    가끔 찾아와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는 경찰을 보고도, 자신을 발견하고도 못 본 척하는 경찰을 그냥 지나쳤다.

    가끔 구경 오는 사장님과 도련님의 친구들을 보고도 못 본 척했다.

    그렇게 그는 노예이자 동물원의 동물이 됐다.

    퍼억!

    몸에 부딪치는 무언가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남성이 파랗게 질린다.

    어느새 드리우는 햇빛을 등지며 창고 문에 서 있는 사장님. 일그러진 얼굴이 화를 내고 있다.

    남성은 다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몇 번이고 넘어졌다.

    “뭐야, 왜 이래?”

    다가와 남성을 이리저리 만진 노인이 혀를 찬다.

    그의 눈이 시꺼멓게 죽어 버린, 더러운 천 쪼가리가 감긴 남성의 발목을 본다.

    “결국 망가진 건가……. 그래도 오래 버텼네, 쯧.”

    일그러진 눈 속에 피어나는 짜증과 포기란 감정에 남성의 심장이 내려앉는다.

    저 눈이다. 먼저 죽어 간 형들의 시신을 볼 때 짓던 그 눈빛.

    “아, 아닙니다! 일어날 수…….”

    토닥토닥!

    “흡?!”

    “그래, 오늘은 쉬어.”

    다시 남성을 토닥인 노인은 창고를 빠져나갔고, 남성은 그런 주인을 보며 얼떨떨해했다.

    분명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 적응이 되지 않는 미소. 이곳에 사로잡힌 이후 처음 본 미소. 자신을 향해 처음으로 지어 준 비웃음 아닌 미소.

    남성의 시선이 다시 왼손으로 향한다.

    ‘왜?’

    남성은 얼떨떨해하면서도 몸에 힘을 주었다. 어떻게든 일어나려 애썼다.

    이것 또한 함정일 수 있기에.

    * * *

    “뭐예요. 왜 벌써 들어와요?”

    “맛 갔어.”

    “……완전히?”

    “어. 아무래도 새로 구해야 할 것 같아.”

    아무래도 이번엔 벙어리에다 다리 하나 정돈 병신인 놈을 골라야 할 것 같다.

    “어휴. 구할 수 있겠어요? 요새 핸드폰이다 뭐다 해서 바로 연락 올 텐데?”

    “그러니까 고아인 놈으로 골라 달라고 해야지.”

    “그럼 그동안은 어쩌려고요.”

    “어쩌긴. 알바 잠깐 써야지. 어제 먹다 남은 삼계탕 있지? 그것 좀 끓여 놔.”

    “노랭이 저녁밥이요?”

    “그래. 그거.”

    그렇게 말한 노인이 집 옆 창고로 향한다.

    부우우우웅!

    “쯧. 근처에 말벌집이 생겼나.”

    하늘을 둘러보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 플라스틱병을 꺼내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노인. 그의 부인이 미지근한 국그릇을 내민다.

    “대충 전자레인지에 돌렸어요.”

    “이리 줘.”

    노인이 넘겨받은 국그릇에 플라스틱병에 담긴 가루를 타서 섞는다. 마치 싱거운 국에 소금을 타듯 무심한 얼굴로 가루를 탄 그.

    “지호는?”

    “아직 자죠. 시간이 몇 신데.”

    “깨워서 마대 자루 가져오라고 해. 이젠 영 힘을 못 쓰겠어.”

    “언제는 제대로 썼나? 알았어요.”

    노인은 다시 염전에 있는 창고로 향한다.

    기구와 영 못 써 먹을 소금 약간을 보관하며 노예의 숙소이기도 한 창고로.

    * * *

    얼마나 노력했을까.

    겨우 상체를 일으킨 남성이 뜨거운 숨을 거칠게 뱉어 낸다.

    남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부어오른 발목에서부터 올라오는 통증을 간신히 견뎌 냈다.

    그래서 보지 못했다. 다시 창고 문 앞에 서서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는 노인을.

    노인은 성큼성큼 다가와 남성에게 삼계탕 찌꺼기가 담긴 국그릇을 내민다.

    “자, 이거 먹어.”

    “사, 사장님?”

    “몸보신하라고 주는 거야.”

    “가, 감사합니다.”

    “쭉 들이켜고 한숨 자.”

    “네, 네.”

    남성은 어서 먹으라며 지켜보는 노인의 모습에 국물을 쭈욱 들이켰다.

    ‘큽!’

    맛있다. 묘하게 역하지만, 고소하기도 했다.

    십여 년 만에 처음 먹는 고깃국이 온몸에 스며든다.

    남성은 혹여 뺏어 갈까 허겁지겁 들이켰다.

    “다, 다 먹었습니다. 설거지할게요.”

    “됐어. 그냥 누워.”

    “제,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 주십시오! 모, 모두 고치겠습니다. 지, 지금 일하러 가겠습니다!”

    “어허. 그런 거 아니라니까. 누워, 누워.”

    억지로 눕혀진 남성이 두려움에 찬 눈으로 노인을 보고, 노인은 그런 남성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내가 그동안 참 너무했지?”

    “……큽?!”

    기침을 한 남성이 눈을 부릅뜬다.

    아프다. 갑자기 오장 육부가 모두 찢어지는 것 같다.

    의문이 떠오른 남성은 호기심 어린 노인의 눈을 보곤 모든 걸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오늘이 죽는 날이었다.

    ‘하하. 드디어 죽는구나.’

    이제야 죽는 거다. 이제야 해방이 되는 것이다.

    이 정도 아픈 거였으면 그냥 예전에 죽을걸.

    예전에 죽어 버릴걸.

    ‘엄마, 나 먼저 갈게. 미안해요.’

    아들이 사라져 많이 힘들어했을 어머니. 천국에 먼저 가 있을 테니까 꼭 다시 만나요.

    남성은 배를 움켜쥐며 몸을 말았다.

    그때였다.

    뻐어억!

    모든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데도 귀를 뚫고 들어오는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

    힘들게 뜬 남성의 눈에 사장님 대신 낯선 사내가 보인다.

    “괜찮으십니까!”

    ‘누구……?’

    누구든 상관없다.

    ‘도망쳐요.’

    여기서. 얼른.

    남성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손을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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