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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95화 (795/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95화>

    “아…… 빠?”

    종혁의 미간이 좁혀진다.

    최재수가 주먹을 쥔다.

    “……염전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는 피해자로 추정됩니다.”

    염전 사장을 뒤따라온 남자로, 그날 처음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신 만나지 못했고 말이다.

    쿵!

    “……뭐?”

    종혁은 입을 떡 벌렸다.

    * * *

    그날은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딸랑!

    경찰도, 여객터미널의 매표소 직원도, 선착장의 어부들도 모두 한통속이라 도망가는 걸 포기한 이선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남성을 보곤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주머니.

    “어으으.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와? 내일은 나갈 수 있으려나.”

    들어올 때부터 휘청거리는 장년인. 익숙한 술 냄새가 코를 찌른다.

    “기상청에서 내일은 날이 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동네에선 처음 뵙는 분들 같은데…….”

    “아아, 암태면에서 왔수다. 아가씨 있죠?”

    “당연히 있죠! 몇 명이나 필요하세요?”

    “하나…….”

    장년인이 뒤따라온 깡마른 사내를 본다.

    다 늘어난 티셔츠에 까맣게 탄 사내.

    고개를 숙인 사내를 가만히 응시하던 장년인이 음흉하게 웃는다.

    “크흐. 둘 주쇼!”

    “어머! 마침 딱 둘이 있는데. 그런데 하나가 말을 못해요. 괜찮아요?”

    “……푸흐흐! 딱 좋네, 딱 좋아! 이 새끼는 귀머거리거든! 그렇게 들여보내 주쇼! 어이, 따라와.”

    장년인이 손짓을 하며 룸으로 들어가자 깡마른 사내도 허둥지둥 뒤따라 들어갔고, 직후 아주머니는 후다닥 이선영에게 다가왔다.

    “걔 얼른 깨워서 데리고 나와. 알았어?”

    끄덕.

    이선영은 물을 마시며 방으로 향한다.

    흔들흔들.

    “아, 왜……. 손님이야?”

    이선영과 달리 빚에 팔려 온 그녀.

    이선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부스스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한다.

    “머리는 어제 감았으니까…… 끄으으! 가자.”

    둘은 룸으로 들어갔다.

    “둘 중 누가 아가리 병신이야?”

    “……어머! 안녕하세요, 사장님! 처음 오셨다, 그쵸?”

    냉큼 장년인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는 언니.

    자연스럽게 이선영은 깡마른 사내 옆에 앉는다.

    그리고 언제나 챙겨 다니는 메모지를 꺼내 글을 적는다.

    안녕하세요.

    움찔!

    놀란 사내가 이선영을 본다.

    이선영은 덤덤히 그 아래 글을 이어 적었다.

    선천적으로 말을 못하니 이해해 주세요.

    놀란 사내는 빤히 이선영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저도 귀가 잘 들리지가 않습니다.”

    이선영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건 사내도 마찬가지다.

    “크흐흐. 병신들끼리 아주 쌍으로 지랄을 하네. 야! 노래나 불러!”

    “……예, 사장님.”

    귀가 완전히 안 들리는 건 아닌지, 노래방 기기 리모콘을 들며 일어서는 사내.

    그의 노래는 참 듣기 힘들었다.

    이선영은 그런 그를 빤히 바라봤다.

    “어으! 야…… 얘들과 하룻밤 자는 데 얼만지 모르지? 내가 그래도, 인마…… 오랜만에 기분 좋으니까…… 허락해 주는 거야…….”

    “아이참. 사장님, 안 갈 거예요?”

    “가야지…… 가야지!”

    언니와 장년인은 룸을 나갔고, 이선영은 사내를 가만히 바라봤다.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사내.

    톡톡!

    화들짝 놀란 사내가 이선영을 본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눈이 풀린 이선영이 수화를 한다.

    오빠도 팔려 왔죠?

    사내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이선영의 눈가에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똑같구나.’

    나랑 똑같이 처지구나.

    죽지 못해 사는, 다시는 자유를 얻지 못할 처지.

    그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곳에 와 처음으로 먼저 손님의 옷을 잡았다.

    “허억! 왜, 왜 이러세요!”

    괜찮아요.

    “아, 아니…….”

    스으윽!

    “아, 안 됩니다! 난 더러워요!”

    괜찮아…….

    발버둥 치는 사내의 옷을 모두 벗기던 이선영이 멈춘다.

    온몸에서 울긋불긋 올라온 멍들.

    자신의 몸에도 있는 멍들.

    입술을 깨문 이선영이 물티슈로 지독한 소금 냄새가 나는 그의 몸을 닦아 준다.

    바다의 비린내도 아닌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지독한 소금 냄새를 닦아 낸다.

    “내, 내가 닦을게요!”

    괜찮다. 해 주고 싶다.

    사내의 손을 떼어 낸 이선영은 결국 땟물이 가득 흐르는 그의 몸을 닦아 주었다. 화장실로 데려가 머리를 감겨 주었다.

    그리고 옷을 벗으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아 주세요.

    “나, 난…….”

    “쉬이. 쉬…….”

    괜찮아요. 안아 주세요.

    사내의 손을 잡아끈 이선영은 뒤로 빼는 것과 달리 정직한 사내의 상징을 잡아 자신의 것으로 인도한다.

    “흐읍?!”

    그녀는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사내를 향해 싱긋 웃어 주었다.

    “……크흐윽!”

    눈물을 흘리며 본능으로 움직이는 사내.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웃던 이선영이 깜짝 놀란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눈.

    룸을 채우는 술 냄새에 이선영은 눈을 감으며 사내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날, 딸을 가지게 됐다.

    * * *

    그날만 깜빡하고 피임을 안 했어요.

    어쩌면 일부러 안 했는지도 모른다.

    “……말씀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포의 큰 병원.

    13년간의 감금 생활로 몸이 많이 망가진 그녀를 입원시킨 종혁이 이를 악문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암태면이라고 하셨습니까?”

    끄덕!

    “알겠습니다. 그럼 쉬고 계십시오.”

    고개를 숙인 종혁이 돌아서자 이선영이 다급히 종혁의 팔을 붙잡는다.

    “아으…… 으으……!”

    부디, 부디 그 악마들을 징벌해 주세요. 처벌해 주세요. 오빠를, 언니를, 동생을 구해 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다시 허리를 숙이며 돌아선 종혁의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진다.

    “예, 청장님. 지금 시간 되십니까? 아무래도…… 시작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준비해 왔던 일을.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병원 밖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가자.”

    전남경찰청으로.

    “예.”

    짧게 대답한 최재수가 눈을 살벌하게 빛내며 종혁의 뒤를 따랐다.

    * * *

    사락!

    침묵이 내려앉은 전남경찰청장실에 종이가 넘겨지는 소리만이 울린다.

    탁!

    “……거지 같은데?”

    매일 싱글벙글 웃고 다니던 함경필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살의와 분노.

    “그러니까 염전에 감금된 채 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돈에 팔려 온 여성들도 있다?”

    이선영처럼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며 사기를 당해 왔다가 그대로 영영 감금당한 여성들, 사채 빚을 갚지 못해 그대로 그 빚을 탕감하기 위해 팔려 온 여성들.

    가지각색의 이유로 신안에 오게 된 여성들은 단란주점, 다방 등 신안의 음지에서 지금도 지옥을 겪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중에는 이선영처럼 아이를 가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이선영은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지만, 누군가는 원치 않은 아이를 가졌다며 아이까지 저주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피해자 수는?”

    “최소 2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말 그대로 최소일 뿐,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지는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이에 얽힌 개새끼들 또한 몇이나 되는지, 어디까지 파고들어 숨어 있는지도 확신이 어려웠다.

    그것이 종혁이 이곳에서 어떠한 지옥이 펼쳐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 채 수년이나 준비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 개새끼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다는 거군.”

    “네. 덕분에 피해자들끼리도 안면을 익히게 된 거고요.”

    끼리끼리 논다는 게 이런 걸까.

    사람을 돈으로 사고, 감금시킨 채 노예처럼 부리던 이들은 서로 알고 지내기도 일도 있는 듯했다.

    실제로 이선영이 일하는 유흥주점에 종종 손님으로 찾아왔던 악마들. 같은 동네가 아니라 다른 면에서 찾아오기도 했다.

    이것이 최재수가 가져온 연결 고리다.

    수년에 걸쳐 조사한 끝에 파악해 둔 피해자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상황.

    피해자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기도 한다는 게 파악된 이상, 지옥의 구렁텅이에 처박아도 시원치 않을 개새끼들을 모조리 잡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을 터였다.

    “신안서만으로 감당할 수 있겠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남기지 않으려면 확실한 게 좋겠죠.”

    신안서 산하의 경찰들만으로도 일망타진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종혁으로서는 단 0.01%라도 작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들을 무사히 구해 내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다.

    바로 사람들의 시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수의 경찰이 들이닥친다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안의 모든 섬을 한꺼번에 들이쳐 단숨에 뒤엎을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가능한 늦게 눈에 띌수록 좋았다.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 서장이?”

    “맡겨만 주십시오.”

    수년을 준비했다. 빈틈은 없었다.

    종혁을 빤히 바라보던 함경필은 전화기를 들었다.

    “예, 청장님. 함경필입니다. 이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함경필은 10만 경찰의 정점, 장희락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웅성웅성.

    이른 아침 신안군 압해면 학교리, 신안군민체육관이 떠들썩하다.

    “와따메. 환장하겄네.”

    “그랑께 우리 서장님이 싹 다 경비를 대는 거라고?”

    “예, 어르신! 서장님이 우리가 거시기 하다고 여행을 보내 주시는 거래요!”

    “어이구! 대단하구만, 대단혀! 우리가 참말로 축복을 받은 겨!”

    “흐미. 이게 다 얼마여.”

    “압해면 인구가 대략 6000명 정도 됭께 한 사람당 10만 원씩만 잡아도…… 히이익!”

    “우리 압해면만 거시기 하간디? 지도읍이랑 임자도도 거시기 한다잖여!”

    “오메-!”

    군민체육관에 모인 수천 명이 몸을 가만두지 못한다.

    신안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동남아 및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에 입이 쭉 찢어진 사람들은 종혁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이고! 이거 서장님께 미안해서 어쩐뎌!”

    “하하. 아닙니다. 그럼 여행 잘 다녀오세요. 감기 걸리지 마시고요.”

    “암! 당연하지라! 누가 어뜨케 보내 주는 것인디 그런 몹쓸 것이 걸리면 쓴다요!”

    “예. 그러니까 조심히 다녀오셔야 해요.”

    “그려라. 그려. 여행 다녀오믄 꼭 집에 찾아오쇼잉? 내가 아주 실한 놈으로다가 돼지를 잡아 블랑께!”

    종혁의 손을 토닥이던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압해면의 모든 주민이 버스를 타고 떠나자 종혁의 눈빛이 가라앉는다.

    “모두 떠났지?”

    “예. 여행은 관심 없다며 남은 사람들이 몇 명 있긴 한데…….”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주차장에 세워 둔 승합차에 오른다.

    “충성.”

    기기들 앞에 앉아 경례를 하는 경찰들.

    종혁이 무전기를 든다.

    “본부장입니다.”

    신안 인신매매 사건 특별수사대책본부.

    “현재 상황 어떻습니까.”

    -지도읍 모두 떠났습니다.

    -임자도 클리어입니다.

    -증도 클리어입니다.

    육지와 다리가 연결된 모든 섬의 주민이 여행을 떠났다.

    종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현 시간부로 전파 방해 시작합니다.”

    그 어디에도 전화를 걸 수 없도록.

    인터넷 전화도, 일반 전화도 쓸 수 없도록.

    -……수신!

    전국 각지에서 비밀리에 끌고 온 부본부장들이 대답하자 종혁은 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며 다리를 꽜다.

    “출발.”

    그들은 차를 타고 이동했다.

    어느덧 해가 많이 솟은 송공리 여객터미널.

    정박된 여객선을 응시하던 종혁이 피식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찰칵! 치이익!

    “후우. 올 때가 됐는데…….”

    부르릉!

    저 멀리서 들리는 버스 소리.

    “큭큭. 양반은 아니네요.”

    이윽고 송공리 여객터미널의 주차장으로 버스와 승용차, 승합차들이 들어선다.

    순식간에 꽉 차 버린 주차장.

    버스에서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우르르 내린다.

    “흠. 오라고 해서 오긴 왔는데…… 여긴 어디야?”

    “출발할 때부터 핸드폰도 다 뺏고, 목적지도 말 안 해 주고.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네.”

    “설마 이 동네에 간첩이라도 숨어 있는 건가?”

    “간첩이면 군부대가 출동했겠지.”

    “와, 이게 대체 몇 명이야? 열, 스물…… 히익! 못해도 3천 명은 되겠는데?”

    “자자! 의경들이 이리로 모인다! 4열 종대로 헤쳐 모여!”

    “헤쳐 모여!”

    시끄러워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함필성 목포서장이 종혁에게 다가오고, 종혁이 메가폰을 든다.

    삐이이이이!

    “반갑습니다. 특수본 본부장 최종혁 총경입니다!”

    뾰족한 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경찰들이 종혁을 응시한다.

    “본부장?”

    “뭐야. 무슨 사건이기에 특수본이 조직된 거야? 무슨 특수본인데?”

    그저 사복을 입고 정해진 장소로 가라는 명령 외에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기에 웅성거리는 그들.

    종혁은 그런 그들을 향해 말을 잇는다.

    “각 인솔 경찰들께서는 사전에 배부받은 사건 서류의 봉인을 푸시기 바랍니다.”

    지이익! 스스슥!

    “……뭐야, 씨발 이거!”

    “뭔데? 뭐, 인신 매매?!”

    “최, 최소 이백 명?”

    경찰들의 표정이 싹 변한다.

    종혁을 응시하며 해명을 바라는 그들.

    “내용은 확인하셨습니까?!”

    “……예!”

    “단숨에 몰아쳐야 하는 사건이기에 잠시 실례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

    “서류에 표시된 것 외에도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저 섬들에 숨겨져 고통을 받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모두 뒤집으십시오.”

    쿵!

    “일반 주택, 염전, 사업체, 배, 창고 등 의심 가는 장소는 모두 달라붙어 뒤집고 피해자를 구하십시오. 인간 이하의 개새끼들을 때려잡으십시오. 절대 단 한 명도 섬 밖으로 나가게 해선 안 됩니다.”

    어느새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종혁을 보는 경찰들.

    “모든 책임은 본부장인 제가 지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전체- 차렷-! 경례!”

    “충-성!”

    “그럼…… 현 시간부로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선두의 차량부터 저 배에 올라타!”

    “버스에 올라타!”

    “뭐해 새끼들아! 움직여!”

    우르르!

    다시 차량에 올라타는 경찰들.

    흐뭇이 웃으며 연설을 지켜보던 함경필과 함필성이 우려 섞인 눈으로 종혁을 본다.

    “최 서장, 그런데 저게 전부야? 한 대 가지곤 모자라지 않아?”

    “전혀요.”

    절대 모자라지 않다. 저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응?”

    부아아아앙!

    “아, 저기도 시간 맞춰 도착했네요.”

    저 멀리 바다에서 들리는 엔진 소리. 아니, 엔진 소리들.

    시선을 돌린 사람들의 망막에 바다를 날 듯 달려오는 수백 척의 어선과 요트가 비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뿌우우웅!

    저 멀리서 다가오는 여객선 세 척.

    “저, 저…… 저것들을 어떻게?”

    “뭘 어떻게예요. 그냥 샀지.”

    지도, 증도, 임자도로 향한 선박들은 물론이고, 지금 다가오는 여객선을 운용하는 해운 회사까지 모두.

    이번 작전에 동원된 선박의 숫자만 총 4천여척.

    뿐만 아니다.

    신안의 모든 섬을 누비며 뱃길을 외운 사람들, 신안을 개발하는 건설업체의 인부들을 길잡이로 태우고, 전국 어촌에서 손이 노는 어부들까지 전부 고용했다.

    “그럼 시작합시다.”

    종혁의 눈이 살의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수천 척의 배가 신안군 1025개의 섬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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