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83화 (78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83화>

“그럼 좋은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아이구. 예, 예.”

인사를 나눈 후 멀어지는 최재수를 바라보던 도초중학교 교장과 도초고등학교 교장이 눈을 가늘게 뜬다.

비금중학교, 비금고등학교처럼 한 울타리 안에 있는 도초중학교와 도초고등학교.

“이거 경찰은 꽤 유연한 조직인가 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벌써 한 부서의 팀장이다.

그들 교사로 치면 거의 학년부장 수준. 교육 공무원으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진급 체계였다.

거기다 나이가 지긋한 자신들에게 밀리기는커녕, 당당하고 의뭉스럽게 가려운 곳을 긁던 범상치 않은 화법까지.

“저런 친구가 우리 학교 교사였다면…….”

“예. 학생들도 꽤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겠죠.”

저런 인재가 경찰로 있다니 안심이 되는 한편, 자신들과 같은 교육자가 되지 않은 것이 많이 아쉽다.

“그나저나 경찰 관련 콘텐츠 제작 및 상영이라…….”

“이거, 우리도 이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교사 지원율 향상을 위해 말이다.

“에이, 됐습니다. 지금 오히려 많아서 문제인데 무슨. 그나저나 젊은 선생님들 의견을 들어 봐야겠죠?”

“그래야죠. 아무래도 한 살이라도 젊은 선생들이 학생들과 이야기가 잘 통할 테니 말입니다.”

둘은 핸드폰을 들어 쉬고 있는 선생들을 소집하기 시작했다.

부우웅!

아직 눈이 치워지지 않는 곳들이 있어서 느릿하게 달리는 차 안.

“아으. 그럼 이제 도초초등학교만 가면 되는 거죠?”

그 조금 무거운 것을 들었다고 어깨를 주무르는 칠봉의 모습에 최재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운동하자, 칠봉아.”

“운동은 숨쉬기만 해도…….”

“진급 안 할 거야?”

진급 시험을 치른 게 아니라 호봉이 차서 진급한 케이스인 칠봉.

경장까지야 그런 식으로 진급할 수 있다지만, 경사부터는 좀 많이 달라진다.

이전에야 경사로도 어느 정도 호봉이 쌓이면 곧바로 진급을 했지만, 많은 부분이 변화된 현재의 경찰 조직에선 꿈도 못 꿀 일이다.

아무리 사무직, 행정직이라고 해도 체력과 체포술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족히 20년은 경장으로 썩어야 경사로 진급할 수 있다.

“아니면 운전면허라도 따든가!”

팀장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종혁과 함께 있을 땐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예.”

그제야 만족의 미소를 지은 최재수는 도초초등학교가 가까워지자 잠시 차를 세운다.

“밥 먹고 들어가자.”

“옙! 어딜 갈까요?”

“점심은 가볍게 분식으로 먹어.”

“에이. 저기 매운탕 파는 곳 있던데, 뜨끈한 우럭지리탕 어떠세요?”

‘이걸 확 진짜…….’

왠지 묘하게 기시감이 들면서도 짜증이 나는 기분.

“그냥 닥치고 라면에 김밥이나…….”

“꺄아악!”

고요한 시골 동네를 흔들어 깨우는 비명 소리.

딱딱하게 굳은 채 눈을 데구루루 굴리는 칠봉을 본 최재수는 이를 악물며 땅을 박찼다.

* * *

“끝!”

탁탁탁! 손을 턴 최승아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정말로 오늘 낮에 차에 모든 짐을 싣고 떠나 버린 선배 교사.

그가 떠나고 남겨진 먼지와 쓰레기들을 치우고 짐을 모두 푼 그녀가 깔끔한 관사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리고 이내 곧 핸드폰을 꺼내 관사 여기저기를 찍는다.

“히히. 이사하면 역시 중국집이겠지?”

이사하면 짜장면에 탕수육이다.

“어디 보자. 전화번호가…… 아, 여기 있다.”

관사 전화기 옆에 놓인 이쑤시개통에 적힌 중국집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지금 배달되죠? 여기 주소가…….”

-……초등학교 관사?

“네, 네. 아시네요! 여기 짜장면이랑 탕수육 세트 하나 가져다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응?’

“네!”

통화를 종료한 최승아는 의아해했다.

뭔가 썩 내켜 하지 않았던 말투.

“뭐지?”

당황했던 그녀는 이내 곧 어깨를 으쓱이며 S-톡에 접속을 한다.

올해 초 삼전그룹의 자회사에서 개발한 메신저 앱, S-톡.

다른 이들과 무료로, 심지어 수백 명과도 동시에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을 지닌 S-톡은 젊은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엄청난 속도로 국내 점유율을 늘려 가고 있었다.

토도도독!

-관사 도착!

단톡방에 사진까지 올리니 현재 쉬고 있는 교대 동기들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부르릉! 띵동!

“왔다!”

호다닥 뛰쳐나간 최승아가 대문을 열어젖힌다.

움찔!

헬멧을 쓴 채 철가방을 한 손에 든 이십대 후반의 남성이 최승아를 멍하니 바라본다.

“……아따, 이 형님. 하다 하다 아가씨까지 불렀는갑네.”

쿵!

“예, 예?”

“이야, 피부도 뽀얀 게……. 너 어디 다방이냐잉? 새로 왔어? 근디 넌 옷 좀 예쁘게 입어야겄다. 옷 꼬라지가 그게 뭐냐?”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폭언에 최승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어이, 내 말 안 들려요? 에라이, 됐다. 형님 안에 있제? 형님! 갑자기 뭔 바람이 불어서 배달을 시켰어라? 역시 여자가 좋은가 봐요!”

자신을 옆으로 밀친 배달부가 안으로 들어가자, 최승아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관사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선 배달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의아함을 표했다.

“없는디? 화장실에서 똥 싸나? 형님, 놓고 가요!”

음식을 내려놓은 배달부가 다시 최승아에게 걸어와 그녀가 손에 꼭 쥔 2만 원 중 만 원을 빼 간다.

“나머진 팁 혀. 다음에 서비스 팍팍 줄 텡께 또 보자고.”

부르릉! 부아아앙!

“……뭐, 뭐야. 아, 아가씨?”

후두둑!

놀란 가슴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쏟아 내게 만들었다.

* * *

어떻게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른다.

너무 충격이었던 어제의 일.

“그, 그래. 내, 내가 누군지 모를 테니까…….”

다시 차오르는 눈물.

“하아.”

애써 웃은 최승아가 화장실로 향해 몸을 씻으며 안 좋은 기억들을 흘려보낸다.

“밥 먹자, 밥!”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업 내용을 만드는 거다.

아직 몇 학년을 맡을지 정해지지 않은 그녀.

하지만 먼저 교사가 된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초임 교사는 보통 1학년이나 2학년을 맡는다고 했다.

아직 여러모로 미숙할 수밖에 없는 나이이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 반대로 다루기 쉽기도 해서 초임 교사들에게 많이 배정해 준다고 말이다.

띵동!

“응? 누구지?”

인터폰으로 걸어간 최승아가 더욱 의아해한다.

뽀글머리 파마를 한 오십대 여성.

“네. 누구세요?”

‘아차! 어제 선배님이 누가 벨 눌러도 답해 주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선배 교사.

하지만 이미 늦었다.

-오메! 누, 누구셔요?

“아, 이번에 도초초등학교로 새로 발령받은 최승아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그, 그려요? 아이고, 잘됐네. 나 이장 부인인데, 김치 좀 가져왔으니까 문 좀 열어 봐요!

“네? 네!”

대문을 연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오메! 오메메! 선녀네, 선녀!”

“아하하.”

“아이고, 뭐가 이렇게 뽀얗데. 나이는 어떻게 되고?”

“스물다섯 살이요. 원래는 작년에 임용이 됐어야 했는데, 대기 인원이 많아서 올해 발령받게 됐어요.”

“나이도 예쁘네! 남자친구는 있고?”

“아니요. 아직요.”

“이렇게 이쁜데 왜 남자친구도 없데요. 아니, 잠깐. 그런데 총각 선생하고 둘이서 사는 거요? 오메! 총각 선생! 안에 있어?!”

“아, 아니요! 그 선생님은 다른 곳으로 발령받아 가셨고, 올해부터는 제가 이곳 관사를 쓰게 됐어요.”

움찔!

“여자 혼자서?”

“아하하. 예.”

“아, 그래요…….”

‘응?’

갑자기 의미심장해지는 이장 부인의 눈빛에 최승아는 어리둥절해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자, 여기 김치! 처녀 선생님이 계실 줄 알았으면 총각김치를 가져올 걸 그랬네! 오호호호!”

“아하하하! 아니에요. 잘 먹을게요. 그런데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아이고, 됐어요. 내가 선생님 나이 또래 여자애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맛있게 먹고 통만 씻어서 줘요.”

“가, 감사합니다.”

“그래요. 앞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고. 쩌기 이 동네에서 하나뿐인 건강원이 우리 집이니까 언제든 찾아와요. 아니다. 차라리 열쇠 하나 줘요. 내가 자주 들여다볼 수 있게. 아니 여자 혼자 있는 게 너무 걱정이 돼서 그래.”

“아, 네. 잠시만요?”

그녀는 얼른 대문 열쇠를 가져와 이장 부인에게 넘겼고, 이장 부인은 푸근히 웃었다.

“그래요. 그럼 우리 자주 봐요.”

“네! 안녕히 가세요.”

“됐어요. 멀리 나오지 마요.”

손을 저은 이장 부인은 대문을 닫고 나갔고, 최승아는 배시시 웃었다.

“역시 어제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었어.”

최승아는 넘치는 시골의 정에 행복해하며 관사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은 라면에 김치였다.

한편 관사에서 제법 떨어진 이장 부인의 얼굴이, 흐뭇한 미소로 가득했던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에이. 주철이, 이 썩을 놈. 아가씨는 뭔 아가씨여.”

중국집 배달부가 떠벌린 말 때문에 찾아왔던 그녀.

갑자기 눈이 가늘게 떠진다.

“그나저나 남자친구가 없단 말이지……?”

의미심장하게 빛나는 그녀의 눈빛.

“우리 마을에 총각이 몇이더라…… 어! 함안댁! 나야! 그 댁 아들이 총각이라고 하지 않았어?”

* * *

“아이고, 예쁘다. 예뻐.”

“아하하.”

왁자지껄한 도초초등학교의 관사.

육십대 후반의 여성에게 손이 붙잡힌 최승아가 주변을 둘러보며 당혹스러워한다.

사람들로, 동네 아주머니들로 꽉 찬 관사.

오후에 다시 이장 부인이 찾아와 축하 파티를 열어 준다며 이렇게 다 불러 모은 거다.

“아이고, 그러다 닳겄네! 왜? 아예 며느리로 들인다고 하제!”

“그럴까? 어떻게 우리 선상님은 결혼에 관심 있남?”

“아, 아니요. 아, 아직요.”

“그려. 요새 여자가 늦게 결혼하는 게 흠인감? 그런데 왜 이렇게 손이 곱디야. 부모님이 참 알뜰살뜰히 키우셨나벼.”

부모님이란 단어에 최승아의 가슴이 작게 술렁인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할머니랑 비슷한 연배시구나.’

갑자기 할머니가 보고 싶어진 최승아가 할머니를 향해 배시시 웃는다.

“며느리 말고 손녀는 어떠세요?”

“어이쿠! 그럼 나야 좋제! 다들 들었제? 여그 선상님이 오늘부터 내 손녀여!”

“아이고. 언니, 축하드려요! 예쁜 손녀 얻으셨네! 술 한 잔 드셔!”

“그럴까? 우리 손녀도 한잔할까?”

“네!”

“깔깔깔!”

관사의 마당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끼이익!

“뭐가 이렇게 시끄럽데요.”

“흡?!”

대문이 잠기지 않았던 건지 관사 안으로 들어오는 남성의 모습에 최승아가 그대로 굳는다. 어제 폭언을 쏟아 낸 배달부였다.

“야, 이 썩을 놈아! 여기 선생님이 어뜨케 씨부랄 잡년 아가씨여! 니 빨리 와서 사과 안 하냐!”

“아따, 그때는 점쟁이 할아버지가 와도 나처럼 생각했을 건디…….”

“뭣이여?! 너 딱 기다려! 어, 영숙이냐! 니 시방 아들 관리 똑바로…….”

“와아악! 죄,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정말 잘못했구마이라!”

다급히 달려와 허리를 깊이 숙이는 배달부.

이장 부인이 그 목을 잡고 더 깊이 숙이게 한다.

“미안혀요, 처녀 선생님. 얘가 입이 쪼까 험해도 마음은 착한 놈인께 기분 풀어요. 내가 대신 이렇게 사과드릴게. 뭐혀, 인마!”

“저, 정말 죄, 죄송합니다-!”

“네, 네에…….”

사과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장 부인까지 이렇게 사과를 하니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보기 싫었기에 시선을 피했고, 할머니가 그런 최승아를 꼭 끌어안으며 손을 젓는다.

“꺼져, 이놈아!”

“그, 그럼…….”

배달부가 떠나자 할머니가 최승아를 다독인다.

“아이고. 맘고생 많았제? 다신 이런 일 없도록 내가 잘 얘기할 테니께 앞으론 걱정 말어.”

찢기고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말.

“훌쩍!”

“아이고. 아이고.”

할머니는 최승아를 다독이며 이장 부인을 봤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에 할머니가 혀를 차는 순간이었다.

“허미. 뭔 잔치를 열고 그런디야. 누님, 누구 잔치요?”

슬그머니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오십대 남성.

오늘 이장 부인이 부른 아주머니 중 한 명이, 오십대 남성의 친누나가 한심하단 표정을 짓는다.

“누구 잔치긴! 여기 선생님께서 새로 오셨응께 그거 축하하는 잔치제! 어여, 들어와! 처녀 선생, 괜찮지?”

“예. 그럼요.”

다 좋은 분들. 그런 분들이 부른 사람이기에 최승아는 경계심을 풀며 활짝 웃었고, 그 미소를 본 아주머니들은 눈을 빛냈다.

그렇게 밤이 깊어져 갔다.

* * *

“아으.”

다음 날,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뜬 최승아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내가 언제 잠들었지?’

최승아가 어젯밤의 기억이 더듬어 본다.

배달부의 사과를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축하 파티.

이후로도 손님은 한 명, 한 명씩 계속 들어왔다.

“그리고 주시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먹다가…… 받아먹다가…….”

기억이 안 난다.

“미, 미쳤어.”

필름이 끊겼다. 다행이라면 자신의 주사가 그대로 기절하듯 잠드는 것이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어떤 실수를 했을지 모른다.

“하아. 일단 씻고, 연락을 드려야겠네.”

몸을 일으킨 그녀가 방을 나서 부엌으로 향했다.

“크!”

차가운 물로 정신을 깨우며 화장실로 향하는 그녀. 그렇게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이었다.

벌컥!

‘어?’

최승아가 그대로 굳는다.

“어후. 시원하…… 아이고, 일어났어요?”

머리를 탈탈 털고 나오는 팬티만 입은 오십대 남성.

최승아의 낯빛이 파랗게 질렸다.

“꺄아아아악!”

“우와악!”

“꺄아아악! 꺄아아악!”

“자, 잠깐! 잠깐-!”

당황한 남성이 주저앉은 최승아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뭡니까! 무슨 일이에요!”

다급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삼십대 중반의 사내.

“이런 개……!”

“자, 잠깐! 성준이! 그게 아니…….”

“네가 사람이냐, 새끼야!”

남성이 눈을 뒤집으며 달려들려던 순간이었다.

덥썩!

“켁?!”

“동작 그만-!”

남성의 뒷덜미를 잡으며 뒤로 잡아당긴 최재수가 팬티 바람의 중년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빠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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