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65화>
청와대 건물을 나선 종혁과 김종두, 정용진과 장희락 경찰청장이 서로를 본다.
찰칵! 치이익!
“우린 참 좋은 대통령님을 모시고 있는 것 같군.”
‘능력이 있으신 분이긴 하지.’
사업가 출신이라 그런지 세계 무역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등 경제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박명후 대통령.
‘그러나 그 외에는 딱히…….’
종혁은 그를 딱히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희락의 말을 부정하는 건 아니었다.
박명후 대통령 역시 이 나라의 국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대통령이었다. 이런 대통령이 있다는 건 참 축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종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배를 문 장희락 경찰청장이 눈빛을 가라앉힌다.
“계획은?”
경찰이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게 되면 놈들은 곧 몸을 빼 버릴 거다. 아무리 눈이 돌아가 서로를 쑤시고, 업장을 불태워도 조직에 큰 타격을 입는다면 분명 서로 협상을 할 것이다.
그리고 주동자로 꾸민 조직원들을 경찰에 내놓고, 중요 간부나 보스들은 해외로 잠시 뜨는 등 몸을 피할 거다.
그리고 그들에게 돈과 인력을 받아 처먹는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 들 거다.
그러면 놈들은 서울을 발칵 뒤집어 놓고도 아무런 타격 없이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찰로서 그 꼴을 볼 수 있을까.
어떻게든 끝까지 쫓아가 모두 검거해야 됐다.
“세상살이가 마음처럼,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는 건 다들 알지?”
장희락의 말에 종혁과 정용진, 김종두의 눈빛이 가라앉는다.
“계획이 있습니다.”
장희락이 정용진을 본다.
눈빛이 한없이 가라앉은 그.
대통령의 허락이 떨어졌기에 실현이 가능해진 계획이 하나 있다.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강남범동방파와 범동방파뿐만 아니라 이 사태에 참여한 모든 조직을 일거에 쓸어 담을 수 있는 계획이.
“하지만 이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선 청장님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병력은 얼마든지 이용해도…….”
말을 하던 장희락이 입을 다문다.
“설마 정보국?”
“예, 그렇습니다.”
쿵!
경찰의 비밀기관인 본청 정보국.
어쩌면 국정원보다 더 비밀스러운 기관이며, 경찰청장이라고 해도 이들에게 강압적으로 명령을 내릴 수 없다.
물론 그들 역시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 이다 보니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지만, 사이가 나쁘다면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말해 봐.”
정용진은 종혁, 김종두와 세운 계획에 대해 말했고, 장희락 경찰청장이 눈을 부릅떴다.
“그래서 정보국을…….”
장희락의 눈이 종혁에게로 향한다.
국정원, CIA, SVR이란 단어가 그의 머릿속을 스치지만, 이내 털어 내 버린다.
자신은 대한민국의 경찰이고, 또 대한민국 경찰의 수장이다. 언제까지고 외부의 힘을 빌릴 순 없었다.
그리고 경찰 내부의 힘으로 해결을 해야 그 온전한 과실을 취할 수 있을 터.
장고 끝에 결단을 내린 장희락이 주먹을 꽉 쥔다.
“가능하겠어?”
“장소는 여기 최 서장이 제공해 주기로 했습니다.”
종혁이 장희락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좋아. 알았어. 그대로 진행해.”
종혁의 입이 주욱 찢어진다.
할 땐 참 잘해 주는 양반이었다.
“충! 성!”
종혁과 정용진 김종두는 대국적인 결단을 내린 자신들의 수장을 향해 존경의 마음을 담아 경례를 했다.
* * *
-……현 사태는 이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준테러 사태로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은 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조속한 시일 내에 현 사태를 종결시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길 경찰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준테러? 대통령의 강한 워딩. 그 의도는?
대한민국은 테러 청정국! 테러란 단어는 함부로 쓸 게 아니다!
하다하다 군부 독재로 돌아가려고 하나!
안기부와 삼청교육대 부활? 국민들의 반응은?
국민의 43%, 대통령 발언에 지지! 밤이 무서워요!
대통령 지지율 62% 돌파!
박명후 대통령의 물타기? 4대강부터 복구시켜라!
장희락 경찰청장, 범죄와의 전쟁 선포!
경례를 하는 경찰들! 기대한다, 경찰!
대한민국이 뒤집혔다.
* * *
“하아암!”
늦은 오후의 어느 조립식 주택.
몸에 문신이 가득한 한 사내가 남자들이 가득 누워 있는 방에서 걸어 나오며 기지개를 켠다.
몸 여기저기에 반창고를 붙이고, 붕대를 감은 그.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들이켠 그가 거친 소리를 내뱉는다.
“크아아! 후우우.”
찬물로 몸을 깨우자마자 한숨을 내뱉는 그.
그럴 수밖에 없다.
이쪽의 업장을 불태운 강남범동방파, 강남범동방파와 연합한 조직들. 그리고…….
“개새끼들. 감히 건달들의 신성한 전쟁에 약쟁이 새끼들을 끌어들여?”
건달이라도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마약쟁이들.
이미 유대춘 회장님을 죽였을 때부터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놈들이지만, 이젠 무조건 죽여야 할 놈들이다.
“씨발 새끼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이 개새끼들아.”
숫자로는 이쪽도 밀리지 않는다.
전국의 전국구 조직들을 끌어들인 고경철 회장님.
유대춘 회장님의 뒤를 이어 새로이 자신들의 수장이 된 고경철 회장님.
그분을 믿고 따르면 강남범동방파와 놈들과 연합한 조직들, 마약 조직들 따윈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이기면…… 흐흐.’
자신들 행동대에도 업장 두 개 정도는 내려지지 않을까.
그는 희망으로 가득한 꿈을 꿔 본다.
“드르렁!”
“크르렁!”
“씨벌. 존나 세상 편하게 자네.”
서로 엉켜 세상 편히 자고 있는 같은 숙소 동료들을 보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먹을 것이 없나 다시 냉장고를 뒤졌다.
쿵쿵쿵!
“응?”
갑자기 두드려지는 현관문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뜬 그.
갑자기 뒷목에 소름이 돋는다.
쿵쿵쿵!
다시 두들겨지는 문에 사내는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 조직원들을 깨운다.
“으으. 뭐야…….”
“쉿 하십시오, 형님.”
현관을 가리키는 사내의 행동에 몽롱하던 정신들이 번쩍 깨어난다.
‘설마?’
끄덕.
“이 개새끼들이 여길 어떻게 알고…… 다들 연장 들어.”
스릉! 승!
그들이 벤 베개 아래서 칼들이 들려져 나온다.
그 순간이었다.
쾅! 쾅!
문을 부술 듯 때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것도 잠시.
그들은 전신에 살의를 깨우며 현관문 쪽을 향해 조심히 다가갔다.
그런 그들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끼긱! 끼긱! 끼긱!
얇은 무언가가 현관문 틈 사이를 파고들어 긁는 소리.
직후 현관문이 강제로 열린다.
“죽어-!”
젖혀져 열리는 현관문을 향해 몸을 날리던 범동방파 조직원은 드러나는 사람들에 눈을 크게 떴다.
시꺼먼 의상에 아이실드가 내려온 헬멧, 그리고 앞으로 세워진 방패.
‘짜, 짭새?’
콰앙!
멈추지 못하고 방패를 찌른 조직원이 방패에 미끄러진 칼날을 훑어 버린 손을 잡고 무너진다.
“끄아악!”
조직원이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지만 다른 조직원들은 그것을 신경 쓸 수조차 없었다.
“하, 이 새끼들. 뭐 훔쳐 갈 거 있다고 문을 잠가 놔. 니들이 자취하는 여대생이냐?”
방패를 세운 전경들을 헤치며 나온 형사들.
“어떻게 처맞고 갈래, 아니면 순순히 수갑 찰래?”
“……씨발! 다들 튀어!”
범동방파 조직원들은 그대로 몸을 돌려 창문으로 달려가고, 형사들은 얼굴을 엄하게 구겼다.
“저 새끼들 잡아-!”
무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며 경찰의 신속한 대처를 명했다.
그동안 보고 있을 수만 없었던 이 사회의 해충들을 박멸할 기회. 단 한 놈이라도 놓칠 수 없었다.
형사들은 눈을 뒤집으며 깡패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아!”
범죄와의, 아니 이 나라의 정부와 경찰이 깡패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 * *
-이러면 곤란합니다, 오 회장.
벌써 조직원 30명이 잡혀 들어갔다.
대체 어떻게 안 것인지, 모텔을 예비 숙소로 쓰고 있는 조직원들을 급습해 검거했다.
심지어 서울 외곽에 만들어 놨던 대마 재배 공장 한 곳까지 경찰이 급습을 했다.
“미안합니다. 그 피해는 제가 보상해 드릴 테니…….”
-우린 이쯤에서 빠지도록 하겠습니다.
쿵!
“자, 잠시만요, 김 회장님! 이건 약속과 다르지 않습니까! 공급할 약의 가격을 낮출 테니……!”
-이러다간 우리가 문 닫을 판이라. 그럼 수고하세요.
“김 회장님! 김 회장님! 김도겸, 이 개새끼야!”
쾅!
속절없이 끊긴 전화에 테이블을 내려친 오정훈이 부들부들 떤다.
벌써 몇 번째 전화인지 모른다. 발을 빼겠다는 전화가.
“이래서 약쟁이들을 믿지 말아야 하는 건데…….”
빠드득!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 발신자를 확인한 오정훈이 이를 악문다.
이번엔 감석파의 보스.
아예 핸드폰 배터리를 빼 버린 오정훈은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문다.
찰칵! 찰칵!
“대체 왜!”
이렇게 빠르단 말인가.
너무도 빨리 움직인 경찰.
그리고 너무도 강력하게 경고하는 정부.
본청뿐만 아니라 서울경찰청과 경기경찰청까지 움직였다. 소문을 들어 보니 이 전쟁에 참여한 지방의 조직들도 지방 경찰청이 움직여 검거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한민국 전체가 자신들을 족치기 위해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벌써 자신들 강남범동방파의 조직원들은 70퍼센트 이상 잡혀 들어간 상황.
범동방파의 급습과 그 이전에 연합해 쳐들어온 조직들과의 항쟁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조직원들까지 모조리 검거됐다.
알아보니 자상이나 강한 타박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 들어오면 무조건 경찰에 연락이 가게끔 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결국 피신을 해야 하는 건가…….”
유대춘까지 죽인 상황에서 말이다.
그동안 본 손해가 눈앞을 아른거리자 오정훈은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 아까운 건 고경철을 죽이지 못한 점이다.
고경철 외에는 이렇다 할 우두머리 깜냥이 없는 범동방파.
고경철 그놈만 정리하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 조직으로서 대한민국 어둠에서 군림할 수 있는데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아니, 고경철만 죽일 수 있다면 혹여 몇 년간 도피해 있다고 해도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
이번 경찰의 선포로 인해 범동방파 역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테니 말이다.
범동방파에 가담한 전국구 조직들도 타격이 클 테니, 해외로 도피해 힘을 기른 자신을 막아 낼 순 없을 것이다.
너무도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고경철 이놈의 위치만 알면 되는데…… 쯧.”
똑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며 삼십대 후반의 사내가 들어온다.
“주 이사가 무슨 일이야? 박 전무는?”
“박 전무가 어제부터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회장님. 아무래도…….”
“어, 언제부터?”
“어젯밤 가지고 올 게 있다며 잠시 집에 들른다고 하신 이후부터입니다.”
쾅!
오정훈이 다시 테이블을 후려친다.
“결국 박 전무도 당한 건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을 리 없었다.
“주 이사, 미안하지만 박 전무가 피신할 만한 곳 모두 뒤져 보고, 아니라면 시체라도 찾아.”
거의 강남범동방파의 창설부터 함께한 박 전무. 상황이 이렇다고 한들 장례 정도는 치러 줘야 했다.
“예, 회장님!”
허리를 깊이 숙이며 돌아서던 주 이사가 아차 하며 다시 오정훈을 본다.
“왜?”
“저 그게 말입니다, 회장님.”
“뭔데? 성질 돋우지 말고 빨리 말해!”
“고, 고경철 위치를 알 것 같아서 말입니다!”
“……뭐?”
잠시 멍해 있던 오정훈이 벌떡 일어난다.
“어떻게? 어디야!”
“그게…….”
범동방파, 아니 유대춘이 비밀리에 공을 들이고 있던 사업이 있다고 한다. 유대춘이 와병 중 직접 챙겼다는 사업이.
“유대춘 큰형님, 아니 그 양반이?”
“예. 유대춘이 그동안 쌓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추진한 사업인데…….”
그것도 다른 조직들도 모르게 추진한 사업이다.
“외국인 카지노 호텔입니다.”
오싹!
전신에서 전율과 소름이 돋는다.
말도 안 된다. 지금이 80년도도 아닌데, 어떻게 건달이 호텔, 그것도 카지노 호텔을 추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어!’
그 유대춘이다.
그동안 수없이 쌓은 인맥을 동원하며 그동안 먹인 뇌물 장부를 들고 협박을 했다면, 그 돈을 받아 처먹은 권력가들도 어쩔 수 없이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 이곳입니다.”
“서, 서울 한복판이라고?!”
‘미친!’
정확히는 서울 한복판이 아니라 서울 외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울은 서울. 서울에 외국인 카지노 호텔이 들어서는 거다.
“조사해 본 결과, 실제로 이 장소에 5성급 호텔이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고경철이 이곳의 지분도 담보로 잡으며 전국구 조직들을 끌어들인 것 같습니다.”
이 전쟁이 끝난 후 나눠 먹을 전리품에 외국인 카지노 호텔의 지분도 올린 것 같다는 말에 오정훈은 무릎을 쳤다.
‘그래! 이 정도면 말이 되지!’
점점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남으로 인해 외국인 카지노 수익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던가. 몇 년 뒤에는 한 카지노에서만 수천억의 매출이 발생할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새끼손톱만 한 지분이라고 해도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거기다 근처 CCTV를 싹 다 뒤져 본 결과, 고경철의 차량이 이곳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습니다.”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 공사 현장에 들른 것으로 파악된다.
“고경철이 유대춘의 명령을 받아 직접 챙긴 거였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고경철이 해외로 뜨기 전에 이곳에 올 수 있다!’
오정훈 자신처럼 경찰의 수배를 받은 고경철.
해외로 떠날 때 떠나더라도 한 번은 반드시 들릴 터.
‘일단 확인부터 해 봐야겠지만…….’
그의 눈이 흉흉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한편 범동방파의 어느 아지트.
고경철이 입을 떡 벌린다.
“외, 외국인 전용 카지노?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예. 그런 것 같습니다, 회장님.”
“대체 오정훈 이놈이 어떤 줄을 쥐고 있기에…….”
“아무래도 현몽준 당대표인 것 같습니다.”
“뭣?!”
이미 예전부터 그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차기 대통령이 유력시되는 현몽준 당대표.
“조사해 본 결과,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이 공사 현장에 들른다고 합니다.”
“……하! 그렇겠지!”
기회다.
경찰과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인해 몸을 피해야 될 위기에 처한 고경철.
하지만 유대춘을 죽인 오정훈의 목을 따지 않고 피신을 한다면 훗날 범동방파의 재기는 꿈도 꿀 수 없는데, 때마침 기회가 왔다.
“알았어. 나가 봐.”
고경철이 범동방파의 간부를 향해 손을 젓는다.
분명 기회다.
하지만 확인도 하지 않고 달려들 순 없었다. 이것이 자신을 치기 위한 오정훈의 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헛?! 이분은?’
발신자를 확인한 고경철은 다급히 손을 저었고, 간부가 나가자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날세. 권회수.
“예, 어르신!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흠. 날 기억하고 있나 보구만.
“돌아가신 회장님의 장례식에도 참석해 주셨는데 어찌 기억을 하지 못하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도 기억을 할 수밖에 없다.
한때 밤의 제왕이라 불렸던 권회수. 대한민국 사채업자의 전설인 분이다.
-흘흘. 뒷방 늙은이를 기억해 줘서 고맙네. 내가 이렇게 연락한 건 다름이 아니라 강남범동방파 때문일세. 어차피 자네 입장에서야 오정훈이 그 천둥벌거숭이를 어떻게 하지 않고선 피신을 할 수 없을 테지?
움찔!
“……혹시 외국인 카지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르신?”
-흘흘. 알고 있다니 이야기가 빠르겠구만. 그거 나한테 파시게. 값은 넉넉하게 쳐주지.
‘진짜였구나!’
고경철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아지트를 나선 간부가 얼른 자신의 타에 올라타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확실히 전했습니다. 이걸로 난 빼 주는 겁니다.”
-다음에 또 보지.
“다음은 무슨! 이 말만 전하면 그쪽이 가지고 있는 범죄 증거들을 싹 다 없애 준다며!”
달칵!
“여보세요! 여보세요-!”
확답을 듣지 못한 그는 운전대를 치며 분통을 터트리다 이내 한숨을 내뱉는다.
“정보국 이 개새끼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어쩌다 같은 식구를 배신하게 된 걸까.
하지만 이대로 검거되면 영영 교도소를 나오지 못할 판이다. 그만큼 저지른 죄가 많은 그.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큰형님.”
일생을 몸 바쳐 지켜 온 범동방파를 무너트릴 계획에 한 손을 보탰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후회는 없었다.
간부는 이를 악물며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