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79화 (77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79화>

    “괘, 괜찮니? 괜찮아, 아들?”

    파랗게 질린 오향숙이 침대에 누워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선우를 다독인다.

    방금 전 숨이 넘어가려고 했던 것보다는 상태가 훨씬 나아진 아들. 그녀도 놀란 가슴을 다독인다.

    “언제부터 이런 거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모른다. 감기처럼 갑자기 찾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뒤부터 떨어지지 않았다.

    “허억! 헉!”

    “벼, 병원을…….”

    말을 하던 오향숙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젓는다.

    병원은 안 된다. 그러다 혹시나 병이 있다고 판명이 나면 어떡한단 말인가. 병원을 가도 대학에 입학을 한 후에 가야 했다.

    숨이 돌아온 걸 보니 죽을병은 아닌 모양.

    그녀는 놀란 가슴을 다독이며 독심을 머금는다.

    “쉬렴. 나아지면 공부하고.”

    ‘공부요?’

    아들이 죽을 뻔했는데도 또 그놈의 공부다.

    선우의 시선이 하얗게 질린 채 문을 닫고 나가는 오향숙에게로 향한다.

    “어휴. 이게 뭔 일이야? 역시 목포는 터가 안 좋은 게 분명하다니까.”

    달칵!

    문이 닫히며 고요해지자 선우가 천장을 바라본다.

    “그렇구나…….”

    이젠 확실히 알겠다. 자신은 그저 엄마의 욕심을 대변할 인형일 뿐이란 걸.

    자신은 아들이 아니라 인형일 뿐이었다.

    “아빠…….”

    ‘이럴 때 아빠가 살아 계셨으면 내 편을 들어 줬을 텐데…….’

    아빠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기억난다.

    구구단 2단을 외웠다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던 아빠.

    날이 좋은 날 공원에서 목말을 태워 주며 아빠.

    낚시를 가서 라면을 끓여 주며 맛있냐고 묻던 아빠.

    그리고 언제나 엄마에게서 구해 줬던 아빠.

    그런 아빠의 장난스럽던 미소가 떠오른다. 그 온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젠 아빠가 없다. 자신을 엄마에게서 구해 줄 사람이 없다.

    곧 주위의 모든 게 고요해진다.

    째깍! 째깍!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평생이다. 평생 엄마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면 견딜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지 못할 거다.

    ‘언젠가 죽고 말겠지.’

    종혁이 이야기해 주었던 인물처럼.

    죽는다. 죽는 거다.

    선우의 몸이 다시 떨린다. 숨이 거칠어진다.

    퍽! 퍽퍽!

    멍한 눈의 선우가 가슴을 치며 몸을 일으킨다.

    불이 꺼진 부엌으로 걸어가 싱크대 아래 찬장에 꽂힌 칼을 꺼내 들고 문이 닫힌 안방 앞에 선다.

    희미하게 들리는 코 고는 소리.

    ‘자고 있네.’

    아들은 죽을 것 같았는데, 엄마는 자고 있다.

    서글피 웃은 선우가 안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간다.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엄마 오향숙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 미안해. 나 살래. 살고 싶어.”

    선우가 칼을 높이 쳐드는 순간이었다.

    달그락!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그의 귀를 강하게 때리는 소리.

    “아.”

    고개를 내린 선우가 그대로 굳는다.

    만년필 한 자루가 발끝에 닿아 있다.

    ‘아저씨…….’

    처음 본 자신을 위해 많은 걸 해 주려 한 경찰 아저씨.

    언제나 자신이 힘들 때 햇살처럼 나타난 아저씨.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처음으로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내 준 아저씨.

    ‘아저씨가 싫어하시겠구나.’

    자신이 엄마를 죽이면 엄청 실망을 할 거다.

    그리고 엄마도 알지 못할 거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아니다. 그냥 내가 죽자.”

    그러면 엄마도 슬퍼할 거다.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갈 거다.

    자신이 평생토록 겪은 지옥을 엄마가 겪는 거다.

    “그래. 그게 낫겠다.”

    경찰 아저씨도 자신을 싫어하는 것보다는 슬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헤헤.”

    선우는 칼을 내렸다.

    그때였다.

    꽈아앙!

    “선우야-!”

    기겁한 선우가 현관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무, 무슨 일이야! 선우? 아들?”

    깜짝 놀라 일어난 오향숙이 안방에 있는 아들에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들의 손에 들린 식칼에 경악한다.

    “너, 너?!”

    꽈아앙!

    “아, 안 돼.”

    안 된다. 이렇게 끝나면 안 된다.

    선우는 다급히 안방을 뛰쳐나와 베란다로 달렸다.

    “선우야! 아들!”

    오향숙이 반사적으로 뒤따라 나오는 순간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며 종혁이 난입한다.

    종혁의 시선이 베란다로 달려가는 선우에게로 향한다.

    “야, 인마!”

    드르륵!

    베란다 문을 열어젖히며 몸을 돌리는 선우.

    선우가 기겁하며 달려오는 종혁을 보며 싱긋 웃는다.

    ‘죄송해요, 아저씨.’

    끝이라서 그런지 느려지는 시간, 선우는 경악하는 종혁의 모습을 담은 눈을 감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후우웅!

    등 뒤에서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에 선우의 미소가 짙어진다.

    ‘춥다.’

    죽음은 많이 추웠다.

    하지만 시원했다. 선우는 양팔을 활짝 벌렸다.

    ‘안녕. 안녕히…….’

    그렇게 죽음이 찾아왔다.

    “김선우-!”

    콰악!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온기에 선우가 눈을 부릅뜬다.

    “아, 아저씨!”

    “힘들며 말하랬잖아, 인마. 짜식이 사람 식겁하게 하고 있어.”

    “자, 잠깐! 아저씨!”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아저씨가 같이 가 줄게.”

    싱긋 웃은 종혁이 선우를 꽉 끌어안으며 몸을 뒤집는다.

    선우의 눈에 경악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엄마 오향숙이 개미처럼 작아진다.

    곧 지상이다.

    ‘아, 안 돼! 안 돼요!’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어린놈이 어딜 혼자 가려고. 이 악물어. 땅이다.”

    “흡!?”

    종혁은 몸에 힘을 주는 선우를 더 힘주어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퍼어어억!

    따뜻하다.

    앞이 보이지 않고 숨이 좀 막혀 답답하지만 따뜻했다.

    “지옥은…… 따뜻하구나.”

    빠아악!

    “으악?!”

    갑자기 눈앞이 번쩍이며 머리가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에 눈을 뜬 선우가 고개를 든다.

    “아저씨……? 아, 아저씨도 지옥에…….”

    “개소리하지 말고 비켜, 인마. 무거워.”

    “으악!”

    옆으로 밀쳐진 선우가 푹신한 무언가에 깜짝 놀란다.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주황색 바닥.

    ‘아니…… 매트?’

    “최! 괜찮습니까, 최!”

    출렁이는 매트에 고개를 돌리니 종혁이 매트를 내려가고 있다.

    종혁은 달려오는 SVR과 CIA 요원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굿 잡. 정확한 위치였어요.”

    “아니…….”

    낯빛이 희게 질린 각국의 요원들이 부들부들 떤다.

    저번에도 이러더니 이번엔 무려 11층에서 추락이다.

    할 말이 많지만 말을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종혁이 입맛을 다시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아.”

    핸드폰을 본 종혁의 낯빛이 파랗게 질린다.

    “이, 이거 안 받으면 안 되겠죠?”

    “감당하실 수 있다면…….”

    “끄응.”

    종혁은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에에에!

    “윽!”

    수화기 너머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나탈리아의 분노.

    다급히 귀에서 핸드폰을 떼는 종혁에게 CIA 요원이 본인의 핸드폰을 내민다.

    -최, 헨리입니다.

    “아오…….”

    눈앞이 막막해진다.

    “서, 선우야-! 아들!”

    종혁의 고개가 아파트 입구로 돌아간다.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오향숙의 모습이 종혁의 눈에 들어온다.

    종혁은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

    “혼나는 건 나중에 할게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이 아들을 찾아 헐레벌떡 뛰어오는 오향숙의 앞을 막는다.

    “비켜! 비키란…….”

    짜아악!

    “……아?”

    망연한 오향숙의 눈이 종혁을 바라보고, 종혁은 그녀를 찢어 죽일 듯 노려본다.

    “봤습니까? 당신 때문에 당신 아들이 오늘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콱!

    종혁이 오향숙의 머리채를 잡아채 선우를 보게 만든다.

    “봐! 당신의 그 말도 안 되는 욕심 때문에 당신 아들이 무슨 선택을 했는지!”

    “아! 아아…….”

    ‘나, 나 때문이라고?’

    자신 때문에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이 자신을 죽이려 했고, 죽으려고 했다?

    아니다. 말도 안 된다.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보라고! 봐!”

    “아아! 아아아아! 서, 선우야! 선우야!”

    미안했다. 엄마가 미안했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그러지 말 것을.

    남편의 말을 들을 것을.

    오향숙은 무너져 오열을 했고, 종혁은 선우를 향해 뻗는 그녀의 손을 낚아채 수갑을 채웠다.

    철컥!

    “오향숙 씨, 당신을 아동학대 및 상해, 폭행, 체벌, 감금, 협박 등 가정폭력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에겐 묵비권이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 체포가 부당하다 생각될 시 체포구속적부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아아! 선우야! 선우야!”

    종혁은 발버둥 치는 오향숙의 발목에도 수갑을 채우며 매트를 빠져나오는 선우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는 엄마를 멍하니 쳐다보는 선우.

    종혁이 선우의 손을 잡아끌며 그 손에도 수갑을 채운다.

    “김선우 씨, 당신을 존속살해미수죄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체포가 부당하다고 생각될 시 법원에 이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아저씨.”

    “그래, 선우야. 걱정 마. 변호사는 아저씨가…….”

    “고마워요.”

    자신을 멈추게 해 줘서.

    구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래. 춥다. 따뜻한 밥 먹으러 가자.”

    종혁은 고개를 푹 숙이며 흐느끼는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참 좆같은 날이었다.

    * * *

    밤사이 목포서 벌어진 끔찍한 참변!

    김 모 학생은 왜 아파트에서 투신을 했나!

    아들을 학대한 엄마! 아니, 악마!

    훈육이란 이름의 학대! 아이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다!

    작년에 자살한 19세의 학생, 집계 불능! 서울에서만 1437명!

    수능! 바뀌어야 한다!

    다음 날 아침, 대한민국이 뒤집혔다.

    후룩!

    따뜻한 커피향이 퍼지는 목포경찰서의 서장실.

    함필성이 졸림으로 가득한 눈을 누른다.

    어젯밤 잠결에 보고를 받자마자 경찰서로 뛰어온 그. 그가 본 건 경찰서 앞을 죽치고 있는 기자들이었다.

    “결국 이렇게 됐군.”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죠.”

    “최 서장이 노력한 덕분이지.”

    “뭘요.”

    아예 막아 내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민폐를 끼쳤습니다. 죄송합니다.”

    “됐어. 그런 식으로 따지면 오히려 내가 고마운 거니까.”

    종혁이 아니었다면 관내에서 자살 사건이 벌어졌을 거다.

    그리고 예비 수험생의 수능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타이틀로 반짝이고는 잊혀졌을 거다.

    종혁은 신문 한 줄을 겨우 차지할 한 사람의 죽음을, 그리고 인생을 구한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의 인생을.’

    오히려 상을 줘도 아깝지 않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래, 최 서장도 수고해.”

    고개를 끄덕이며 서장실을 나선 종혁이 강력계의 유치장 안으로 들어간다.

    “후룩?!”

    뜨끈한 시래기 된장국에 밥을 말아 입에 가져가다 굳은 선우.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것인지 낯빛이 밝다.

    종혁이 그런 그에게 신문들을 내민다.

    “정말 괜찮겠어?”

    어젯밤 목포서로 오는 길, 선우가 먼저 세상에 알려 달라고 했다. 자신의 아픔을.

    지금도 자신처럼 고통받고 있을 또래의 아이들을 위해.

    그렇지 않았으면 어제의 일은 결코 뉴스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걱정 가득한 눈빛을 향해 싱긋 웃은 선우가 신문을 보다 깜짝 놀란다.

    “자, 자살을 한 사람이 이렇게 많았어요?”

    “뭐, 모두 수능 실패로 자살을 한 건 아니지.”

    여타 다른 이유도 많다.

    “국민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부풀리기랄까.”

    그래도 너무 많은 숫자의 학생들이 수능 실패로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있다.

    “왜 부풀려요?”

    “수능에 대해선 언제나 말이 많았잖아.”

    정치인, 교육청, 사교육, 정부 등 많은 이권과 이념이 얽혀 있는 어른들의 사정이다.

    “……어렵네요.”

    “이해는 천천히 하면 돼.”

    넘어지고 깨지며 몸소 습득을 하는 거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거다.

    “그래도 이걸로 저처럼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구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지.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하고.”

    무조건 그렇게 만들 거다. 그게 어른의 일이니 말이다.

    당장 수능에 대한 걸 바꿀 순 없어도 가정폭력에 대한 건 많은 부분 고칠 수 있을 거다.

    “아마 김선우 특별법이란 게 재정될 수도 있을걸?”

    “으아. 그, 그건 좀…….”

    종혁은 몸부림치는 선우는 따뜻하게 바라봤다.

    선우는 볼을 붉히며 밥을 먹다 숟가락을 멈춘다.

    딱딱하게 굳어지는 그의 낯빛.

    “저…… 아저씨.”

    “응?”

    “엄마는 어떻게 됐어요?”

    “……오향숙 씨?”

    종혁은 오향숙을 떠올리며 씁쓸히 웃었다.

    * * *

    “아들이…… 내 아들이…….”

    여성계의 유치장 안.

    오향숙이 멍하니 천장을 보며 입술을 달싹인다.

    그녀의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침.

    “어이구. 완전히 정신을 놨네.”

    “그럴 수밖에 없죠.”

    아들이 자신을 죽일 뻔한 것도 모자라 눈앞에서 투신을 했다. 정신이 온전한 게 말이 안 됐다.

    “하. 저런 여자는 깜빵에서 푹 썩어야 하는데.”

    “저것도 천벌 아니겠습니까?”

    “에이. 그놈의 대학이 뭔지.”

    여성계 경찰들은 혀를 차다 몸을 돌렸고, 오향숙은 그런 그들을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다 다시 천장을 본다.

    “아들…… 선우야…….”

    -꺄르르!

    어디선가 들리는 웃음소리.

    고개를 아래로 내린 오향숙이 환하게 웃는다.

    어느새 품에 안겨 있는 갓난아이, 선우.

    “어이구. 웃었어요. 우르르, 까꿍!”

    오향숙은 선우를 꼭 끌어안으며 다독였다.

    엄마랑 평생 살자. 이렇게 웃으며 살자.

    우리 행복하자.

    오향숙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 * *

    “……비록 참담한 행위를 저지르려 했더라도 그만두려고 한 정황이 명확하고, 오랜 학대로 인한 정당방위였음이 인정되며, 피고 역시 깊게 반성하고 있기에…….”

    잠시 말을 멈춘 판사가 피고석에 서 있는 선우를 응시한다.

    얼굴과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선우.

    “피고.”

    “네! 네, 판사님!”

    “앞으로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 말하고 살아요. 피고 김선우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땅땅땅!

    “와아아아!”

    이번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시민들이 벌떡 일어나 법원의 결단에 환호를 하고, 맥이 탁 풀린 선우가 피고석에 주저앉는다.

    그렇게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재판이, 기소부터 판결까지 불과 열흘도 걸리지 않은 재판이 막을 내렸다.

    뚜벅! 뚜벅!

    “자유인이 된 소감이 어때?”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고 따뜻한 햇살에 미소를 짓던 선우가 종혁의 질문에 짓궂게 웃는다.

    “다신 교도소에 안 들어갈 거예요.”

    “그건 당연한 거고, 인마.”

    콩!

    “윽!”

    종혁은 머리를 문지르며 울상을 짓는 선우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 뭐 할래?”

    이 길로 서울에 있는 행복의 쉼터로 향할 선우. 그곳에 살며 서울의 명문고로 통학을 할 것이다.

    이제 뭐든 해도 된다.

    “으음…….”

    어렵다. 평생의 목표였던 대학과 수능에 대한 압박에서 해방되자 뭘 할지 모르겠다.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던 선우가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치며 종혁을 본다.

    “아! 치킨과 피자를 먹고 싶어요!”

    “치킨과 피자?”

    “네! 저만 따뜻한 걸 못 먹었잖아요! 사 주세요!”

    “……이놈 봐라? 야, 맡겨 놨냐?”

    “왜요! 사 주세요!”

    “뻔뻔해지기까지? 그래! 가자, 가!”

    종혁은 선우의 머리를 헤집으며 걸음을 옮겼다.

    다시 살아갈 의지를 가진 선우를 위해 무엇인들 못해 줄까.

    둘은 목포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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