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80화 (78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80화>

    135. 덫

    해가 어스름히 저물어 가는 밤.

    서울의 한 PC방 앞에 봉고차 한 대가 선다.

    “햐! 진짜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한 건지! 정말 대단해!”

    “흐흐. 뭘요.”

    PC방을 보며 웃음을 흘리는 삼십대 사내.

    ‘이것만 성공하면 난…….’

    상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부장님도 이 제안을 듣자마자 손뼉을 치며 흥분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모자라 적극 지원까지 해 줬다.

    승진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아니, 상부뿐만 아니라 정계에서도…….’

    “시간 됐어, 이 기자.”

    그 말에 온몸에 전율이 내달린다. 사내의 표정이 굳는다.

    “그럼 가시죠.”

    드르륵!

    전의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리는 사내의 뒤로 커다란 카메라를 든 다른 사내가 따랐다.

    탕탕! 투다다다!

    온갖 소음이 울리는 PC방.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이십대 초반의 귀엽게 생긴 여성이 커다란 덩치의 사내 자리에 라면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짓는다.

    ‘꺄!’

    다시 봐도 잘생겼다.

    날카로운 눈매가 감사하다며 곱게 휘자, 마치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인상.

    그런데 자신의 허벅지만큼 큰 팔뚝에서 근육들과 핏줄들이 요동치며 마초적인 매력까지 뽐낸다.

    게다가 모니터 안에서 오르내리는 빨갛고 파란 그래프들과 숫자들까지.

    이런 게 사회인의 섹시함일까.

    어른의 향기가 물씬 풍겨 옴에 이 PC방의 아르바이트생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새하얀 목선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방금 뿌린 향수의 냄새를 흩날린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도도하게 웃으며 돌아선 그녀는 얼른 카운터로 달려가 방방 뛰었다. 그러곤 얼른 핸드폰을 들어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좋은 건 같이 공유해야 하는 법이었다.

    딸랑!

    “어서 오세…… 어?”

    PC방 안으로 들어오는 카메라에 아르바이트생이 깜짝 놀란다.

    이 기자는 그런 그녀에게 푸근히 웃는다.

    “안녕하세요. 방송국에서 왔습니다. 사장님과는 이미 이야기가 됐는데요.”

    “아, 네! 들었어요!”

    오늘 방송국에서 촬영을 하러 올 거라고 했다.

    “카메라들은 모두 그 자리에 설치되어 있죠?”

    PC방 사장이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초소형 카메라들.

    “네, 네! 그런데 왜 벌써……?”

    아직 3시간이나 더 남은 약속 시간. 그래서 사장님도 곧 출발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왔었다.

    “시간이 갑자기 변경돼서요. 지금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와 있죠?”

    “한 20명 정도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카메라에 나오지 않게 숨어 있으세요.”

    “네? 아, 네…….”

    혹시나 방송에 탈까 기대를 했던 아르바이트생은 화장실로 들어갔고, 이 기자는 카메라맨을 봤다.

    카메라를 어깨에 걸친 카메라맨이 손가락 세 개를 든다.

    곧 하나씩 접어지는 손가락.

    마지막 손가락이 접히자 단정하게 선 이 기자가 카메라를 보며 마이크를 든다.

    “20여 명의 학생이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 있는 또 다른 PC방…….”

    이 기자의 발이 한쪽으로 향한다. 그의 걸음이 멈춰 선 건 배전함 앞이었다.

    배전함을 연 그가 다시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연다.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 컴퓨터의 전원을 순간적으로 모두 꺼 보겠습니다.”

    느릿하게 나아가는 그의 손이 배전함의 전체 전원 스위치를 잡아 그대로 내린다.

    따악!

    순간 어둠에 휩싸인 PC방.

    “어?”

    “뭐, 뭐야?! 저, 정전이야?!”

    “아, 씨발! 뭔데! 보스 깨고 있었는데! 아…….”

    당황한 사람들의 모습에 이 기자가 다시 스위치를 올린다.

    그에 많은 사람들이 재부팅되는 PC를 보며 다리를 떤다.

    그리고…….

    “으아아아! 안 돼! 그게 어떤 검인데!”

    “아아악!”

    PC방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들.

    ‘됐다!’

    주먹을 불끈 쥔 이 기자가 화장실을 뛰쳐나오는 아르바이트생을 무시하며 카메라를 향해 싱긋 웃는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옵니다.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 버린 겁니다.”

    “……오케이!”

    “됐어요?!”

    “됐어! 방금 좋았어!”

    ‘그렇지!’

    “흐흐. 오늘 저녁엔 삼겹살에 소주 어떠십니까.”

    “삼겹살 좋지. 얼른 가자…….”

    “어이, 거기 둘.”

    왠지 자신들을 부르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이 딱딱하게 굳는다. 자신들보다 거의 머리 한 개는 커 보이는 신장에 엄청난 덩치.

    싸늘하게 타오르는 날카로운 눈매가 그들의 심장을 짓누른다.

    “왜, 왜 그러시죠?”

    “당신들이 PC방 전원 내렸어?”

    “그, 그런데요?”

    카메라맨이 다급히 카메라를 들며 사내를 찍는다. 허튼짓을 못하도록 찍는다.

    그에 사내, 종혁은 피식 웃으며 이 기자에게 한 발 다가섰다.

    “그런데요? 어이, 그 말보다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지 않아?”

    “뭐라고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십니까!”

    “……무슨 잘못?”

    이걸로 이놈의 처벌은 정해졌다.

    종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이봐, 방금 당신의 그 의미 모를 행동 때문에 내가 큰 손해를 봤어. 이거 어쩔 거야?”

    “예?”

    뜬금없는 말에 의아해했던 이 기자는 피식 웃었다.

    ‘게임 아이템이라도 떨궜나 보네.’

    “그래서요? 보상해 드리면 됩니까? 얼맙니까?”

    기껏해야 몇 만 원일 것이다.

    종혁은 지갑을 꺼내 드는 이 기자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우수리 떼고 53억.”

    쿵!

    순간 이 기자와 카메라맨이 멍하니 종혁을 본다.

    “……얼마요?”

    “귀 안 들려? 내가 지금 선물거래 중이었거든? 레버리지 풀로 땡겨서. 그런데 방금 당신이 전원을 내려 버리는 바람에 매도 타이밍을 놓쳐서 53억의 손해를 봤다고.”

    “무, 무슨……!”

    “못 믿겠으면 따라와.”

    덥썩!

    “헉! 노, 놓으시죠! 지금 카메라 안 보입니까!”

    “따라오라고, 씨발아.”

    이 기자의 뒷덜미를 잡고 자신의 자리로 끌고 간 종혁이 선물거래 창을 보여 준다.

    “보여? 방금 전 컴퓨터가 꺼지고 다시 켜지는 몇 분 사이에 얼마가 날아갔는지?”

    종혁이 마우스를 움직여 친절하게 고점에서 팔았을 시의 예상 수익을 보여 준다.

    이 기자와 카메라맨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이거 어떡할 거야. 400억 먹을 걸 340억밖에 못 먹었다고.”

    “억?!”

    “우와!”

    주위에서 비명들이 터진다.

    “아, 어…….”

    “됐다. 내가 너 같은 하바리한테 뭘 바라겠냐. 너희 MBS 보도국이지? 맞네.”

    카메라에 떡하니 MBS 마크가 붙어 있다.

    종혁이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예, 국장님. 오랜만입니다. 나 최종혁 총경입니다.”

    “헉?!”

    ‘구, 국장님?!’

    “이렇게 연락을 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방금 전 국장님 직원의 실수로 제가 아주 큰 손해를 봐서 말입니다.”

    종혁은 방금 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거 어떡하시겠습니까? MBS에서 보전해 주시겠습니까, 마시겠습니까? 보전 안 해 주시면 소송 들어…… 아, 예. 잠시만요. 어이, 받아 봐.”

    받기 싫었다. 정말 국장이라면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핸드폰을 넘겨받아 귀로 가져간 이 기자.

    -너 누구야-!

    “아, 안녕하십니까, 국장님! 이, 이충헌 기자입니다!”

    -너였냐! 야, 이 개새끼야-!

    이 기자와 카메라맨은 핸드폰 너머에서 쏟아지는 욕설에 그대로 주저앉았고, 종혁은 그런 그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기획에서 촬영까지 모두 이놈이 한 짓이었지.’

    어찌 보면 그저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이번 보도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것뿐인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자와 잠재적 정신병자가 되어 버린다.

    학교와 직장, 그리고 그 외적인 것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게임으로 푸는 사람들이.

    또한 이번 보도로 인해 더 타당성을 가지게 된 게임의 폭력성과 게임의 제재. 수많은 학생들을 울린 셧다운 제도 이 보도로 인해 더 지지를 받게 됐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처럼 이 보도로 인해 국민들의 놀거리에 제한이 생겼고, 한참 물이 오르던 게임 산업 및 게임 개발에도 제동이 걸린다.

    그럼에도 방송국은 뻔뻔하게 사과 한마디 없었고, 눈앞의 이놈은 승승장구를 하게 된다.

    ‘뭐, 이것들 모두 정계와 정부가 분위기를 형성시켜 달라고 방송국에 부탁을 한 거지만…….’

    그렇다고 해도 봐줄 수는 없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사회인이지 않은가.

    종혁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이쪽을 보는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방금 전 정전 때문에 아이템을 떨구셨거나, PK를 당하셨거나, 저처럼 주식으로 손해를 보셨거나 등 유무형적 손해를 보신 분들이 계시면 손 좀 들어 주십시오. 아, 참고로 저 경찰입니다.”

    종혁이 경찰공무원증을 꺼내자 PC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 그리고 당신들을 일단 명예훼손 및 재물손괴죄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왜 하필 그 인간이 있는 곳을 갔냐고! 죽어, 이 새끼야! 죽어-!

    * * *

    “건배!”

    “크하! 좋다!”

    “이모! 여기 광어 소짜 하나요!”

    목포의 한 횟집. 종혁과 최재수가 술잔을 기울인다.

    “흐흐. 이번에 서울에서 한판 하셨다면서요?”

    “응?”

    “서장님이 MBS에 무슨 짓을 한 것 같다고 홍보부에서 그러던데요?”

    MBS에서 경찰 특집을 편성하겠다면서 제발 종혁에게 잘 말해 달라고 부탁을 해 왔단다.

    종혁은 피식 웃었다.

    “MBS도 많이 쫄렸나 보네.”

    종혁은 사정을 설명했고, 최재수는 입을 떡 벌렸다.

    “미친……. 아니, 게임과 폭력성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럼 전쟁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죄다 전쟁광이게요?”

    “내 말이.”

    물론 게임이 사람의 폭력성을 자극하긴 한다.

    터지는 피들과 귀를 때리는 타격감. 때론 뭐든지 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말초적인 본능의 자극과 양심의 해방.

    그러나 그보다는 내가 노력을 한 만큼 성장을 하는 보상 시스템과 서로 간의 기량을 겨루며 대화를 나누는 그런 시스템으로 사람들은 오늘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설령 그 폭력성이 밖으로 표출된다 할지라도 그 근본적인 원인이 게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애초부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놈이 그딴 짓을 저질로 놓고 게임이라는 핑계를 대는 것뿐이지.”

    “으음. 그럼 초등학생 등 미취학 아동에게도 영향이 없는 건가요?”

    ‘호?’

    종혁이 재밌다는 듯 최재수를 본다.

    꽤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마냥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아직 가치관 형성이 안 된 나이다 보니 주변의 영향을 쉽게 받을 테니까. 하지만 방금 말했듯 그걸 밖으로 표출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야.”

    가치관 형성이 되지 않았다고 한들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무엇이 잘못인지 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이가 엇나간다면, 그건 결국 이 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가정교육이 잘못된 것뿐이다.

    “왜 촉법소년이란 말이 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될 거야.”

    “아아.”

    모르니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니 가르쳐야 하는 거다.

    “물론 촉법소년범죄의 60퍼센트 이상은 생활고와 괴롭힘, 그리고 무지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지만…….”

    회귀 전, 촉법소년의 연령대를 낮추기 힘들었던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그보다 목포서에게 노하우는 잘 전수받았어?”

    “아, 옙!”

    결국 신안서의 승리로 돌아갔던 그날의 단합 대회.

    목포서는 다음에 다시 붙자며 씩씩거렸지만,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며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

    “그중 하나가 초중고 학교들에 경찰 관련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상영시켜 주는 것이더라고요.”

    “……이야, 이 양반들 머리 좀 굴렸네.”

    “그렇죠. 서장님이 경찰 이미지를 위해 충무로와 방송국을 꽉 잡았던 걸 학교까지 침투시킨 거죠.”

    종혁이 왜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 동시에 약점을 쥐고 충무로와 방송국을 흔들었겠는가.

    또 왜 경찰 홈페이지에 그렇게 수많은 콘텐츠를 올리고, SNS 등으로 국민들과 소통을 했겠는가.

    모두 경찰의 올바른 이미지 형성을 위해서다.

    견찰이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아니, 정확히는…… 서장님이 계획하신 경찰 개혁 플랜의 일부분을 먼저 차용한 거고요.”

    최재수가 의미심장하게 웃자 종혁도 입술을 비튼다.

    종혁이 구상하고, 또 실행하고 있는 경찰 개혁. 그 거대하고 장대한 계획엔 분명 목포서의 노하우도 들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를 좀 달리해야지 않을까요?”

    “그래야지. 최재수.”

    “다음 주부터 신안의 모든 학교들을 돌기로 했습니다.”

    “오케이. 잘했어.”

    목포뿐만 아니라 신안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 ‘경찰 지원율 증대를 위한 방안’의 플랜을 보다 빨리 가동시킬 수 있다.

    종혁이 경무관이 되면 상부에 건의하려고 했던 그 플랜을 말이다.

    “아니, 내가 경무관이 될 때쯤에…….”

    “통계 자료가 만들어지겠죠.”

    서로를 향해 웃은 종혁과 최재수가 술잔을 부딪친다.

    드르륵!

    그때 횟집의 문이 열리며 키가 작은 장년인이 들어온다.

    선글라스를 벗으며 횟집 안을 둘러보다 종혁을 발견하곤 웃으며 다가오는 장년인, 아니 종배수.

    “어이구. 오랜만입니다, 서장님. 그리고…… 팀장님.”

    M-컴퍼니의 회장, 종배수의 거만한 콧대를 본 종혁이 미간을 찌푸린다.

    “종 사장님, 뒤질래요?”

    “뭐, 뭔 말을 그렇게…… 으헤헤! 어떻게, 제 농담은 재밌으셨습니까?”

    모피코트를 벗어 옆에 둔 종배수가 소주병을 들어 종혁에게 따른다.

    “어휴. 우리 서장님은 이런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아가쒸! 여기 제일 비싼 걸로 하나 가져다줘! 자연산으로다가! 술도 복분자로 주고!”

    오자마자 시끄러운 그의 모습에 종혁과 최재수가 고개를 젓는다.

    “서울에서 건설되고 있는 호텔 타운은 좀 어때요?”

    강남범동방파를 비롯한 조직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큰 도움을 준 M-컴퍼니의 호텔 타운.

    “막히는 것 없이 잘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리핀 쪽도 문제없고요?”

    세부와 마닐라 등에 지어진 카지노 관광호텔 타운.

    “어휴, 문제는요!”

    종혁이 밀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면서 아예 날개를 달았다.

    이제 필리핀에서 M-컴퍼니에 태클을 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익도 흑자로 돌아섰으니, 흐흐. 평생 돈 걱정하지 않으셔 될 겁니다, 서장님.”

    “내가? 돈 걱정을?”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종혁은 쭈구리가 된 종배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럼 아무 문제없다는 거죠?”

    “예, 음. 서울 호텔 타운 때문에 유보금이 부족해진 것 말고는…….”

    “정재계에서는요? 지분 달라고 떼를 쓰진 않아요?”

    “어휴. 현몽준 당 대표님과 홍정필 원내대표님께서 뒤에 떡하니 버티고 계시는데 무슨…….”

    손을 젓던 종배수가 미간을 좁힌다.

    “뭐 원로들이 옆구리를 찌르긴 했지만, 두 분 대표님께 말씀드리니 쏙 들어가더군요. 게다가 삼전 회장님도 저희를 비호하는데 감히 누가 건드리겠습니까.”

    삼전그룹도 이번에 준공되고 있는 호텔 타운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재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거기다 이번 일망타진으로 국민들의 관심도도 엄청 높아졌다는 거 아닙니까!”

    오픈식 날 타운 거리가 마비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따라 주었다.

    “잘하고 있습니다.”

    “으헤헤. 제가 이런 건 또 잘하죠.”

    그의 경박한 웃음에 고개를 젓던 종혁은 다시금 횟집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피식 웃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거구의 장년인.

    “어이구. 왜 이런 곳에서…….”

    “더 지껄이지 말고 앉아.”

    “끄응.”

    종혁은 이태흥마저 자리에 앉자 낯빛을 굳혔다.

    “그래서 파악은 모두 끝났습니까?”

    지금도 신안 어디선가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학대에 시달리고 있을 불쌍한 사람들. 현대판 노예들.

    그들에 대한 정보 파악이었다.

    종혁을 비롯한 네 사람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