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56화 (75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56화>

“으아악!”

바닥에 내팽개쳐진 이정백이 다급히 몸을 일으킨다.

“뭡니까! 누굽니까!”

일단 모른 척한다.

강남범동방파의 행동 강령 중 하나.

결코 동료를 팔아먹지 않는다.

상황이 완전히 어그러진 것 같지만, 이정백은 그걸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만이 살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핸드폰부터 뺏었던 종혁과 차를 포위하던 형사들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이야. 그렇게 나오시겠다? 어이, 이정백.”

“내 이름은 또 어떻게 안 겁니까! 그리고 내 핸드폰 돌려주세요!”

“강남범동방파의 간부이자, 저기 이성준을 비롯한 행동대장 셋을 데리고 있는 놈.”

‘제길!’

역시나 모두 들켰다.

하지만 그는 시치미를 뗐다.

“강남범동방파? 그게 무슨 뭡니까?”

“와, 이 새끼. 너 왜 연기 안 하냐?”

계속 뻔뻔한 이정백의 모습에 종혁은 뒤로 손을 까딱였다.

그에 평창송어축제를 집어삼키기 위한 첨병으로 파견된 놈들이 끌려온다.

“얘도 모르시겠다고? 네 핸드폰 뒤져서 얘 전화번호 나오면 어떡할래?”

“이 사람이 누군데 이럽니까? 아니, 차 빼세요! 더 이상 이렇게 협박을 하시면 저도 신고하겠습니다!”

“해.”

“예?”

“하라고, 새끼야. 여기 핸드폰 줄까?”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들어 줄 수가 없었다.

“야. 형이 형을 한 번 소개해 볼 테니까 잘 들어. 형이 올해로 서른한 살인데, 계급이 총경이야. 재작년까지 본청 특수범죄수사대의 대장이었고, 작년까지 경찰청 홍보부장, 작년부터는 경찰서장이야. 그리고 이쪽은 서울청 강력계와 강력범죄수사대 반장님들. 이 소개에서 뭐 느끼는 거 없냐?”

머리 좀 굴릴 줄 아는 깡패라면 이 약력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수밖에 없다.

정말 그렇다는 듯 이정백의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

“……이런 씨발.”

평창경찰서의 형사가 아니라 서울에서 내려온 것이다. 강남범동방파, 자신들을 잡기 위해.

종혁은 그를 향해 한 발 다가서며 입술을 비틀었고, 이정백은 종혁을 독기 어린 눈으로 노려봤다.

“그럼 이해한 걸로 받아들일게. 이정백 씨, 당신을 일단 공갈협박 및 업무방해 교사 혐의로 체포…….”

“그래. 내가 강남범동방파의 보스 이정백이다.”

쿵!

“야, 이 새끼야!”

뻐억!

그의 턱을 돌려 버린 종혁의 주먹.

옆으로 주춤 물러난 이정백이 입과 코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비릿하게 웃는다.

“내가 보스 맞아. 내가 맞다고, 이 새끼야!”

까드득!

뒷목을 잡은 종혁은 이성동 반장을 봤다.

당황하고 있는 그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의 팀장.

“하아.”

골치 아프게 됐다.

종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핸드폰이랑 저 차량 GPS 기록 포렌식 맡기고, 저놈 핸드폰도 뺏어서 포렌식 맡기세요.”

“예, 예!”

“넌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종혁은 이정백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 * *

-여기서 마무리하지, 최 서장.

“하지만 서울청장님!”

-마무리는 우리가 하지. 수고했어.

달칵!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을 노려보던 종혁이 핸드폰을 집어 던진다.

“씨발!”

이럴 줄 알았다.

이정백을 끝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게 아니다.

간부인 이정백을 낚아챘으니 그 윗선까지, 조직의 보스까지 타고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일 터.

방금 전의 마지막 멘트가 그 증거다.

이정백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종혁의 뒤통수를 후려친 거다.

“와.”

너무도 오랜만에 자신이 차린 밥상을 뺏겼다.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내가 아무리 신안서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관할이 다르니 배척을 하는 건 이해한다.

물론 머리로만.

자신이 아니었으면, 이놈들의 존재를 내년이나 되어서야 알았을 서울경찰청. 아니, 내년부터서야 파고들었을 서울경찰청.

‘그래, 씨발. 어디 맘대로 해 봐!’

만나 주지도 않은 채 전화로만 통보를 하는 서울경찰청장의 모습에 종혁은 제대로 삐져 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결국 서울경찰청이 결국 이들을 일망타진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평창송어축제에서 피바람이 불지 않게 된 것도.

내년 축제에서 집행부에게 칼질을 하는 걸로 인해 확실하게 실체가 드러나게 된 강남범동방파.

그걸 막은 것만이 겨우 위로가 돼 줄 뿐이었다.

이정백의 폭거 아래 고생하던 상인이나 다른 민간인들이 평안을 찾은 것도 말이다.

“아니, 완벽한 일망타진은 아니지.”

일망타진은 맞지만 놈들 중 행동대원들 대부분은 범죄단체결성도 아니고, 단순 가담도 아니고, 협박 같은 소소한 죄목으로 형을 살게 된다.

강남범동방파의 대가리와 몸통을 찾아내지 못한 형사들이 아래 조직원들과 거래를 한 것이다.

강남범동방파는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 반장님도 나가리가 됐으려나…….”

정말 미안해하는 모습으로 헤어진 이성동 반장.

이정백의 거짓된 증언에 앞으로 돌아갈 상황을 눈치챈 거다.

어쩌면 수사본부에서 퇴출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퇴출될 확률이 높다. 그래도 같은 서울경찰청 소속이니 나중에 놈들을 일망타진할 때 지원 요청 정도나 할 거다.

“쯧. 이 반장님에겐 따로 선물을 드려야겠네.”

보너스와 인사고과를 듬뿍 받게 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입안이 텁텁했다.

“에이, 씨발.”

벌떡 일어난 종혁이 방문을 열고 나간다.

“서장님!”

“미안합니다. 내가 괜히 설레발을 쳐서 헛걸음을 하게 만들었네요.”

“아, 아닙니다!”

“저흰 괜찮습니다, 서장님!”

“예! 서장님은 괜찮으십니까?”

방금 전 분노에 찬 외침을 들었다. 그걸 듣고도 짜증을 낼 경찰은 이 자리에 없었다.

거기다 종혁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던가.

“하, 진짜 서울깍쟁이들 못 쓰겠네! 아, 물론 서장님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씨벌것들. 그냥 다 놓쳐 버려라!”

“서장님! 서울청 깍쟁이들에게 말하지 않은 정보 있습니까? 있다고 해 주십시오!”

있다.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아마 이정백의 입을 열기가 꽤 힘들 겁니다.”

경찰이나 검찰에 잡혔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강령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짜 놓은 강남범동방파.

교도소에서 푹 썩을 각오까지 하면서 위를 지키려고 한 놈의 입을 쉽게 열진 못할 거다.

‘그래서 조직원들과 그런 거래를 했던 거지.’

꽤 탁월해서 회귀 전 종혁도 이마를 탁 쳤던 방법.

그런데 그 방법을 고안해 낸 형사가 당장 어제까지 호흡을 맞췄던 강력범죄수사대 3팀의 반장과 형사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니, 담당도 서울경찰청이 아니라 경기경찰청이었다.

‘어디 뺑이 한번 쳐 보쇼.’

“오오오!”

피식!

종혁은 진심으로, 오히려 자신을 걱정해 주는 신안서 형사들의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에이, 기분입니다. 오늘 자고 내일 내려갑시다! 각자 방 하나씩 골라 잡으세요! 제가 오늘 이 신화호텔 쏩니다! 드시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드세요!”

“헉!”

“우오오오오……!”

“서장님! 서장님!”

* * *

벽 한쪽에 커다란 잉어 그림과 일본도 두 자루가 걸린 화려한 사무실.

안경을 낀 중년인이 앞에 놓인 서류철에 사인을 한다.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삼십대 후반의 사내.

“큰형님.”

“사무실이야.”

“죄송합니다, 회장님.”

허리를 깊인 숙이는 사내의 모습에 중년인은 옆에 쌓인 다음 결재 서류를 가져온다.

“무슨 일이야?”

“어제 이 상무가 경찰에 잡혔다고 합니다, 회장님.”

탁!

볼펜을 내려놓은 중년인, 강남범동방파의 보스 오정훈이 고개를 든다.

“어쩌다?”

“확실치는 않지만, 평창에서 작업을 하던 게 어그러진 것 같습니다, 회장님.”

평창. 자신의 조직 강남범동방파의 강원도 진출 선봉이 될 장소.

평창송어축제를 기점으로 변변한 조직이 없는 강원도 모든 시군을 잡아먹으려고 했던 계획이 어그러졌단 소리에 오정훈이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왜 이제야 알게 된 거지?”

어제 잡혔다면 어제 알려졌어야 했다.

“서울청에서 비공개 수사본부를 조직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회장님.”

움찔!

전 국민이 다 알게 되는 특별대책수사본부가 아닌 비공개 수사가 원칙인 비공개 수사본부.

그들이 자신의 조직을 노린다는 것에 짜증과 불안이 솟구치면서도 의문이 생긴다.

비공개가 무슨 뜻인가.

수사본부에 소속된 경찰 말고는 그 누구도 수사본부의 정보를 알 수 없기에 비공개인 것이다.

그런 오정훈의 기색을 알아차린 사내가 입을 연다.

“이 상무가 검거되면서 원래의 수사본부가 해산되고, 강력범죄수사대 3팀을 주축으로 한 수사본부가 조직됐다고 합니다, 회장님.”

이 덕분에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사본부에서 빠진 서울경찰청 강력계 이성동 반장 팀의 가벼운 입 덕분에.

졸지에 쫓겨난 그들은 술김에 하소연을 한 것이지만 말이다.

“수사 인력은?”

“강력 3팀과 수사지원과 한 팀입니다, 회장님.”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 정도면 말이 수사본부지, 그냥 일개 수사팀이 수사를 하는 것뿐이다.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라는 게 전국 경찰들에게 퍼졌다지만, 오정훈은 아무리 그걸 이용하더라도 자신에게 도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걱정 마십시오. 이 상무가 입을 열 일은 없을 겁니다, 회장님.”

박 전무의 호언장담에 오정훈의 눈이 가늘어진다.

“이 상무를 박 전무 자네가 데려왔던가?”

“예. 교도소에서 목숨을 구해 줬고, 이 상무 조모상도 제가 치러 줬습니다. 이 상무가 배신을 할 일은 없습니다, 회장님.”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직의 간부들, 그리고 일부 행동대장들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빚이 있다.

안심을 한 오정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상무에게 변호사 지원해 주고…….”

말을 흐리는 순간 돌변하는 그의 눈빛.

“어떤 짭새 새끼가 이 상무를 딴 거야?”

“그 시작은 최종혁이라는 신안경찰서장인 것 같습니다, 회장님.”

“신안?”

박 전무의 입에서 종혁이 자신들의 조직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흘러나온다.

“뭐야. 그러면 문제가 없잖아.”

“원래부터 서울청 강력대에서 저희 조직 이름을 알고 있긴 했는데, 이 최종혁이란 놈이 저희 조직 이름을 콕 찍어서 언급했다고 합니다, 회장님.”

“어떻게 알고?”

“그건 변호사가 이 상무를 접견하면 알게 될 것 같습니다, 회장님.”

“……그 새끼 뭐하는 새끼야?”

박 전무가 종혁의 프로필을 내민다.

“……영화도 이렇게 찍으면 삼류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경찰들과 밀접한 삶을 사는 오정훈이 봐도 말이 안 되는 약력.

“그런데 신안이라…… 좌천인가?”

“신생 경찰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판단됩니다. 회장님.”

정말 경찰 상부에서 키워 주기로 작정한 엘리트라면 먼 신안이 아니라 서울이나 수도권, 혹은 대도시의 경찰서장을 맡아야 한다.

이건 좌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건방을 떨다가 팽을 당한 거군.’

그렇게 견적이 뜨자 오정훈의 입가가 비틀어진다.

“건달 체면에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면 다른 놈들에게 얕보일 테고…….”

일반 조직원이라면 또 모른다. 그런데 조직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간부까지 잘려 나갔다.

아무리 경찰이라지만, 좌천을 당한 놈에게 얻어맞았는데도 가만있는다면 서울의 다른 조직들이 자신을 얕볼 것이다.

자신이 그 위세를 빌린 범동방파까지.

그렇게 얕보이는 순간 자신의 조직은 여러 조직들의 타깃이 될 뿐이다.

이건 자존심 싸움이었다.

“이렇게 하지.”

좌천을 당했다지만 그래도 경찰이다. 그것도 총경.

피의 보복은 다른 방식으로 해야 됐다.

오정훈은 방법을 말했고, 박 전무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회장님! 그건…….”

“이놈은 건달이 아니잖아.”

그렇기에 건달 사이의 불문율을 지킬 필요는 없다.

“이 일 끝나면 그 강력계 팀장과 팀원들도 작업 들어가.”

“……예. 알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나가 봐. 이 상무도 달래고.”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허리를 깊이 숙인 박 전무는 회장실을 빠져나갔고, 그걸 보던 오정훈은 종혁의 프로필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다른 결재 서류를 가져왔다.

사무실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한편 밖으로 나온 박 전무가 눈을 가늘게 뜬다.

“최종혁이라…….”

피식!

“이게 또 이렇게 얽히는군.”

입술을 비튼 박 전무는 핸드폰을 들었다.

“어. 나야. 우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청부업자들 좀 알아봐.”

* * *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거리.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어느 건물 앞에 선다.

빌딩의 입구 위에 적힌 글자, 정혁빌딩.

안으로 발을 내딛던 사내가 입구 옆 관리실을 힐끔 바라본다.

“하아암.”

멍하니 TV를 보다 하품을 하는 젊은 관리인.

“응? 어, 잠깐. 누구십니까?”

“급해서 그런데 화장실 좀 쓸 수 없을까요?”

“아, 요새 이런 분들 많으시네.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쯧, 알았어요. 안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쉽네.’

처음 입구에 관리실이 있고, 경비원이 계속 상주한다는 것에 얼마나 놀랐던가.

그러나 지켜보니 있느니만 못한 수준이었다.

거의 자동문 수준.

마스크 안쪽, 입술을 비튼 남성이 안쪽에 있는 화장실로 향하다 그 옆의 계단을 타고 조심히 위로 올라간다.

그러다 잠시 2층에 멈춰 서서 정혁뷔페라고 적힌 불이 꺼진 식당을 바라본다.

저녁 9시. 목표물은 지금 집에 있을 시간이다.

다시 조심히 계단을 걸어 올라간 그가 맨 꼭대기, 엘리베이터 바로 맞은편에 있는 문을 향해 손을 가져간다.

그 순간이었다.

터억!

‘흡?!’

갑자기 입을 틀어막은 우악스런 손길.

남성은 반사적으로 품에서 칼을 꺼내 뒤로 내지른다.

하지만…….

펑! 펑!

복도를 크게 채운 소음과 남성의 양 다리에 내려꽂힌 막대한 고통. 그리고 마스크를 썼음에도 콧속으로 빨려드는 화약 냄새.

‘끄으으으윽!’

“쉬, 쉬. 조용히 해야지?”

뭔가. 대체 뭐란 말인가.

속절없이 엘리베이터로 끌려가는 남성의 두 눈이 공포로 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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