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85화 (785/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85화>

    파출소 근처의 식당.

    소장이 한 장년인에게 술을 따른다.

    “거시기는 괜찮아?”

    “몰라요. 아파 뒤질 것 같아요.”

    조금만 움직여도 아찔한 고통이 올라온다.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데도 병원을 안 가고 술을 마신다고? 네가 정말 미쳤냐?”

    “배고파 뒤지겠는데, 지금 병원이 문젭니까?”

    처음 맞았을 때보단 고통이 덜한 것을 보니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나이가 들어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거, 좀 늦게 치료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이 타는 속을 달래는 게 먼저였다.

    도초파출소장은 혀를 차다 눈빛을 가라앉혔다.

    “또 그 짓 한 거지? 아까 그놈까지?”

    “…….”

    “아이고, 이 염병 오살할 것들아! 내가 그 짓 하지 말라고 했잖아! 진짜 큰일 난다고! 저번에도 내가 달랜다고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데, 또!”

    결국 이렇게 임자를 만나지 않았는가.

    이번엔 딱 봐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

    더욱이 신안서의 경찰이다. 소장으로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떡합니까! 이렇게 늙어 죽어요?!”

    “이놈 말하는 것 좀 봐라? 네가 모자라서 그렇게 된 것을 왜 나한테 화내는데?”

    “…….”

    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지금 동네에 총각이 몇 명 남았는데?”

    “아직 많이 남았죠.”

    60대 이상은 3명 정도 있고, 50대도 자신을 포함해 2명이 있다.

    40대는 거의 10명, 30대는 20명 가까이 있다.

    “에라이, 자랑이다.”

    “……그래서 날 이렇게 만든 그놈은 어떻게 할 건데요?”

    “후. 있어 봐.”

    자신에게 통보가 되지 않은 것을 보면, 별일이 아닌 일로 찾아온 것일 터. 그렇다면 곧 도초도를 떠날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참으라고요? 형님!”

    “있어 보라고! 그놈이 떠나야 조서를 조작하건 뭘 하건 할 수 있잖아!”

    상황을 이쪽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야 징계를 먹일 수 있다.

    “아.”

    “돈은 거기다 넣고. 이거 무마하려면 나도 우리 애들 기름칠해야 하니까.”

    “……후우. 예.”

    “거 상황을 좀 봐 가면서 하지. 쯧쯧쯧.”

    지이잉! 지이잉!

    “응. 무슨 일이야? 뭐?!”

    쿠당탕!

    장년인은 하얗게 질리는 소장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런 장년인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건지 다급히 자리를 박차며 식당을 뛰어나가는 도초파출소장.

    “어? 형님! 형님! 아윽?!”

    뒤에서 터지는 비명을 무시하며 파출소로 달려간 도초파출소장은 파출소 소파에 앉아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는 종혁을 발견하곤 그대로 굳어 버렸다.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장의 아내와 이번 일에 얽혀 있는 사십대 사내, 그리고 최초 목격자였던 삼십대 사내까지 있다.

    이장 부인과 사십대 사내의 눈이 흔들리고 있다.

    그 순간이었다.

    -서로 오해해서 비롯된 일 같으니 서로 원만하게 합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앞으로 한마을에서 계속 마주 보며 살 텐데, 이렇게 얼굴 붉히면 쓰겠어?

    쿵!

    자신의 목소리다.

    삑!

    핸드폰을 끈 종혁이 몸을 일으킨다.

    “소장님.”

    “추, 충성.”

    “소장님.”

    “예, 예. 서, 서장님.”

    빠아악! 종혁이 파출소장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큽!”

    “일어나세요.”

    “자, 잠시만……. 제, 제가 다 설명할…….”

    “경찰이.”

    빠아악!

    “아악!”

    “가해자의 편에 서서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에게 여기서 관두라고 압박했네요?”

    타인의 주거지에 침입을 한 것이 명백한 상황.

    그게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든, 시골 사람들 특유의 공동체 생활에 의한 관성으로 벌어진 일이든 뭐든 경찰은 일단 피해자의 편에 서서 사건 조사에 임해야 했다.

    그런데 도초파출소장은 그 기본적인 걸 무시했다.

    “도초소장님.”

    “예!”

    “옷 벗을래요?”

    섬뜩!

    “아, 아니…….”

    딸랑!

    “형님! 대체 뭔 일로…… 어?”

    종혁은 파출소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년인을 보며 의아해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입니다, 서장님.”

    “……푸핫!”

    종혁이 웃음을 터트리자 파출소장의 낯빛이 검게 죽는다.

    “자, 잠시만요, 서장님! 이건 제가 다 설명드릴 수…… 으붑!”

    파출소장의 입을 틀어막은 종혁이 화사하게 웃는다.

    “그러니까 신성한 근무 시간에 사건의 가해자와 술을 마셨네요?”

    평소 아는 사이라면 충분히 이럴 수도 있다. 최재수가 과잉 진압을 했으니 그걸 달래려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일까.

    코가 고약한 냄새를 맡는다.

    “당신 돈 먹었지?”

    움찔!

    “우웁! 우우우웁!”

    종혁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 그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맞네?”

    눈이 말한다. 전신이 말하고 있다.

    “이야. 대단하다, 대단해. 예, 청장님. 저 최 서장입니다. 아무래도 감찰팀을 좀 파견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 전에…….”

    종혁이 덜덜 떠는 파출소장의 품을 뒤져 지갑을 찾아낸다.

    “웁! 우웁!”

    “도초파출소장의 계좌 추적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의 일가친척과 가까운 주변 지인의 계좌들까지 전부요. 카드도 곧 찍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우웁……!”

    종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소장을 보며 또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수사지원과장입니까? 서장입니다. 지금 손이 노는 인원 전부 도초파출소로 파견해 주세요. 도초파출소가 지난 10년간 처리한 모든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할 것 같으니까.”

    종혁은 기겁하며 일어나는 도초파출소 경찰들을 차갑게 응시했다.

    최재수가 말하길, 소장의 개짓거리를 말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거나 외면하는 사람도 없이 그냥 소장과 똑같은 눈빛으로 피해자 최승아를 압박했다.

    그 밥에 그 나물.

    이런 것들이 다른 사건이라고 공정히 처리했을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안절부절못하는 도초파출소 경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무장 해제 및 핸드폰들 내려놓고 흩어집니다.”

    중요 자료가 보관되어 있을 서장실과 사건서류 창고를 제외한 곳으로. 한 공간에 두 명 이상 모여 있어서도 안 된다.

    “실시.”

    “시, 실시!”

    “최재수 팀장.”

    “예, 서장님!”

    “문 잠가.”

    “충성!”

    * * *

    고요해진 도초파출소.

    “저, 서장님…….”

    “절대 과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회귀 전, 신안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교사 자살 사건.

    섬에 부임된 여교사가 관사에서 동네 주민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을 해 버린 사건이다.

    처음엔 관사란 독립된 공간에 침입해 멋대로 화장실을 이용하고, 마당 평상에서 술판을 벌이며 여교사의 공간을 침범한 동네 남자들.

    원래 시골은 다 이런 거라며, 유난 떨지 말라고, 외로운 사람끼리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세뇌를 시키며 추파를 던진다.

    당연히 여교사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무시.

    그것이 결국 남자들로 하여금 선을 넘게 만든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쳐들어온 동네 남자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여교사는 끝내 자살을 선택하였고, 이 사건은 전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게 만든다.

    이건 경찰이 피해자를 죽인 거다.

    조금만 더 피해자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순찰을 더 돌며 피해자를 들여다봤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분명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회귀 전에도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들이 분명 더 있을 것이라고 종혁은 예상했다.

    그것을 파헤치고 진실을 알아내는 것.

    그게 종혁이 신안에 온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이 의자에 앉아 벌벌 떠는 장년인의 맞은편에 앉는다.

    “거, 거시기가 너, 너무 아픈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눈을 굴리는 장년인.

    “간단한 것만 묻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시켜 드릴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혹여나 제거를 하게 된다면 충분한 보상을 해 드리겠습니다.”

    “아, 아이고! 죽겠네! 아이고-!”

    장년인이 사타구니를 잡고 바닥을 구른다.

    종혁은 그런 그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그냥 터트릴까?’

    “쯧.”

    몸을 일으킨 종혁이 장년인에게 다가가 허리춤을 잡는다.

    “우어억?!”

    장년인을 파출소 한구석 의자에 앉혀 놓고 다시 돌아온 종혁은 최초 목격자인 삼십대 사내를 봤다.

    “장성준 씨라고 하셨죠? 당시 현장을 목격하셨을 때의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지, 지가 본 건 뭐 없는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그것이 어떻게 된 거냐믄…….”

    아침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다 관사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자 기겁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 그런디 저기 형님이 할딱 벗고 있는 거 아니겠어라.”

    “너, 넌 말을 왜 그렇게 하냐! 뭐가 다 벗고 있어!”

    자신에게 불리한 말이 나오자 기겁하며 외치는 장년인.

    종혁이 이를 드러낸다.

    “아가리 싸물어. 정신 잃고 병원에 실려 가기 전에.”

    “…….”

    “계속하시면 됩니다.”

    “크흠. 그러니께 쩌그에 들어가신…….”

    장성준이 최승아가 들어간 서장실을 가리킨다.

    “선상님은 그 앞에서 주저앉아 있고요. 그래서 눈깔이 뒤집혀 한 대 쳐 버릴려고 했는디…….”

    최재수가 목을 잡아당기더니 허공을 날아 대신 장년인을 쳐 버렸다.

    “지가 본 건 그게 전부여라.”

    “음. 그럼 장성준 씨가 들어오셨을 때 대문은 열려 있었습니까?”

    “어…… 예, 열려 있었죠?”

    “나, 나도 열려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나도…….”

    장년인이 가만히 바라보는 종혁의 시선에 고개를 돌린다.

    “최재수 팀장, 저분 계단으로 치워.”

    “예, 서장님!”

    최재수는 장년인을 강제로 일으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끌고 갔고, 종혁은 우물쭈물하는 장성준을 보며 의아해했다.

    “왜 그러십니까?”

    “그기…… 아, 아녀라.”

    “더 보신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장성준 씨.”

    “아, 아니 그 이상 뭘 본 건 아니고…… 아녀라. 지가 잘못 생각했어라.”

    “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종혁의 시선이 최재수가 장년인을 제압한 이후 관사로 들어왔던 사십대 사내에게로 향한다.

    최재수가 말하길, 본인이 도착했을 때 이미 관사 마당에 숨어 있었다는 사내.

    “소란이 발생해서 들어오셨다고요.”

    “예, 예. 그, 그렇습니다!”

    “희한하네요. 저희 직원이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에 계셨다고 하던데요.”

    “아, 아니 그건……!”

    “알겠습니다. 일단 손부터 내미세요.”

    철컥!

    중년인의 손목과 앉아 있는 의자를 수갑으로 연결한 종혁이 이번엔 최승아가 있던 서장실로 향한다.

    “일어나지 않으셔도 됩니다.”

    따뜻한 코코아를 홀짝이다 몸을 일으킨 그녀.

    그녀의 옆에 앉은 종혁이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기상을 하신 이후의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아, 그게요…….”

    이미 한 번 진술한 내용이어서 그런지 최승아는 침착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최승아 씨가 그 사람을 보고 관사를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고 하던데요. 이에 대해 기억나시는 부분이 있습니까?”

    “아, 아뇨!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필름이 끊겼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필름이 끊기기 전엔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요! 이건 확실해요!”

    “음. 그럼 대문을 잠근 것은 기억나십니까?”

    “……아니요.”

    “알겠습니다. 조금만 더 쉬고 계십시오.”

    “저, 저기요…….”

    “예, 최승아 씨.”

    “정말 그 아저씨는 처벌을 받게 되는 건가요?”

    생각해 보면 장년인이 자신에게 뭘 한 건 아니다. 오히려 놀라는 자신을 달래려 했었다.

    그 말에 종혁의 뒷목이 뻣뻣해진다.

    “아니…… 최승아 씨. 최승아 씨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십니다.”

    가해자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 최승아가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하, 하지만 이미 다 벌을 받으신 것 같고…….”

    ‘이런.’

    큰일이다. 이장 부인의 가스라이팅이 먹혔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쉬고 계세요.”

    서장실을 나온 종혁이 한숨을 내쉰다.

    “골치 아프게 됐네.”

    일단 장년인이 주거 침입을 한 건 맞다.

    그러나 아무리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최승아 본인이 직접 허락을 한 것이라면, 그 처벌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최승아의 상태를 보자면 아무래도 합의를 할 것 같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른 채.

    동네 사람 여럿이 엮인 일이다.

    동네가 최승아를 따돌리고, 손가락질을 할 거다. 어쩌면 학교에서도 최승아를 왕따시킬 수 있었다.

    분명 피해자인데 또다시,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증거가 없는 이상 마냥 몰아붙일 수도 없고…….’

    아주 작은 단서라도 있다면 시나리오를 써서라도 압박을 할 텐데, 통통통!

    “왔네.”

    종혁은 파출소 밖, 숨을 헐떡이는 칠봉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하, 이 새끼들 봐라?”

    까드득!

    칠봉이 수거해 온 CCTV 영상을 보며 이를 간 종혁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쪽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우어어어!”

    * * *

    움찔!

    회의실에 갇힌 이장 부인이 밖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에 깜짝 놀라며 손톱을 깨문다.

    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나, 난 그저…….’

    벌컥!

    거칠게 문이 열리자 이장 부인이 기겁을 한다.

    “어, 어머. 오호호! 오셨어요?”

    어느새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 종혁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는다.

    “내가 지금부터 아주머니에게 기회를 줄 겁니다.”

    “기, 기회요? 어머. 무슨 기회일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회.”

    정확히는 자수를 할 수 있는 기회다.

    “그, 글쎄라? 내가 뭐 말할 게 있남?”

    “……좋습니다. 그럼 어제로 돌아가죠. 최승아 씨가 필름이 끊긴 이후 어떻게 하셨습니까?”

    “글쎄라. 필름이 끊겼나? 그건 잘 모르겠고, 한 저녁 7시쯤까지 함께 술을 마시다 시간이 늦어 돌아가긴 했어라.”

    “흠. 그래요. 그럼 그렇게 돌아가시면서 문단속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것까진 모르지라. 내가 가장 먼저 나갔응께.”

    말을 하던 이장 부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뭐가 없구나!’

    자신이 한 짓이 들통나지 않은 거다. 이러면 말이 달라진다.

    이장 부인의 표정이 밝아지자 종혁은 피식 웃었다.

    “이걸 보고도 똑같이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쿵!

    “예?”

    종혁이 들고 온 노트북의 화면을 그녀에게 보여 준다.

    “허억?!”

    관사 마당을 비추고 있는 영상이다.

    웃고 떠드는 사람들 사이 최승아가 갑자기 픽 쓰러진다.

    그 밑에 표시되는 시간이 오후 6시 13분.

    마치 누가 기계의 퓨즈를 뽑아 버린 듯한 모습으로 최승아가 쓰러지자마자 사람들이 행동을 멈춘다.

    놀라 멈춘 게 아니다. 그런 것 치곤 CCTV 영상 속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평안하다.

    그리고 여성들의 손짓을 받은 남성들이 최승아를 관사 안으로 옮기고, 남은 남성들이 이장 부인에게 몰려들어 무언가를 말한다.

    이장 부인이 그중 한 명, 현재 이 파출소에 있는 오십대 장년인에게 무언가를 넘긴다.

    탁!

    잠시 영상을 멈춘 종혁이 이장 부인을 본다.

    “뭘 준 겁니까?”

    “그, 글쎄요?”

    “관사의 대문 열쇠지?”

    움찔!

    “그, 그럴…….”

    종혁은 다급히 변명을 하려는 이장 부인을 막으며 증거물 봉투를 내려놓았다.

    열쇠가 들어 있는 증거물 봉투.

    장년인은 이 열쇠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

    “난 여기에 당신 지문이 찍혀 있다는 것에 내 재산 모두를 걸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신은 뭘 걸래?”

    “……아, 아! 그래! 내가 그걸 어디서 잃어버렸나 싶었는디!”

    “아줌마.”

    쿵!

    분명 나지막한 부름인데도 심장이 내려앉는다.

    종혁은 파랗게 질리는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땅에 떨어진 물건을 집었을 때와 넘겨받았을 때의 지문 형태가 다르다는 걸 모르지? 난 이 열쇠에, 정확히는 당신과 그 새끼 지문 사이에 흙먼지가 없다는 것에도 전 재산을 걸 수 있어.”

    이러면 범죄를 공모한 혐의가 적용된다.

    그것이 비록 주거 침입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목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지라도,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침입을 한 것이다.

    또한 최승아를 집 안으로 옮긴 남성들도 꽤 시간이 흐른 후에 나왔다. 자칫 성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승아가 잠에서 깬 이후 씻지 않았기에 그 몸과 옷에 증거물이 가득 남아 있을 거다.

    “일단 심신 미약인 상대의 중요 부위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징역형이야.”

    그걸 묵인하고 방조한 혐의만 하더라도 충분히 징역형이다.

    “그게 당신들에게 씌워질 혐의고. 이렇게 증거가 있는 이상 입증하는 것도 쉬워.”

    “아, 아니야! 아니랑께요! 나, 난 그저…… 우, 우린 그저…….”

    동네의 노총각들을 결혼시키려 한 것뿐이다.

    아내나 애인이 없어 맨날 술이나 퍼마시고 다니며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 노총각들을 결혼시키기 위한 일이었을 뿐이다.

    여태까지 모두 성공했던 노총각 결혼 작전.

    “겨우 그런 것뿐이었당께라! 근데 왜 이제 와 그런대요!”

    “……여태까지 뭐?”

    종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최승아 말고도 피해자가 더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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