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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82화 (78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82화>

우르르!

“미안해, 최 팀장.”

“아이고, 이거 내가 나이만 좀 젊었어도.”

“그런 말은 입가에 미소나 좀 지우고 하시죠?”

“어흠흠.”

최재수는 부리나케 멀어지는 생활안전과장과 팀장들을 보며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휴. 쯧.”

어차피 벌어진 일. 더 이상 왈가왈부해 봤자 자신만 손해였다.

고개를 저은 그가 생활안전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최 팀장.”

“아, 서장님.”

따라오라며 손가락을 까딱인 종혁은 복도 끝에 있는 흡연실로 향했다.

찰칵! 치이익!

“후우. 재수야.”

“예,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최재수는 이어지는 종혁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 * *

뿌우우웅!

흔들리는 배 위, 멀어지는 흑산도를 보며 최재수가 꿍얼거린다.

“아, 진짜 너무하네…….”

나이와 호봉에서 밀리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벌써 나흘째 바다만 보고 있으니 사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오! 그냥 손해를 봤어도 들이받았어야 했는데! 야, 솔직히 너무한 거 아니냐? 칠봉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악!”

고개를 돌린 최재수가 바람에 허리가 젖혀지는 팀원을 기겁하며 붙잡는다.

“야, 괜찮아?!”

배에 탈 때부터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더니 결국 사고를 친 팀원.

“으헛! 가, 감사합니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어때?”

“괜찮습니다! 이 박칠봉! 아직 멀쩡합니다!”

최재수가 팔뚝을 굽히며 배시시 웃는 팀원 칠봉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키 178cm에 62킬로그램에 불과한 신안서 공식 약골 경찰.

방금 전 손목을 잡았을 때 느껴지던 앙상한 뼈다귀에 눈물과 짜증이 왈칵 솟는다.

“진짜 넌 어떻게 경찰이 됐냐?”

이 몸뚱이를 가지고 어떻게 중앙경찰학교의 모든 커리큘럼을 수료했을까.

몸뚱이만 허약하면 말도 안 한다. 체력도 거의 쓰레기급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시키자니 겨우 1분 뛰고 탈진.

신안서에 도착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는데도 이 칠봉이란 팀원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아, 팀장님. 도초도에서도 홍어를 팔까요?”

“팔겠지!”

“그렇겠죠? 아, 팔면 좋겠다. 스릅!”

최종혁 서장님이 주신 출장 지원금으로 먹은 흑산도 홍어는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넌 진짜 왜 살이 안 찌냐?”

몸이 말라깽이인데, 먹는 건 최재수 자신의 두 배를 더 먹는 칠봉.

“글쎄요?”

“말을 말자. 들어가, 인마! 또 날아갈라!”

“에이. 제가 종잇장도 아니고. 안 날아갑니다.”

“들어가라고!”

이런 게 최재수 자신을 보던 종혁의 마음일까.

‘아니, 그래도 내가 얘보다는 나았지!’

확실히 나았다.

종혁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린 최재수가 고개를 주억이며 칠봉을 대기실 안으로 밀어 넣는다.

“어휴. 진짜 실력만 아니라면!”

사무특화경찰. 그건 바로 칠봉을 놓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어떻게든 움직이게 해야 체력이 붙기에 억지로 끌고 나온 칠봉.

“괜히 데려왔어, 괜히! 에휴휴.”

퐁! 치이익!

“후우우.”

담배 연기를 내뿜은 최재수가 출렁이는 겨울 바다를 바라본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문득 출장을 나오기 전 종혁이 했던 부탁이 떠오른다.

‘일단 가거도와 흑산도는 문제가 없는데…….’

“그 양반도 참 걱정이 많다니까.”

하지만 그래서 존경스럽다. 이런 걱정과 의심들이 형사의 덕목이니 말이다.

최재수는 옅게 웃으며 가까워지는 비금도와 도초도를 응시했다.

* * *

“안녕하십니까. 신안경찰서 생활안전과 2팀장 최재수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비금고등학교 교장 윤전주입니다.”

“비금중학교 교장 이성명입니다.”

신안의 큰 섬 중 하나인 비금도. 초중고교가 모두 있는 큰 섬이다.

더욱이 한 울타리 안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붙어 있는 비금도.

“이건 빈손으로 찾아뵐 수 없어서 간소하게나마 준비해 본 것입니다.”

“어이쿠, 뭘 이런 걸 다.”

최재수의 시선을 받은 칠봉이 내미는 홍삼선물세트에 교장들의 얼굴이 활짝 핀다.

“자자, 자리에 앉으시죠.”

“이거 저희가 방학 중에 큰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 리가요!”

선물세트 때문인지 교장이 손을 젓고, 최재수가 속으로 눈을 가늘게 뜬다.

“학교가 꽤 크더군요. 어떻게 저희 경찰들이 순찰을 제대로 도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초부터 주민의 숫자가 적다 보니 학생의 숫자도 적을 수밖에 없는 시골.

그렇다 보니 미성년 한 명, 한 명이 소중할 수밖에 없고, 경찰은 이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모두 종혁이 부임을 받고 온 후 바뀐 순찰 매뉴얼이다.

“어휴. 뭘요. 수시로 얼굴을 비추시니 참 든든하다고 생각 중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래도 일단 들여다봐야겠지.’

이번 출장은 경찰 홍보 및 경찰 지원율 상승을 위한 출장 겸 파출소들의 실태 파악을 위한 비밀 감찰이었다.

고개를 주억거린 최재수는 찻물을 한 모금 넘긴 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희 신안서에서 보낸 공문 내용은 모두 확인해 보셨습니까?”

순간 낯빛이 가라앉은 두 교장이 고개를 주억인다.

“콘텐츠 제작 및 상영,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 시청이라고 하셨죠.”

얼핏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

“일단 이번 프로젝트는 저희 신안서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경찰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그런 영화들을 학생들에게 시청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최재수가 힐끔 쳐다보자 칠봉이 힘들게 메고 온 가방에서 얼른 DVD 뭉치를 꺼내 보여 주었다.

족히 200장이 넘는 DVD.

“저희 경찰에서 특별히 엄선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들입니다.”

국내 명작뿐만 아니라 해외 명작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흐음.”

“음.”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는 두 교장.

“이건 뭐 천천히 고민해 보도록 하고, 콘텐츠 제작 및 상영은 대체 뭡니까?”

“말 그대로 경찰 관련 콘텐츠를 학생들이 직접 제작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작한 콘텐츠를 상영하는 거다.

칠봉의 설명에 더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그들.

그러나 칠봉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학업과 연관 없는 일을 진행하시는 데 거리낌이 있으신 점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본업은 학업 성취다.

공부하기도 아까운 시간을 버려 가며 이런 일을 해야 할 메리트가 없다.

“그래서 참가 학생들을 위한 상금도 준비해 봤습니다.”

내민 서류를 살핀 두 교장은 눈을 크게 떴다.

“우선 각 학교에서 교내 대회를 진행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이후 각 학교의 대표들끼리 겨뤄 승패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교내 대회의 상금만 무려 300만 원.

최종 우승 상금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또한 이번 대회에 참가해 주시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발전 기부금을 따로 편성한 상태입니다.”

“……크흠.”

아직은 부족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런 욕심을 드러내 입을 꾹 다무는 두 교장.

그에 최재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건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는 사안인데…….”

말을 의뭉스럽게 흐트린 최재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두 교장을 본다.

“저희 경찰에 홍보부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하는 생활안전계 역시도 홍보 인력이 많이 필요한 부서죠.”

또한 중앙경찰학교와 경찰대학교에서 홍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추가할 계획이 내부에서 논의 중에 있다.

이 역시도 종혁 때문이다.

종혁이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와 본청 홍보부를 맡게 되자 치솟았던 경찰 지원율.

경찰은 이전까지 했던 주먹구구식 인사이동과 부서 운용이 아니라, 전문적인 홍보 인력의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호오, 그 말씀은?”

“물론 아직 시행이 되지 않은 일이기에 공식적으로 답해 드릴 수 없는 사안입니다.”

“으허헛!”

웃음을 터트린 두 교장이 그제야 소파에서 등을 뗀다.

이런 시골 학교에선 대학 진학이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학생 수 증가와 취업.

단 한 곳이라도 취업에 대한 활로만 열린다면, 전국에서 자신들을 찾아와 줄 것이다.

“이거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군요.”

“걱정 마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두 분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돌아가지 않을 각오로 왔습니다.”

그들 넷은 서로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 *

“그럼 검토가 끝난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있을 테니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고개를 숙이며 비금초등학교를 나선 최재수가 한숨을 푹 내쉰다.

“비금도는 이제 다 끝났나…….”

이제 연락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이다.

“저…… 팀장님.”

“왜?”

“정말 이번 대회 수상자에게 채용에서 가산점을 주는 겁니까?”

참고 참다가 한 물음.

눈을 껌뻑인 최재수가 피식 웃는다.

“아끼다 똥으로 싸지 그랬냐?”

“네?”

“아, 아니…… 아이, 씨. 오택수 이 양반 말투 옮았어.”

참 지독한 악연이다.

혀를 찬 최재수가 칠봉을 본다.

“칠봉 씨, 우리 서장님은 절대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도 않는 사람이에요. 알았냐?”

그게 무엇이든 꺼낸 말은 지키는 사람.

그게 종혁이다.

“우와…….”

“이제 이해됐지?”

“예! 아, 그런데 아까 그건 왜 물어보신 겁니까?”

방금 전 뜬금없는 걸 물었던 최재수.

“시골이잖아. 당연히 알고 있어야지.”

“오……! 역시 형사 출신!”

움찔!

‘아니야. 난 이제 팀장이다. 관대한 팀장이야.’

쥐어졌던 주먹을 편 최재수는 활짝 웃었다.

“자, 그럼 주변 탐문부터 해 보자! 옷은 냄새 안 나지?”

“예!”

어차피 200편이 넘는 영화와 콘텐츠를 감상하며 목록을 추리려면 하루 이틀로는 모자라다.

그사이 비밀 감찰을 해치우면 됐다.

도초도의 일도 말이다.

‘그리고…….’

최재수는 종혁이 맡긴 또 다른 일을 떠올리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 * *

“예, 함 청장님. 현재 비금도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전달받았습니다.”

-……수고했어.

같은 경찰을 의심해야 된다는 것에 함경필 전남청장이 씁쓸히 웃는다.

하지만 감찰부를 동원했다가는 일이 어디까지 커질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커지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감찰부를 움직이려고 손을 쓰다 보면, 어디서 이야기가 새어 나갈지 알 수 없었다.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명확히 파악되기 전까지는 조심히, 은밀히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염전 쪽은?

“추가로 밝혀진 점은 없습니다.”

경찰 순찰을 늘리며 계속 살펴보고 있지만, 아무래도 은밀히 움직이는 탓에 파헤치기가 쉽지 않았다.

-후우. 당장이라도 메다꽂고 싶지만…….

아니 될 일이다.

-그럼 경찰 지원율 상승을 위한 콘텐츠 제작 및 상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그 일 역시도 무리 없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미 흑산도와 가거도뿐만 아니라 압해도와 지도, 증도 등 여러 큰 섬들에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이 역시도 무리 없이 진행 중이었다.

-……최 서장.

“압니다. 걱정 마십시오. 혹여 문제가 된다면 모두 제가 독단적으로 진행한 일로 처리될 겁니다.”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지금이라도…….

“청장님, 아이의 일탈은 그저 일탈로 치부될 뿐이지만, 어른의 일탈은 범죄가 됩니다.”

경찰이 교육청과 협의도 하지 않고 멋대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청, 즉 상부에서 이 일을 승인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경찰과 교육청의 사이가 불편해진다.

그렇다고 교육청의 허락을 받고 진행하기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7월 하반기 인사이동 때 다시 본청에 복귀해야 하는, 또한 아직 신안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종혁으로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일을 진행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시잖습니까. 이 정도로는 제 인사고과에 흠집도 못 냅니다.”

-쯧. 수고해.

종혁은 끊겨 버린 전화를 보며 피식 웃었다.

“삐졌네.”

고개를 저은 종혁은 마우스를 잡으며 모니터를 봤다.

달칵!

“끄으!”

기지개를 켠 종혁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드디어 다 따라잡은 건가.”

전국 폭력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작전을 진행하는 사이 쌓였던 일감을 드디어 모두 처리했다.

이젠 더 이상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럼 축하하는 기념으로 커피를 한 잔 마셔…….”

지이잉! 지이잉!

종혁이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힌다.

“어. 재수야.”

아직 보고 시간이 아님에도 최재수가 전화를 해 왔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아, 그래?”

순간 가라앉는 종혁의 목소리.

“알았어. 대기해. 금방 간다.”

외투를 챙겨 들고 일어서는 종혁의 눈이 차갑게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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