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74화 (77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74화>

일진 양아치들을 팬 것 정도는 전화 정도로도 충분히 무마할 일이다. 그것이 설령 체대 진학을 앞둔 양아치의 선수 생명을 끊어 버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함필성 역시도 그런 놈들은 미래가 어떻게 되든 단호하게 대처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

심지어 도진태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이제 졸업식만 남겨 둔, 이제 사회적으로 성인으로 불리는 20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였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어리니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놈들이 자라 강력 범죄자가 되는 법이었다.

그리고 함필성이 판단한 종혁 역시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부류였다.

후룩!

“아, 이 집 맛있네요.”

“……그랬군.”

함필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있었다.

목포경찰서와 신안경찰서, 두 경찰서의 단합 대회. 아직 그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이 후배에게 노하우 좀 알려 주십시오.”

“노하우?”

종혁은 의아해하는 함필성에게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걸 말했고, 함필성은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핫!”

무릎을 치며 웃던 함필성이 미소를 짓는다.

“이래서 경찰 개혁의 선봉이자 참모가 될 수 있었군.”

“칭찬 감사합니다.”

함필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 어떤 경찰이 경찰 지원율 상승을 위해 그런 막대한 사비를 내놓을까. 종혁은 나이를 떠나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었다.

“자네 같은 경찰이 열 명만 더 있어도 이 나라가, 우리 조직이 보다 더 좋아질 텐데…….”

“아닙니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건 눈앞에 있는 함필성도 마찬가지다. 그가 경찰 조직을 위해 해 온 헌신을 생각하면 자신은 감히 명함조차 내밀 수 없다.

그가 형사였던 시절 사건을 해결하다 칼에 찔린 것만 16번. 그중 4번은 생사를 오가는 중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경찰을 관두지 않고 지금까지도 헌신을 하고 있다.

또한 검거한 살인범의 숫자가 무려 11명, 강간범의 숫자가 37명, 납치범의 숫자가 4명, 그 외 지금까지 검거한 범인의 숫자가 무려 2674명.

그는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지금처럼 CCTV가 없었던 시절에도, 경찰서들 간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던 시절에도 오직 열정만으로 수많은 범죄자들을 잡아 처넣으며 이 나라의 치안에 이바지하신 분들이 말입니다.”

그런 경찰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경찰이 있을 수 있는 거다.

자신이 여태까지 해 온 것은 그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쌓은 초석에 건물을 올린 것뿐이다.

게다가 사촌 동생이 치안감, 경찰의 고위 간부임에도 나태해지지 않고 초심을 유지한 함필성.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큼. 내 생안계장에게 말해 놓지.”

됐다.

종혁이 테이블 아래로 내린 주먹을 불끈 쥔다.

“하하. 감사합니다. 드시죠. 참 맛있습니다.”

“그런데…….”

종혁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명분이 좀 모자라단 말이지?”

쏠 테면 더 쏘라는 말에 종혁이 얼굴을 구긴다.

“이런 성격이신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흐흐. 나도 한 경찰서의 수장인데, 빼먹을 수 있을 때 확실히 빼먹어야지.”

그래야 부하 직원들에게 보다 더 두둑하게 나눠 줄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 그래야 생안계장을 비롯해, 한 식구가 된 지 얼마 안 된 각 부서의 장들을 확실히 설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단합 대회는 어디까지나 경찰서 전체의 축제일 뿐이었다.

“목포에서 강연을 좀 해 줘야겠어.”

“제가요?”

“현재 우리 경찰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아.”

경찰 조직의 역사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최속의 성공신화를 써 가는 종혁.

순진한 학생들을 꼬드기기에 종혁보다 더 좋은 교보재는 없었다.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선우와 자연스럽게 접촉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종혁.

뜬금없이 찾아가 그날 잘 들어갔냐, 별일은 없었냐고 묻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자연스러울 것 같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늘부터 학원 앞에 마중 나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쿵!

“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아들!”

환하게 웃으며 배웅하는 오향숙을 뒤로한 채 집을 나선 선우가 가슴을 친다.

퍼억!

갑자기 숨이 막힌다.

학교로 가는 시간, 그리고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유일하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시간 중 절반이 줄어들었다.

귀가 먹먹해지며 눈에 비치는 형상들이 흐릿해진다.

퍼억!

“끕! 끄흐읍!”

오랜만에 찾아온 공황 발작.

하지만 선우는 익숙하다는 듯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하지 않고 가슴만 친다.

퍼억! 퍽!

“크허억!”

한참을 주저앉아 가슴을 치던 선우.

숨통이 트이자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 낸 선우가 힘이 풀린 다리를 이끌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새벽 6시 30분, 이른 시간이건만 출근을 위해 움직이는 차량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저 차에 치여 죽으면 그땐 울어 주실까?’

아직도 기억이 난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엄마는 하염없이 울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그러니 이만 일어나라고.

그렇게 울며 몇 번이나 기절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엄마가 운 걸 본 적이 없다.

“아빠랑 똑같은 모습으로 죽으면 후회해 줄 거예요?”

아파트를 바라보며 공허하게 중얼거린 선우는 이내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말했지만 알고 있다.

자신은 죽을 수 없다는 걸. 죽음은 무섭다는 걸.

평소보다 더 우울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웅성웅성.

7시가 되자 목포고의 정문 안으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들어간다.

예전에 폐지된 0교시조차 시작하지 않을 시간이건만, 이미 기숙사 학생들은 일어나 공부를 할 시간이기에 학생들은 어둠을 헤치며 걸음을 옮긴다.

강제 아닌 강제.

7시 30분까지 등교를 하지 않으면 생활기록부에 불이익이 생기기에 그들은 졸음을 쫓으며 학교로 향한다.

선우도 단어장을 읽으며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턱!

“아, 미안.”

누군가에 부딪치자 반사적으로 말하던 선우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굳는다.

일진들이다.

등교를 하던 학생들도 힐끔거린다.

“야.”

“으, 응.”

어제의 일 때문인가.

‘제발 나 좀 놔줘! 내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

눈을 질끈 감은 선우가 그렇게 속으로 외친다.

다시 귀가 먹먹해지고, 숨통이 옥죄어진다.

“미안하다.”

“응?”

“우리가 잘못한 게 있으면 미안하다고.”

“씨발. 존나리 안 미안한데, 미안해. 아니, 그냥 미안.”

“어?”

“아무튼 우린 사과했다. 나중에 딴소리하면 정말 죽는다. 하아암.”

“씨발. 진태 그 새끼들 때문에 이게 뭔 짓이야.”

“어쩌겠어. 맞아 뒤지지 않으려면 해야지. 이따가 물어본다잖아.”

일진들은 하품을 하며 등굣길을 벗어났고, 선우는 그런 일진들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뭐…… 지?”

분명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다.

고개를 저은 선우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딴 것에 신경을 쓸 여유 따윈 없었다.

그렇게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온 학생들이 문제집과 참고서를 펼쳐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음에 씁쓸하게 웃은 선우가 욱신거리는 볼을 만지며 자리에 앉는다.

‘뭘 기대한 거야.’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인생을 바치는 아이들이다.

공부를 할 때는 딱 공부만.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오향숙이 준 따뜻한 차로 몸을 녹인 선우는 문제집을 꺼내 들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늦어도 사흘에 한 권.

그가 풀어야 할 문제집의 숫자였다. 그것도 한 과목당 한 권이었다.

띵동댕동! 스르륵!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그래, 다들 아침은 먹었냐!”

“네!”

“오늘도 존나게 추운 아침이다. 다들 불알들은 멀쩡하지?”

“하하하.”

이른 아침부터 공부를 하느라 경직된 학생들의 얼굴에 잠깐의 여유가 서린다.

“어디 보자. 올 놈들은 다 온 것 같고…… 안 온 놈 없지?”

“네!”

“그래. 너희도 곧 3학년, 수험생이잖아. 자기 성적, 자기 내신은 알아서 잘 챙기자.”

이런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3학년이 되면 선생들의 개입은 한없이 줄어들게 된다.

이미 수년을 노력해 온 학생들. 이젠 알아서 잘 해낼 시기고, 또 잘해야 할 시기다.

그런 학생들을 쥐 잡듯 잡았다간 안 그래도 힘든 수험생 스트레스가 폭발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무사히 수능을 치르고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바로 수험반 선생의 역할.

그저 아이들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 주는 것만 하며 빠르게 조례를 마무리 지은 담임이 아차 하며 다시 입을 연다.

“이번 주 금요일에 강연이 있다.”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진로에 대한 강의다.

“어디 보자……. 우리 반에서 누가 경찰대를 지원하고 있지?”

담임의 질문에 두 개의 손이 올라온다.

“이번에 강연을 해 주실 강연자가 경찰대 출신의 경찰 간부시라니까 너희에게 도움이 되겠지?”

“오!”

“와아!”

“이건 이미 진로를 정했거나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특정 직업을 정한 채 그 길만 걸어왔다고 하더라도 한순간에 뒤집어지는 게 이 나이의 학생들이다. 진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이었다.

“이미 원서 접수를 마친 선배들도 참석할 거니까 이번 강연을 통해 너희들의 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상 조례 끝.”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오늘도 열심히 공부해라!”

선우는 교실을 나서는 담임을 바라보다 다시 문제집에 시선을 돌렸다.

그의 목표는, 아니 어머니의 목표는 한국대.

강연 따위에 신경 쓸 정신 따윈 없었다.

그건 이미 진로를 정한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 * *

금요일이 되자 목포고가 약간 어수선해진다.

종혁의 약력이 소개되어서다.

국가대표 최연소 코치이자 무제한급 세계 랭킹 1위의 유도 영웅이었음에도 정당한 실력으로 경찰대학교에 입학한 종혁.

어떤 의미에선 한국대의 여타 학과들보다 더 들어가기 힘든 경찰대학교.

하나도 힘든 일을 두 개나 쟁취해 낸 인물이다.

그것도 모자라 겨우 31살에 총경, 일반 기업으로 치면 부장급의 임원이었다.

수많은 정치인을 비롯한 여러 유명 인사들이 졸업한 목포고.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들 중에서도 이토록 빠른 승진 가도를 달린 이는 없다 보니 학생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목포고가 유도를 필수 체육으로 지정한 곳이다 보니 더욱 그랬다.

웅성웅성.

히터가 빵빵하게 틀어진 체육관에 학생들이 모여든다.

담임들이 말한 것처럼 졸업식만 앞둔 선배들도 자리를 차지한다.

“후.”

‘이럴 시간에 문제 하나 더 봐야 하는…… 아니구나.’

지긋지긋하고 괴로운 공부.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다. 우중충했던 선우의 얼굴에 햇살처럼 따듯한 온기가 돈다.

선우는 챙겨 온 단어장을 내려놓으며 잠시 눈을 감는다.

단상에 올라선 교감이 뭐라고 하던 듣지 않고 잠시의 휴식을 취한다.

그때였다.

짜아아악!

늘어지는 분위기를 일깨우는 쩌렁쩌렁한 박수 소리.

선우뿐만 아니라 선우처럼 휴식을 취하던 학생들이 놀라 단상을 본다.

그리고…….

“어?”

-모두 반갑습니다. 현재 신안경찰서에서 서장을 맡고 있는 최종혁 총경입니다.

‘뭐, 뭐야. 그 사람이 저 아저씨였어?’

선우는 이 놀라운 우연에 눈을 껌뻑였고, 종혁은 그런 선우를 빤히 응시했다.

‘김선우 학생.’

선우와 종혁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 * *

며칠 전에 봤을 때보다 약간은 밝은 낯빛.

‘많이 혼나지 않은 건가.’

간혹 그런 부모가 있다.

분명 자식이 피해자임에도 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냐며 오히려 자식을 다그치는 부모가.

다행히 선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선을 돌린 종혁이 목포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둘러본다.

십대답게 맑고 당당한 눈빛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젊어지는 기분이다.

“어우. 이거 잡아먹히겠네요.”

“하하하.”

종혁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어때 보여요? 아저씨 같죠?”

“네!”

“아저씨 맞는데요!”

“12년 후 너희 모습입니다, 짜샤들아. 니들은 아저씨가 안 될 것 같습니까?”

“하하하하하!”

“안 될 건데요-!”

“선생님, 이 자랑스런 목포고에 숫자 계산을 못하는 친구가 있나 보네요. 아니, 자기가 피터팬처럼 늙지 않는다는 망상에 빠진 친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속한 정신 감정 부탁드립니다.”

다시 웃음이 터진다.

종혁도 학생들의 긴장이 풀린 것 같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네!”

“아니요!”

“모르면 그냥 들어요. 그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푸하하하!”

“내 이름은 방금 소개했듯 최종혁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부모님 세대나 삼촌 세대들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 봤을 이름일 겁니다. 계급은 총경. 경찰대학교를 졸업한다면 평균 25년 정도 후에 달 수 있는 계급입니다.”

경찰대학교에 입학해 의경 소대장으로서 복무까지 모두 포함한 시간.

“물론, 치열한 경쟁을 이겨 내야 할 테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순경 출신들보다는 수월하게 차지할 수 있죠.”

웅성웅성!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에 학생들은 의아함을 표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25년이라면, 눈앞의 종혁은 사십대여야만 했는데 아무리 봐도 사십대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종혁은 학생들을 향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 내가 잘났다는 소립니다.”

“푸핫!”

“아하하하!”

“그리고 여러분도 저처럼 될 수 있고요.”

체육관이 조용해진다.

이른 나이의 성공. 학생들의 열의에 불이 지펴진다.

종혁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강연에 들어가기 앞서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혹시 여기에 편부모 가정인 학생이 있나요?”

제법 많은 수의 학생들이 쭈뼛거리며 손을 든다. 선우도 마찬가지다.

본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머뭇거리는 모습에 가슴이 아려 온다.

종혁은 선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그랬습니다.”

종혁이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몫까지 대신해 아들을 키우기 위해 희생을 하신 어머니 고정숙.

종혁의 강연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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