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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92화 (79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92화>

    “이 개새끼가!”

    가장 먼저 박 과장이 얼어붙은 시간을 깨며 달려든다.

    그에 종혁은 발로 사장의 머리를 누르며 박 과장을 후려친다.

    쩌어억!

    콰장창!

    소고깃집의 유리창을 부수며 바깥으로 날아간 박 과장.

    “……꺄아악! 여보!”

    “사장님!”

    쿠당탕!

    대호캐피탈의 직원들이 다급히 일어난다.

    하지만…….

    터억!

    “어허이. 앉아, 앉아.”

    “씁. 착하지?”

    직원들과 어깨동무를 하는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

    “너 뭐야! 뭐하는 새끼들이야! 창섭이 새끼들이냐!”

    사장의 두 눈에 불기둥이 솟는다.

    “어허. 움직이지 마. 그러다 얼굴 익는다?”

    “이 새끼가……!”

    꽈앙!

    “커헉!”

    다시 사장을 테이블에 내려찍은 종혁이 사장의 얼굴을 불판으로 가져간다.

    치지직! 타들어 가는 머리카락.

    이마가 뜨거워짐에 사장의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

    “그, 그만둬! 그만두라고, 새끼야!”

    “어허이. 반항하지 말라니까 그러네!”

    꽈앙!

    종혁이 사장의 머리를 들어 뜨겁게 달아오른 불판에 내려찍는다.

    “끄아아악! 아아아아악!”

    얼굴을 붙잡고 바닥을 구르는 사장.

    발로 그의 가슴을 꽉 누른 종혁이 대호캐피탈 직원들의 가족들을 본다.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었던 그들.

    마치 실제 가족처럼 단란한 모습을 보였던 그들.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다. 아무리 범죄자라도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선 체포하는 게 아니기에 참으려고 했다.

    그런데 저들의 웃는 얼굴을 보니, 타인은 지옥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어 놓고, 그 돈으로 웃으며 맛있는 걸 먹는 꼴을 보니 속이 뒤집혀 참을 수가 없었다.

    10년 전 산 패딩을 아직까지도 입고 있는 오민영.

    그런 오민영이 말하길 다른 여성 장애인들도 대부분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몸에 좋은 옷을 걸치고, 얼굴엔 토실토실 살이 올라 있다.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온갖 더러운 짓을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말이다.

    종혁은 겨우 비명을 멈춘 사장을 보며, 그 가슴에 올린 발에 무게를 실었다.

    뿌드득!

    “끄아아악!”

    “우리가 누구냐고? 누구겠냐?”

    천안에서 제일 유명한 소고깃집에서, CCTV가 도처에 널린 이곳에서 사람을 합법적으로 팰 수 있는 존재.

    “겨, 경찰?”

    파랗게 질리는 사장을 향해 싱긋 웃어 준 종혁은 신안경찰서에서 급히 충원한 경찰들을 봤다.

    “여기 있는 사람들 전원 체포합니다. 혐의는 다들 아시죠?”

    “예!”

    종혁은 수갑을 꺼내 드는 형사들을 일견하며 수갑을 꺼내 들었다.

    “자, 잠깐! 가족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사람들 눈에서 뽑은 피눈물로 잘 먹고 잘 산 죄.”

    조사를 해 보면 전부 드러날 것이다.

    과연 정말 아무것도 몰랐는지, 아니면 가족의 범죄를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그 돈을 아무렇지 않게 쓴 것인지 말이다.

    종혁은 사장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꺄아아악!”

    “으아악!”

    잡힐 수 없다는 사람들의 반항이 식당을 울렸다.

    * * *

    콰앙! 쾅! 와지직!

    대호캐피탈의 문을 부수며 신안경찰서의 형사들이 난입한다.

    인력이 부족한 와중에도 어떻게든 끌어모은 그들.

    오함마를 던진 종혁이 형사들을 향해 외친다.

    “싹 다 뒤져요!”

    찾아야 한다.

    대호캐피탈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증거를.

    그리고 대한민국 여기저기로 팔려 간 사람들의 행방을.

    단 한 명도 놓칠 수 없었다.

    종혁과 형사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 * *

    일본 오사카의 유흥가 뒷골목.

    양복을 입은 사십대 사내가 마찬가지로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악수를 한다.

    “오랜만입니다, 하사시 씨.”

    “그간 격조했습니다.”

    아직은 겨울임에도 팔꿈치까지 소매를 걷어 올린 그들. 팔뚝에 드러난 선명한 이레즈미 문신이 그들의 신분을 말해 준다.

    “한국은 요새 어떻습니까? 얼마 전 아주 큰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전국 폭력조직 소탕 작전.

    일본 야쿠자 세계에도 유명한 삼성파에 신21세기파, 범동방파 등 대한민국의 어둠을 다스리는 거대 세력들까지 모두 일망타진됐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무주공산이라는 소리.

    그들이 입술을 핥는다.

    “어휴. 꿈도 꾸지 마십시오. 지금 한국은 6대 세력으로 재편됐으니까.”

    “6대 세력?”

    “목포를 필두로 전라도 전체를 영역으로 삼고 있는 태흥파를 비롯해…….”

    사십대 사내가 새로이 재편된 대한민국 폭력 조직들의 계보를 읊는다.

    “600명이라고요?”

    한 조직 당 최소 600명의 조직원.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뭐 뜯어먹을 것도 없는 지방 양아치 조직들까지 모두 통합시키고 있거든요.”

    야쿠자들이 웅성거린다.

    “으음. 한국 경찰들은 물렁한가 보군요.”

    자신이 경찰이었다면 그놈들까지 모두 박살을 냈을 거다.

    그 말에 사십대 사내의 표정이 뚱해진다. 그 역시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건 일본 경찰도 마찬가지잖습니까.”

    “……흐흐. 그건 그렇죠.”

    지방 경찰서들 따위가 자신들 야쿠자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자신들처럼 업소나 겨우 관리하는 말단들에겐 강력반 형사가 요괴와 다를 게 없지만, 자신보다 윗선인 진짜 야쿠자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저 도쿄 한가운데에 군림하는, 야쿠자 따윈 신경 쓰지도 않는 고고한 경시청이 나서지 않고서는 감히 야쿠자를 건드릴 간 큰 경찰들은 없었다.

    “그럼 거래를 시작할까요?”

    고개를 끄덕인 사장이 뒤에 서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성 두 명의 등을 떠민다.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에헤이. 누가 보면 죽이는 줄 알겠네. 아가씨들, 여기 일본 애들은 한국과 달리 신사적이거든?”

    변태가 조금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보단 더 많이 벌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번 관계를 맺는 가격이 한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제, 제발요! 시간만 주시면 모두 갚을게요! 제발-!”

    “솔직히 팔다리 다 잘려서 쑤셔지는 것보단 낫잖아.”

    “흑?!”

    “적당히 한 5년만 몸을 굴리면 한몫 두둑하게 챙겨서 금의환향하게 될 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툭!

    브로커에게 등이 떠밀린 여성들은 힘없이 야쿠자들에게 넘겨졌고, 야쿠자는 브로커에게 돈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2백만 엔입니다. 확인해 보시죠.”

    “흐흐. 됐습니다. 우리가 한두 번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

    “하하. 역시 한국과 거래를 하면 이런 점이 좋다니까요.”

    업소에서 쓸 아가씨들도 알아서 데려오고, 돈거래도 깔끔하다.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끼려 드는 일본인들과는 달랐다.

    “다음 스케줄은 어떻게 되십니까?”

    “오랜만에 일본에 왔으니 온천이나 푹 즐기다 돌아갈 생각입니다. 요새 온천 호텔이 제법 늘었다면서요?”

    “다음에 진하게 술 한잔하시죠.”

    “그럽시다!”

    만족스럽게 웃은 둘이 서로에게 악수를 하는 순간이었다.

    “이야! 너희들 재밌는 짓 한다?”

    흠칫!

    깜짝 놀란 야쿠자들이 골목으로 들어서는 덩치 큰 사내를 노려본다.

    “누구냐!”

    “누구겠냐?”

    타당! 가르르르!

    야구방망이가 벽을 두드리고, 바닥을 긁는 소리.

    덩치 큰 사내의 뒤로 연장을 든 험악하게 인상의 사내들이 나타난다.

    다른 야쿠자 조직의 습격.

    야쿠자들이 다급히 칼을 꺼내 든다.

    그에 덩치 큰 사내, 종혁이 브로커를 향해 손을 흔든다.

    “어이! 김선필이 개새꺄! 왜 일본까지 넘어오고 지랄이냐!”

    “……짭새! 씨발!”

    브로커는 그대로 줄행랑을 놓았고, 종혁은 한국어를 몰라 당황한 야쿠자들을 보며 씩 웃었다.

    “피해자들 구해요.”

    “예!”

    “우와아아아!”

    방검복을 믿고 무기를 치켜들며 달려드는 신안서의 경찰들.

    “마, 막아!”

    야쿠자들도 경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켜! 비켜!”

    “꺄악!”

    “으악!”

    “헉! 헉헉!”

    폐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목구멍이 찢어질 것 같다.

    하지만 달리는 걸 멈출 수 없다. 멈추면 끝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크허억!”

    결국 마지막 숨까지 토해 낸 브로커가 쓰러지듯 주저앉으며 뒤를 본다.

    ‘이, 이 정도면 따돌렸…….’

    “까꿍!”

    “씨발!”

    “어디 가, 새끼야.”

    뻐어억!

    “커억!”

    종혁의 발에 턱을 얻어맞고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구르는 브로커.

    종혁이 그의 머리를 발로 짓밟는다.

    “하, 새끼가 사람 귀찮게 하고 있어. 김선필 씨, 당신을 인신매매…….”

    “꼬, 꼼짝 마!”

    “엥?”

    고개를 돌린 종혁이 눈을 껌뻑인다.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일본 경찰들.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저는…….”

    “꼼짝 말라고, 야쿠자 새꺄!”

    야쿠자. 종혁의 눈이 방금 전보다 더 느리게 끔뻑여진다.

    “아, 씨발. 잠시만요. 통화 좀 합시다.”

    “다, 닥쳐!”

    종혁은 어쩔 수 없이 양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두 경찰 중 이십대 경찰이 눈을 번뜩이며 종혁에게 다가간다.

    “잘 걸렸다, 야쿠자 새끼. 감히 이 대낮에, 그것도 이 번화가에서 사람을 패? 내가 너 같은 놈 잡으려고 경찰 된 사람이야!”

    “오. 대단하시네.”

    “손 내밀어.”

    “하아. 아프진 않을 겁니다. 내가 좀 바빠서.”

    “뭐라고……?”

    부웅! 쿵!

    순간 세상이 뒤집힌다 싶더니 바닥에 눕게 된 젊은 일본 경찰.

    종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의 목을 잡아들어 올리며 경악하는 다른 일본 경찰을 봤다.

    “에헤이. 움직이지 마요. 그쪽 동료 다칩니다.”

    “네 녀석! 다나카를 놔줘!”

    “잠깐이면 된다니까요. 네, 쿄 형! 여기 좀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거든요?”

    종혁은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다.

    “아니, 이 새끼가 튀는데 저보고 어쩌라고요. 일단 잡고 봐야…… 아, 예. 우리 용감한 경찰 친구, 한번 받아 보세요.”

    “무, 무슨…….”

    -경시청의 무로이 코헤이 경시정이다. 귀관은 누구지?

    “하, 하잇-!”

    그제야 구속하고 있던 팔을 푼 종혁은 슬그머니 내빼려는 브로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으악!”

    “어딜 가냐고, 씨발아.”

    나눠야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데 도망을 치려는 걸까.

    종혁은 넘어진 놈의 머리채를 잡아 꺾으며 이를 드러냈다.

    “네가 팔아넘긴 사람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속이면 넌 내 손에 죽는다.”

    빠드득!

    파랗게 질린 브로커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 *

    “잔돈은 됐어라!”

    타악!

    돈을 던지다시피 기사에게 넘긴 장성준이 신안경찰서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취, 취조실! 취조실이 어디랑께요!”

    지나는 경찰을 붙잡고 묻는 그.

    다급하고 간절한 그의 표정에 경찰은 상세히 설명해 줬고, 장성준은 계단을 날다시피 올라가 취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

    누굴까. 이 사람은 누굴까.

    분명 종혁이 여기 있으니 여기가 맞는데, 이 여자는 누굴까.

    종혁은 기겁하며 들어오는 경찰들에게 손을 저으며 오민영을 봤다.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떨기만 한 그녀.

    “장성준 씨가 도착했습니다, 오민영 씨.”

    “아.”

    그녀를 일으켜 세운 종혁이 장성준을 마주 보게 한다.

    “이분이 김규리 씨입니다, 장성준 씨.”

    “……뭐, 뭐라고요?”

    털썩!

    오민영이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숙인다.

    “죄송해요. 미안해요.”

    “오메!”

    여자친구 김규리의 목소리다.

    다리에 힘이 풀린 장성준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오민영은 더 가까이 느껴지는 장성준의 숨결에 입술을 깨문다.

    감히 마주할 자신이 없는 성준 씨.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제가 죽일 년이에요. 흑! 흐윽!”

    장성준이 종혁을 바라보자, 종혁은 정말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장성준이 다시 오민영을 본다.

    목소리가 참 아름다웠던 여자친구.

    언제나 발랄하고, 예뻤던 여자친구.

    얼굴이 다르다. 헤어스타일도 다르다.

    같은 거라곤 오직 목소리뿐.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라?”

    대체 여자친구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여자친구가 검거됐다는 소식에 무작정 달려왔던 장성준은 애써 울음을 삼키며 따뜻하게 묻는다.

    “흐어어엉!”

    * * *

    “규리…… 아니, 제 여자친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여라?”

    “아직도 여자친구십니까?”

    “글쎄라. 모르겠네요잉.”

    솔직히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방금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눈앞이 암담해진다. 여자친구와의 결혼만을 기다렸던 어머니.

    어머니에게는 또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모르겠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아무것도 생각하기가 싫다.

    “민영 씨는 식사하셨을까라?”

    “……아직 안 했습니다.”

    “알았어라. 감사합니다.”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알게 해 줘서 원망스럽고, 진실을 알려 줘서 감사하다.

    허리를 깊이 숙인 장성준은 그래도 아직은 여자친구인 오민영에게 먹일 식사를 사기 위해 경찰서를 빠져나갔고,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결코 아물 수 없는 상처다. 훗날이 되면 울컥울컥 생각나 서로의 가슴을 헤집어 놓을 거다.

    부디 장성준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서장님.”

    “아, 지원과장님. 더 나온 게 있습니까?”

    대호캐피탈과 브로커들의 사무실을 모두 털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매 순간마다 새로운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아무래도 저희 신안에도 피해자들이 팔려 온 것 같습니다.”

    쿵!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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