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55화 (755/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55화>

    모두가 등을 돌린 게 아니다.

    종혁들을 향해 두 놈이 칼을 쳐들며 달려든다.

    제일 선두에 선 종혁의 배를 향해 날아드는 칼날.

    느려진 시간 속, 종혁의 몸이 급히 제동을 걸며 허리가 틀어진다.

    그와 동시에 휘둘러져 칼을 든 손목 안쪽을 후려치는 주먹.

    뿌지직!

    살이 뭉개지고 뼈가 부서지는 감촉과 함께 가장 먼저 달려든 놈의 팔이 튕겨져 나가고, 활짝 열리는 가슴을 향해, 그 심장을 향해 종혁의 주먹이 휘둘러진다.

    꽈앙!

    입에서 심장으로 향하는 숨통이 끊기는 소리가 귀를 자극함과 동시에 뒤로 날아가는 조직원.

    함께 있던 형사들에게 달려드는 조직원을 힐끔 본 종혁이 퇴로가 막힌 현관문을 뚫기 위해 등을 돌리고 있는 조직원을 향해 달려든다.

    형사 두 명이 달라붙어 처리하고 있으니 신경을 꺼도 된다. 그보다는 대가리로 보이던 놈의 확보가 우선이다.

    종혁은 등을 돌린 조직원의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지직!

    다시 주먹을 자극하는 뼈가 부러지는 감촉.

    종혁은 옆구리를 잡고 무너지는 놈도 무시하며 방금 전 도망치라는 명령을 내린 놈을 향해 달려든다.

    왜인지 도망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어 뭔가를 하는 그.

    그러다 이쪽을 발견하곤 기겁하는 그를 향해 이를 드러낸다.

    “가만히 있어, 새끼야.”

    막아야 한다.

    회귀 전 강남범동방파의 유명했던 행동 강령 중 하나. 경찰이나 검찰에 걸릴 것 같으면 연락처를 모두 지워라.

    핸드폰을 잡은 손을 움켜쥔 종혁은 놀라 반항하려는 놈의 배를 향해 무릎을 쳐올렸다.

    퍼어엉!

    놈이 허공에 붕 뜨는 것과 동시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시간.

    “커허억?!”

    종혁은 한 방에 힘이 풀린 놈에게서 핸드폰을 뺏으며 거의 현관문을 벗어난, 칼을 붕붕 휘두르기에 경찰들이 쉬이 달려들지 못해 거의 현관문을 벗어난 남은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쩌어억!

    * * *

    삐용! 삐용!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또 민폐를 끼치네요.”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사과하는 종혁의 모습에 희게 질린 평창파출소 경찰들이 고개를 젓는다.

    패싸움이 벌어진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니 아까 경찰서에서 만났던 문방구 할아버지의 손자, 종혁이 그 자리에 있자 크게 혼을 내려고 한 그들.

    그러나 곧 종혁의 진짜 정체를 듣게 되었고, 그들은 이렇게 질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총경. 4만여 명 평창 군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치안 총괄, 평창경찰서의 서장과 같은 계급이었다.

    아닌 밤중의 날벼락에 그들은 모든 상황을 알아차리곤 낮에 실수를 한 게 없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안쪽을 본다.

    “그런데 저놈들은…….”

    빌라 거실 한구석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덩치들. 딱 봐도 상태가 위험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경찰들의 심장이 놀란다.

    “하하. 평창서와는 내일까지 교통정리를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럼 수고하십시오.”

    “추, 충성!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하십쇼!”

    “예, 조심히 가세요. 아, 그리고 이건 맛있는 거라도 사서 파출소 식구분들과 나눠 드십시오.”

    기겁하며 거부하는 경찰들의 손에 수표를 쥐여 준 종혁은 문을 닫으며 끙끙거리고 있는 조직원들에게 다가갔다.

    “야, 이 중에 누가 네 윗대가리냐?”

    종혁이 핸드폰을 내밀자 이들 중 대가리가 반발한다.

    종혁이 너무 빨리 달려들어 단 하나의 전화번호도 지우지 못한 핸드폰.

    “씨발! 이거 함정 수사야!”

    “함정 수사 이 지랄하네.”

    이 상황에 당황한 건 오히려 종혁이다.

    이놈들을 한 번에 엮어 낼 계획의 일환으로 오늘 낮에 둘을 병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일 다음 단계를 밟을 예정이었다.

    일명 얼쩡거리기.

    경찰에 잡혀갔는데도 앞을 얼쩡거리면 이놈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좁혀질 수밖에 없다.

    눈이 뒤집혀 달려들거나, 아니면 이를 악물고 참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철수하거나.

    종혁은 이들이 철수하길 바랐다.

    그래서 이놈들이 본인들의 윗대가리로 안내하길 바랐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이야.

    깡패 새끼들 뒤가 없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생각이 없을 줄은 몰랐다.

    “아니, 파출소에 사람을 보내 내 위치나 정체를 알아낼 정도로 조심성도 많은 새끼들이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역시 태생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새끼야. 니들 깡패 새끼들한텐 함정 수사 이런 거 적용 안 돼.”

    정말 억지로 적용을 시켜 봐야 종혁 자신을 담그러 온 행위. 이것만 함정 수사로 엮어 풀려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이것이 아니더라도 평창송어축제에서 난장을 부리던 정황, 아니 증거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거기다 부녀자 추행까지. 내가 업무 방해에 협박까지 제대로 엮으면 너흰 무조건 실형이야.”

    “개소리하지 마!”

    업무 방해, 성추행 모두 벌금으로 끝날 수 있다.

    “야. 나 총경이야. 31살인데 총경이라고. 이 말이 뭔 뜻인지 몰라?”

    섬뜩!

    엘리트 중 엘리트 경찰.

    “총경이 단순히 사건만 잘 해결한다고 해서 이 나이에 올라갈 수 있는 계급일까? 아니, 됐고. 골라 봐.”

    “뭐, 뭘…….”

    “서울중앙지검으로 갈래, 아니면 남부지검으로 갈래? 법원도 어떤 판사한테 판결받을래? 어차피 강남범동방파가 아니라고 말할 거지?”

    “흡?!”

    조직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설마 눈앞의 경찰이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던 그는 경악했다.

    종혁이 평창 사람 같다기에 평창경찰서 형사들인 줄 알았던 그.

    “부정하고 싶으면 부정해 봐. 적당한 이름 만들어 붙여서 너희 패거리들 범죄단체조직죄로 엮으면 돼.”

    쿵!

    종혁은 재차 경악하는 그의 옷을 잡아 그대로 내렸다.

    콰드득!

    단숨에 찢어지는 그의 옷.

    “크윽!?”

    “이렇게 몸뚱어리에 그림들도 있으니, 검사님이나 판사님들도 다 깡패로 생각해 주실 테고.”

    이 말이 결정타였다.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긴. 니들 다 엮어서 뽑아내려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형량 덜 받으려면 불어.”

    이 전화번호 중 네 윗대가리가 누구냐.

    코앞에 내밀어지는 핸드폰에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 * *

    평창송어축제를 먹으려고 했던 강남범동방파 조직원 여섯 명은 그들이 잡아 놓았던 숙소인 모텔에 감금됐다.

    “와아. 다행이다.”

    거리를 본 종혁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쉰다.

    다행히도 내리지 않은 눈.

    역시 정도를 벗어난 눈은 쓰레기였다.

    고개를 저은 종혁이 평창송어축제 행사장으로 향한다.

    “어?”

    행사장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매표소로 안내하던 우빈이 종혁을 보며 깜짝 놀란다.

    경찰에 잡혀갔는데 괜찮은 걸까, 처벌을 받는 건 아닐까, 그런데도 왜 여기에 온 걸까 그런 걱정 어린 눈빛에 종혁이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제부터 그놈들은 못 올 테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늦게 해결해서 죄송합니다.”

    “예?”

    “고마우면 좀 있다가 어묵 국물이나 배달해 줘요. 여긴 다 좋은데 너무 추워.”

    인간적으로 너무 춥다.

    “하긴 물이 30센티 언다는 것부터가 비정상적인 거지.”

    우빈의 어깨를 다시 두드린 종혁은 털레털레 매표소로 향했고, 우빈은 그런 종혁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모두 본 이성동 반장은 혀를 내둘렀다.

    “……저 양반 원래 저럽니까?”

    참 많은 뜻이 내포된 물음에 신안경찰서 강력 1팀장이 뿌듯해한다.

    “그만큼 범죄 척결에 대해 진심이시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 서장으로서의 업무를 말한 겁니다만.”

    “아, 그건…….”

    할 말이 없다.

    걸핏하면 현장으로 달려가는, 아니 그러다 못해 진두지휘를 하는 종혁.

    솔직히 부하 직원으로서 사무실을 내팽개친 그의 모습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자기 할 일은 다 하고 저러는 양반이니 뭐…….”

    “그건 대단하네. 아니, 괴물인가?”

    “대단하다는 걸로 마무리합시다.”

    괴물이라는 말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상사다. 더 이상 흉보면 자기 얼굴에 침 뱉기였다.

    “거기 아저씨 둘. 다 들립니다.”

    “허흠.”

    헛기침을 한 이성동과 강력 1팀장이 종혁을 따라붙는다.

    “그러면 이제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뭘 하긴요. 기다려야죠.”

    이번에 검거한 놈들의 바로 윗대가리가 찾아올 때까지.

    “……정말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고생하는 건 현재의 제가 아니니까요.”

    고생을 하는 건 미래의 자신.

    ‘힘내라, 미래의 나.’

    이놈들을 일망타진할 때까지 쌓일 일감에 치일 미래의 자신을 향해 종혁은 심심한 명복을 빌어 보았다.

    * * *

    부우웅!

    서울의 한 거리를 느릿하게 달리는 차가 한 식당 앞에 멈춰 선다.

    “도착했습니다, 형님.”

    그렇게 말하자마자 얼른 운전석에서 내려 뒷문을 여는 이십대 중반의 사내.

    “음.”

    인상이 날카롭고 덩치가 큰 사십대 사내, 강남범동방파의 간부 이정백이 차에서 내려 앞에 있는 식당에 들어간다.

    우글우글.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와 사람들로 가득한 식당.

    카운터에 서 있던 사장이 하얗게 질리며 다급히 카운터를 빠져나온다.

    “오, 오셨습니까.”

    땀을 뻘뻘 흘리는 사장.

    “2주일 만입니다, 사장님. 장사는 여전히 잘되는군요.”

    “모, 모두 사장님께서 걱정해 주신 덕분입니다.”

    “제가 한 게 있나요. 모두 사장님 음식 솜씨가 좋아서 이렇게 번창하시는 거죠. 난장을 까는 새끼들은 없고요?”

    “어, 없습니다!”

    “그런 놈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그러려고 보호비를 받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수건 같은 게 부족하진 않으시죠?”

    “예, 예.”

    “음? 부족해야 될 텐데?”

    이정백의 눈살이 일그러지자 사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아, 안 그래도 내일 발주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럴 것 같더라니까요. 그런데 고기 냄새가 좋네.”

    “시, 식사를 아직 안 하셨다면 드시고 가시죠?”

    “아아, 됐습니다. 돌아볼 곳이 많아서.”

    “그, 그래도 이렇게 가시면 제 마음이…….”

    “어이구. 그렇게 말하시니 어쩔 수가 없네요. 간단히 주십시오.”

    “예, 예.”

    빈자리로 안내된 이정백.

    곧 사장이 직접 고기를 가져와 굽는다.

    “이, 이제 드시면 됩니다.”

    “역시 고기도 구울 줄 아는 사람이 구워야 한다니까.”

    때깔이 죽인다.

    “사장님도 드시죠?”

    “저, 전 일을 해야 돼서…….”

    “혼자 먹으라고?”

    울상이 된 사장은 결국 이정백의 맞은편에 앉을 수밖에 없었고, 이정백은 소주를 들어 강제적으로 술을 권했다.

    결국 술까지 마시게 된 사장.

    이정백은 술을 주거니 받거니 웃음을 터트린다. 오직 이정백만 진심으로 웃는 대화를 하며.

    “그럼 잘 먹고 갑니다.”

    “이, 이건 제 성의입니다.”

    안주머니로 쑥 들어오는 하얀 봉투에 이정백의 눈살이 다시 꿈틀거린다.

    “사장님, 내가 말했죠. 우리는 정당한 보호비 외에 상인을 삥 뜯는 그런 양아치들 아니라고.”

    “나, 날이 더 추워지지 않았습니까. 사장님이 너무 걱정돼서 옷 한 벌이라도 해 드리고 시, 싶어서 드리는 겁니다. 제 성의를 무시하지 말아 주십시오.”

    “……어흠.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야. 밑에 애기들에게 사장님이 겨울옷 사 주셨다고 말해 놓겠습니다.”

    “예, 예.”

    “그럼 번창하세요.”

    이정백은 흡족히 웃으며 식당을 나섰고, 그가 차를 타고 사라지자 사장이 이를 악문다.

    “개새끼…….”

    ‘뭐? 양아치가 아니라고?’

    그런 놈이 보호비 외에 따로 용돈을 챙겨 주지 않으면 자기 밑에 있는 깡패들을 모두 여기 식당으로 보낸단 말인가.

    그들이 깽판을 치는 건 아니다. 그냥 식사를 먹으러 오는 거다.

    하지만 이정백의 부하인 걸 뻔히 아는데 밥값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먹기는 또 얼마나 염치없이 먹는지.

    차라리 이렇게 용돈을 챙겨 주는 게 싸게 먹히는 편이다.

    “여보…….”

    “뭐하러 나왔어.”

    “그냥 신고하는 게 어때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울상을 짓는 아내의 모습에 사장은 얼굴을 구겼다.

    “저기 옆 동의 식당 이야기 못 들었어?”

    깡패들이 괴롭힌다고 신고를 했는데, 깡패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한 명만 잡혀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저 깡패들의 보복이 시작됐다.

    영업 방해는 물론이고, 가족들을 향한 협박까지.

    한 달 매출이 수천만 원이었다던 식당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살 순 없잖아요! 저놈들이 억지로 대출까지 하게 해서 이자까지 나가는데!”

    “……조금만 참자. 그러면 될 거야.”

    사장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아내를 데리고 식당을 나섰다.

    부우웅!

    다시 도로를 달린 이정백의 차가 멈춰 선 곳은 강남의 한 유흥주점이었다.

    “역시 관리직도 쉬운 게 아니야.”

    “그렇습니까, 형님?”

    “방금도 봐. 상인 관리를 위해 억지로 밥을 먹어야 했잖아.”

    선거일이 되면 시장에 들러 음식들을 꾸역꾸역 먹는 정치인들의 심정이 이해될 정도다.

    그렇게 말하며 뒷문으로 들어가 주류 창고로 향한 그.

    창고 가득 쌓인 술들을 본 이정백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맺힌다.

    “역시 장사는 물 장사가 최고지.”

    만취한 놈들에게 물을 탄 가짜 양주를 판매한다.

    돈이 복사되는 기적이지 않은가.

    “오셨습니까, 형님!”

    주류 창고에서 유흥주점으로 이어지는 문이 열리며 한 삽심대 사내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형님!”

    “내가 일부러 들어온 건데, 뭘. 됐어. 그보다 주류들은 이게 전부야?”

    “예, 형님. 그렇습니다, 형님.”

    “그러면 이대로 자리 확보해 놔.”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형님.”

    “큰형님이 신사업을 시작한다더라.”

    한 번 이 유흥주점에 들른 손님들을 단골로 만들 신사업.

    아이템이 뭔지 말해 주진 않았지만, 건달 생활을 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뭔지 대충 예상이 갔다.

    ‘그거겠지.’

    “아! 알겠습니다, 형님! 저 그런데…….”

    “왜?”

    “성준이는 일을 잘하고 있다고 합니까, 형님?”

    이정백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동기라고 신경이 쓰이나 보다?”

    “죄송합니다, 형님.”

    “아니야. 평창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더라.”

    “다행입니다, 형님. 알겠습니다, 형님.”

    이정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지.’

    평창송어축제는 겨우 시작일 뿐이니 말이다.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축제에 그렇게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걸 알게 된 후 얼마나 놀랐던가.

    주인 없는 금덩이가 굴러다니는 노다지밭.

    이후 여러 축제들을 조사해 보니 평창송어축제가 가장 만만해서 간 보기에 들어간 것일 뿐, 내년에 평창송어축제의 집행부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강원도 축제들을 모두 집어삼킬 예정이다.

    ‘그리고 전국 축제도…….’

    그렇게만 된다면 큰형님, 보스의 오른팔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

    ‘조직의 2인자가…….’

    입술을 비튼 그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주류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 * *

    일주일 후, 평창송어축제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정백이 핸드폰을 든다.

    “도착했다. 어디야?”

    -버, 벌써 도착하셨습니까, 형님? 지금 행사장 안입니다, 형님! 지금 나가겠습니다, 형님!

    ‘응?’

    잠시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바라보는 이정백.

    ‘추워서 그런 건가?’

    목소리가 묘하게 떨린다.

    “그래. 얼른 와라.”

    통화를 종료한 이정백이 차에서 내려 담배를 문다.

    “춥습니다, 형님.”

    “됐어.”

    차를 너무 오래 타고 와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하다.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할 것 같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걸음을 옮긴 이정백이 행사장 안쪽으로 향한다. 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자신의 것이 될 금덩이.

    확인을 하는 게 옳았다.

    “어서 오세요! 평창송어축제입니다! 매표소는 저쪽입니다!”

    “음.”

    낯빛이 밝은 우빈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이정백이 더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부하를 발견하곤 멈춰 선다.

    그런데…….

    오싹!

    갑자기 치미는 한기. 아니 이건 촉,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의아해한 이정백의 눈이 부하의 주변을 빠르게 훑는다.

    “씨발!”

    부하의 뒤에서 아닌 척 따라오는 세 명.

    그리고 어색한 부하의 얼굴.

    이를 악문 이정백은 다급히 차로 달려가 문을 닫는다.

    “왜, 왜 그러십니까, 형님?”

    “닥치고 얼른 출발해!”

    짭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짭새가 붙은 거다.

    “예,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 순간이었다.

    ‘어?’

    갑자기 이정백의 옆에서 드리워지는 그림자와 차 앞을 가로막는 다른 차.

    꽈아앙!

    순간 터져 나가는 차창과 함께 쑥 들어온 손이 이정백의 멱살을 잡아 끌어낸다.

    “하, 새끼가 일을 귀찮게 만들고 있어.”

    종혁은 이 눈치 빠른 쥐새끼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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