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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63화 (763/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63화>

    구우웅!

    해가 어스름히 저물어 가는 오후, 한 대의 어선이 서해를 가로지른다.

    저 멀리 나아가는 순찰선을 향해 손을 휘젓는 어선의 선원들.

    갑판에 가득 쌓인 통발을 던지려는 것인지 모두의 눈에 긴장감이 어린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그들의 눈에 주황색 스티로폼 부표가 들어온다.

    “선장님-! 저기! 저기!”

    희미하게 8이라는 숫자가 적힌 부표.

    키를 잡은 선장이 눈을 희번뜩 뜨며 부표를 향해 배를 몬다.

    그렇게 부표에 가까워지는 순간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긴 갈고리를 든 두 명의 선원이 부표를 찍어 끌어당긴다.

    “힘줘!”

    “으랏챠!”

    힘들게 끌어 올려 양망기에 줄을 거는 그들.

    이윽고 모터가 힘차게 돌아가며 물에 잠긴 밧줄과 통발을 끌어 올린다.

    그렇게 첫 통발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멈춰! 멈춰!”

    순간 멈춘 양망기. 선원들이 다급히 커다란 통발에 달려들며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내 든다.

    투명하고 두꺼운 비닐 속, 은색 테이프로 감긴 사각형의 무언가.

    세 번째 통발까지 확인한 선원들이 선장에게 오케이 신호를 보내고, 선장은 입술을 비틀며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빨갛게 달아오른 불꽃이 어두운 밤을 밝혔다.

    통통통통통!

    어업을 마친 배가 속도를 줄이며 선착장에 도착한다.

    “하나둘!”

    “으랏챠!”

    오늘 수확한 어패류를 땅에 내리는 선원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작은 활어차 한 대가 빠르게 다가와 땅에 내려진 어패류를 싣는다.

    양이 그렇게 많지 않다 보니 금방 실은 오늘의 수확물들.

    뒤늦게 내린 선장이 어깨를 돌리는 선원들을 향해 입을 연다.

    “我先走(나 먼저 간다)!”

    선장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능숙한 중국어.

    선원들도 입술을 비틀며 고개를 숙인다.

    “예, 알겠습니다!”

    “곧 따라가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활어차의 보조석에 올라탄 선장.

    이윽고 운전석에 모자를 눌러쓴 운전사가 올라타고, 선착장을 벗어난 활어차가 고속도로를 올라타 서울로 향한다.

    그런 차가 멈춘 곳은 서울 외곽 한 야산의 공터였다.

    투르릉!

    활어차 뒤로 세워지는 두 대의 승합차.

    그 승합차에서 방금 전 선원들이 내리고, 선장도 활어차에서 내려 담배를 문다.

    ‘올 때가 됐는…….’

    피식!

    “양반은 아니군.”

    그들이 왔던 길을 통해 가까워지는 두 쌍의 불빛.

    이윽고 승합차 두 대가 멈춰 서며 그중 선두의 차에서 오정훈이 내리고, 다른 조직원들도 하차를 한다.

    순간 날이 서는 공기.

    그러나 오정훈은 그런 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 선장 앞에 선다.

    둘 사이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 회장님.”

    “이 선장님.”

    씩 웃으며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어 꽉 마주잡는 그들.

    선장은 뒤의 선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내 해상에서 건져 낸 은색 덩어리들을 가지고 나온다.

    그건 오정훈도 마찬가지다.

    둘 사이에 놓이는 은색 덩어리들과 커다란 캐리어들.

    “오 회장님이 주문한 20킬로요. 의심되면 달아 보시든가.”

    당연하다. 곧 저울을 가져와 무게를 확인한 오정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무게는 확실하군요. 설마하니 수작을 부리진 않으셨을 테고.”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을 걷어찰 정도로 머저리는 아니니 걱정 마시오.”

    서로를 가만히 응시하던 둘은 동시에 피식 웃으며 다시 악수를 한다.

    손을 흔든 선장은 더 이상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 활어차에 몸을 실었고, 선원들도 승합차에 올라타 공터를 빠져나간다.

    그런 그들을 빤히 바라보던 오정훈은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한숨을 내쉰다.

    ‘끝났군.’

    어느새 목 뒷덜미를 따뜻하게 적신 땀. 긴장을 했단 증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수백억이 왔다 갔다 하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거래가 무사히 끝났음에 주먹을 꽉 쥔 오정훈이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납니다. 1시간 후에 그곳에서 봅시다.”

    -그럽시다.

    됐다. 이걸로 든든한 우군까지 확보했다.

    손에 쥐고 있는 이 물건이라면 부모라도 죽일 무법자들.

    오정훈의 두 눈이 흉흉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똑똑똑똑똑!

    이제 막 해가 어스름히 떠오르는 절의 봉안당.

    사람의 머리 하나 겨우 들어갈 공간 안으로 하얀 뼛가루가 담긴 납골함이 들어간다.

    활짝 웃는 유대춘의 사진을 향해 합장을 하며 허리를 숙이는 고경철과 범동방파의 간부들.

    물러나는 스님을 향해서도 숙인 허리를 편 고경철이 애절한 시선을 거두며 간부들을 둘러본다.

    “내가 회장이 되는 것에 불만이 있는 놈들은 지금 말해. 회장님 앞이니 피는 보지 않으마.”

    스윽!

    대답 대신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범동방파의 간부들.

    “그래. 고맙다.”

    흡족히 웃은 고경철이 봉안당을 빠져나간다.

    그러자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아찔한 광경.

    수백 명의 깡패가 그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고경철이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후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전쟁을 벌이기에 딱 좋은 날씨다.

    “시작하자.”

    고경철이 담배를 던지며 걸음을 옮기자, 수백 명의 깡패가 눈을 흉흉하게 뜨며 그 뒤를 따른다.

    * * *

    “하아암.”

    덩치 큰 사내들이 하품을 하며 새벽녘의 거리를 걷는다.

    하얗고 싸늘하게 흩어지는 입김.

    몸을 움츠린 사내들의 전신엔 피로가 가득하다.

    그런 사내들이 향한 곳은 동네의 목욕탕이었다.

    “성인 여섯이요.”

    “……3만 원.”

    카운터 할머니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지만, 사내들 중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계단으로 향하는 사내들의 눈이 카운터 옆 ‘여탕’이라 적힌 문을 바라본다.

    “크. 진짜 저기 한번 들어가 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쭈구렁 할망구의 다 늘어진 젖 보려고?”

    “웩! 그건 좀.”

    킬킬거리며 2층의 남탕으로 향한 남성들이 훌렁훌렁 옷을 벗는다.

    “헉!”

    “으음.”

    이른 새벽부터 목욕탕을 찾은 사람들이 옷을 벗는 사내들을 보며 슬그머니 몸을 돌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내들의 등판에 용, 호랑이, 잉어 등 문신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내 옷을 다 벗은 그들이 목욕탕 안으로 향하자 목욕탕 안에 있던 사람들도 슬그머니 몸을 피한다.

    결국 그들만 남게 된 목욕탕. 그들은 남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욕탕 이곳저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야호!”

    푸웅덩!

    “으아아!”

    밤새 업장을 지키느라 쌓인 피로가 싹 풀려 나간다.

    “어흐으!”

    “으아!”

    따뜻한 물 안에서 노곤하게 풀어지는 그들.

    등판에 잉어와 봉황이 뛰어노는 이십대 후반의 사내가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는 동생들을 본다.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매일같이 한 식탁에 모여 앉아 밥을 나눠 먹으니 그게 식구가 아니면 뭐겠는가.

    동생들을 바라보던 이십대 후반 사내의 눈이 점차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다들 잘 들어.”

    “예, 형님.”

    얼른 늘어진 몸을 추스르며 각을 잡고 앉는 그들.

    “어제 형님이 잠깐 귀띔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곧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

    술렁!

    코끝을 스치는 짙은 피 냄새에 순간 동요했던 그들이 이내 사납게 웃는다.

    “강남범동방파 이 씹새끼들이 드디어 반격에 나선답니까, 형님?”

    “하, 이 좆밥 새끼들이.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고.”

    며칠 전 강남범동방파의 업장 중 하나를 접수한 그들.

    그들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조직에서 강남범동방파의 업장을 빼앗은 상태고, 강남범동방파의 업장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강남범동방파에서 뭔가 제안을 한 거 같은데, 그게 뭔지는 몰라도 어그러졌나 봅니다, 형님.”

    범동방파 유대춘의 장례식이 치러지기 하루 전, 강남범동방파의 보스와 회담을 가진 그들 조직의 보스.

    그들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언제든 달려 나갈 수 있도록 한정식집 인근에서 잔뜩 긴장을 한 채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회담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으며 그대로 숙소로 돌아가게 됐기에, 무언가 협정이 오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듯했다.

    “글쎄…….”

    회담의 결과 좋지 않았다면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라고 했을 거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찌 된 일인지 회장님은 고생했다며 목 좀 축이라며 용돈까지 주셨다. 알아보니 같은 조직의 다른 행동대도 모두 회장님께 보너스를 받았다고 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꼭 뭔 일이 터졌단 말이지…….”

    아니길 간절히 바라지만,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냥 좋게 이야기가 잘 마무리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려나…….”

    고개를 끄덕인 사내는 이내 신경을 끄며 눈을 감는다.

    자신들 같은 말단들은 그냥 위에서 가라면 가고, 누굴 찌르라면 찌르면 되는 거다. 생각은 자신들이 아니라 위에서 하는 것이었다.

    다만 심장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언제든 위의 명령을 재빨리 수행할 수 있도록 긴장을 해야 됐다.

    ‘피는 얼마나 보려나.’

    그렇게 그가 생각에 잠길 때, 그의 눈치를 보던 다른 사내들이 슬그머니 대화를 나눈다.

    “그나저나 오늘이 발인 아니야?”

    “누구? 아, 유대춘 회장님?”

    그들 같은 깡패들에게 있어선 전설 그 자체인 유대춘. 말단이라 감히 장례식에 들를 수도 없어서 아쉬워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그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던 그때였다.

    “혀, 형님!”

    “왜…….”

    눈을 뜬 사내는 목욕탕 입구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목욕탕 안으로 들어오는 검은 정장의 덩치들.

    그들의 손에 쥔 사시미칼이 서늘하게 번들거린다.

    “하, 이 개씹새끼들. 니들이 우리 회장님 제끼고도 무사할 줄 알았냐?”

    “무, 무슨…….”

    “다 죽여!”

    “우와아아아!”

    “마, 막아-!”

    목욕탕이 피로 물들었다.

    * * *

    해가 완전히 뜬 아침.

    서울의 어느 아파트가 부산스럽다.

    졸린 얼굴로 이것저것 챙기는 이십대 여성과 그런 여성을 돕는 오십대 여성.

    그리고 그런 둘을 뚱한 얼굴로 바라보는 삼십대 후반의 남성.

    띵동!

    “왔다! 나가요!”

    이십대 여성이 얼른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여니, 패딩 점퍼를 입은 삼십대 초반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 이 서방!”

    “하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장모님! 그리고…….”

    누군가를 찾는 듯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남성의 모습에 부엌에 앉아 있던 삼십대 후반의 사내가 몸을 일으킨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형님!”

    “아니, 잘 못 잤어. 내 동생을 훔쳐 가는 어떤 도둑놈 때문에. 지가 훔쳐지는데도 저렇게 처웃는 저년 때문에.”

    “아하하.”

    짜악!

    “오빠! 좋은 날이잖아. 얼굴 좀 펴! 말도 곱게 하고! 여기에 있는 조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자기 남편을 두둔하겠다고 등짝을 때리는 여동생이 야속하다.

    배를 쓰다듬으며 조카 공격을 하는 여동생이 참 낯설다.

    “몰라, 이년아.”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그게 쉽게 고쳐질까.

    “다물고 얼른 가기나 해. 그리고 매제.”

    “예, 형님.”

    “이따가도 말할 테지만, 내 동생 눈에 눈물 나면 진짜 죽는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형님! 정말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오빠…….”

    “답지 않게 울지 말고 얼른 가, 이년아.”

    “……씨이. 그럼 이따가 봐. 엄마, 이따가 봐요.”

    “그래. 얼른 가. 늦겠다.”

    “갈게!”

    현관문이 닫히자 삼십대 후반 사내가 주머니를 뒤지며 담배를 찾고, 오십대 여성이 그런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

    “괜찮아?”

    “안 괜찮을 건 뭐예요. 엄마는?”

    “나야 뭐 시원섭섭하지.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 오늘 괜찮겠어? 너 오늘부터 바쁠 거라며.”

    아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강남범동방파라는 곳의 간부인 것도 알고 있는 여성.

    그렇기에 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험하고 위험한 깡패 짓을 하는 아들이라지만, 그래도 그녀에겐 소중한 아들이었다.

    “괜찮아요, 오늘은.”

    유대춘의 발인이 오늘이다. 아마 오늘까진 여유가 있을 거다.

    ‘하지만 내일부턴 전쟁이겠지.’

    설령 범동방파가 움직이더라도 그건 발인까지 모두 끝낸 뒤가 될 터였다.

    “우리도 이제 가죠.”

    “잠깐만. 한복 좀 챙기고. 너도 얼른 정장 입어.”

    “됐어요. 이따가 미용실에서 머리 만지고 입으면 돼.”

    “그래, 알았어.”

    안방으로 간 여성은 이내 곧 고운 한복을 들고 나왔고, 둘은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이따가 울지 말고.”

    “에그. 네가 할 소리야?”

    어려서부터 유독 여동생에게 약했던 아들.

    다른 집 남매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던데, 자신의 아들은 틱틱거리면서도 여동생에게는 항상 져 주었다.

    “건달은 안 울어요.”

    “네, 네. 그러세요. 엄마 죽어도 안 울 거야?”

    “뭔 말을 또 그렇게 해? 한 번만 더 그 말 꺼내 봐요.”

    띵! 스르릉!

    “나 진짜 화낼 거예요. 여기 있어요. 차 가져올 테니까.”

    “알았어. 아들 갔다 와.”

    “쯧.”

    그는 이내 담배를 물며 멀리 세워 둔 차로 향했다.

    “하. 얘가 정말 결혼을 하긴 하는구나.”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나이 차이가 크다 보니 직접 기저귀를 갈아 주고, 젖병도 물려 주었던 여동생.

    꺄꺄 웃으며 손을 뻗던 여동생의 얼굴이 아른거리며 눈을 시큰하게 만든다.

    “에이, 뭔 청승이야. 남들 다 하는 결혼인데.”

    혀를 찬 그가 차에 키를 꽂는 순간이었다.

    뚜벅! 뚜벅!

    양옆에서 들리는 구둣발 소리와 뒷목을 스치는 서늘함에 고개를 돌린 그는 어느새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눈을 질끈 감았다.

    “씨발.”

    푸우욱!

    * * *

    “흩어져 있지 말란 말이야! 한데 뭉쳐 있어!”

    “아무 병원이나 가지 마! 짭새한테 따인다!”

    당했다.

    설마 발인조차 끝내지 않고 이렇게 빨리 움직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아니, 설령 빨리 움직인다 하더라도 유대춘을 죽인 범인이 오정훈 자신이란 것을 이렇게 빨리 특정할 거라곤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놀랍게도 그들은 범동방파를 치기 위해 자신이 끌어들인 조직들까지 모두 급습을 했다.

    “대체 어떻게!”

    어느 한 곳이라도 급습을 피해 갔다면 의심이라도 했을 텐데, 모두 꽤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의심 할 여지는 없었다.

    ‘그럼 누굴까. 대체 어떤 새끼가 불었을까…….’

    유대춘의 별장에서 죽인, 부상을 입히고 데려온 범동방파 조직원의 핸드폰까지 모두 검사했다.

    그쪽에서 새어 나갈 일은 없었고, 또 알았다면 고경철이 먼저 경고를 해 왔을 거다.

    “회장님, 아무래도…… 경찰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뭐?”

    오정훈이 박 전무를 본다.

    “최종혁과 김종두, 정용진이 장례식장에서 고경철과 독대를 했다고 합니다.”

    독대 장소에서 고경철이 악을 질렀다기에 그 셋이 고경철을 긁은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걸 왜 지금 말해-!”

    “죄송합니다.”

    깊은 사과에 부들부들 떨던 오정훈은 이를 악물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경찰이 어떻게 자신이 유대춘을 죽인 걸 알아차렸는지, 어떻게 자신들이 범동방파를 치기 위해 연합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은 고경철과 범동방파에 집중할 때였다.

    ‘하지만!’

    이 전쟁이 끝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그런데 연합한 조직들이 모두 당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범동방파 조직원 숫자는 이쪽도 잘 안다.

    아무리 산하 조직을 모두 끌어모은다고 해도 연합한 조직들을 모두 칠 수 있는 숫자는 나오지 않는다.

    “고경철이 산하 조직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까지 부른 것 같습니다. 감석파를 친 놈들 중에 신21세기파 놈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양OB 등 전국구 조직들이 고경철의 편에 붙은 것 같다.

    “고경철, 이 개씹새끼…….”

    빠드득 이를 간 오정훈의 눈빛이 악독해진다.

    ‘벌써 쓸 패가 아니지만…….’

    전방위적인 급습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수습하고 반격 준비를 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박 전무.”

    “예.”

    “그 친구들에게 연락해. 시작하라고.”

    “……예!”

    박 전무가 물러나자 오정훈은 담배를 물었다.

    “그래. 어디 끝까지 가 보자, 이 개새끼야.”

    그의 입안에서 담배가 짓이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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