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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64화 (76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64화>

    짜악!

    도우미 아가씨들의 홀복이 널려 있는 작은 대기실.

    긴 생머리의 여성의 고개가 돌아간다.

    그녀의 뺨을 날린 서른 살의 마담이 입술을 비튼다.

    “도망을 칠 거였으면 해외로 튀지 그랬니, 이년아.”

    “마, 마담 언니! 살려 주세요! 다신 도망치지 않을 테니……!”

    콱!

    “악!”

    머리채가 잡힌 여성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마담이 눈을 번들거린다.

    “야, 이년아. 내가 너 같은 년 한두 번 봤는 줄 아니?”

    지금이야 이렇게 싹싹 빌지만, 또 일하는 게 힘들어지면 도망을 칠 거다.

    “저, 정말이에요! 정말 믿어 주세요!”

    “흥!”

    마담은 옆 테이블에서 차용증을 꺼내 흔들며 화사하게 웃는다. 무려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이 써진 차용증.

    “아니야. 도망쳐도 돼. 대신 너 이번에도 도망치면 이걸 경덕이 삼촌한테 넘길 거란 것만 알면 돼. 너도 알지, 경덕이 삼촌?”

    “히익!”

    빚을 갚지 못한 여자들을 섬이나 배에 팔아 버린다는 경덕이 삼촌. 범동방파 산하 조직의 두목이다.

    “자, 잘못…… 악!”

    “일할 준비나 해.”

    잡은 머리채를 집어 던지듯 놓으며 대기실을 나선 마담은 등 뒤에서 들리는 울먹이는 소리에 입술을 이죽거렸다.

    “쌍년.”

    이래서 대책 없이 빚만 만드는 년들은 싹 다 팔다리 잘라다 창녀촌에 팔아 버려야 했다.

    딸랑!

    “마담! 오랜만!”

    “어머! 왜 요즘 왜 이렇게들 뜸하셨어요!”

    마담이 재빨리 걸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회사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1월이잖아, 1월.”

    “1월이라고 바쁘고, 2월이라고 바쁘고요?”

    “회사원이 다 그렇지, 뭐. 아가씨 있지?”

    “예전에 파트너였던 초희를 불러 드릴까요?”

    “초희 출근했어? 어이구, 그럼 나야 좋지. 너희도 좋지?”

    “예, 과장님!”

    “얘들도 예쁜 아가씨로!”

    “네! 우리 가게에서 제일 예쁜 아가씨들로 넣어 드릴게요.”

    “으하핫! 그럼 땡큐! 아, 그런데 괜찮아? 요새 좀 흉흉하던데.”

    깡패들끼리 피바람을 일으킨다고 세상이 삭막해졌다.

    “어휴. 그럼요. 저흰 그런 사람들과 상관없는 곳이에요. 걱정 마시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그럼 다행이고! 술이랑 아가씨 바로 넣어 줘!”

    “네!”

    회사원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마담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지워진다.

    “누가 여길 건드리겠어?”

    이곳은 범동방파가 관리하는 업소 중 하나.

    그렇기에 이곳 사무실에는 범동방파의 조직원들이 상주해 있었고, 자신의 남자친구도 그중 한 명이었다.

    건달을 남자친구로 둔 게 벌써 10년. 그녀도 이젠 반건달이었다.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거야?”

    그런데 며칠 전부터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남자친구도 말이다.

    “장례식장에서도 연락은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심지어 어제가 장례식 마지막 날이었는데, 아직도 연락을 받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술을 처마셨길래…… 쯧쯧.”

    아마 술에 만취해서 뻗어 자고 있으리라 생각한 그녀는 혀를 차곤 몸을 돌렸다.

    “나 담배 좀 피우고 올게.”

    “예, 사장님.”

    혀를 찬 마담이 담배를 챙겨 들며 가게를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딸랑!

    문이 열리며 네 명의 남성들이 들어온다.

    허름한 옷차림에 코를 찌르는 시큼한 땀 냄새.

    게다가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핸드폰과 자신을 번갈아 본다.

    “킁! 맞는 것, 킁! 같지?”

    “어, 어. 마, 맞네.”

    오싹!

    “어머! 어서 오…….”

    푸욱!

    “어?”

    마담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간다.

    복부에 박혀 있는 식칼 한 자루.

    ‘이게 왜 여기에 있지?’

    당황해 칼을 움켜쥐려던 그녀의 손이 뒤로 빼지는 칼에 의해 허사로 돌아간다.

    그리고…….

    푹푹푹푹!

    기계적으로 배를 찌르는 칼날.

    온몸을 뒤흔드는 끔찍한 고통과 이 현실 같지 않은 현실에 마담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찌르는 사람들을 본다.

    그제야 그들의 얼굴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하나같이 흐리멍덩한 눈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팔자 주름의 얼굴들. 그리고 시큼한 땀 냄새.

    알겠다.

    갑자기 나타나 난데없이 자신을 찌르는 이 미친 새끼들이 누군지.

    ‘약쟁이들…….’

    건달인 남자친구, 아니 건달들도 꺼려 한다는 약쟁이들이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이 개새끼들아……. 아파. 아프다고…….”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고개가 꺾인다.

    푹푹푹푹…….

    “킁. 야. 그만. 죽었어.”

    “벌써? 에이. 킁!”

    쿠웅!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한 팔을 풀자 그녀의 몸이 차디찬 대리석 바닥 위로 쓰러진다.

    그리고 바닥에 번지는 시뻘건 핏물들.

    “……으, 으아아아악!”

    “꺄아아아악!”

    한 박자 늦게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일견한 약쟁이들은 서로를 봤다.

    “이다음이 뭐였지?”

    “아! 불태우랬어!”

    “맞아! 그랬지?”

    그들은 들고 온 커다란 가방에서 기름과 신나가 담긴 통을 꺼내어 이곳저곳에 뿌리기 시작했다.

    퐁!

    “자! 불 들어갑니다! 파이어 인 더 홀!”

    타악! 화르르르르!

    “부, 불이야-!”

    “불이야!”

    “이, 이쪽으로! 이쪽으로-!”

    가게 뒷문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본 약쟁이들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우리도 튀자!”

    “으헤헤헤헤! 약이다, 약!”

    이것만 하면 약을 준다고 했다. 언제나 행복해지게 만드는 약을.

    폴짝폴짝 뛰며 가게를 나서던 그들을 향해 큰 고함 소리가 들린다.

    “저 새끼들 잡아-!”

    “씨발! 이 미친 새끼들!”

    그들을 덮치듯 달려드는 사내들, 아니 형사들.

    눈을 동그랗게 뜬 약쟁이들이 다급히 몸을 날린다.

    “튀어!”

    “씨발! 짭새들이 왜 이렇게 빨라!”

    “야 이 개새끼들아! 거기 안 서!”

    “야, 너 119부터 전화하고, 저거 불부터 꺼!”

    “예!”

    거리가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 * *

    불타 버린 유흥업소와 성인오락실! 추정 피해액 500억 이상!

    도를 넘은 깡패들의 전쟁! 경찰은 무얼 하고 있나!

    피! 피! 피! 피에 물든 서울!

    일반인 피해자 발생! 두려움에 떠는 시민들!

    쾅!

    거의 모든 병력이 출동을 나간 특수본 본부.

    밤사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진이 빠진 경찰들이, 겨우 현장을 수습하고 돌아온 경찰들이 책상을 치며 몸을 부들부들 떤다.

    밤사이 발생한 끔찍한 참변.

    기사 머리말처럼 서울이 피로 물들었다.

    “이 개새끼들!”

    이 깡패 새끼들이 결국 선을 넘었다.

    지들끼리 찌르고 쑤시는 걸로 끝낸다면 알 바가 아니었으나, 일반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힌 것이다.

    “최 서장.”

    정용진의 가라앉은 목소리로 종혁을 부른다.

    어젯밤 어떤 전화를 받고 오더니 쪽잠을 자던 경찰들까지 모두 깨우다 못해 본청 전체에 비상을 걸었던 종혁.

    만약 종혁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어젯밤 이것과 비교할 수도 없는 참사가 벌어졌을 거다.

    그렇기에 물어보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다.

    ‘대체 이 정보는 어떻게 안 겁니까?’

    가장 물어보고 싶은 건 바로 이것이었다.

    ‘SVR입니까? 아니면 CIA? 국정원?’

    그런 정용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혁은 CCTV 영상을 캡쳐한 사진 수십 장을 내려놓는다.

    유흥주점과 성인오락실을 불태우고 뛰쳐나오는 놈들이 찍힌 사진들.

    “약쟁이들입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범동방파의 업장들을 불태운 놈들을 붙잡아 조사해 보니, 하나같이 마약에 찌들어 있는 놈들이었다.

    “대체 이 많은 약쟁이들을 어떻게 구한 건지…….”

    “그게 아닙니다. 이 사진들도 보시죠.”

    타악!

    종혁이 또다시 사진 몇 장을 내려놓는다.

    “뭐야?”

    “뭔데?”

    김종두뿐만 아니라 특수본의 경찰들이 몰려와 종혁이 내려놓은 사진들을 살핀다.

    어제, 그리고 오늘 새벽 잡은 약쟁이들이 누군가와 만나고 있는 사진들.

    그러다 한 경찰이 반응을 한다.

    “어, 이 새끼?!”

    수배까지 내려진 유명한 약쟁이다.

    코카인부터 헤로인, 엑스터시 마약이라면 가리지 않고 흡입을 하는 미친놈이다.

    “이 새끼 도경이네 식구일 텐데……?”

    김도경. 마약반 형사가 아니라 일반 형사라도 이름을 알 법한 유명한 마약 조직의 보스다.

    “뭐?! 그, 그럼 이놈들 모두…….”

    “오정훈 이 미친 새끼가 하필!”

    끌어들여도 하필이면 마약 밀매 조직까지 끌어들인단 말인가.

    가까이하다 보면 결국 손을 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바로 마약.

    그런 마약을 수시로 운반하며 판매하는 놈들이니, 조직원들 대부분이 약쟁이인 건 당연한 결과였다.

    문제는 이런 약쟁이들이 정상적이 사고 판단이 불가능한 탓에 다른 깡패들보다 훨씬 잔인하고 막 나가는 놈들이라는 것이다.

    “정말 끝까지 가자는 거야, 뭐야!”

    결국 터져 버린 경찰들의 분노에 종혁이 이를 악문다.

    실책이다. 이건 예상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났다.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게 이놈들을 끌어들이는 거였다니!’

    나탈리아와 헨리가 조사해 준 결과, 놈들은 화교계 마약 밀매 조직으로 확인됐다.

    설마하니 오정훈이 화교계 마약 밀매 조직과도 거래를 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기에, 그런 미친놈들까지 끌어들일 줄은 몰랐기에 어젯밤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미쳐 돌아 버리는 줄 알았다.

    “네가 뭔데 자책을 해? 이런 것까지 네가 어떻게 알고 다 막아?”

    종혁의 표정에서 그 감정을 느낀 것인지 김종두는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와 종혁의 어깨를 다독였고,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빠드드드득!

    “……아니요.”

    아니다.

    알았어야 했다. 예측했어야 했다.

    피해자들 앞에서도 몰랐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경찰에겐 설마란 말은 허용되지 않았다.

    “인마! 네가 뭔 신이라도 돼?!”

    “후. 그래요. 더 피해가 커지는 걸 막는 데만 집중합시다, 최 서장.”

    둘의 위로에 종혁의 고개가 더 숙여지는 순간이었다.

    쾅!

    “정용진 본부장!”

    거칠게 특수본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희락 경찰청장.

    종혁과 정용진, 김종두를 비롯한 경찰들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추, 충성!

    빠악!

    빠르게 다가온 장희락이 정용진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원망 가득한 시선이 종혁에게로도 향한다.

    물론 종혁은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혹여 어떤 잘못이 있다 한들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공을 올렸지만, 피해자들에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수습하겠습니다.”

    “어떻게!”

    “걱정 마십시오. 이미…….”

    띠리링! 띠리링!

    “……잠깐만 기다려.”

    핸드폰을 확인한 장희락이 헛숨을 삼킨다.

    “헉!”

    그건 발신자를 확인한 종혁과 다른 경찰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비서실.

    이 나라 권력의 정점이 분노를 터트린 것이었다.

    * * *

    “후우.”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박명후 대통령이 하얗게 물든 청와대의 정원을 보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어젯밤 서울에서 발생한 끔찍한 참변.

    일어나자마자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그는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쿵쿵!

    “대통령님, 장희락 경찰청장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스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박명후가 몸을 돌린다.

    “충성-!”

    박명후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장희락과 종혁, 정용진과 김종두.

    박명후가 입을 열기 전 장희락이 먼저 선수를 친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시간을 주신다면 곧 사태를 수습하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

    허리를 깊이 숙이는 장희락. 종혁과 정용진, 김종두도 허리를 숙인다.

    “……후우.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니, 일단 앉죠.”

    소파에 앉은 정용진이 장희락을 대신해 간단히 어젯밤 있었던 일을 브리핑한다.

    “그러니까 여러 깡패 조직들이 강남범동방파를 족쳤는데, 강남범동방파의 보스가 범동방파의 보스를 죽인 후에 자신을 족친 깡패 조직들을 규합해 범동방파를 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걸 미리 안 범동방파가 강남범동방파를 선제 타격하자 강남범동방파가 마약 밀매 조직을 끌어들여서 이 난리를 쳤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허어…….”

    잠시 천장을 본 박명후가 이를 악문다.

    “그러니까 이 대한민국의 기생충들이, 어둠 속이 아니면 사람 새끼 취급도 못 받는 개새끼들이 내 나라, 내 소중한 국민들을 다치게 했다는 거군요.”

    이는 준테러라고 말할 수 있는 사태다.

    미간을 좁힌 박명후가 종혁을 바라본다.

    “어젯밤 큰일을 해 줬다 들었습니다.”

    국정원장에게 들었다. SVR과 CIA가 협조 요청을 해 왔다고 말이다.

    “사전에 막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최 서장이 미안할 게 있나요. 다 그 버러지 같은 새끼들이 제 주제를 모르고 날뛴 거죠.”

    이 대한민국에 하등 쓸모가 없는 버러지들.

    박명후이 두 눈에 살의를 채우며 장희락을 본다.

    “일망타진할 수 있겠습니까?”

    단 한 놈도 놓칠 수가 없다.

    “해내도록 하겠습니다!”

    “손이 부족하면 지금 말하세요. 수방사에 협조 요청을 해야 되니까.”

    서울 어디서 이 테러에 버금가는 상황이 또 발생할지 모른다. 국민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막을 수 있다면 군이라도 동원해야 됐다.

    “아닙니다! 저희 경찰이 해낼 수 있습니다!”

    쿵!

    박명후가 테이블을 후려치며 장희락 경찰청장과 종혁, 정용진, 김종두를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그럼 가세요. 가서 이 새끼들을 싹 다 잡으세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설령 그것이 법을 위배하는 것이라도 상관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놈들이 일반인에게 피해를 끼치기 전에 잡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다만, 단 한 놈이라도 놓치면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할 거다.

    그런 대통령의 엄포에 그들의 입이 주욱 찢어진다.

    일어선 그들은 박명후를 향해 다시 경례를 했다.

    “충-! 성-!”

    대통령이 허락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경찰을 움직일 권한이 그들의 손에 쥐어졌다.

    이 대한민국의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기에 어쩔 수 없이 찰 수밖에 없던 고삐가 풀렸다.

    돌아서며 이를 드러내는 넷의 얼굴에 흉흉한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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