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62화>
똑똑똑똑똑!
목탁 소리가 울리는 대웅전.
‘저 인간이 왜?’
‘씨발.’
놀라고 몸을 돌리는 깡패들의 시선을 받으며 유대춘의 영정 사진을 본 종혁과 김종두, 정용진이 국화꽃을 올리며 고개를 살짝 숙인다.
손이 근질거린다.
‘하. 여기 있는 새끼들만 모조리 잡아 처넣어도 이 대한민국이 훨씬 깨끗해질 텐데.’
그럴 수 없다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히 경찰이 눈앞에 있는데도 저렇게 여유 있게 앉아 있는 모습을 봐줄 이유도 없었다.
“어, 나야! 수배 떨어진 놈들 수거할 준비 끝났지?!”
움찔!
고경철도 경악해 김종두를 본다.
천하의 개새끼였지만, 그래도 망자에 대한 예우를 끝낸 김종두가 짝다리를 짚는다.
“뭐? 어쩌라고? 수배까지 내려진 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걸 경찰 보고 모른 척하라고?”
‘씨발 새끼!’
“……이쪽으로 오쇼.”
종혁과 김종두, 정용진은 이쪽을 노려보는 전국구 조직의 보스, 간부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고경철의 뒤를 따랐고, 그렇게 앉아 있던 사람들 중 몇 명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절을 빠져나간다.
전국구 조직의 보스들이나 간부들도 곧 몸을 일으켜 자리를 피한다.
작은 법당으로 안내된 그들의 앞에 고기가 듬뿍 담긴 육개장 등의 음식들이 놓인다.
“많이들 처드쇼.”
몸이 달았는지 이를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은 종혁이 품에서 사진을 꺼내 그의 앞에 던진다.
“옜다.”
쿵!
너무도 익숙한 별장, 그리고 낯익은 얼굴.
굳어 버린 고경철을 일견한 종혁이 김종두와 정용진의 잔에 술을 따른다.
그에 김종두와 정용진이 속으로 고개를 젓는다.
다시 봐도 혈압이 오르는 사진들. 종혁은 이렇게 모든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거다.
까드드득!
“오, 오정훈 이 씹새끼가 우리 큰형님을 죽였다고?”
‘대체 왜?’
오정훈에게 벌어진 일은 자신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도 봐.”
이번엔 김종두가 품에서 사진을 꺼내 내민다.
그에 고경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꽈앙!
테이블을 후려친 고경철의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이 김종두를 찢어발길 듯 노려본다.
“이거 확실합니까?”
“우리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지.”
종혁과 김종두는 어깨를 으쓱였고, 고경철은 다시금 사진들을 노려본다.
이번에 강남범동방파를 치기 위한 연합한 몇몇 조직의 보스들과 오정훈이 만나는 사진.
한창 항쟁 중일 텐데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순간 고경철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오정훈 이 개새끼가 습격을 당한 게 아니다?’
혹여나 자신이 의심을 받을 때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공격당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었다.
분명했다.
“이 개……!”
콰당탕!
결국 상을 엎어 버린 고경철이 김종두의 멱살을 잡는다.
“그래서 나보고 뭘 어쩌란 거요! 씨발, 칼춤이라도 시원하게 춰 드려?! 그래서 당신들 짭새 새끼들은 우리들을 싹 다 쓸어 담고?!”
“……놔, 이 병신 새끼야. 지 큰형님도 지키지 못한 병신 새끼가 누구한테 화를 내?”
“으아악!”
악을 지른 고경철이 법당을 빠져나가고, 바닥을 구르는 소주와 잔을 챙긴 종혁이 김종두와 정용진에게 잔을 건넨다.
쪼르르!
다시 그들의 잔에 따라지는 술.
김종두와 정용진이 어이없다는 듯 종혁을 보다 이내 낯빛을 굳힌다.
“과연 우리 생각대로 움직일까?”
“움직이겠죠.”
당하고는 결코 못 넘어가는 게 깡패다.
보스를 잃었는데 그걸 그냥 넘어간다?
그건 깡패가 아니었다.
“뭐 범동방파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상관없지만요.”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은 김종두와 정용진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 * *
오대춘의 장례식이 치러지기 전날 저녁, 경기도 외곽의 어느 한정식집.
차와 사람이 빼곡하게 서 있는 주차장 안으로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진입한다.
탁!
고급 세단에서 누군가 내릴 때마다 허리를 숙이는 깡패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린 사람들, 이번 강남범동방파 나눠 먹기에 참가한 조직의 보스들은 차례차례 안내된 방으로 이동했다.
“허. 유대춘 형님이 그렇게 가실 줄이야.”
“대체 누가 그 양반을 쑤신 거야?”
현재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유대춘의 사망 소식에 그들도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듯 할 말이 있으니 얼굴 좀 보자던 오정훈의 제안.
예상치 못한 유대춘의 사망에,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들로서는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협상을 하자는 거겠지?”
한 보스의 말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었다.
“그렇습니다.”
움찔!
스르륵! 탁!
문이 열리며 냉막한 얼굴의 오정훈이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가장 상석에 가서 앉은 그. 다른 보스들의 얼굴이 불편해지지만 오정훈은 일부러 무시한다.
“우리 강남범동방파를 쑤시느라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남범동방파를 이끌고 있는 오정훈이 여러 선배님들께 인사 올립니다.”
“어흠.”
“큼.”
이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할 줄 몰랐던 그들은 대체 무슨 수작이냐는 듯 눈을 가늘게 떴고, 오정훈은 자리에 앉아 찻잔을 들며 주변을 살폈다.
‘……몇 곳은 안 왔군.’
강남범동방파를 쳤던 조직들 중 목포 태흥파를 비롯해 범삼성파 등 규모가 꽤 큰 조직의 보스들은 보이지 않았다.
‘쯧.’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음에 오정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곤 입을 열었다.
“다들 바쁘실 테니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여기서 더 선을 넘기 전에 가져간 거 내려놓고 물러나시죠.”
탁!
감석파의 보스가 찻잔을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후배님이 말을 너무 경우 없이 하시네. 그러면 우리 애들이 이 먼 곳까지 출장 와서 다친 건 어떡하고?”
“그건 섭섭지 않게 챙겨 드리죠.”
“업장 여섯 개 정도는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욕심을 너무 부리시는군요.”
“글쎄. 욕심은 후배님이 부리는 게 아닐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강남범동방파는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만 하면 되는 거다.
이 바닥에선 힘없는 놈이 병신. 힘이 없어 당한다면 그놈이 병신인 거다.
그런 감석파 보스의 말에 오정훈이 한숨을 내쉰다.
“참 그 아가리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욕심부리시네. 그러다 배때기 찢어져 다 쏟아 낼라고.”
“뭐야!?”
“이 새끼가!”
순식간에 험악해지는 분위기.
오정훈은 끔찍한 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을 후려쳤다.
콰앙!
“내가 그냥 곱게 죽을 거 같아? 모시던 큰형님까지 은퇴시킨 내가?”
쿠웅!
지금 자신들이 뭘 들은 걸까.
보스들의 입이 떡 벌어진다.
“뭐, 뭐라고?!”
“너 이 새끼 설마……!”
탁!
오정훈이 품에서 피가 말라붙은 금반지 하나를 꺼내어 내려놓는다.
그에 보스들이 다시 엉덩이를 들썩인다. 그 반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왜? 당황스러우십니까? 당신들을 충동질한 큰형님을 내가 은퇴시켜서?”
“……뭐?”
‘응?’
당황하는 보스들의 모습에 오정훈도 당황한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정말이냐고 묻는 듯한 모습에 오정훈은 눈을 가늘게 뜬다.
‘내 촉이 틀렸다고?’
제 잇속 챙기기 바쁜 깡패 새끼들이 이렇게 간단히 힘을 합쳤을 리가 없다고, 그러니 유대춘이 충동질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의 반응을 보니 자신의 촉이 틀린 듯했다.
‘박 전무 말대로 그냥 우리를 두려워한 것뿐인가?’
아니, 이제 와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미 자신은 범동방파의 보스인 유대춘을 죽였고, 물은 엎질러진 상황이었다.
탕! 탕!
혼란스러워하는 보스들의 시선이 상을 내려치는 오정훈에게로 향한다.
“뭐가 어찌 됐든 이미 당신들도 발을 뺄 수 없을 겁니다.”
지금쯤 범동방파에서는 자신들의 보스를 죽인 이를 쫓고 있을 터.
그들에게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이들과 합심해서 유대춘을 죽인 것이라고 말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강남범동방파가 범동방파를 공격할 이유를 떠올릴 수 없는 그들은 결국 그 말을 믿을 것이다.
강남범동방파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조직의 보스도 아니고 유대춘을 죽일 이유가 없다고, 사실 다른 조직들과 함께 범동방파의 영역을 집어삼키려 한 것이라면 말이 된다고 말이다.
사실 조금 더 고민한다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머리가 있었다면 주먹으로 먹고사는 깡패가 되지도 않았을 터였다.
“너 이 새끼……!”
“지금 네 목을 따서 갖다 바쳐도 그딴 게 통할 거 같아!?”
눈빛이 악독해진 오정훈이 다시 품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타악!
그리고 상 위에 내려진 권총 한 자루.
“어디 끝까지 가고 싶은 분은 가 보세요. 이 중 최소 절반은 같이 데려갈 테니까.”
“흡!”
“헉?!”
“너, 너 이 새끼 그걸 어떻게…….”
오정훈이 하얗게 질리는 보스들을 보며 입술을 비튼다.
“어떻게, 저랑 함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범동방파에게 뒤지시겠습니까?”
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미친 거다. 오정훈이 정말 미쳐 버린 거다.
“……그래, 우리가 함께한다고 치자. 그런데 너 고경철이를 감당할 수 있겠냐?”
서열상, 아니 세력으로도 범동방파의 차기 보스가 될 것이 유력한 고경철.
그는 범동방파의 산하 조직들까지 모두 이끌고 전력을 다해 복수를 하려 들 것이었다.
그 말에 오정훈은 피식 웃었다.
“제가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으니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목포 태흥파와 범삼성파와 같은 조직들이 오지 않은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그들이 빠진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계획대로 흘러만 간다면 그 정도는 오차 범위 내였다.
당장 오늘 저녁에 있을 큰 거래.
그 거래만 성사되면 든든한 우군을 얻을 수 있었다.
깡패들보다 더 막 나가는 우군들을.
“그러니 이제 가부 결정을 내려 주시죠. 시간은 많이 못 드립니다.”
가만히 앉아서 범동방파에게 죽느냐, 아니면 이번 기회에 범동방파를 제끼고 전국구 조직으로 우뚝 서느냐.
자신들이 고경철에게 붙을 것을 전혀 염려하지 않는 듯한, 도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도 자신만만한 오정훈의 모습에 보스들은 점차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 * *
다시 시간을 되돌려, 밤이라 조문객들이 많이 빠져나간 절.
촤락!
고경철이 간부들을 불러 놓고 그들의 앞에 사진을 던진다.
그중 김종두에게 받은 사진, 경기도의 어느 한정식집을 찍은 사진들에 시선이 집중된다.
쿠웅!
심장이 멎는 충격과 함께 범동방파의 간부들은 단숨에 상황을 이해했다.
큰형님이자 회장님이며 정신적 지주였던 유대춘 큰형님이 누구의 손에 당한 것인지를.
“이 개새끼들이-!”
“형님! 지금 뭐하십니까!”
“씨발! 연장 챙겨!”
길길이 날뛰던 조직원들은 왜인지 고요한 고경철의 모습에 흥분을 가라앉힌다.
그런 그들을 본 고경철이 입술을 비튼다.
“이거 쥐약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쥐약이다.
대한민국 깡패란 깡패는 다 죽으라는 지독한 쥐약.
짭새 새끼들의 개수작.
“그런데 안 먹을 수가 없네.”
먹으면 무조건 죽는데, 이겨 내기만 한다면 경찰도 함부로 못할 그런 존재가 된다.
고경철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산하 조직들과 친분 있는 조직들에게 전부 연락 돌려. 이 새끼들을 찢어 먹을 생각 없냐고.”
빠드드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