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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66화 (76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66화>

쾅!

“빌어먹을!”

새벽녘, 서울 북창동의 어느 유흥주점.

마치 도둑처럼 은밀히 모인 감석파를 비롯해 강남범동방파와 연합을 한 조직의 보스들이 테이블을 내려친다.

점차 좁혀 오는 경찰의 포위망 탓에 이곳까지 오는 길이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던 그들.

그들은 경찰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수행 조직원들을 최소화한 채 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서야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심지어 평소보다 꽤 많이 비어 있는 빈자리.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보스들은 죄다 경찰에 잡혀간 것이다.

“이놈의 짭새 새끼들이 왜 이렇게 빨라!”

인천, 군산, 부산 등 대한민국의 항구란 항구엔 죄다 경찰들이 깔려 있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해양 경찰까지 합세해 해양 순찰을 빡세게 돌고 있다. 밀항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평생 어딘가에 숨어 벌벌 떨며 지낼 수도 없는 노릇.

외통수였다.

그들의 원망 어린 시선이 오정훈에게로 향한다.

“약쟁이들을 끌어들이다니…… 이 미친 새끼!”

“대체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인 거야!”

지금 경찰이 평소답지 않게 미친놈들처럼 날뛰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오정훈이 약쟁이들까지 끌어들여 방화를 저지르고, 일반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힌 탓이다.

그들로선 당연히 오정훈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 일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오정훈은 깔끔하게 사과를 했다. 물론 가슴속에선 아니꼬움과 분노가 활활 타오르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에 대해선 제가 가져가야 할 지분 양도 등 충분한 보답을 하겠으니, 선배님들께서도 이만 노여움을 푸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보답이 문제야!”

조직이 날아갔다.

모든 걸 다 잃게 생겼는데 지금 이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오정훈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훗날 다 되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움찔!

맞는 말이다.

이번 경찰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도시가 무주공산이 될 터.

다행히 이번에 화를 피한 조직들이라 할지라도 한동안 경찰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을 테니 감히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진 못할 것이다.

자신들만 경찰에 붙잡히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돌아와 조직을 재건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제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오정훈의 말에 보스들은 언제 길길이 날뛰었냐는 듯 헛기침을 한다.

“크흠.”

“어흠.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야? 밀항 루트를 뚫었으니 사이좋게 손잡고 넘어가자는 건 아닐 테고.”

지금이야 이렇게 연합을 하고 있다지만, 이건 일시적인 동맹에 불과했다.

지금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잠시 손을 잡은 것일 뿐, 또 다른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인간들이 바로 여기에 모인 인간들이었다.

이런 이들과 그 비좁은 밀항선에 함께 오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동방파와 그 산하 조직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훗날 다시 돌아와 조직을 재건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범동방파와 그 산하 조직들도 마찬가지인 상황.

결국 그들과의 싸움은 계속 이어질 테고, 그렇다면 상황은 나아지는 게 없었다.

“예. 그러니 갈 땐 가더라도 고경철은 잡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오정훈이 서류 하나를 테이블 중앙에 내려놓는다.

“범동방파가 아무도 몰래 진행하고 있던 사업입니다.”

“이게 뭔…… 커헉?!”

“뭔데…… 헉!”

오정훈은 경악하는 보스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곧 고경철이 다른 산하 조직 보스들과 함께 이곳에 들른다고 합니다.”

“……한국을 뜨기 전에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겠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카지노 호텔이라면, 이 정도 돈줄이라면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관리는 해야 될 일이다.

오정훈은 씩 웃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빠지시겠습니까, 아니면 함께 이 카지노 지분을 나눠 드시겠습니까?”

“……빌어먹을.”

지금 상황에서 안위를 지키겠다고 빠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노른자는 다른 놈들에게 다 뺏기고, 쭉정이만 얻게 될 거다.

“하지만 고경철을 잡는다 쳐도, 시간을 지체해서 경찰들이 들이닥치면 어떻게 하려고?”

움찔!

현재 그들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존재인 경찰.

오정훈과 다른 조직들의 낯빛이 가라앉는다.

“그러니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죠.”

“안전장치?”

오정훈이 핸드폰을 든다.

“예, 검사님. 접니다.”

오정훈의 뒷배 중 한 명.

보스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허헛.”

“허.”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는 보스들.

그에 오정훈이 의아해한다.

“왜들 그러십니까? 친한 검사 한 명 없는 분들처럼?”

그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보스들의 웃음이 실소로 바뀐다.

검찰이 현장을 통제하며 경찰에 엿을 먹일 때, 경찰들이 이 외국인 카지노로 달려올 때 자신들은 밀항선을 타고 한국을 뜨는 거다.

아주 훌륭한 계획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잠시.”

-회, 회장님!

오정훈은 주먹을 불끈 쥐며 몸을 일으킨다.

“가시죠. 고경철이 떴답니다.”

* * *

싸늘한 바람이 부는 새벽.

해가 어스름히 떠오를 때, 서울 외곽의 커다란 공사장으로 일단의 차량들이 들어선다.

끼이익! 치이익!

버스와 승합차에서 내리는 수백 명의 사람.

찰칵! 화르륵!

담배에 불을 붙인 고경철이 건설 현장과 그 주변을 둘러본다.

‘서늘하군.’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마치 한껏 벌린 범의 아가리 안에 있는 듯한 불길한 느낌.

주변이 고요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크구마잉.”

광주의 전국구 조직, 선양OB파 보스가 호텔 건물의 층수를 센다.

무려 25층 규모의 초대형 호텔.

“저거뿐만 아니라 이 주변까지 모두 뒤짚어엎는다고?”

“예. 테마 타운을 형성한다더군요.”

그 규모가 거의 아파트 단지 크기다.

그래서 이 주변이 조용한 것이고, 주변 건물들 공사도 날이 풀리면 진행된다고 한다.

그런 고경철의 말에 범동방파와 연합한 조직의 보스들이 혀를 내두른다.

“현몽준 그 양반을 물었다더니…….”

“대선엔 출마하지 않으려고 그러나?”

“대선에 나갈 때쯤 되면 그 어떤 의혹이 있어도 다 무마시킬 수 있잖습니까.”

“오정훈이 이 새끼는 대체 돈을 얼마나 번 거야?”

오정훈이 가지는 이 카지노와 테마 타운의 지분이 얼마일까. 그것이 곧 자신들의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그들의 몸에 전율이 내달린다.

그건 고경철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새 연장들을 모두 움켜쥔 조직원들을 둘러본 고경철은 입을 열었다.

“그럼 움직이시죠.”

오정훈이 도착하기 전에 함정을 파야 했다.

“오케이! 야! 너흰 지하로 내려가!”

“너흰 2층으로 계단으로! 그놈의 새끼들 들어오면 버스로 입구 막을 테니까 계단에서 대기하고 있어!”

“예, 회장님!”

우르르! 조직원들이 움직이자 고경철도 발을 뗀다.

“그럼 저희도 움직이시죠.”

그들 역시도 호텔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뚜벅! 뚜벅!

발을 내디딜 때마다 피어오르는 시멘트 먼지.

‘후우.’

고경철이 흩어지는 입김을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춥다. 1월 한겨울이라 추운 건 당연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춥다.

아무래도 오늘이 지나면 몇 년간 한국 땅을 밟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어떻게 꼭대기까지 올라가? 아님 이쯤에서 기다릴까?”

멈칫!

“……이쯤에서 기다리죠.”

마음 같아선 25층 꼭대기까지 올라가 전경을 둘러보고 싶지만 그래서는 늦는다.

그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옆의 출입구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섬뜩!

푸욱!

‘커억!’

뒷목의 솜털이 쭈뼛 솟더니 배를 파고든 뜨거운 무언가.

고경철의 두 눈이 어느새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사내와 그 너머를 바라본다.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정훈과 오정훈에게 들러붙은 조직의 보스들.

‘대, 대체 어떻게?’

다른 조직의 보스들과 함께 모여 있는 상황에서 오정훈이 막 출발할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받고 다급히 달려왔다.

그런데 오정훈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함정이었다. 오정훈이 준비한 함정이었다.

“이 개새끼가-!”

쩌어억!

배를 찌른 놈의 손목을 움켜쥔 고경철은 그대로 놈의 얼굴을 후려쳤고, 오정훈은 튕겨 나오는 조직원에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그 순간 아래층에서도 함성 소리가 들린다.

“고 회장! 야, 이 씨발 새끼들아-!”

“하, 함정이다!”

“다 죽여-!”

“우와아아아아!”

수백 명의 깡패가 서로를 향해 칼과 연장을 휘둘렀다.

* * *

“우와아아아아!”

귀를 때리는 함성 소리에 건설 현장 주변의 건물 2층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종혁이 일어선다.

찰칵!

담배를 무는 그에게 불을 권하는 정용진.

“이 재개발 지역이 M 컴퍼니 소유라고요.”

M-컴퍼니의 회장, 종배수에 대해선 정용진도 잘 안다.

고작해야 아리랑치기 조직의 두목이었던 하찮은 인간.

그런 놈이 언젠가부터 숙박과 식품 그 외 여러 사업에 뛰어들더니 결국 이런 거대 테마 타운을 지을 정도의 거물이 됐다.

고작해야 10년도 안 된 기간 만에.

‘그게 가능했던 건 아마…….’

정용진의 시선이 종혁에게로 향한다.

“필리핀에서 재미를 봤는지 이런 걸 짓겠다더군요.”

신안뿐만 아니라 전국 대도시에 진출을 하는 와중에도 이런 걸 짓겠다고 한 종배수.

그래서 그러라고 하며 돈을 보태 줬고, 결국 해냈다.

이것이 모두 지어진다면 M 컴퍼니는 호텔 신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호텔 기업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게 될 것이다.

“햐. 종배수 이 새끼, 진짜 성공했네. 아니, 이젠 이 새끼라고도 부를 수 없나? 여하튼 나중에 여기다 치킨집 하나 차리면 대박이겠다. 경무관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음. 확실히.”

다른 경찰들도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이자 종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과장님, 그리고 관리관님.”

“왜?”

“제가 진지하게 충고하는데, 나중에 퇴직하고 사업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다 퇴직금 싹 다 날려 먹겠습니다.”

“야, 너 지금 치킨집 무시하냐? 치킨집이 말이야, 대한민국에서 가장 점포가 많은 업종이야! 그게 무슨 말이겠냐!”

“레드 오션이란 뜻이죠. 하루에 10곳이 창업을 하면 그중 7곳이 망하는. 그리고 M 컴퍼니 계열사들이 죄다 들어올 텐데, 단순한 치킨집으로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움찔!

“그냥 대출 받아서 건물이나 사세요. 저평가된 꼬마 빌딩들이 널리고 널린 판에 치킨집은 무슨…….”

“……추천해 줄 수 있겠냐? 일단 한 4억까지는 어떻게 끌어모을 수 있는데.”

정용진도 종혁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종혁은 다른 경찰들마저도 간절한 시선을 보내자 고개를 젓는다.

“그런 건 나중에 하시고…….”

“우와아아아악!”

“다 죽여! 죽어, 이 새끼야!”

“이만 가시죠. 저러다 저 새끼들 다 죽겠습니다.”

“……어우. 그럴까? 관리관님, 출동 명령 내리시죠?”

“알겠습니다.”

눈빛이 서늘히 가라앉은 정용진이 무전기를 든다.

“특수본 본부장 정용진입니다. 전 대원, 현장으로 달려.”

“충-! 성-!”

우르르루루루!

그들이 있는 건물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 주변의 모든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천 명의 경찰.

본청, 서울경찰청, 경기경찰청, 인천경찰청에서 끌어모은 수천 병력이 건설 현장을 향해 달려간다.

투다다다다다다!

저 멀리 하늘에서 경찰 헬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만 가시죠.”

오싹!

종혁의 그 말에 모두의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드디어다. 드디어 이 땅에서, 내가 사랑하고 지켜야 할 대한민국에서 깡패들을 뿌리 뽑는 순간이다.

흥분이 그들의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클. 그래, 가야지. 거기 기자 양반들도 잘 찍어 주시고!”

“거, 걱정 마십쇼!”

뚜벅 뚜벅!

그들이 흉흉하게 웃으며 거리를 가로지른다.

“야, 그런데 그 검사 새끼들은 어떻게 됐냐?”

오정훈과 고경철이 부른 안전장치들.

“들어올 수나 있겠습니까? 쟤들이 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변을 싹 다 봉쇄시켰는데?”

반경 150미터의 모든 길목을 차단했다.

검찰총장, 아니 검찰 총장 할아비라도 이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쯤 전국 지방 경찰청들이 지방의 전국구 조직들과 마약 밀매 조직들을 향한 검거 작전에 들어갔을 터.

“그럼 이제 저놈들만 끝내면 이 나라가 보다 더 깨끗해진다는 거네.”

경찰 병력 포위에 어느새 싸움을 멈추고 주춤거리는 깡패들.

“캬! 정말 이날이 오긴 오는구나!”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언제 또 올지 몰랐던 순간.

드디어 이 땅에서, 그동안 권력자들에게 빌붙어 이 나라를 어지럽히던 기생충들을 뿌리 뽑는 순간.

물론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보다 깨끗해질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율이 치솟은 종혁의 시선이 저 위 경악하는 고경철과 오정훈들에게로 향한다.

‘이따가 보자, 새끼들아.’

콰드득!

종혁의 주먹이 쥐어지는 순간 김종두도 삼단봉을 빼 들며 이를 드러낸다.

“흐흐. 다들 뭐합니까! 밥상 차려졌잖아! 싹 다 죽여-!”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콰득!

땅을 강하게 박차며 달려 나간 종혁이 허둥지둥하는 피투성이 깡패를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뒈져, 새끼야.”

꽈앙!

사람이 그 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경찰의 대규모 검거 작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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