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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77화 (77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77화>

이건 배신이다.

자신은 아들을 위해 이렇게 헌신을 하고 있는데, 아들은 저딴 걸 보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하지만 목포고 학생들이 쳐다보고 있다.

“아…… 아…….”

애써 웃은 오향숙이 선우에게 다가간다.

“이건 뭐니, 아들? 처음 보는 건데?”

“비, 빌린 거예요! 가, 같은 반 치, 친구에게!”

선우는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대, 대학교 축제 영상이라고요! 내, 내가 갈 수도 있는 대학이니까!”

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그러니? 친구 누구?”

“그, 그냥 같은 반 친구예요! 이, 이거 전자사전도 되는 거라서 시, 신기해서 빌렸어요! 죄송해요!”

“전자사전?”

그렇게 생기긴 했다.

신기하다는 듯 바라본 것도 잠시.

“아들, 엄마랑 집에 갈까?”

“으응?”

“가자.”

여긴 너무 장소가 좋지 못하다.

오향숙은 선우의 손을 잡아끌며 택시를 잡아탔다.

평소엔 부담돼서 탈 수 없는 택시.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오향숙은 택시에 오르자마자 전자사전을 뺏었다.

-FOREVER!

짜악!

거칠게 전자사전을 닫은 오향숙이 선우의 뺨을 후려친다.

“네가 정신이 있니, 없니! 이딴 곳은 인생 패배자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몇 번 말해-!”

무슨 대학교 축제를 이렇게 화려하게 한단 말인가. 이건 그냥 놀자 대학생들이 다니는 놀자 대학교다.

이딴 대학교의 축제 영상을 봤다는 것 자체부터 자신에 대한 배신이었다.

“뭐? 네가 갈 수도 있는 대학이라고?! 네가 어떻게 내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짜악! 짝! 짝!

“아이고, 어머님!”

멈칫!

“어머. 놀라셨죠. 제 아들이 허튼 곳에 정신을 팔아서요. 실례를 끼쳤다면 죄송합니다.”

“……어이구. 그래도 훈육이 너무 과하시네. 적당히 하세요. 애들이 얼마나 섬세한데.”

“호호. 죄송합니다.”

오향숙은 선우를 노려보곤 화를 삼켰고, 선우는 고개를 숙인 채 바들바들 떨었다.

‘아니에요. 그런 대학교 아니라고요.’

한국대학교와 더불어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다. 그런 대학교의 축제 영상이다.

공부를 잘하는 형, 누나들이 노는 것도 잘하는 것뿐이다.

선우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공포에 질려 떠는 사이 택시는 어느덧 선우가 다니는 학원 앞에 섰다.

스윽! 움찔!

볼에 닿는 어머니의 꺼끌꺼끌한 손에 선우가 반사적으로 물러선다.

그럼에도 오향숙은 놀라지 않고 한 발 다가서며 선우의 부어오른 뺨을 쓰다듬는다. 그녀의 눈에서 애정이 넘친다.

“선우야, 엄마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행동인 거 알지? 우리 선우, 한국대 법대 가야지? 의대 가야지?”

‘법대는 사라졌다고요.’

한국대에 이제 법대는 없다. 몇 년 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법대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의대는 이과다. 문과인 자신이 갈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그런 것도 모른 채 그저 법대, 의대만 외치는 어머니.

“이건 엄마가 보관하고 있다가 내일 줄 테니까, 내일 그 같은 반 학생에게 가져다주렴. 알았지?”

“……네.”

‘네’ 말고, 허락되는 답이 없는 물음.

오향숙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집으로 향했고, 선우는 그런 어머니를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이며 학원으로 들어갔다.

맑아졌던 마음속의 하늘이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흐려졌다.

“아들.”

학원에서 돌아온 선우를 오향숙이 반긴다.

움찔!

“……네, 엄마.”

선우는 이런 어머니의 미소가 어떨 때 짓는 것인지 알고 있다.

그의 낯빛이 검게 물든다.

“그럼 이제 벌을 받아야지?”

감히 한눈을 판 벌을.

탁! 탁!

선우는 오향숙에 손에 들려 다른 손바닥을 치는 장구채에 눈을 감으며 바지를 벗었다.

“이게 다 널 위해서란다.”

짜아악!

* * *

목포로 향하는 차 안.

종혁의 표정이 가라앉아 있다.

‘별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어젯밤 목포고를 찾아간 오향숙.

흥신소 직원의 보고에 따르면 선우가 공포에 질린 것 같다고 했다. 볼도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고 했다.

맞은 거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선우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자사전을 뺏겼다고 했다.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답한 선우.

“쯧.”

자신이 준 전자사전이 이런 상황을 불러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은 종혁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지.’

전자사전으로 전화를 걸지 않은 게.

그때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떠오른 종혁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목적지에 차를 세운다.

끼이익!

종혁의 차 뒤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네 대의 리무진 버스.

그 안에서 신안경찰서 경찰들과 그 가족들이 내린다.

와글와글. 왁자지껄!

“엄마! 엄마! 체육관!”

“그래, 체육관이네?”

“어이구. 거 얼마나 이동했다고 몸이 찌뿌둥한 겨?”

“목포는 오랜만이네.”

“하긴, 웬만한 건 신안에 다 있지?”

미리 예약을 해 놓으면 영업을 종료하지 않는 신안의 식당들. 그렇다 보니 웬만해선 목포로 잘 나오지 않게 된다.

젊은 경찰들은 주말이나 비번마다 목포에 나가는 것 같지만 말이다.

타지에서 신안경찰서로 발령을 받은 유부남, 유부녀들은 모두 틈이 날 때마다 가족들부터 찾는다. 가까운 거리라면 아예 그 지역에서 출퇴근을 하는 경찰들도 있다.

이윽고 목포실내체육관의 주차장으로 차량들이 도착한다.

웅성웅성!

종혁이 함필성에게 다가간다.

“오느라 수고했어.”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데요, 뭘. 여기 이분들이 오늘 출전할 선수들인가 보네요.”

오늘 걸린 상품이 상품이라서 그런지 다들 전의가 엄청나다.

“그렇지. 인사해.”

“반갑습니다. 신안서장 최종혁 총경입니다.”

“아이고. 거리도 얼마 안 되는데 이제야 인사를 올리네요잉. 목포서 생안계장 조두호입니다.”

종혁 인사를 청하는 생활안전계장을 보며 눈을 빛낸다. 오늘 이 자리를 만들게 한 주역이기 때문이다.

목포서에서 생활안전계장만 무려 10년이나 도맡아 한 그. 참 배울 게 많을 터였다.

그건 생안계장도 마찬가지다.

“지는 뭐 봐주기 하는 거 딱 질색인디…….”

“그거 우연이네요. 저도 게임은 정정당당하게 하는 게 원칙이라서요. 우리 페어플레이 합시다.”

“여그서 일어나는 일은 여그서 푸는 걸로?”

“딱 여기를 나서면 다 잊는 걸로.”

목포서 생안계장은 씩 웃으며 돌아섰고, 종혁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호승심이 강하네.’

가끔 저런 타입들이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저런 타입은 뒤끝이 없기 때문이다.

이후 목포서 경찰들도 묘한 눈빛을 지으며 종혁에게 악수를 청한다.

고작 30살의 나이에 경찰서장이 된 종혁. 당연히 신기할 수밖에 없다.

“그럼 들어가시죠.”

그렇게 그들은 목포실내체육관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입을 떡 벌렸다.

“땅콩 있어요!”

“버터구이 오징어와 맥주 있습니다!”

“모두 무료입니다! 그냥 손만 들어 주세요!”

종혁은 경악해 쳐다보는 목포서 경찰들과 함필성을 향해 푸근히 웃어 줬다.

“이런 축제에 주전부리와 술이 빠지면 안 되잖습니까.”

신안서 경찰들은 ‘너흰 이런 서장 없지?’라며 어깨를 거만하게 폈다.

목포서 경찰들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 * *

“여보, 파이팅!”

“아빠, 이겨-!”

1등 상품이 숙소까지 포함된 5박 6일 동남아 여행권이다, 가족이 몇 명이든 다 갈 수 있는. 그것도 종합 우승 MVP가 아닌 각 종목 1등 상품이 말이다.

2등 상품은 무려 5백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

그 외에도 상금이 넘쳐 난다.

가족들까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할 수밖에 없었고, 목포실내체육관은 겨울임이 무성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종혁도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홀짝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쯧.”

울컥울컥 생각나는 선우.

종혁의 표정이 살짝 흐트러진다.

“최 서장은 참가 안 하나?”

“제가요? 어이구.”

종혁이 손을 젓는다.

자신이 참가하면 모든 종목 1등은 신안서 차지다. 비록 목적은 따로 있다지만, 두 경찰서 간의 화합을 위해 만든 자리를 망칠 순 없었다.

“호오. 자신 넘치는걸?”

“이 피지컬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리고 딱히 제가 나설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현재까지 스코어는 2:1. 오늘 준비된 7개의 게임 중 3게임을 치렀고, 그중 신안서가 2개의 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오히려 목포서에서 와일드카드를 써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함필성의 미간이 좁혀진다.

“……지금까지야 몸풀기지. 이후 종목들부터 기대하라고.”

“다들 그렇게 말하죠.”

“흠. 그나저나 경기에 참가하는 것도 아니라면 다른 이유 때문인가 보군.”

종혁이 심란해하며 응원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말이다.

몸을 굳혔던 종혁은 머리를 긁었다.

“좀 신경 쓰이는 학생이 있어서 말입니다.”

“……김선우 학생이라고 했던가?”

함필성이 선우를 기억할 줄 몰랐던 종혁은 살짝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학생 말입니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 같더군요.”

움찔!

“저런…….”

배우자나 자식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가정폭력.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이러한 가정폭력이 일찍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피해자를 보호, 지원하는 제도를 비롯해 가해자를 적극 제재하는 법률이 조성됐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법률은 존재했지만 이를 안일하게 생각하고 대처하여 피해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가정폭력 가해자를 미온하게 처벌하고, 이것이 결국 피해자들이 자신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신고 자체를 두려워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는 배우자 간의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보호자와 자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했다.

“결국 그 아이가 적극적으로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 경찰이 개입할 수도 없으니 난처하겠군.”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하면 행복의 쉼터를 소개해 줄까도 생각하고는 있지만…….”

“흠. 확실히 행복의 쉼터라면 그 학생을 보호할 순 있겠지.”

가출한 청소년에 대한 절대적인 보호권을 지니고 있는 행복의 쉼터.

한 번 품에 들어온 청소년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절대 부모에게 인계하지 않는 행복의 쉼터라면 선우를 보호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알잖아. 그렇게 부모, 자식의 연을 끊어 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거.”

교육의 방법이 잘못됐을 뿐, 오향숙이 아들 선우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일 터였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두 사람을 갈라놓기만 한다면, 두 사람은 영원히 서로를 오해한 채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선 선우가 혼자서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시간을 만들어 줄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잠시만, 조금만 더 오향숙에게 떨어져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그런 시간을 보내며, 선우의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

“흠. 아, 이렇게 해 보면 어떻겠나? 아니, 그 전에 그 학생의 성적이 어떻게 되지?”

“전국에서 900등 안에 드는 수재입니다.”

“좋군. 그럼 이렇게 하지. 내가 순천고 교장과 친분이 있어서 그런데…….”

목포고에 버금가는, 아니 일부는 더 위에 있다고 말하는 전남의 명문고인 순천고.

‘맞아. 함 서장님이 순천고 출신이셨지.’

종혁은 이어진 함필성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호오.”

“물론 예산은 자네 주머니에서 나와야겠지.”

“푸핫! 저를 너무 정확하게 파악하신 거 아닙니까?”

“기본이지.”

종혁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런 돈이라면 아깝지 않죠.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함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녀오겠습니다.”

현관문을 닫은 선우가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그러나 그가 누르는 건 1층이 아니라 3층.

띵!

3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선우는 엘리베이터 옆 소화전을 열어젖힌다.

“……다행이다.”

선우가 종혁이 준 전자사전을 꺼낸다.

역시 여기다 숨긴 게 최고인 것 같다.

정말 전자사전을 돌려준 건지 그날 가방과 옷을 검사했던 엄마.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혹시 몰라 숨겨 뒀던 선우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입가에 미소가 그린 선우가 절뚝이며 계단을 내려가 학교로 향한다.

“너 요새 그거 맨날 본다?”

“아, 응.”

옆자리 짝꿍의 말에 선우가 슬그머니 전자사전을 숨기고, 짝꿍은 더럽고 치사해서 안 본다고 툴툴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쉬는 시간.

교실이 살짝 소란스러워진다.

그러나 선우는 오직 축제 영상만 응시한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드르륵!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담임선생님.

학생들 대부분이 의아해한다.

“차, 차렷! 경례!”

“됐어. 아침에 인사했는데 무슨. 그보다 다들 준비됐지?”

“네?”

웅성웅성.

뜬금없는 말에 학생들이 당황하자 담임선생도 당황한다.

“어? 내가 말 안 했나?”

“뭐, 뭘요?”

“오늘 시험 치른다고…….”

“예에?!”

덜커덩! 우당탕!

선우도 기겁하며 담임선생님을 보고, 그는 난처해하며 머리를 긁는다.

“선배들에게도 못 들은 거야? 이런……. 이야, 이거 미안하다. 내가 말한다고 해 놓고 깜빡했나 보네.”

“그,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맞아요, 쌤!”

너무도 갑작스런 시험.

당연히 학생들은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조용! 조용!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시험이 아니니까 모두 조용히 해!”

학생들이 입을 다물자 담임선생님은 애써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연다.

“선배들에게 들은 사람도 있을 거고, 못 들은 사람도 있을 테지만, 우리 목포고는 3학년이 되면 매달 시험을 치른다.”

모두 수능을 위해서다.

연습은 실전처럼. 매달 시험을 치러 보며 수능에 대한 압박감을 덜어 주려는 행위.

일종의 예방 주사다.

“그리고 맛보기 겸 3학년으로 진급하는 2학년도 1월부터 시험을 치른다.”

다음 달 중순에 치러지는 반 배치고사 이전에 치르는 맛보기 시험.

“그런 의미의 시험이고, 또 생기부에도 기록되지 않는 시험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평소 실력대로 치르면 되는 거니까.”

“그, 그래도…….”

“이건 이 선생님이 잘못한 거니까 오늘 시험 끝나면 음료수 쏜다! 이럼 됐지? 자, 얼른 시험지들 가져가! 그리고 이따가 전달 사항 있으니까 시험 모두 끝나도 가지 말고!”

학생들은 당황하며 시험지를 뒤로 넘겼고, 시험지를 받아 든 선우의 눈은 흔들렸다.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지만, 그래도 시험은 시험.

여태까지 시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선우의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진다.

‘어, 어떡하지?’

띵동댕동!

그렇게 시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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